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소박한 식당에서 사장님과
그 말은 선생님이 보고 있지 않다면
손을 잡아도 된다는 소리로 들렸다.
어쩌면 손을 잡고싶다라는 뜻일 수도 있엇다.
"우리 나갈까요?"
"어디로요?"
"제가 급하게 오느라 밥을 못 먹었는데...찬밥에 김치라도 주실수 있을까요?"
"많이 배고프세요?"
"제가 배가 고프면 정신이 불안해 집니다. 밥을 좀 먹고 여기에 다시 오면 어떨까요?"
마침 다과상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사과조가 몇개가 뒹굴 뿐이었다.
선생님이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도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선생님이 내게 걸어왔다.
"언제 왔어요?"
"아까 와서 그림을 다 둘러봤어요."
"사람들 반응이 좋아요. 벌써 사겠다고 약정한 사람이 네명이에요."
"정말요..아주 잘 되었네요."
"내가 모델료를 줘야 되는데."
"어이구 선생님 괜찮습니다. 그러면, 제가 지금 사장님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올텐데...그 밥값좀 계산해 주세요. 그걸로 모델료 퉁 치겠습니다."
"어머 식사도 못하고 오셨어요? 어떻게....죄송해요...바쁘신데 오시라고 해서."
선생님은 사장님에게
오만원권 한장을 내밀었다.
사장님은
순순히 받았다.
사장님은 돈을 받으면
미소를 지었다.
미소가 내게 묘한 자극제가 되었다.
나는 곧 사장님과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을 했다.
내 물건이 부풀어 올랐다.
선생님이 내 물건을 쳐다 봤다.
"원장님 오늘 저녁에 우리 조촐하게 파티를 여는 건 어때요?"
"아 네 좋습니다."
"그래요. 그럼 얼른 가서 밥 드세요. 자기야 원장님 특별한 걸루다가 잘 해드려."
"네."
사장님은 또 예쁜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이 앞장서 화랑을 빠져나갔다.
나도 뒤를 따라 화랑을 나갔다.
화랑 밖 거리엔
사람들이 활기차게 걸어다녔다.
사람들은
큰길을 가득 메우고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인사동의 명물이라는 꿀타래를
사러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젊은 사장님들이
현란한 손놀림으로
꿀타래를 만들며
마이크에 대고 현란할 말솜씨를
뽑냈다.
조금 더 지나자
오십미터도 넘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건 무슨 줄이에요?"
"호떡이요."
"그게 그렇게 맛있어요?"
"글쎄요...맛있는거 같기도 하고...하여튼 유명해요...하루장사 재료를 다쓰면, 호떡사장님이 더 이상 안판대요. 그래서 이렇게 긴 줄이 생기네요."
"사장님 밥집에도 긴 줄이 늘어설 거에요."
"어휴. 아니에요...그런 거 안 좋아해요. 그냥 저 먹을 거 먹고 남는거 손님들 드리고..."
"하하..그 반대가 아니고요? 손님들 드리고 남는거 사장님이 드신다고 하시는 게 보통인데..."
"전 거짓말 못해요."
사장님이 웃었다.
웃음에 귀여움이 묻어났다.
풍만한 그녀의 가슴팍에 안기고 싶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큰길가에서 빠져 나오자
금세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조용해 졌다.
귀를 찢을 듯한 음악소리가
먼 곳에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들렸다.
한사람이 겨우 빠져 나갈 듯한 골목을
사장님과 손을 잡고 지났다.
손잡은 우리는
몇걸음을 더 걸어
사장님의 가게 앞에 섰다.
사장님이 주머니에서
찰랑거리는 열쇠를 꺼냈다.
사장님이 가게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사장님의 오똑한 콧날이 상냥해 보였다.
가게에 들어 오자 마자
사장님은 물 한잔을 내게 내밀었다.
"우선 앉아서 물 한잔 드세요."
"고맙습니다."
"제가 먹으려고 만들어 놓은 국수 있는데...면만 삶으면 되거든요...그거 우선 드실래요?"
"네 좋습니다."
사장님은 주방에서 냄비를 꺼내 국수를 삶았다.
다 삶은 국수를 찬물에 씻는 소리가 들렸다.
곧 바로 사장님은 동치미 국물 냄새가 뿌듯하게 퍼지는
국수를 내왔다.
국수위엔 노란 지단과 깨가 뿌려있고
그 아래 열무김치가 소복히 앉아 있었다.
나는 국물을 먼저 들이켰다.
동치미의 풍미가 가슴 속까지 느껴졌다.
국수를 젓가락으로 떠서
입 안에 넣었다.
밀가루 냄새가
기분 좋게 입 안에 퍼졌다.
나는 세 젓가락만에 국수를 다 먹었다.
열무김치를 입안에 넣고
우걱 우걱 씹었다.
파란 무청도 어그적 어그적 씹어 넘겼다.
국물을 들이켜
그릇의 바닥을 보았다.
"잘 먹었어요."
사장님은 자기 몫의 국수를 들고 나왔다.
"어머 벌써 다 드셨어요?"
"네..제가 젓가락질이 좀 빠른 편이에요."
"이거 더 드실래요?"
"사장님 껀데 어떻게....사장님 먹고 남으면 손님꺼라면서요."
"그건 맞는데...혼자 먹기가 좀..."
"그래요 그럼 좀 나눠 주세요."
사장님은 젓가락으로 국수를 들어
내 그릇에 옮겼다.
주방으로 들어가 더 풍성한 고명을 얹었다.
고기가루 김가루 청양고추 청양고추 그리고 깨소금.
거기에 계란지단과 열무김치가 얹어졌다.
"와...처음 먹은 거 보다 훨씬 화려하네요."
"특별 서비스에요...맛있게 드세요."
나는 사장님의 말이
나를 유혹하는 말로 들렸다.
사장님은 내게 오늘 특별 서비스를 해 줄 것이다.
나는 사장님의 특별한 육체를 맛있게 먹으면 된다.
새로 내온 국수를 두 젓가락 만에 먹어 치웠다.
사장님은 내가 눈깜작할 사이에 그릇을 비우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원장님 지금 일부러 그렇게 드시는 거죠....나 놀래킬려고..."
"원래 이렇게 빨리 먹어요...."
"맛도 안 느끼고 드세요?"
"왜요...빨리 먹어도 맛은 다 느낍니다. 맛의 조화가 아주 훌륭한 국수였어요. 별점 다섯개 드리겟습니다."
사장님은 별점 다섯개라는 말에
물개 박수를 치고
좋아했다.
그 함박 웃음에
나는 입술을 들이대고 싶었다.
하지만, 입술을 들이댈 그림은 아니었다.
사장님의 입가엔 김치국물 자국이 묻어있고,
그로 미루어 보건데
내 입술 주변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었다.
"이거 드실래요? 제가 다른 거좀 만들어 올게요. 쌀도 안치고 해야겠어요."
"네 고맙습니다."
나는 사장님의 침이 흥건이 묻은 국수그릇을
집어들었다.
국물을 마셨다.
짭조름한 맛 사이에
사장님의 침이 느껴졌다.
흥분이 되었다.
사장님은 내 감정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주방에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내가 사장님이 먹다 남은 국수그릇을 쓰다듬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리 없었다.
기름 냄새가 고소하게 피어 올랐다.
지글지글 튀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밥솥에서 김이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장님은 여전히 기름에 무언가 튀기고 있엇다.
밥솥에서 취사를 완료한다는 안내음성이 흘러나왔다.
사장님이 접시를 내왔다.
"이것 저것 튀겨봤어요."
동태전, 오징어전, 새우전, 오징어전, 고구마전, 양파전, 파전
접시 몇개에 갖가지 전이 놓였다.
"튀김만 드시면 느끼하실 거 같아서...이것도 같이 하세요."
사장님은 연태고량주를 가져와 내 앞에 놓았다.
사기로 된 잔 두개를 테이블에 놓았다.
잔이 두개.
사장님도 마시겠다는 뜻이다.
난 다시한번 사장님의 젖무덤을 그려봤다.
사장님의 뱃살을 쓰다듬고 싶었다.
사장님의 다리를 벌려
그 사이의 냄새를 맡아보고 싶었다.
오징어 전을 집어들어
간장에 찍었다.
입안에 넣었다.
바삭하게 씹히는 게
나를 행복하게 했다.
오징어를 씹을 때 마다
툭툭 튀는 느낌이 좋았다.
고량주 뚜껑을 열고
잔 두개에 따랐다.
잔 하나를 사장님 앞으로 밀었다.
사장님이 집어들고
원샷했다.
사장님의 목을 타고
내려가는 고량주를 상상해 봤다.
금세
사장님의 목이 벌겋게 변해 가고 있었다.
정육점의 붉은 빛
사창가의 붉은 빛
사장님 목에 핀 붉은 빛은 내 식욕을 자극했다.
그 예쁜 목을 안주삼아 핥고 싶었다.
그럴 수 있는 그림이 아니었다.
사장님은 여전히 똘망똘망한 눈을 뜨고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부지런히 젓가락질을 했다.
전을 들어
내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튀김이 아주 바삭바삭해요...사장님 손은 백만불짜리 손....인가봐요."
나는 조승우 흉내를 내며 무리수를 두었다,
"사장님 손은....."
내가 다시 둔 무리수에 침묵이 흘렀다.
"백만불 짜리 손.."
사장님이 벌건 얼굴은 손으로 가리며
내 무리수에 화답해 주었다.
나는 과장해서 크게 웃었다.
사장님도 웃었다.
이제 거진 다 되었다.
주방 안에 있는 방으로 사장님을 몰아 가면 된다.
나는 사장님 잔에 고량주를 또 따랐다.
내 잔도 채웠다.
잔을 들었다.
사장님도 들었다.
내가 잔을 부딪치고
원샷을 하자
사장님도 따라 원샷했다.
그림이 완성되어 갔다.
사장님은 얼굴이 시뻘게 지기 시작했다.
목에는 핏줄마저 드러났다.
나는 부지런히
전을 집어 먹었다.
에너지를 비축한다는 생각을 했다.
풍만한 사장님의 다리 사이를 점령하려면
약의 힘이 필요할 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 팔이 부러지던 날
나는 파란 약을 시험해 보았다.
그날
약을 먹지 않아도 큰 내 물건이
1.5배가 되는 기적이 있어났다.
나는 사장님을 까무러치게 하고 싶었다.
"사장님 여기 약국이 어디 있어요?"
"좁은 골목 벗어나자 마자 있어요. 어디 불편하세요? 소화가 안 되세요?"
"아니에요. 금방 올게요."
나는 식당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좁은 골목을 지나 약국이 보였다.
약국문을 열자
대머리에 나이아 80은 넘어 보이는 약사가
조제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선생님 혹시 비아그라 한 알만 얻을 수 없겠습니까?"
"한박스에 2만5천원"
다행히 약사는 처방전을 요구하지 않았다.
의약분업 체제에 대한 반항인지
처방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깜빡한 것인지
하여튼 내게는 좋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