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화 〉용이 되려고 애쓰는 개천 출신
스티브잡스의 친부 친모는
비록 스티브를 버렸을지언정
인텔리한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친부의 아버지는 시리아에서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였다.
또 그가 초기 미국에 정착할때 도움을 받은 친척은
시리아의 외교관이었다.
가족과 친척들이 원래 머리 좋은 사람들이었고
스티브의 친부는
집안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
돈 걱정없이
공부를 실컷했다.
그는 나중에
대학에서 조교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식당 메니져로 일하다가
식당을 인수했다.
나중에는 카지노 호텔까지 인수하여
결국 큰 부자가 된다.
스티브의 친모가
스티브를 입양보낸것은
친부의 집안에서
종교적 이유로
친모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친부의 아버지는
친부가 친모와 계속 관계를 유지한다면
경제적 지원을 끊을 것이라고 했다.
친모는 시리아에서 홀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스티브를 출산하고
바로 입양한다.
이후 스티브의 동생 모나는
베버리힐스 고등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을 보면
스티브이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렵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로
전기 작가의 호사스런 말 장난에
휘둘리면 안된다.
안될 떡잎에
돈을 쳐발라 비료를 준다고
찬란한 나무로 성장하지 않는다.
돈만 빨아 들이다가
고만고만한 나무가 된다.
고만고만한 나무가 되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값비싼 고농축 비료를 뒤집어 쓰고
썩어 죽은 경우가 허다하다.
스티브뿐만 아니라
다른 성공한 사람들의 유전자도 마찬가지이다.
저커버그 아버지는 성공한 치과의사이고
지금도 무통치료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아버지도
괴팍하다고 알려졌지만
성공한 엔지니어로 부를 일구었다.
일론머스크이 형제들도
모두 스마트한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빌게이츠의 아버지도
유능한 변호사였다.
워런 버핏의 아버지는 공화당 하원의원이다.
부잣집 아들 워런은 어릴적 부터 출발선이 달랐다.
좋은 머리를 가졌고
미래에 대한 걱정 불안 없이
십대때부터
마음껏 투자놀이를 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자녀가
평범함을 벗어나
용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확률이 극히 낮은 일에
영혼을 갈아넣는다고
자신들이 성공하지 못해 생긴
분노를 갈아넣는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않고
번돈을 갈아넣는다고
안 되는 일이 되지는 않는다.
차라리 인정하고
인생을 즐기는 것이
백번 행복한 일일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초한지며
삼국지며
십이사략이며
중국 역사와 소설을 통해
평생을 고생하더라도
결국 높은 자리 하나 꿰어 차는 것을
성공한 인생으로 보았다.
물가에서 낚시를 하며
나이 70이 되도록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늙은 아내마저 야반도주시킨
강상
그가 주나라 왕의 눈에 들고
재상의 자리까지 오르는 장면에서
도망간 아내가
무릎꿇고 다시 받아달라고 오열하는 장면에서
물그릇을 뒤엎으며
엎지러진 물은 되돌릴 수 없다를 외칠때
한국사람들은
열광한다.
그를 영웅이라 생각하고
쓰러지지 않는 불굴의 정신이라 칭찬한다.
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그의 인생을 대차 대조표에 기록해 보면
그의 인생이 건전한 자산으로 채워져 있을까
안타깝다.
할 수 있을 때 놀고 먹고 행복하자.
오르지 못할 신분의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말고
외계인이라 생각하자.
설마
내 자녀가
그런 신분에 오르리라는
상상도 하지 말자.
인생은 짧다.
주어진 대로 즐기며 살자.
요즘 세상처럼 풍족한 때가
인류 역사에 있었던가.
남과 비교하지만 않으면
먹고 마실게 넘쳐나는 시대에서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자녀들도 남과 비교만 안 하면
충분히 먹고 마시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몸을 혹사하며
미래의 행복을 꿈꾸는
중국집 사장님을 보며
밑도 끝도 없는 생각들이 이어졌다.
공부 잘 한다고
의사가 된다고
행복 보험에 든 것은 아니다.
사모님들에게 돈을 받기 전
나는 그저 찌질한 월급쟁이에 불과했다.
꿈도 희망도 없었다.
물론 큰돈을 받았다고 꿈과 희망이 생긴건 아니다.
다만, 여유롭게
게으름 피우는 행복을 눌릴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좋았다.
중국집 사장님처럼 하루 20시간 이상을 가게에 매여
짐승처럼 꾸역꾸역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좋았다.
중국집 조명이 꺼졌다.
나는 엑셀을 밟아 차를 움직이려고 했다.
그때
내 앞으로 검은차 한대가 섰다.
나는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았다.
헤드라이트를 껐다.
검은차는 신형 에쿠스였다.
한때 갖고 싶었던 차였다.
성공의 상징.
당시 분수를 아는 나는
갖기를 금방 포기했다.
할부로 산다면야 갖을 수 있었지만,
대신 생활이 불편해 질 수 있었다.
그래서 포기했다.
지은이 펌프질을 한 덕에
지금이야 렉서스라는 고급차를 타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할 수 있으면
G90을 사고 싶었다.
불과 얼마전만 해도
나는 돈을 아끼기 위해
차 없이 생활했다.
이젠
좋은걸 갖고 싶어하고
돈을 이용해
행복을 누리려고 한다.
그게 돈의 맛인가.
에쿠스에서 여자 둘이 내렸다.
실루엣 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쁜이 간호사 둘이다.
밤 일을 하고 오는 모양이었다.
간호사나 나나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간다.
돈은 안되지만
폼나는
진료를 하고
밤에는 폼은 안 나지만
돈이 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손을 흔들고
에쿠스는 미끄러져
도로로 나갔다.
두 간호사는 손을 잡고
걸어갔다.
둘이 잡은 손을 흔들며 걸었다.
그네처럼 흔들리는 손의 슬픈 느낌이
내 코 끝으로 전해졌다.
둘은 오늘 몇 건을 했을까.
변태같은 놈들에게
욕은 먹지 않았을까.
간호사 둘은 평생동안
폼나게 살 수 있을까?
대학을 못갔다고
평생 마음에
자격지심을 안고 살아가지 않을까.
미친놈.
지금 내가 남의 인생을 거정할 때가 아니다.
좋은 기회를 잡았을때 승부를 보아야한다.
물들어 올때 노를 저어
큰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나는 차의 헤드라이트를 켰다.
악셀을 밟아
차를 이동시켰다.
차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나는 다른 차들 사이로 끼어 들어갔다.
밤의 쓸쓸한 조명들이 눈부시게
내 시야를 어지럽혔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
쓰러졌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꿈속에 할아버지가 나타나지 않기를
소망하며
더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다행히
꿈속에서
할아버지를 만나지는 않았다.
창밖으로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일어나 샤워를 하고
햇반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집어 넣었다.
금세
땡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금치 된장국 파우치를
냄비에 붓고 불을 올렸다.
종가집 김치를 꺼내
햇반 위에 올렸다.
냄비에 있는 된장찌게가 끓었다.
식탁으로 가져와
햇반 한입에 김치한점을 한후
국물을 숟가락으로 뜬다.
시원한 풍미가
코끝까지 전해진다.
된장국의 짠 맛이 행복하다.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는 행위들이
기분 좋았다.
새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았다.
모든 준비를 하고
병원에 도착한 것은
7시 30분이었다.
이쁜이 간호사들이 오려면 한시간 남았다.
그녀들이 오면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좋은 분위기로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대세에 큰 영향이 없는 일로
자존심 내세우고
기싸움 같은 것은 안 하리라 마음 먹었다.
그런 좋은 마음을 먹었는데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나는 의자 깊숙이 파고들어
눈을 감았다.
"손주란 놈이 그깟 돈 얼마에 헤벌레 하고 있구나. 세상 부끄러워서 어떡하나?"
"누구세요?"
"할애비다."
"왜 또 오셨어요? 전 할아버지하고 할 이야기가 없어요. 이제 절 놓아주세요."
"그 야멸찬 성격 하곤. 네가 원하면 더 이상 네 앞에 안 나타나마."
"고마워요."
"그런건 고마운 일이 아니야. 넌 나 없으면 이미 진작에 죽었어."
"무슨 말 이에요. 할아버지라고 아무말이나 막 던지는 거에요? 듣는 사람 기분은 생각하지도 않고요?"
"네가 헬스클럽에서 그 남자에게 맞을 때 넌 내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다. 내가 그 남자의 주먹과 발을 얼마나 힘들게 막았는지 넌 모르겠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할아버지가 주먹과 발을 막다니. 그걸 저보고 믿으라는 것에요?"
"넌 점점 이상해 지고 있다. 늙은 여자들 구멍이나 핥아주고 큰 돈 받으니까 뭐라도 된거 같니? 넌 그 돈때문에 죽게 돼. 제발 정신 차려."
"한평생 암울했었늗데, 이제야 삶의 희망이 생겼어요. 그런 소리 마세요."
"안타까워서 그러잖니. 손자가 죽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데 안타까워서..."
"안타까워 하지도 말고 내 인생에 대해서 참견하지 마시라고요...!!!"
"원장님 괜찮으세요?"
언니간호사와 동생간호사가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안 좋은 꿈을 꾸셨나봐요?"
"네 그런거 같아요."
내 얼굴에서 땀이 흘러 목으로 타고 내려갔다.
의자는 등에서 나온 땀으로 젖어 있었다.
"이제 괜찮아요. 오전 진료 준비들 하세요."
"네."
간호사들은 원장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원장실을 빙빙 돌았다.
나는 데스크로 갔다.
데스크에는 동생 간호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