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7화 〉진짜 할아버지가 나에게 경고하는 것일까? (87/189)



〈 87화 〉진짜 할아버지가 나에게 경고하는 것일까?

"할애비도 그게 너한테 미안하구나...그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잘해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다는 대학 제일 좋다는 과에 당당히 합격하는 걸 보고  할애비는 하늘에서도 덩실덩실 춤을 췄다. 하지만, 결국 그런 어두웠던 환경이 네가 살아가는데 나쁘게 작용하는구나."


"무슨 말이세요? 전  살고 있어요."

"잘 살고 있지 않다. 넌 어릴적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이 없어서, 늘 사랑에 목말라 있어. 그게 여자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거다.  몸을 학대해서라도 여자와 잠을 자려고 하는 것은 분명히 병이다. 너는 심한 정신병을 앓고 있어...석영아 지금이라도 건강한 방법으로  마음을 치료하면 안 되겠니...여기서  지켜보고 있자니 너무 답답하구나. 그렇게  몸을 학대하다가는  죽을 수 밖에 없어. 난 널 빨리 만나고 싶지않다. 제발 이 할애비의 말을 새겨들어라.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전 의사에요...제가 사람 몸에 대해선 할아버지 보단 잘 알고 있다고요...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리고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전 죽는게 별로 두렵지 않아요...이렇게 재미있게 살다가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 죽으면 그만이에요."

"그래 이해한다. 젊을땐 원래 그래. 자기 생각과 다른 말은 듣지 않는다. 하지만, 예외 없이, 나이가 들어 후회한단다. 그래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되 내가 한말을 기억했다가 가끔씩은 그 의미를 새겨보기 바란다. 이 할애비는 늘 항상 널 지켜주고 싶구나."

"네 알겠어요."




나는 눈이 떠졌다.

의자 등받이가 땀으로 젖었다.


세번째 만나는 할아버지였다.

나는 그게 진짜 할아버지인지 나의 무의식인지 알  없었다.

할아버지가 나를 키웠다는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어이없게도


무당을


만나 할아버지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졌다.

나는 원장실을 나갔다.

간호사실을 노크했다.

"네 잠깐만요~~"

잠시후 동생 간호사가 얼굴을 내밀었다.

"왜요 원장님?"

"혹시 간호사님 잘 아는 무당 없어요?'

"네? 갑자기 무당은 왜요?"

"요새 갑자기 궁금한게 생겨서요..."


"뭐가 궁금한데요?"


"그건 자세히 말  주기 그렇고, 꿈에 누가 자꾸 나타나서 그래요.."

"실은 원장님 우리집이 점집을 해요. 전 우리집이 점집하는게 싫었는데...우리 엄마가 신내림을 받았어요...한번 만나 보실래요?"


"언제 신내림 받았는데요?"

"저 낳고 동생 낳고  한 일년 있다가부터 엄청 아프셨대요. 매일 누워 있다보니까 아빠가 참다 못하고 도망가 버렸어요. 그리고 어딘가에 새 살림을 차렸대요. 그래서 저랑 동생은 아빠를  적이 없어요. 아빠가 도망간 다음에 엄마는 몇번을 죽을뻔 했어요. 친척도 없어서 옆집 아줌마가 밥도 해 주고 반찬도 해 주면서 우리 남매를 돌봐 주었는데, 그 아줌마가 우리 엄마 아픈게 너무 이상해서  아는 무당을 데려왔어요.  그날이 기억나요. 그 무당 아줌마가 처음에는 엄청 소리지르고 땀흘리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소리지르고 땀을 비오듯 흘리고 밤새도록 그랬어요...그게 계속 되니까 옆집 아줌마가 우리를 자기 집에서 재웠어요. 내가 아침에 눈을 떠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무당 아줌마도 지쳐서 잠들었고 우리 엄마도 땀을 흘리며 자고 있었어요. 그 날 저녁쯤 되서 엄마가 일어 났어요. 건강한 모습으로. 그 다음부터 우리 엄마가 신내림 받았다고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드나들었어요. 어릴땐 아무것도 몰라서 괜찮았는데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친구들이 우리 엄마 무당인거 놀리고 그런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가출도 하고 그랬는데...신기한게 우리 엄만 내가 어디 있는지 다 아는 거에요. 가출하면 바로 그날 저녁에 날 데리러 왔어요. 엄마한테 신기가 있기는 한거 같아요. 원장님이 정 필요하시면 우리 엄마 한번 만나 보세요."


"얘기 해 줘서 고마워요. 나 좀 꼭 만나보고 싶어요. 어머니께 이야기 해 줄 수 있어요? 지금 같이 계시나요?"


"아뇨 지금 저는 동생하고 같이 살고 엄마는 혼자 살아요. 제가 한 번 물어 볼게요."


"고마워요."


나는 간호사에게 부탁을 하고

원장실로 돌아왔다.


의자에 앉자 마자


 원장의 전화가 왔다.


"형님 오늘 아주 중요한 첫날입니다. 병원 좀 일찍 마무리 하고 저하고 같이 가시면 됩니다. 제가 차 가지고 병원 앞으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복장은 뭐 지금 양복 입고 계시죠?"


"으응"


"그럼 됐고요...5시에 제가 병원 앞으로 갈게요."


"어디로 가는지..."

"오늘은 평창동으로 갈거에요.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으응...알았어."

"그럼 이따 뵐게요."

새 원장과의 전화를 끊자

온 몸에 긴장감이 몰려왔다.

오후 진료 역시 그리 힘들지 않았다.

새로운 요령에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



대신 간호사 두명이 이전보다 바빠졌다.


그녀들은 아직까진 환자들과 이야기 하길 좋아했다.


환자들과 대화하면 일의 보람을 느끼는  같았다.

나는 원장실 책상 서랍을 열었다.


키세스 쵸콜렛이 담긴

하트모양의 종이 박스 네개를 꺼냈다.


데스크로 걸어가 동생 간호사에게 박스 네개를 건넸다.



"어..발렌타인데이도 아닌데...왠 거에요?"

"수고 하시는  같아서 드시라고요."


새 원장같으면


내 마음입니다

혹은

내 사랑입니다

따위의 오글 거리는 말을 남겼겠지만,

나는 차마 그런 말을  수 없었다.




그대로 돌아서 원장실로 들어왔다.


밤을 위해서


쉬어야 했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온 몸에 힘을 뺐다.

몸이 나른했다.

졸음이 쏟아졌다.


"결국 네가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구나...한심한 놈."

"할아버지는 왜 자꾸 제 꿈에 보이는 건데요?"

"다 너를 지켜주기 위해서야."


"저를 어떻게 지켜주신다는 건데요? 전 지금  자야돼요."


"그렇게 반항적으로 나를 대하지 마라...너도 알다시피 너와 나는 뗄수 없는 자연의 섭리야. 내 유전자를 물려받은 너는 곧 내 일부를 갖고 있는  아니겠니. 내살과 내 피와 내 근육...너는 왜  양물이 그렇게 큰지 아니?"


"왜요?"


"그건 다  것의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야...이것 보거라."



할아버지는 바지를 내리고 비정상적으로 큰 물건을 보여주었다.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어떻게 내 것 보다 더  수 있을까.

나는 꿈속에 나타나는 그가 정말 내 조부인지 의심 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고등 교육을 받지 못했다.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쌀가게에 들어가 일꾼으로 취직을 하셨다.

물론 당시에는 고등학교 졸업한 것도 상당한 고학력이었다.

하지만 그 시대에 고졸의 학력으로 유전을 논한다는게 의심이 갔다.




시골에 내려갔을때


동네사람들은 한결같이




할아버지에 대해


지나친 과대평가를 했다.


다섯살때 사서삼경을 독파하고

소학교에서는 늘 일등을 독차지했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선생님들마저 벌벌떨게 하는 수재였다.

그들에게 할아버지는 백년에 나올까 말까한 천재였다.




흔한 레파토리요,




시골사람들의 식상한

우물안 개구리의 평이었다.





쌀가게에 들어간 할아버지는 금방 사장님의 신뢰를 얻어


쌀가게 2호점의 관리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내 사장님의 사위가 되었다.

수완이 좋았던 할아버지는

점점 쌀가게의 숫자를 늘려갔다.


쌀가게는 호남지역과 서울지역에 걸쳐 20곳으로 늘어났다.

할아버지는 점점 큰 돈을 만지게 되었다.


그렇게 부자가 되어 가던 할아버지의 발목을 잡은 것은


노름이었다.



쉬는날 친구들과 어울려 장난삼아 즐기던 노름이

전문 투전꾼들의 노름판에 이를 정도가 되었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속임수를 쓰면서 덤벼드는 투전꾼들을

할아버지는 이겨낼 수 없었다.

원금을 회복한다며,

아내를 닥달해

사장님 몰래 숨겨놓은 비상금을 꺼내 썼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고,

노름꾼들은 할아버지를 삶아 먹기로 이미 작정들을 했다.

할아버지는

사장님이 마련해준 신혼집까지 담보잡아가며


한판 뒤집기를 염원 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신혼집은 노름꾼들의 손에 넘어갔다.


그리고도 갚아야 할 빚이 남았다.



도박은 사람의 두뇌 활동을 마비시킨다.


노름에 미치면 똑똑한 사람도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그런 상태에서 할아버지는


아내에 대한 신체 포기 각서까지 썼다.



망연자실한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와 독한 마음을 먹었다.



할아버지는 낫을 들고 투전방을 찾아갔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던

할아버지는


결국


피를 보고 말았다.




네명의 패거리중

세명은 그 자리에서 낫을 맞고 죽었다.


한명은 겨우 살아남아

피를 흘리며 경찰서까지 내달렸으나


경찰서 정문앞에서 혼절했다.


 역시 이틀  끝내 죽었다.




할아버지는 경찰에 체포되어


사형당할 처지가 되었다.


사장님은 젊은 딸을 과부로 만들 수 없었다.



경찰서장 국회의원 군수 판사 장관 할 것 없이


조금이라도 힘 쓸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찾아갔다.




전국에 있는 20개 쌀가게를 모두 팔았다.


그렇게 돈을 써 가며

사위를 살려냈다.



판사는 할아버지가 죄질이 무거워

사형을 면할 수 없으나



계획되지 않은 우발적 범행인점

투전꾼들이 속임수를 쓴점


사망자의 가족들과 합의한 점

무엇보다


똑똑한 머리로 조국의 근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이유로


3년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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