소설리스트

〈 41화 〉여자를 기절시키는 대물 (41/189)



〈 41화 〉여자를 기절시키는 대물

나는 그 아이에게 버림 받았다.


지하철 역까지 걸어가는 내 자신이 미웠다.



그 뒤로 나는 채팅을 통해 절대 누굴 만나지 않았다.


옛날 일을 회상하고 있는 사이에

전화가 왔다.

지은의 전화였다.

"자기야 뭐해?"


"병실에 갇혀서 도 닦고 있지."

"도좀 깨달았어..."

"응 많이 깨달았어."


"어떤 거?"

"여자는 요물이다. 여자의 변신은 무섭다."

"하하 자기 웃긴다."

"농담한거야."


"자기가 아직 진짜 요물을  봐서그래.  옆에만 딱 붙어있어...괜히 딴짓 하다가 요물한테 걸리면 뼈도 못 추려."



지은이 내 처지를 아는지 맞는 이야길 했다.


지은 없이 감행한 모험 두번에


몸도 마음도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자기야 저번에  스튜어디스 애 있지."


"응 이쁘던데..."

"내가 아는 애들은 전부 다 이뻐...그니까 자긴 내 옆에만 딱 붙어 있으라고...하여튼 걔가 자기가 마음에 든데...보고싶다는 데 어쩌지?"

"근데 내가 여기 병실에 있어서...또 한 팔에 기브스를 해서...불편하지 않나?"


"하하하 자기 페니스에다 기브스 한거 아니잖아..거기도 다쳤어?"

"아니...그건 예전보다  크고 우람해... 아주 쌩쌩하지..."

"다음주 쯤엔 퇴원하나?"

"아마 그럴  같아...보통 2주 있는데...1주만 지나면 사실 큰 의미 없어..."

"그렇구나...그 애가 자길 너무 보고 싶다고 날 괴롭혀서 좀 내가 곤란한데..."


"그럼 보자고 해...언제 시간 되는데."

"다음주 언제쯤일거야...알았어 몸조리 잘 하고...퇴원하면 바로 연락해줘..."

"응 고마워."


나는 그 스튜어디스를 상상하며


몸이 뜨거워졌다.


물건에 변화가 생겼다.



내가 바로 여잘 기절 시키는 대물이야~

그렇다.


나는 정신상태가 그랬다.

여자만 보면

머리가 바보가 되는 수컷이었다.





저녁 밥시간이 되었다.


식판이 들어왔다.



반찬 하나하나 음미하며

맛있게 먹었다.


간장에 조린 감자가 맛있어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먹었다.



깨끗이 밥과 반찬을 비우고


새하얀 식판을 수거기에 놓았다.



문밖을 지키는 형사들이

뉴 페이스로 바뀌었다.


난 그들에게 자황을 하나씩 주었다.

"저때문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거 하나씩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전에 서 있던 형사들보다 사람들이 좀 친절했다.


나는 그들이 들이키고 남은 병을 받아


쓰레기 통에 넣었다.



이제 또 할 일이 없어졌다.

다시 지아에게 문자놀이를 청했다.


[지아씨 밥 먹었어요?]


[네 지금 먹고 있어요]

[꼭꼭 씹어서 드세요.]

[네 고마워요. 원장님은 저녁 드셨어요?]

[네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

[잘 하셨어요.]


[그럼 식사 맛나게 하시고. 푹 쉬세요]

[원장님도요. 고마워요]


문자 놀이가 끝나자 무슨 일을 할까  고민에 빠졌다.


데스크 직원에게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어떠셨어요...대진 선생님은 괜찮으세요?"


"그렇지 않아도 원장님께 전화드리려고 했는데..."

 끝이 어두웠다.

"무슨 일 있으세요?"

"글쎄...이비인후과가 처음이라 그런지...환자들에게 좀 언성을 높이시네요..."


"외과 선생님들이 그런 경향이 있죠...심한가요?"

"환자들이 말하길...선생님이 좀 이상하다고 하니까...문제가 있긴 한가봐요."

"진료방법이나 환자하고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건 제가 뭐라 할  없는 영역이니까...좀 지켜보시죠..."


"네...그리고 오늘 점심을 시켜드렸는데...밥투정을  하시네요...국이 짜다고 하면서...싫은 것에 대해 표현을 바로 바로 하세요."


"어이구야...고생이 많으시네요...내일은 다른집 메뉴를 보여주시죠 뭐..."


"네...원래 까탈스런 성격인거 같아서 다른집 밥도  없다고  것 같긴 한데...그렇게 해 볼게요."


"다 맘에 안들면 도시락 싸서 다니라고 하세요. 내가 나중에 점심값 계산해서 줄테니까."


"네. 그렇게 전해드릴게요."

"그거 말고는 특별한 거 있나요?"

"아뇨 없어요...원장님 병실에서 고생이 많으시죠?"


"아뇨 지낼 만 해요...그럼 또 연락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쉬세요."


데스크 직원과 통화를 하다보니 이십분이 훌쩍 지나갔다.


벌써 저녁 먹은게 소화가   했다.


넣어 놓았던 과자들을 꺼내어


우걱우걱 씹기 시작했다.

창밖을 내다 봤다.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다녔다.


왜  간호사는

기억상실증에 걸렸을까


마음이 답답했다.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날의 비옷 입고 있던 간호사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원장님. 몸은 괜찮으세요?"

"네 덕분에 좀 나아졌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전화드린건...지난 합의금 건 때문입니다."


"제가 의뢰인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말씀하셨던 대로 오천만원을 드리면 탄원서를 작성해 주실  있나요?"


"네 그럴게요...아니 그럴게 아니라...한 일억 정도 받아서 변호사님이 좀 챙기세요."


"하하하. 직업윤리상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제가 다시 일억 불렀다고 하세요..내 탄원서는 써 드릴게요. 그 돈 받으면 제가 변호사님 한 삼천만원 드릴게요..."


"네 그럼 그렇게 전해서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변호사와 이야기 하니 시간이 좀 흘렀다.

다시 무얼 할 지 고민이 되었다.

그때 병실 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왜 저사람이 감옥에 안 가고 여기 있어요?"

"여기서 소란 피우시면  됩니다."


"저사람은 범죄자라고요...강간범이라고요."

"못 들어가십니다. 돌아가십시오."


"안돼요. 들어가서 확인해  게 있어요."

"안됩니다."



간호사 윤선영 목소리였다.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들리자


불안했다.


또 졸도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었다.


항상 내가 불길한 생각을 하면


그게 실현 된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졸도한 모양이었다.

"여보세요...정신 차리세요."


"심장은?"

"심장 박동 있습니다."

"숨쉬나 확인 해봐."

"숨은 쉬는데요."

"여보세요...눈  보세요..."


"여기요...선생님 좀 불러주세요."


"네...여기 선생님 좀 콜 해줘."


나는 밖으로 나가 볼 수 없었다.


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떻게  건가요."


"병실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해서 안된다고 했더니...화를 못 이기고 쓰러졌습니다."

"여기 바이탈 봐주세요."

"베드 왜 안가져와요~~빨리.."

"여보세요...윤간호사...정신 차려..."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머리에 번쩍이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문을 약간 열고

문틈으로 쓰러진 윤선영 간호사를 영상으로 찍었다.




의사가 간호사의 뺨을 손으로 때리고 있었다.


"윤간호사 정신 차려."



베드가 들어오고


간호사를 베드에 눕혔다.

"병실 어디로 가요?"

"일단 8호에 비는 곳이 있어요."

"베드 옮겨주세요. 바로 따라 갈게요."


간호사는 베드를 밀어 옮겼다.




이제야 상황이 이해되었다.




내가 테크닉이 뛰어나서 윤간호사가 기절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기절하는 환자였던 것이다.



기절은 보통 뇌로 가는 혈액량이 갑자기 감소하거나,


혈액 속에 당이 부족하거나

혹은 산소가 부족할 때 발생한다.

격투기 선수들이 쓰는 초크라는 기술은

이런 원리를 이용


경동맥을 막아

상대를 기절시키는 공격방법이다.


그런데 일부러 목을 조르지 않아도


생리적인 현상 혹은 병리적 현상으로


기절하는 환자들이 있다.

주로 심혈관쪽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윤간호사는 저혈압이나 부정맥, 심장 판막이상 등의


질환이 있을 수도 있다.


또, 뇌신경 12개중에 미주신경이라는 특이한 신경이 온몸에 퍼져있는데,

폐, 심장, 위 , 장 , 신장 등


안 가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온 몸에 퍼진 신경망이다.


원인은 알  없지만,

감정 변화나 기침, 배변등으로

미주신경을 자극하면


유독 잘 기절하는 환자들이 있다.


윤간호사가 그런 타입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당뇨환자일 수  있었다.


당뇨로 인해 약을 투여받는 환자들은

쉽게 저혈당에 빠지기 쉽다.


저혈당은 곧 뇌가 사용할 당이 부족한 상태이므로


뇌가 기능을 멈추는 것이다.


드물게는  혈관 어느 곳이 막혀있거나


심각한 저혈압일 수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들이 있지만,


오늘 발견한 중요한 사실은


윤선영씨가


자주 기절하는 환자라는 사실이다.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변호사에게 전화했다.

"네 원장님...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제가 동영상 하나 보냈어요. 확인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동영상 보시면 아시겠지만, 윤선영씨가 습관적으로 기절하는 환자로 보여요."


"아 그렇군요...원장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네요..."

"변호사님이 법원에 요청해서, 의료 기록을 받아 보세요."

"네 그렇게 해야겠네요."

"그럼 제가 리딩해 드릴테니까... 그걸 잘 정리해서 제출하면 판사들에게 강간이 아니었다는  설명하기 쉬울 거에요."

"원장님 브라보입니다. 제가 할 일을 원장님이 하셨어요."

"운이 좋았습니다."

"잠시만요. 방금 영상이 왔네요. 제가 영상 보고 전화 바로 드릴게요."

일분 정도가 흘렀다.

변호사 전화가 왔다.


"원장님. 다 끝났습니다. 보니까 의사선생님이 윤간호사를 폭행하고 있네요..."

"네? 그건 폭행이 아니라...의사가 윤간호사 정신을 깨우려고..."


"하하하. 제말은 원장님이 윤간호사를 폭행했다면, 영상속 의사선생님도 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주 좋은 자료입니다. 스모킹 건으로 충분합니다. 원장님 정말 수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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