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화 〉깜짝 놀랄 대진 의사의 정체 (55/189)



〈 55화 〉깜짝 놀랄 대진 의사의 정체

나는  돌아보지 않고 팔을 흔들었다.


혹시 선생님이 어떤 이상한 액션을 취한다면


 마음을 편치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여자들은 돌아서는 남자에게 눈물을 보이거나,

망부석처럼 하염없이 서 있거나

손으로 키스를 날리거나 하며

다시 남자의 반응을 기다린다.

불편한 연기다.


나는 바로 대로변으로 나가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는 아무말도 안했다.

기본적인 손님응대도 하지 않았다.

내가 목적지를 말할때 조차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택시는 제대로 가고 있었다.

나는 이런 과묵한 택시기사가 좋았다.

그는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아무말 하지 않았다.

나는 요금기에 찍힌 돈을 보고

지폐를 냈다. 잔돈은 받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피로가 몰려왔다.


아침부터 밤까지 많은  들이 있었다.

병원에서 진료하는 것보다 더 바쁜 삶을 사는 것 같았다.

어떻게 잠든지도 모르고

잠이 들었다.

시계를 봤다.

열시였다.

전화가 몇통 왔는데

묵음으로 되어 있어 받질 못했다.



이비인후과에서 세통이나 와 있었다.

바로 전화했다.

"실장님...전화하신걸 못 받았어요. 무슨 일 있어요?"

"원장님 큰일 났어요."

"무슨 일인데요?"


"대진 원장님이 출근도 안하고 연락도 안되요."

"벌써 환자들 와서 기다리는데...어쩌죠?"


"알았어요...지금 바로 갈게요...환자들한테는 잘 말 해주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나는 바로 문을 열고 뛰어 나갔다.

눈에 보이는 택시를 타고 이비인후과로 갔다.

다행히 금방 도착했다.

문을 여고 들어갔다.

대기실이 꽉 차 있었다.

나는 대기실을 지나 원장실로 들어갔다.


원장실에 지저분한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다.


음식물 찌꺼기들도 책상에 붙어있었다.

나는 가운을 입고 바로 진료실로 갔다.


환자들이 들어왔다.


"원장님 팔은 괜찮으세요? 많이 다치셧나보다."


환자들이 오히려 나를 걱정해 주었다.


그렇게 환자들과 오랫만헤 인사도 하고

그들을 진찰하고 약처방을 해주다보니

대기하던 마지막 환자까지 볼 수 있었다.



데스크 실장에게 가서 물어봤다.

"미리 연락같은건 없으셧어요?'

"네...전부터 제가  이상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진료에 대해선 뭐 제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니."

"진료 말고도 많이 이상했어요."

"어떤면에서요?"


"환자들이랑 싸우는 경우도 많았고, 이건...말하기 좀 수치스럽기도 한데요...성추행도 했어요?"

"누구한테요?"

"정숙언니하고 저한테요."


정숙은 간호조무사로 나와 7년동안 일한 직원이었다.

"네?"

나는 분노가 솟구쳤다.

내가 데리고 있는 직원들에게 성추행이라니?




"언제 어떻게 했는데요?"


"수시로 그랬는데요. 정숙언니한테 가슴이 크다며 빨아보고 싶다고 하고 엉덩이를 일부러 손으로 부딪히고 그랬대요. 한번은 손을 잡고 얼굴에 뽀뽀도 했대요. 그리고 대진 선생님은 바지를 수술복으로 입고  했는데, 일부러 발기된 모습을 저희에게 보여주고 만져보라고 그랬어요. 퇴근할 때 일부러 내 손을 잡고 뽀뽀하려고 시도 하고 그랬어요"

"혹시 카메라에 찍힌 게 있을까요?'


"글쎄요. 아직 확인은 안 해 봤는데...찾아 볼까요?"

"네 찾아서 따로 저장해 놓고 알려주세요."


나는 대진의사에게 전화해 봤다.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나는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우선 원장실에 들어가 청소하면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책상 위에 묻은 음식물을 닦고,


책장이며 바닥이며 곳곳에 떨어진 쓰레기를 모아 쓰레기통에 넣으려고 하는데,


쓰레기통 안에 콘돔이 보였다.

분명 내가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쓰레기를 들춰보니 한개가 아니었다.

네개까지 셀 수 있었다.

바닥에는 더 있을 수도 있었다.


나는 데스크 실장을 불렀다.


콘돔을 보여줬다.


"아는거 있어요?"


"왜 그게 거기 있어요?"

실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진 의사가 여기서 이걸로 자위했을 리는 없을 거 같은데, 누가 여기에 들어왔을까요?"


"전  모르겠는데, 정숙언니한테 연락해 볼까요?"


"정숙씨는 지금 어디 있는데요?"

"오늘 몸이 안 좋다고 출근 못했어요. 전화하면 아마 받을 거에요."

"네 그럼 전화 해 주세요."

실장은 전화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잠시후 실장이 들어왔다.

"정숙언니 지금 온데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이 기막힌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야 할지


대책이 서지 않았다.




냉장고 문을 열고

마실 물을 찾았다.



냉장고 문칸 제일 위에


파란 알약이 놓여 있었다.




나는 서랍을 열었다.

원래 있어야  파란 알약이 없었다.


아마 대진의사가 내 서랍을 뒤져

파란 알약을 사용한 것 같았다.

냉장고 안에 있는 것들의 개수를 고려해도

한참 개수가 모자랐다.



참을 수 없느 분노가 치밀었다.




그때 원장실 문에 노크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간호조무사였다.


"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원장님."

그녀는 얼굴이 많이 부어있었다.


"몸이 안 좋으시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안 좋으세요?"

"그냥 컨디션이  좋아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 것 뿐이에요."


"특별히 구체적인 증상은 없으시고요?"

"네 괜찮아요."


"네 다행이네요..."

"실장님 말을 들어보니까 대진의사한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원장님 그게요...실은..."

간호조무사는 대답을 바로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 말을 해 주셔야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원장님 맞아요. 대진원장님이 첫날 부터  가슴을 툭툭 치고 가슴이 탐스럽다는 등 성희롱을 했어요. 첫날 점심시간에 제가 점심을 책상에 놓아 드리는데,  엉덩이를 쓰다듬고, 자기가 지금 흥분되어 있다고 바지에서 성기를 꺼내 보여줬어요."


"그럼 지금 제가 성희롱으로 경찰에 신고 할게요. 지금은 친고죄가 아니니까 아무나 신고할 수 있어요."

"아니요, 원장님  대진원장님 처벌을 원치 않아요."


"정숙씨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아야 해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야 벌받는 친고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게 아니고요 원장님..."


"그게 아니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더 할 말이 있어요?"


"둘째날 병원  닫고 퇴근 했는데, 대진원장님에게 바로 연락이 왔어요. 자기가 병원에 놓고 온게 있다고 문을 열어달라고 하더라고요. 전 멀리 가지 않아서 바로 병원으로 돌아왔죠. 병원 앞에 대진원장님이 있었고. 내가 문을 열어 드렸어요. 병원으로 들어가시면서 잠깐 들어와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대진원장님과 원장실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저를 껴안았어요. 자기가 날 좋아한다고 하면서...반항하려고 했는데...힘이 없었어요.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자포자기 같은 심정으로 대진 원장님이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어요."

"아니 바보같이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해요."

"모르겠어요. 대진원장님이 날 협박하거나 폭력을 쓴건 아닌데, 이상하게 맥이 풀리더라구요."

"그것도 성폭력이에요. 위계 위력에 의한 성폭력. 정숙씨가 대진의사의 말을 안 들으면 불이익을 받을 만 한 정황이 있잖아요. 그래서 반항을  한거고."


"그럴 수도 있지요. 제가 반항을 못하는 사이에 대진원장님은 내 바지를 내렸고 날 책상 위에 엎드리게 했어요. 그리고 대진 원장님도 바지를 내렸고 바로 내 뒤에서 삽입했고,  짓을 시작 했어요."


"아프게 하거나 강압적으로 무얼 시키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일단 한번 삽입한 이후로는 젠틀했어요. 나를 쓰다듬고, 보듬어 주고...아주 능숙하게  하셨어요. 결국 나는 내 스스로 윗옷도 벗었고 그날 대진 원장님께 몸을 맡기고 말았어요. 죄송해요 원장님. 원장실에서 더러운 짓을 해서 정말 죄송해요."


"그래서 여기에 콘돔쓰레기가 있는 거군요?"

"어...대진원장님은 피임기구를 안 썼는데요?"

"뭐라구요...그럼 정숙씨 말고도 다른 사람하고 했다는 얘긴가?"

"그래서 그 뒤로도 그런 일이 있었어요?"

"죄송해요 원장님...매일 근무가 끝나고 대진원장님이  기다렸어요. 원장실에서."


"그래서 매일 했어요?"

"네 사실 그랬어요. 대진원장님이랑 매일."


"정숙씨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바로 집에 가야되는 거 아니었어요. 칠년동안 늘 바쁘게 퇴근했잖아요."

"죄송해요 원장님. 전에는 어린이집 문닫는 시간에 쫓겨서 그랬는데, 지금 큰애는 학교 끝나고 태권도 도장에 가고, 둘째도 어린이집 끝나면 태권도장에서 돌봐줬어요."

나는 그녀가 대진의사와 섹스가 가능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자,

왠지 뻔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욕구를 채우기 위해 자식도 버릴 것 같은

나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어요. 그런데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어요?"

"네 어제는 원장실에서 하진 않고...대진원장님하고 같이 퇴근했어요."


"같이 어디에 갔어요?"

"네, 대진원장님이 저녁을 사준다고 하셔서."

"애들은요."

"애기아빠가 애들 데리고 시댁에 갔거든요."


"그래서 어디에 갔는데요?"


"저녁으로 샤브샤브를 먹고 대진원장님 댁으로 갔어요"

"거기가서 같이 잤어요?"

"네...술을  많이 먹어서...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대진 원장님 집에서 자다가...제가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던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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