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설마 선생님들이
"저기 있는 발효홍삼 진액 한박스에 얼마에요?"
"한박스 2만원."
약사의 말이 무척 짧았지만 상관 없었다.
나는 오만원을 내고
오천원을 거슬러 받았다.
"안녕히 계세요."
약사는 내 인사에 대구도 하지 않았다.
상관 없었다.
오늘 내게 고마운 약사였다.
나는 약국을 나와
비아그라 반알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삼십분 정도
지나면 효과가 생길 것이다.
가뿐한 발걸음으로 다시 식당에 들어왔다.
나는 홍삼진액박스를 사장님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에요?"
사장님의 얼굴과 목은 더더욱 빨게져 있었다.
"가게에 빈손으로 와서 마음이 좀 안 좋았습니다."
"안그러셔도 되는데..."
"육년근 홍삼으로 만든 제품이랍니다. 사포닌의 함량이 높아...기력회복에 좋다고..."
"정말이에요 원장님? 원장님은 의사시니까 그렇게 말하면 전 그대로 믿어요."
"그럼요...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사실은 나도 그게 사실인지 안닌지 몰랐다.
그냥 그림상 내가 과학적 증거가 어쩌내 저쩌내 할
타이밍이 아니었다.
"지금 한병 먹어 볼까요?"
"네 그러셔도 됩니다."
나는 상자에서 병을 꺼내 뚜꺼을 열었다.
사장님에게 건넸다.
홍삼과 알콜을 함께 먹으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아는 바가 없었다.
다만, 인삼을 술에 담궈 인삼주를 만들어 먹은지 수백년을 흘렀을 것이다.
다들 좋다고 하지 부작용에 대해 말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삼계탕 집에서도 아무런 안내 없이 인삼주를 내 준다.
"주욱 들이켜 보세요...에너지가 솟아나는 걸 느끼실 겁니다."
나는 두 팔을 뻗어 에너지 뿜뿜하는 율동을 했다.
사장님은 내 재롱을 보며
드링크병을 한번에 비웠다.
사실 나는 그 효능에 대해 회의적인 편이었다.
드링크제의 대부분은 설탕물.
홍삼의 효험이 있기 전에
설탕이 먼저 우리 몸에 작용하다.
피로를 잊게 하고 에너지를 온 몸에 공급한다.
당연히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홍삼도 어떤식으로든 효능이 있긴 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사장님은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몸에 힘이 넘치는 것 같아요.
사장님이 양팔을 들어 뽀빠이 흉내를 냈다.
나는 손을 뻗어
사장님의 알통을 만져봤다.
정말 알통이 있었다.
여자답지 않게 꽤 굵었다.
"사장님 운동하셨어요?"
"어릴때 좀 했죠."
"무슨 운동 하셨는데요?"
"저 유도 선수였어요?"
"네?"
"오래 한건 아니고...고등학교 올라가선 그만 두었어요."
"언제 시작하셨는데요?"
"동네 체육관은 초등학교 4학년인가 부터 다녔고...제가 거기에 재능이 있는 줄 알고 중학교를 체육중학교에 갔거든요."
"아아 그럼 삼년간 유도 하신거에요?"
"네...뭐 재미 있었어요. 몸쓰는 일이."
"유도가 엄청 힘든 운동이라던데..."
"네 맞아요...숨이 턱까지 차도...더 힘을 내야 돼요...많이 힘들었죠...그래도 보람이 있었으면...더 했을텐데...제가 재능이 없는 건지 잘 안 되더라고요...그래서 체고에 갔다가 인문계로 전학했어요."
"전학해서 많이 힘들었겠네요...전학 했을때 텃세같은 거는 없었어요?"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외모가 좀 예쁘잖아요...새로간 학교에서 노는 애들이 바로 나를 찾아 왔어요.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서 기선제압 하려고 하더라고요...내가 알았으니까 날 조용히 내버려두라고 했죠...딱 한번만 참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한번은 참았는데....하참 기가 막혀서...그 짱인듯한 애가 내 뺨을 때리 더라구요..."
"어이쿠...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어떻게 하긴요...일어나서 그앨 잡아 던졌죠. 한 십미터쯤 날아가더라고요. 아무리 논다하는 애들도 운동한 애들한텐 안돼요...업어치기하는데...깃털처럼 가볍더라고요. 짱이 저 멀리 날아가 바닥에 얼굴을 박으니까...상황 종료 되었어요...다음부터 복도에서 봐도 걔들이 나를 피하더라고요."
나는 사장님의 영웅담이 흥미진진했다.
"그 뒤로 아무도 사장님을 안 괴롭혔나요?"
"애들은 더 이상 날 괴롭히지 않았어요. 전학한 학교가 인문계였는데 거기에도 유도부하고 태권도부가 있었어요. 그런데 원래 운동하는 애들은 일반 애들한테 시비 안 걸거든요. 보통 일반 애들이랑 시비가 붙는다든지 하면 운동부 애들은 감독선생님한테 줄초상 나요. 그러니까 운동부가 아닌이상 저랑 힘에서 상대할 애가 없었죠."
"그럼 학교생활이 순탄 했겠네요."
"근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았어요. 내가 체고에서 전학 왔다는 소리를 듣고 유도부 감독선생님이 저를 부르시는 거에요. 그래서 체육관에 내려갔죠...그랬더니...몸풀기 시키더니 제가 몸을 다 풀었다니까....굳히기를 해 보자고 하시더라고요...뭐 나름 저는 굳히기가 강했는데...그게 남자하고 여자하고는 근력 차이가 워낙 많이 나서 상대가 안되요. 당연히 감독님이 날 가지고 놀았죠...그렇게 한참 땀 흘리고 감독님이 바로 누르기라고 상대방 위에 엎드려서 다리에 빗장을 걸고 누운 상대를 못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 있거든요."
"네 저도 그 기술 알아요."
"그걸 걸더니 제 두팔을 손으로 잡고 제게 뽀뽀를 하는 거에요."
"전 꼼짝달싹 못하고 그대로 있었죠.
"그래서요?"
"감독님이 입술을 제 입술에 붙이고...혀를 밀어 넣더라고요...전 어쩔수 없이 입을 벌렸고...감독님이 한참을 제 입안에 혀를 넣고 돌리더라고요...그때 감독님의 아래쪽이 단단해 지는 게 느껴졌어요... 아 이게 금방 끝나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그 감독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했나요?"
"결국 도복 사이에 손을 넣어서 제 가슴을 주물렀어요...젖꼭지를 입으로 빨고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 갔어요..."
"그 다음 단계라면..."
"네 그거요. 내 바지를 벗기고 감독님 자기고 바지를 벗더니 내 다리를 벌리고 감독님의 성기를 내 몸속에 넣고 미친듯이 엉덩이를 움직였어요. 그때 그 감독님의 흰자위만 남은 눈. 지금 생각해도 섬뜩해요."
"성폭력으로 신고하지 않으셨어요?"
"귀찮게 뭐하러 해요? 체육계에서는 흔한 일이에요. 남녀 사이에 운동하다 보면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전 체육중학교 다닐때 일학년부터 기숙사에서 항상 대기조였어요."
"대기조가 뭐에요?"
"기숙사 취침시간이 되면...남자 선배들이 저희를 불러요 자기 침대로...그러면 거기에 가야 했어요."
"그게 진짜에요? 중학교 1학년이?"
"다른 학교는 모르겠는데..아마 대부분 체육중학교에선 그럴 거에요. 선배를 하늘 처럼 생각하는 문화라...선배가 시키면 안 할 수 없죠. 취침시간 시작과 동시에 불려가서 그 방에 있는 선배들한테 다리 벌려주는게 일이었죠...처음엔 피도 나고 아팠는데 그 다음 부터는 할 만 했어요...남자 선배들이 잘 챙겨주고...학교 생활도 편하고."
"아아...그렇구나...그게 원래 체육계 문화라고요?"
"지금은 모르겠는데 제가 다닐땐 그랬어요. 지금도 그럴라나? 강제적은 아니더라도 기숙사에 살면 많이 그러지 않을까요. 기숙사 안에 갇혀서 힘을 주체 할 수 없는 아이들이 할 게 뭐 있겠어요."
"그래서 감독한테 그 후로도 당하셨어요?"
"뭐 그렇죠...어찌보면 당한거고...제가 너무 얼빵해서...그런거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요....그 감독도 제가 체중 체고 다니다 왔다니까 실정을 알았겠죠...감독님이 가끔 저 불러서 밥사주고 밥먹은 다음에 그거하고, 가끔 불러서 용돈주고 돈 준다음에 그거하고 그랬어요."
"와 진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네요."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의미를 크게 부여하면 큰 일이 되고 수치스러운거고. 그냥 그러려니 하면 그대로 아무 문제 없는 거죠. 근데 감독이 위에 잘 보이고 싶었던지 하루는 교감선생님이랑 같이 저를 봤어요. 그 감독님 숙소에서...저야 뭐 감독님이 불렀으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갔죠. 그런데 감독님이 교감선생님 있는데 그 앞에서 옷을 벗으라고 하더라고요."
"네? 진짜요? 아 정말 너무하네. 그래서요?"
"그래서 교감선생님 앞에서 옷을 벗었죠...교감 선생님도 옷을 벗고....그리고 전 감독님 침대 위로 올라갔어요...감독님이 제게 키스하면서 얼굴을 가린 사이에...교감선생님이 제 다리를 들고 밑으로 들어 오셨어요. 나이도 있으신데 교감선생님 몸이 돌덩어리 같더라고요. 근육이 쫙쫙 갈라지면서 어찌나 대차게 파고드는지 그날 이후로 삼일 동안 몸살 났어요...아마 교감선생님은 작정하고 오셨던것 같아요. 한 삼십분을 그렇게 하고 감독님 방을 나갔어요."
"하...어떻게 교감이 그럴 수 있죠?"
"그게 그 감독님하고 교감선생님하고 운동도 같이 하고, 학교 선후배 관계에요...교장 선생님도 체육쪽 전공이셨어요."
"아무리 그래도...어린 제자를..."
"돌려 먹냐고요? 원래 그래요 이쪽 체육쪽 사람들은 체력이 보통사람보다 훨씬 좋잖아요...한번에 여자 여러명이랑 하기도 하고....한 여자를 여러 남자가 하기도 하고...크게 거부감을 안 느껴요...그러니까 교감선생님이 그 방에서 나가고...바로 감독님이 제 위로 올라왔어요...뭐 하도 많이 해서 감흥도 없었지요."
"혹시 교장 선생님도 봤어요?"
"어떻게 아셨어요? 교장선생님도 만만치 않았어요. "
"무슨 뜻이에요?"
"하루는 교장실로 불려 갔어요. 거기엔 감독님 교감선생님이 교장선생님하고 같이 있었어요."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