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3화 〉그림을 좋아하는 사모님 (93/189)



〈 93화 〉그림을 좋아하는 사모님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는데요...아마 저녁식사를 같이 하실 수도 있어요. 먹지 말고 계세요...제가 확인 해 볼게요."

"알았어.."

"그럼 연락드릴게요."

나는 전화를 끊고

침대에서 용수철 처럼 튀어 일어 났다.

몸에 힘이 솟았다.

 본연의 일을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가


온 몸을 구석 구석 씻었다.


내 욕실에는 거친 비누와 샴프 밖에 없었다.


나는 씻다 말고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대충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느 아파트 단지내 앞 수퍼로 달려갔다.



나는 멋지게 생긴 남자가 활짝 웃고 있는

바디워시 통을 들었다.

계산을 하고 집으로 뛰어 왔다.

욕실로 들어갔다.


무슨 냄새가 날까

흥분된 마음으로


바디워시 통을 열었다.



나긋나긋한 향이 퍼졌다.

꽃향기 같기도 하고

풀향기 같기도 하고

멘톨향도 나는  같고


하여튼 좋은 냄새가 났다.




나는 그 바디워시에 몸을 맡기고

구석구석 이곳저곳

내 몸을 문질렀다.



내 몸이 개조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내 몸을 개조하고


머리 샴프와 린스를

정성스럽게 했다.



꼼꼼히 면도를 하고


콧속에 있는 털들을 다듬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 욕실을 나왔다.




피부과 뽀독뽀독하고 향기로운게

기분이 좋았다.


침대에 놓여있던 전화가

부지런히 벨을 울렸다.


 원장이었다.




"형님 저 지금 댁으로 가고 있어요. 저녁은 안 드셨죠?"

"응 방금 씻었어."

"잘 하셨어요...같이 저녁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어디서 먹나?"


"아마 사모님 자택에 요리사를 부르실 거에요. 혹시 형님 그런거 처음이시죠?"

"그렇지 난 그런거 영화에서나 봤지."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그냥 편안히 즐기시면 되요....정해진 규칙이나 그런거 없어요. 포크가 어쩌고 방향이 어쩌고 그런거 몰라도 돼요."

"응 알았어."

"그럼 이따가 봐요."

"응."



나는 옷장에서 새로산 캘빈 클라인 속옷을 꺼냈다.

내 물건을  웅장하게 돋보이도록 만들어줄 명품이었다.

양말도 닥스에서 만든 신사용 양말을 꺼내 신었다.



어떤 셔츠를 입을까 고민하다가

실장이 생일선물로 사준


톰브라운 셔츠를 꺼내 입었다.


그동안 한번도 입지 않고 아끼던걸

이제야 입을 기회를 찾았다.



짙은 회색의 수트를 차려입고

거울 앞에 서니

그럴싸 해 보였다.



내가 거울앞에서 이리돌고 저리돌며

만족하고 있을때


새 원장의 전화가 왔다.




"형님 주차장이에요 내려오세요."

"응 알았어..."

나는 주차장으로 내려가


벤츠 위에 올라 탔다.



"오...형님 깔삼한데요...굿...그러지 않아도 형님하고 쇼핑 하려고 했어요...패션스타일을  바꾸면  너 단계 업그레이드  텐데...하고 안타까웠거든요...오늘 좋아아요....아주.."

"고마워."

"언제 옷 사러 같이 가실래요? 아무래도 매니져로서 제가 가진 능력을 발휘해야  것 같은데..."

"무슨 능력?"

"패션 센스.."


"하하하"


"형님 전 진지해요... 이런 극상의 브이아이피를 상대하려면 결국 센스에요...상대방에게 호감을 사는 센스...패션은 아주 중요한 거라고요."


"알았어."

"사실 평생에 옷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안 했거든."


"대충 세일하는 옷 사셨죠?"

"그렇지."

"그 사람들이  세일을 하겠어요? 좋은 옷을 세일해서 팔겠어요?"

"글쎄..."


"좀 심하게 말해서..쓰레기니까 그렇게 세일해서 던지는 거에요...그런거 인제 사지 마세요."

"그래도...세일 하는 옷들이 질 좋은 것도 많던데."

"형님 나이 어린 제가 이런 말씀 드려 죄송한데, 인생은 짧아요. 형님은 이제부터 좋은  입어보기에도 시간이 없어요. 업그레이드 된 삶을 살아야지...그런 쓰레기무더기에서 뭐하러 시간을 보내요...형님 시간당 페이가 이천만원 아니에요?"




나는  원장의 말에 설득 되고 있었다.

"형님이나 나나 찌질한 의사들 하고 달라요...이젠 몇단계 높은 물에서 노는거라고요...마인드 관리 잘 하세요...가딱하면  찌질이 궁상 의사로 돌아갑니다."

나는 사실이지 찌질한 의사 생활이 싫었다.




여유롭게 상류층 사회에 발을 담갔다는 말에

나는 가슴이 울컥했다.


새 원장이 이끄는 대로


실수 없이 잘 하리라 다짐했다.



"오늘 사모님은 어떤 분이야? 내가 조심해야  건 없나?"

"좀 성격이 괴팍하긴 한데...그래도 다정 다감한 편이에요...외로움을 많이 타세요..."

"30대 재벌도 아닌데 어떻게 돈을 벌었어?"

"자세한 건 저도 모르는데...형님 사실 우리가 모르는 상류사회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요...어떤 사람은 숨만 쉬고 있어도 돈이 들어오고요...상류사회에서는 배울  많아요. 찌질한 의사나 대학교수는 어휴....잊어버리세요...질 떨어지는 인간들일 뿐이에요. 앞으로 형님하고 저는 꼭 상류 사회에 들어가야 하는 거에요..."

"거기에 들어가고 싶긴 하지만...끼워 주어야 들어가지..."

"그래서 우리가 지금 열심히 일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거잖아요..."

"기회?"


기회라는 말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상류사회

그리고


기회


이는 내가 지금  순간 꼭 필요한 단어였다.


더 이상 육체 노동자로 살고 싶지 않았다.

나도 우아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 오늘 최선을 다 해볼게."


새 원장은 나를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담장 높은 집 앞에 내려 주었다.




"이따 끝나면 전화주세요. 모시러 올게요...화이팅 형님."




새 원장은 벤츠를 몰고 골목을 따라 멀어져 갔다.



나는 계단을 올라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교양있는 말투의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소개 받고 왔습니다."

"이비인후과 선생님?"

"네 맞습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무로  계단이 보였다.



계단은 지그재그를 그리며

나무로된 숲 사이를 지나갔다.




연못에서는 분수가 두 갈래로 솟아나고


커다란 잉어가 떼를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연못을 가로지른는 다리를 건너자

일층으로 된 파란 집의 현관이 나왔다.



현관 앞에 서서

다시 벨을 눌렀다.

"들어오세요."


사모님이 반갑게 나를 맞이 했다.


그녀는 단발머리가 단정하고

웃는 얼굴이 선한 인상을 가졌다.




부자라고 하여 양미간에 주름골이 깊고


항상 인상을 쓰는 얼굴을 예상했지만,

내 예상과는 한 참 다른 모습이었다.



안경너머로 호기심 많은 듯한 눈매가 무척 사랑스러웠다.

사모님은

하얀 바지에

파란 셔츠를 입었다.


깔끔함을 좋아하는 성격이

옷에 묻어났다.


사모님은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와


나를 안아주었다.




몸에선 은은향 향기가 났다.




로터스향과

풀잎향이 섞인 향수는


잠깐 스친 내 몸에서도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왼쪽 벽에

마네의 그림이 보였다.



"풀밭위의 점심식사네요."


"잘 아시네요 선생님."

"미술책에서 처음 보고 한참을 들여다 본 기억이 납니다.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걸로 아는데....거기 있는  들고 온 건 아니시죠?"

"선생님 참 재밌으시네요...설마요...모작 잘하는 화가가 있어요...내가 특별히 부탁해서 얻은 거에요...저 사람들이 풀밭에서 점심밥을 먹고 뭘 했을까요?  뒤에 옷 벗고 있는 여자 보이시죠?"

"글쎄요...밥을 먹고 풀밭에서 사랑을 했을까요? 마네는 그들이 2대 2로 하는 걸 보고 얼마나 흥분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은 역시 상상력이 뛰어나시네요. 제 생각에도 밥먹고 뭐 하겠어요. 요가나 참선을 하려면 굳이 옷을 벗을 이유도 없고. 선생님 말씀대로 아마 마네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지켜봤겠죠?"


"저게 처음 본 사람들이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충격까지 받을 일인진 모르겠네요."


"말씀드리기 아름다운 내용은 아니지만, 가끔 등산하다 보면, 등산로  한적한 곳에서 사랑을 나누는 커플들이 있답니다. 산의 정기를 받으면서 하면 특별하다고..."


"선생님은 그런것도 아세요? 아이구 망측해라...설마 이런 추운 날씨에는  하겠죠?"


"모르죠. 공중 목욕탕에  보면 냉탕과 온탕을 꾸준히 오가는 아저씨들이 있으세요...그렇게 하면 몸속에 에너지가 쌓이고 정력이 왕성해진다고 믿는 분들이죠...그런 분들은 산의 정기를 받는다면 겨울  체험도 아마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하하하 그런 분들은 아마 정력은 있을 지언정, 여자들과의 관계는 별로일 거 같아요.왜 그 영화속 이대근이 콧구멍에 힘주면서 윽윽 해대는 그런 모습니지 않을까요. 한심한 아저씨들...그렇게들 살라고 놔두세요.호호호"


거칠게 힘으로 하는 섹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모님.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




사모님을 따라 몇 발자국 걸으니


오른쪽 벽에

또 마네의 그림이 있었다.


"올랭피아네요."


"선생님 잘 아시네요..학생때 미술 공부도 열심히 하셨나봐요..."


"제게 인상파 화가들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들이었어요. 인상파 화가에 대해서 배우기 전에는 제가 아는 지식이 전부 진실인줄 알았는데, 그들의 그림을 보고 뒤통수를 맞은 기억이 있습니다. 고유의 색을 부정하고 빛의 영향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보일  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거에요. 제가 하루종일  안에서 불을  켜고 앉아 있었는데...하얗게 보이던 것이 회색으로 검은 색으로 바뀌고, 창문 밖으로 빨간 조명이 들어 오니까 모든 물체가 붉은 빛을 띠게 되고...참 신기 했어요...그 뒤로 전 절대적인 빛깔이 없는 것 처럼 절대적인 것은 세상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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