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떡프로의 레슨 영업
그녀의 신음소리와 함께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내 몸에 가득한 정욕의 덩어리들을
그녀 몸속에 뿌렸다.
"어머 원장님...몸속이 뜨거워요..."
나는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그녀의 틈사이가 벌어져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는 결국 앞으로 털썩 쓰러졌다.
숨을 헐떡 거렸다.
"프로님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좀 가슴이 떨려요...원장님 자극이 너무 큰 거 같아요."
"좀 커서 죄송합니다."
"좀 큰게 아니에요...어후...어쩜 좋아...아직도 진정이 안돼요."
그때 연습장 문이 열렸다.
"홀인원상은 잘 받으셨나요?"
알몸인 상태에서 지은이 들어오자 민망했다.
"언니, 나 오늘 더 이상 다리풀려서 게임 못하겠어..."
"아니 그게 프로 입에서 나올 소리야...게임을 못하겠다니...프로라면 어떠한 악조건에서라도 완주 해야되는거 아니야?"
"그게 왠만해야지...원장님꺼 너무 커서...이건 상해 수준이야...지금도 정신 없어...나 몰라...프로고 뭐고...좀 쉴래..."
은지프로는 소파에 널브러졌다.
"그럼 원장님 저랑 둘이서 할래요?"
"홀인원상은 누구한테 받죠?"
"제가 드려도 될까요?"
"만약 지은씨가 홀인원 하시면 누가 상을 주나요?"
"그냥 돈으로 백만원 주세요....싸다..."
분명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지은만 돈을 버는 구조이고
내가 홀인원을 해도 그저 힘만 더 빼는 불공정 거래였다.
하지만,
나는 거절 하지 못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지은이 2번홀을 시작했다.
우드는 뒷땅을 치면서
150미터만 날아갔다.
그 뒤로 7번 아이언으로 10미터까지 붙였다.
이븐파로 마무리했다.
지은은 내게 30만원을 주었다.
"괜찮겠어요?"
"원장님 걱정마세요. 이제 시작이에요.."
3번홀은 파 포 홀이었다.
지은씨가 티샷을 했다.
350미터짜리 장타를 날렸다.
바로 그린 앞에 떨어졌다.
비디오 골프게임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여자가 350미터 장타를 날리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남자프로도 300야드정도 비거리 다시말해 270미터 정도면 장타상을 받는다.
컴퓨터 게임의 프리미엄이 상당했다.
그런데 그런 프리미엄은 지은에게만 있고
내게는 없었다.
나는 은지 코치가 가르쳐준 대로 힘을 빼고 쳤다.
200미터를 날라 그 자리에 멈추었다.
다시 2번 우드로 200미터를 날려 온 그린 했다.
지은이 다시 5번 아이언을 들고 공을 띄웠다.
지은의 기술이 신기에 가까웠다.
바로 홀에서 1미터 안쪽으로 붙였다.
버디로 마감했다.
나도 5번 아이언을 써봤다.
왠걸, 공은 한 참 넘어가 풀숲에 빠졌다.
거기서 헤메기 시작해서
더블보기를 했다.
다시 지은에게 20만원을 건넸다.
나는 꾀병을 부렸다.
"지은씨 이거 안되겠는데요. 수술한 곳이 이상해요. 그만 해야 할 거 같아요."
"원장님 게임 잘 안 된다고 엄살 부리는 거 아니에요."
지은의 말이 맞긴 했지만,
왠지 게임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엄살 아니에요. 뼈가 다시 어긋나는 거 같아요. 느낌이 안 좋아요."
"어머 병원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그 정돈 아닌데, 오늘 게임은 못할 거 같아요."
"원장님 우리 저녁 먹으러 가요. 맛있는거 사 주세요~"
널부러져 있던 은지 프로가 소리를 질렀다.
"그래요 원장님. 골프는 다음에 다시 치고 저녁 먹으러 가요."
"어디로 갈까요?'
"옆에 있는 인터컨 가요. 거기 저녁에 맛있는거 많이 주더라고요."
은지 프로의 제안에 인터컨 코엑스에 갔다.
아마 스튜어디스가 있었으면
인터컨 코엑스는 구리다고 한 소리 들었을 것이다.
구리든 깔쌈하든
사실 내게는 별 차이 없었다.
여자들 눈에는 차이가 느껴질 수는 있다.
그걸 허영이라고 하면 허영일 수 도 있었다.
왜냐하면 몇발자국을 더 걸어가면 숙박이든 음식이든 모든 가격이 두배였기 때문이었다.
두배의 퀄러티가 있다고 하기엔 차라리 거품이라 말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은지 프로는 생각보다 털털했다.
굳이 고급진 것을 찾아가려 하진 않았다.
아마 골프 프로쯤 되면 몇발자국 옆의 인터콘이 더 깔쌈하다는 것을 알텐데도.
하여튼 우리는 차를 타고 인터콘 코엑스로 들어갔다.
일층에 있는 브래서리에 들어갔다.
저녁시간 부페에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는 한손으로 접시를 들고
사시미 코너에 갔다.
직원이 갖가지 사시미를 썰어서
내 접시에 모듬을 만들어 주었다.
내 한쪽 팔이 정상이 아닌 것을 보고
초장과 와사비도 접시 위에 챙겨주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다른 곳을 돌아다니기가 부담스러워
사시미만 들고 자리에 앉았다.
은지프로와 지은이 여러접시를 가져왔다.
"원장님 돌아다니기 불편하신데...대신 가져왔어요."
'고맙습니다. 살뜰하게 챙겨 오셨네요."
"좀 많이 가져 왔죠? 원장님 많이 드세요."
"네 감사하겠습니다. 남기지 않고 다 먹을게요."
"원장님 우리 와인 마셔요. 그건 따로 주문해야 하던데."
지은씨가 원하는대로 와인을 시켰다.
레드와인 한병
화이트 와인 한병
와인잔도 각각 두개씩 앞에 놓았다.
직원이 와인병 코르크를 따서 잔에 따라 주었다.
"원장님의 더 많은 홀인원을 위하여~"
"어머 언니는..."
은지프로는 지은을 흘겨보며 잔을 부딪쳤다.
와인잔 부딪치는 소리가 맑았다.
나는 원샷을 하고
지은과 은지프로는 반만 마셨다.
내 잔이 빈 것을 보고 직원이 바로 잔을 채워주었다.
부드러운 고기에 사시미
그리고 와인
잠시 이곳이 천국이었다.
그동안 마음 고생으로 힘들었는데
모두 다 씻어내고 싶었다.
나는 와인을 들이키고 또 들이켰다.
"원장님 왜 그렇게 빨리 드세요?..건배도 좀 하고 맛도 음미하고 그러세요."
지은의 참견이 싫엇다.
밥을 사고 잔소리 듣는게 싫었다.
하지마, 이제 깨닫는다.
나는 그동안 나는 지은의 호구였다.
안에서 감정이 격했지만
참았다.
"화장실좀 다녀올게요."
나는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대에 물을 틀었다.
세수를 했다
마음이 좀 누그러 들었다.
집으로 그냥 돌아갈까 했는데
은지 프로의 몸이 그리워졌다.
오늘 한번 더 안을 기회가 있을거 같았다.
마음을 추스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테이블에 앉았다.
화제 전환 대화로 무얼 하면 좋을 지 생각하다가
골프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프로님이 골프 잘 치는거는 이해가 되는데, 지은씨는 어떻게 그렇게 잘 쳐요?"
"원장님 모르셨어요? 언니 세미프로까지 했어요."
"진짱에요?"
"네 진짜에요. 원장님 언니 폼 보면 몰라요?"
"몰랐네요. 세미프로나 되면서 어떻게 나하고 그런 불공평한 내기를 하셨어요?"
"원장님 그냥 장난 친거에요. 원장님 놀려 주려고, 세미프로는 아무나 하나요.."
나는 누구 말이 진짜인지 몰라
놀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은지 프로가 말 했다.
"우리 원장님 너무 귀여워요. 사실 제가 장난친거에요. 제가 언니 레슨 해 줬어요."
"아...깜박 속았네요."
"원장님 저한테 레슨 안 받으실래요? 잘 해 드릴게요. 원장님 소질이 있으신거 같아요. 한달만에 열타를 줄여드립니다. 어때요?"
"연습중에 홀인원상도 주고 그치?"
"에잇 언니 난 진지한데 장나치고 그래."
"아니 그렇게 하면 레슨 영업이 더 잘 될 거다 그런 얘기지."
레슨 영업이라...
아까 그게 골프레슨 영업의 일종이었구나.
스시와 고기, 디저트까지 먹고 배가 불렀다.
"오늘 덕분에 운동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전 오늘 원장님 만나서 너무 좋았어요. 원장님 감각이 너무 좋으세요. 금방 언더로 치시게 될거 같아요...자주 뵈요."
"네 알겠습니다. 자주 뵙도록 할게요."
"그럼 원장님 바로 집에 가세요?"
지은이 내게 물었다.
"내일 중요하게 할 일이 있어서 밤에 정리해 놓고 자야 할 거 같아요."
"원장님 너무 바쁘신거 같아요. 좀 덜 바쁘시면 좋겠다."
"괜히 생산성 없이 바쁩니다. 벌여 놓은 일만 많고요."
"그럼 잘 들어 가세요. 우린 남은 와인 다 마시고 갈게요."
"네 그럼 먼저 일어 나겠습니다."
나는 식당을 나왔다.
대리기사를 불렀다.
대리기사는 오분도 안되어 차 앞으로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창에 비친 나를 쳐다봤다.
얼굴이 쓸쓸해 보였다.
그동안 건실하게 쌓아 놓은 것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갑자기 한꺼번에 많은 여자를 만나면서
굳이 말려들지 않아도 될 일에 말려들었다.
그 결과 정숙씨를 잃었고
피땀이 담긴 이비인후과를 잃었다.
내 인생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
종착역은 어떨지
멜랑꼴리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그렇게
우울한 생각을 한다 해도
내일 깨어나면
또 암컷 냄새를 맡으며 흥분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나다.
집에 도착해
집안을 정리했다.
한시간 정도 정리를 하며
땀을 흘리니 기분이 좋아졌다.
노트북을 켜고
병원 양도 광고를 올렸다.
광고를 올리자 마자 조회수가 쑥쑥 올라갔다.
많은 의사들이 쏟아져 나오니
그런가 보다 했다.
대진의사 구인 광고를 살펴봤다.
근처에 원장임신으로 인해 대진의사를 구하는 곳이 있엇다.
하루 페이가 30만원.
진료과목이 가정의학.
한손이 불편해도 할 수 있을 듯 했다.
문자를 보냈다.
[밤 늦게 죄송합니다. 근처 거주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입니다. 대진에 관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