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거부할 수 없는 사모님의 제안
나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면 빈공간의 압력이 낮아지고 음경 안에 있는 동맥이 확장해서 피가 스폰지에 있는 공간으로 모여 듭니다. 보통 다른 조직에서는 피가 들어왔으면 노폐물과 이산화 탄소를 싣고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음경 조직은 해면체 즉 스폰지가 부풀어 오르면 그 옆에 붙어있는 동맥들이 부풀어오른 스폰지 조직에 눌려 피가 나가지 못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음경은 단단한 상태로 유지 되는 겁니다."
"그렇게 단단하던게 어떻게 스스로 말랑말랑 해지죠?"
"그 기전을 완전히 이해 하면 아마 때돈 벌 겁니다. 아직까지 완전히 연구된 건 아닌데요. 사정하고 나면 교감신경이 작용하면서 발기와 반대 작용이 일어 난다고 보면 됩니다. 해면체 안에 있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피를 짜주고, 일단 해면체가 수축하기 시작하면 급속도롤 정맥이 열리고 피가 빠져 나갑니다. 그런데 여기에 어떤 신경들이 어떤 물질들이 작용하고 있는지는 완벽하게 연구되진 않았습니다."
"그 작은 물건에 대한게 왜 아직 완벽히 연구되지 않았죠?"
"사실 남자의 그것 말고도 인체의 생리적 작용이 모두 연구 된 것은 아닙니다. 그 이해라는 것도 단순히 조직이 반응하는 생체물리적인 수준인지 세포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는 수준인지 더 미세하게 분자나 원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수준인지에 따라 달라지는데....아직도 인류가 모르는게 너무 많습니다. 언젠가 집단지성으로 하나하나 밝혀 내겠지요."
"아니 그럼 의사선생님이라고 해서 사람의 몸에 대해 다 아는게 아닌가보네요?"
"네 현실은 그렇습니다. 보통 일반일 보다는 많이 알겠지만, 일단 밝혀진 사실이 부족하고, 오랜 역사동안 논쟁중인 사실도 많으니 의사들이 사람의 몸에 대해 다 알 수는 없지요. 한가지 사실을 알려면 실험을 통해 증명을 해야 하는데,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한다는 거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 그 발전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의사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지식을 신봉하기도 하고...죄송합니다만 사모님이 생각하는 만큼 의사가 대단한 존재는 아닙니다. 대단한 존재인척 해야 환자들도 안심하고 병원경영에 도움이 되니 그렇게 하는 것 뿐입니다."
"그럼 방송에 나온 의사선생님들이 관절이 나쁘면 이런걸 먹어라, 눈에 좋은 이런 음식을 먹어라 하는 것은 따를 가치가 있을까요?"
"없습니다. 그 의사들도 잘 몰라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그 작용기전을 밝혀야 하는데...사람을 마음대로 실험도구로 쓸수도 없고 그 좋다는 식품들의 성분들이 어디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눈으로 볼 수도 없지 않습니까...그래서 그런 의사들이 읽은 논문이란 것들이 초등학생들도 할 수 있는 그런 실험들입니다.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어떤 식품을 먹게 했는데, 그중 몇명이 어떤증상이 없어졌다 혹은 어떤 신체부위의 기능이 좋아졌다. 그리고 통계라는 이름으로 대단한 것인양 포장합니다. 그래서 결과가 상충되는 데이타도 많고 믿을 수 없느 논문들이 많죠. 그런 믿을 수 없는 저급한 논문을 읽은 쇼맨쉽 많은 의사가 카메라 앞에서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된양 자신감 있게 말하면 그게 또 잘 먹힙니다. 시청자도 좋아하고, 방송국 피디도 좋아하고, 그 음식과 관련되 사업체들도 좋아하고. 북미에서도 지역마다 잘 재배하는 농작물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옥수수 밀 카놀라 등등등 웃긴게 그 지역 대학에서 나온 논문들은 하나같이 그 지역에서 재배하는 농작물이 만병통치약인것 처럼 여기에도 좋고 저기에도 좋고....그런식으로 연구 결과를 내 놓습니다. 조작까지는 몰라도 아마 그 논문들에는 상당한 데이타 마사지와 메이크업 과정이 있었을 겁니다. 지역 농작물 도 그런데...수조달러를 운영하는 글로벌 제약 회사는 어떻게 하겠어요....제약회사가 펀딩하는 논문은 대체로 그 회사의 광고기사라고 봐도 될겁니다. 인간의 탐욕이 의학기술을 발달 시키기도 하지만 스스로 진실을 가리기도 하죠...제가 내린 결론은 아직까지 우리는 인체에 관한 진실을 모른다입니다. 그래서 혹시 텔레비전 방송에서 의사가 몸에 좋은 음식이나 약이라고 주장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세요. 혹시 그 음식이나 약이 비싸지 않다면 시도 해 볼만 하지요. 인체는 신기하게 겨자씨만한 믿음으로 태산을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람이 진짜라고 믿으면 몸이 진짜로 만들어지는 경우죠. 플라시보라고 밀가루만 먹어도 그게 약이라고 생각하면 진짜 효과가 나타나거든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전 선생님처럼 그렇게 솔직히 말하는 의사를 본적이 없어요."
"요즘들어 저도 제 직업에 회의가 느껴집니다. 확고한 철학을 갖고 의사가 되었으면 조 덜 했을텐데...수능성적에 따라 점수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진학해서 꾸역꾸역 졸업하고 수련받고 그러고 나니 빼도박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10년이 넘는 세월과 돈을 투자 했으니 저도 뭔가 뽑아내긴 해야 하는데...쉽지도 않고...점점 환자들한테 욕만 얻어먹는 의사가 되어가는 것 같고 요즈 마음이 많이 떴습니다."
"그럼 선생님은 원래 무얼 하고 싶었는데요?"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이렇게 제가 회의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딱히 하고싶은 것도 없다는 겁니다. 노래를 하는 것도 좋아하고, 사모님처럼 미술 작품 보는 것도 좋아하긴 하는데...그런걸 직업으로 갖기에는 재능이 부족하고...현재로서는 꿈이 없으니 그냥 하던 일을 하는 것이지요. 경제적으로 보장만 된다면...천천히 내게 맞는 일을 찾아 보고싶습니다."
"돈 많은 것도 인생의 전부는 아니에요. 전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걸 제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어요. 어차피 죽으면 가져가지도 못할 돈 쓰고 가야죠. 선생님 제가 선생님 스폰서 되어 드릴까요?"
"스폰서라면?"
"전 선생님같이 멋진 남자와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제가 선생님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 드릴테니 제가 필요할 때 제 곁에 와 주실 수 있나요?"
사모님이 말한 스폰이란
젊고 예쁜 연예인들이 한다는 그 스폰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내게는 가당치 않은
황송한 제안이었다.
"저야 사모님을 모실 수 있다면 영광입니다."
"어휴 겸손하기도 하셔..."
"대신 나는 질투할 수 있지만, 선생님은 질투 하면 안되는게 규칙이에요?"
"아 네...질투 할 수 없다함은..."
"하하하, 선생님은 다른 여자를 만나면 안돼요...내가 질 투 할 수 있으니까...하지만 난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어요...선생님이 질투심이 나도 표현하면 안돼요...질투심을 마음속에서 없앨 수 는 없는 거니까....제게 표현만 안 하시면 돼요."
"네..."
사모님이 무슨 자신감으로 내가 질투 하리라고 말할까
사모님의 제안은 내게 어려운 조건이 아니었다.
다른 여자를 만나면 안된다는 것이
서로 독점하는 사이만 아니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원래 비혼주의자이다.
아무리 여자가 매력적이어도
내 삶에 관여할 수 없다는
아주 단단한 원칙을 갖고 있다.
내가 만나 섹스를 즐기는 여자들은
기껏해야 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을뿐
나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진실된 사랑의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
내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척 하는것은
단지 내가 그녀들과 섹스를 즐기기 위함이다.
그녀들은 나를 독점하려고 하지만
나는 그녀들과 독점계약을 할 만큼
바보가 아니다.
섹스파트너로의 매력은 절대로 오래가지 않는다.
좋게 잘 지내다가도
파트너가 우연히 내뱉은
한마디 말이
내 맘에 안들면,
나는 그 파트너의 몸뚱아리가
돼지 우리에 굴러다니는 고깃덩어리로 보인다.
그러면, 쿨하게 관계를 끊어야 한다.
반대로 여자가 나를 그렇게 바라봐도 나는 상관없다.
서로 느낌이 좋을 때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지
인간미가 없다느니
정이 없다느니
그런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관계를 질질 끌면 안된다.
그래서 한번 섹스할때
후회없이 시원하게 하고
헤어지고 나서도
후회하지 말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것이 삶의 지혜다.
세상은 혼자 살기에 점점 더 편해진다.
한번 사는 인생
얽매임 없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정답이다.
이런 생각으로 사는 내가
사모님의 제안을 수락하는데는
한치도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네...사모님이 허락해 주신다면...언제나 사모님 옆에 있겠습니다."
"하하. 선생님 정말이세요?"
"네 진심입니다."
"좋아요...쉽지는 않을 텐데...그럼 잘 부탁해요 선생님."
사모님은 침실 구석에 있는 서랍으로 갔다.
거기서 무언가 주섬주섬 챙겨 왔다.
"이건 계약금이에요."
사모님은 오천만원권 수표 한장은 내게 내밀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계약 기념 선물이에요."
사모님은 내게 순금 목걸이를 내밀었다.
무게가 20돈은 되어 보였다.
"금 목걸이가 디자인이 좀 그렇긴 해요. 안 하고 싶으시면 안해도 되요. 그냥 선물로 주는 거에요."
"한번 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