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스튜어디스 떡을 위해 자가퇴원하다
그리고 내게 자기 입술에 있는 양파링을
내 입으로 물어가란 눈짓을 했다.
그런식으로 나는 양파링 열개를 물어갔다.
내가 양파링을 물어 입안에 넣을 때 마다,
지아는 열살짜리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
지아는 순수한 면이 있었다.
"원장님 근데 그거 알아요?"
"뭐요?"
"미성년자한테 돌기있는 콘돔 팔면 잡혀가는거."
"그래요?"
"여성가족부에서 법을 만들었잖아요 95년도인가에."
"몰랐어요. 돌기있는게 없는 거랑 큰 차이가 있나?"
"나도 몰랐는데, 오늘 해 보니까 완전 달라요. 원장님 꺼가 완전 다른 사람 꺼 같았어요."
"그정도에요?"
"그렇다니까요. 왜 이상함 아저씨들 있잖아요. 거기에다 구슬 같은거 넣는 아저씨들. 인제 그 이유를 알겠어요."
"하하하. 근데 그거 징그럽지 않아요? 남자가 봐도 무섭게 생겼던데."
"눈 감고 하면 되죠. 구슬 하는 아저씨들은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하하하. 나도 구슬 매립 할까요?"
"어머 정말요?"
"농담이에요. 그나저나 요샌 중학생들도 다들 성경험을 한다던데...그래서 여가부에서 학생들한테 콘돔 나눠주고 그러지 않았어요?"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국민한테 세금 걷어서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콘돔이나 사주고. 그거보고 어머머 어린 것들이 발랑 까져가지고 일찍부터 하는구나 생각했죠. 정부에서 애들보고 마음껏 하라고 공짜로 나눠주네...우리나라도 유럽 닮아가는구나. 쟤들은 돈 굳었네..."
"뭐 하는게 나쁜가요. 병 안걸리고 원치 않는 임신 안하면 더더욱 좋은 거죠. 모든 학생들이 수도승처럼 수녀처럼 금욕할 필요가 뭐 있어요."
"그래도...내가 그렇게 살았는데 요즘 애들은 자기하고 싶은대로 막 하고 사는게 좀 배아프긴 하네요. 민짜라고 뺀찌도 맞아보고 해야 되는데...요즘 애들은 나이트 갈 필요도 없이 그냥 학교에서 남자애들이랑 한다는데요. 그냥 막 복도에서 한데요. 누가 보든지 말든지. 그나마 좀 부끄러움을 아는 애들은 화장실에서 하고...학교가 인제 하는곳이야."
"하고싶으면 하는거죠. 나는 그게 더 좋아보여요. 학생 전부가 다 공부 잘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리고 돌출형 못팔게 한다고...요즘 야들이 어떤 애들인데 그거 못 구하겠어요."
"하긴...팔다가 걸린 사람이 재수 없는 거라고 봐야겠네요."
"그렇죠..."
그때, 지아의 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네네."
"네...그렇게 할게요...네 감사합니다."
지아의 표정이 밝았다.
"좋은 소식이 있어요?"
"변호사인데...그놈이 헬스장을 내게 넘기기로 했어요. 그게 인테리어랑 기계값만 해도 일억 훨씬 넘거든요. 잘 됐죠 뭐 되팔면 되니까."
"잘 됐네요. 그럼 지아씨도 탄원서 쓰나요?"
"네...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으려구요."
"하하하."
"그럼 전 인제 내려가 볼게요."
"네 그러세요."
지아가 병실을 나가니
고요가 찾아왔다.
창밖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지아가 남긴 말이 혀끝에 맴돌았다.
그때, 전화가 왔다.
변호사였다.
"원장님...축하드립니다."
"네? 좋은 소식이 있나요?"
"사건 종결입니다. 불기소처분 났습니다."
"벌써요?"
"네...제가 좀 열심히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영장실질심사 할때 보니까 담당 검사가 제 선배님이시더라구요....그래서 바로 찾아갔습니다. 원장님이 보내주신 영상 보여주면서...강간이 될 수 없는 상황을 설명했죠. 검찰도 재판에서 질꺼 같으면 다시 한번 생각하거든요. 선배님이 나보고 열심히 했다고 인정하시더군요. 바로 불기소. 증거 불출분. 축하드립니다."
"고생 많으셧습니다. 변호사님...이제 숨을 좀 쉴 만 합니다."
"원장님 고생 많으셨어요."
"모두 변호사님 덕분입니다."
"그럼 원장님...부탁드린 탄원서 샘플 지금 보내 드립니다. 편지지에 자필로 부탁 드립니다."
"네 그럼요...제가 아주 명문장으로 판사님의 심금을 울리겠습니다. 제가 소시적에 문예부 출신이거든요..."
"아 그렇군요 원장님.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저기...변호사님 그럼 인제 케이스 종결 되었으니까. 저는 이 병원 퇴원해도 상관 없겠죠?"
"네 몸만 괜찮으시다면, 언제든지 원장님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그리고 원장님 유치장에 1일 구금되어 있었는데...그거 형사보상금 청구 할까요?" 얼마 나올지는 모르지만...그래도 받는게 나을 듯 합니다. 원장님이 안 받으시면 국고로 들어가는 돈입니다. 구금되었던 판사마저도 검사마저도 신청하는 돈이에요."
"네 그렇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조만간 서류 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어서인지
김호중 변호사를 선택한 것은
신의 한수 처럼
내게 뿌듯했다.
적이었던 자의 참모를
내 참모로 활용한 지략은
삼국지 유비에 버금가지 않을까
스스로 자화자찬에 빠져 있을 때
지은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야 몸좀 어때?"
"많이 좋아...곧 퇴원할까 생각 중이야."
"잘 됐네..."
"왠일이야? 무슨 좋은 소식있어?"
"뭐 내가 무슨 목적이 있어야 자기한테 전화하냐?"
"그건 아니지..."
"실은 그 스튜어디스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자기 볼 수 있어?"
"글쎄...그래...내가 그냥 오늘 퇴원하지 뭐..."
"정말?"
"좀 기다려봐 내가 연락 해 줄게."
나는 병실 문을 나갔다.
간호사 데스크에 갔다.
간호사들은 나를 못 본척 고개들을 돌렸다.
"저기 저 당당하시는 레지던트 선생님좀 불러주실 수 있을까요?"
"왜 그러시는데요?"
"셀프 디스차지 하려고 합니다."
간호사들 표정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간호사는 레지던트를 호출해 주었다.
레지던트가 달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저분이 퇴원하신대요."
레지던트는 나를 돌아 봤다.
"퇴원은 담당교수님의 확인이 있어야 하는데요."
"그냥 셀프 디스차지 하겠습니다. "
"사유가 어떻게 되시는지..."
"이 병원에서는 답답해서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불기소 처분 받은거 알면서도 나를 벌레 보듯 하는 눈빛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병원을 나가고 싶습니다.. 자유로운 곳에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습니다."
나는 어린 레지던트 앞에서
허공을 보고
한 숨에 말했다.
미리 연습한 대사도 아니고
그냥 입에서 나오는대로 한 애드립이었다.
아마 레지던트는 내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신청서 사유란에
'사랑하려고'
라고 썼다.
그의 치기어린 장난으로 인해,
아마 시간이 좀 지나
치프가 신청서를 보게되면
그는 치프에게 매를 맞을 것이다.
그래도
그 레지던트는 내 마음을 정확히 간파했다.
맞다. 나는 스튜어디스 만나려고 퇴원하는 것이다.
나는 바로 짐을 챙겼다.
병실에 남은 과자가 너무 많았다.
지아에게 문자 했다.
[지금 병실로 와서 과자하고 음료수 다 가져가요.]
[왜요.어디 가세요?]
[난 이제 병원 떠날 거에요]
[정말요? 그게 가능해요?]
지아가 핸드폰을 손에 든채 병실로 들어왔다.
아마 문자를 하면서 걸어 온 듯 했다.
"원장님 어디 가시려고요?"
"갑갑해서 더 못 있겠어요. 어차피 여기서 치료 받을 것도 없고 약만 먹으면 되니까 외래로 다니려고요."
"네...그럼 나도 퇴원할까요?"
"지아씨 몸은 내가 잘 모르니까 뭐라 할 말이 없네요. 담당 선생하고 상의 해 보세요."
"이거 먹을 거 내가 못 가져 가니까. 지아씨가 가져가서 드세요. 병실 같이 쓰는 사람들하고 나눠 드시든지 하세요."
"네...고마워요."
"고맙긴요."
나는 지아가 과자를 봉지에 담는 동안
간호사 데스크에 갔다.
"간호사님, 지금 퇴원하는데...이거 바늘 좀 빼 주세요."
간호사는 바로 수액 바늘을 제거해 주었다.
홀가분 했다.
나를 감시자처럼 따라다니던 수액통을
드디어 제거했다.
자유의 몸이 된 것 같았다.
"밑에 가서 정산 하면 되죠?"
"네 원무과 가시면 처방전 받을실 거에요. 수납 하시고 다시 올라오세요."
나는 바로 원무과로 내려갔다.
병원비를 지불하고
처방전을 받았다.
처방전엔 특별한 약은 없었다.
내가 잘 아는 항생제와 진통제 이름이 있었다.
"다음 외래 진료는 여기 적혀있는대로 시간 맞춰서 오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처방전과 수납확인서를 들고
병실로 올라왔다.
지아가 봉지를 가득채워 놓았다.
"좀 도와줄까요."
"그래줄래요?"
나는 지아와 함께 봉지를 들고 지아의 병실로 갔다.
한 병실에 여섯명의 환자가 있고, 가족까지 보조 침대에 누워 있었다.
대학 시절 실험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작은 쥐인 마우스와 큰 쥐인 랫트를 키우는 일이었다.
랫트는 성격이 상대적으로 온순해서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마우스는 성격이 예민하고 공격적이었다.
케이지 않에 적정한 수보다 한마디라도 더 넣으면,
바로 다음날 가장 약한 마우스가 살해당하고
뼈와 가죽만 남게 되었다.
동물에게 갇힌 공간에 너무 많은 개체가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동족을 죽여 살해하고 살과 장기를 먹어버릴 정도로.
나는 지아가 지내는 병실에 들어서자 마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스트레스는 내 심박수를 올리고 있엇다.
나는 편의점 봉지들을 내려놓자 마자
바로 병실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