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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5화 〉선생님은 유부녀였다 : 현타? (115/189)



〈 115화 〉선생님은 유부녀였다 : 현타?

선생님과 나 사이에

후끈한 열기가 뿜어 나왔다.

내 가슴팍에서 땀이 나와


선생님의 가슴에 떨어졌다.


선생님은  등을 토닥였다.

"자기는 나한테 너무 소중한 사람이야. 내가 한참 우울해서 어쩔줄 몰랐는데...그걸 이렇게 씻은 듯이 치료해 주네..."


"선생님도 내게 소중해요...시험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그걸 이렇게 없애주네요."




"이 따라쟁이."


"이 매력쟁이."



선생님은 엄지와 검지로 내 코를 비틀었다.

"자기 코가 이렇게 크니까 거기도 그렇게 크구나...근데 자기는 이제 곧 의사잖아...그거 과학적으로 맞는 말이야 아님 그냥 사람들이 하는 소리야?"

"선생님은 별걸 다 물어보네요....인제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나봐요?"

"뭐 안 부끄러운건 아닌데....갑자기 궁금해서...자기꺼 좀 무서울정도로 커서...근데 자기는 코도 크잖아..."

"이비인후과 교수님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말로 해 주셨는데요...코하고 물건 크기하고는 상관 없대요..."


"그럼 다른 게 상관이 있나?"


"발생학이라는 학문이 있어요...사람이나 동물이나...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다음에 어떻게 자라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그 발생학적으로 보면...손가락이 자라는 속도와 남자의 성기가 자라는 속도가 비슷하데요."

"그럼 손가락 긴 사람이 거기도 긴거야...?"

"대충 그래요...어떤 논문에는 둘째 손가락 즉 검지 길이가 짧을 수록, 네번째 손가락 즉 약지가 길 수록 성기가 더 크다는 주장도 있어요. 통계를 내서 공식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그럼 자기는 손가락이..."

선생님은 내 오른 손을 가져가 유심히 살폈다.

"정말 네번째는 엄청길고...두번째는 엄청 짧은데...맞나보다...신기해"



선생님은 내게 바짝 붙었다.

나는 선생님을  안았다.


"똑똑한 자기랑 있으니까 좋다."

"예쁘고 착한 선생님이랑 같이 있으니까 좋아요."


"치...나 안착해...착각하지마..."

"내가 관상볼  알거든요..."

"진짜?"


"그럼요..."

"내 관상이 어떤데?"


"음....가만 있자..."

나는 선생님의 턱을 잡고


요리 조리

얼굴을 돌려 보았다.


"선생님은 말년에 재물운이 있고...특히 남자를...이런 관상에 남자가 많은데요?"

"그래? 남자가 많아?"

"왜요...? 제가 틀렸어요?"


"......"


"괜히 얘기 했나?"

선생님은 한동안 천정을 보고 침묵했다.


나는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내가 한 말들을 복기해 보았다.


특별한 실수는 없었다.



"우리 인제 갈까?"

"지금 가고 싶으세요?"


"응 지금 나가봐야   같아."

"네."




나는 일어나 방과 욕실에 늘어놓은 향초를


모두 상자에 담았다.

선생님에게  선물도 다 정리해서

선생님이 들고 가기 좋게


만들었다.



내가 부지런히 움직이는 동안


선생님은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었다.


천천히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이상했다.


지금까지와 다른 분위기였다.


선생님은 뭔가 깊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힐끔 힐끔


선생님을 쳐다봤다.




내가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선생님은 깊은 한숨을  쉬고


창밖을 바라봤다.



챙길 것을 모두 챙겼다.

"이건 선물 담은 거에요...이건 선생님이 들어주세요."

"응 알았어 고마워."


"이 향초도 가지세요...쓸 모 있을 거 같아요."


"그래 고마워."



우리는 객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를 내려


내 차에 올라탈 때 까지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를 몰아

우리가 아침에 처음 만났던

주차장에 도착 할때까지도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선생님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웠을 때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오늘 너무 고마웠어. 나 정말 감동 받았어."

"저도요."




"그런데...나  말이 있는데..."


"뭔데요."

"내가 자기한테 이런 걸 받을 자격이 없는 거 같아."

"무슨 소리에요. 선생님은 자격이 차고도 넘쳐요."


"아니야 전혀. 절대 아니야.. 내가  안한 거 있어...미안해.."


"......"

 등을 따라 싸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조폭두목의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





"실은..."

"말씀해보세요. 전 괜찮아요..."


"실은 나 유부녀야..."

"아...그랬군요."

"미안해...말 안해서..."

"지금 남편분이랑 같이 계세요?"


"아니 남편은 프로농구 감독이야."

"아 그렇군요."


"집에 거의 없어...그리고 지금은 내가 학교 옆에서 아들이랑 살고 있어...남편은 한번도 와 본적이 없어...결혼하고 남편 얼굴 안본날이 훨씬 많아...이혼도 생각해 보고 있어..."


"아...이해해요...선생님...너무 미안해 하지 마세요."


"미리 말 안해서 정말 미안해."

"선생님이 유부녀건 아니건....제게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사랑이었어요...고마워요."

"이제 나는 아들 데리러 유치원에 가야돼."

"네 알겠어요."

"혹시..."

"혹시 뭐요?"


"오늘 우리 아들 만나보지 않을래? 자기같은 사람이 우리 아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면 좋을 것 같은데."


유부녀와 떡을 치는 본보기 말인가.


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녀의 아들이 궁금했다.


"그래요. 같이 가요."


"내가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는 선생님이라고 소개할게 아들앞에서 그런척 해줘."

"네 알았어요."


나는 선생님에게  선물을


선생님의 차에 옮겼다.

선생님은 앞장 서서


운전했다.


나는 선생님의 차를 놓치지 않고

바짝 붙어 따라갔다.




선생님이 대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대학교 안에 주차를 하고


우리는 선생님의 아들이 있는 유치원까지


함께 걸었다.

나는 내가 초등학교 교사라고


최면을 걸었다.

내가 겪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특징을 떠올리며 행동했다.


"자기야 너무 인위적으로 그럴 필요 없어...부자연스러워..."


"네 알았어요."



유치원에 갔을때


아들은 어두운 곳에서


홀로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마음이 짠했다.


어릴적 나는 엄마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엄마를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래도 선생님의 아들은 기다릴 엄마가 있었다.




"아들 우리 엄마 친구 선생님하고 같이 저녁 먹을까?"

"좋아요."

아들은 내게 와서 안겼다.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엄마와 같이 있는


낯선 남자에게 안기다니...



어쩔수 없이 나는 착한 아저씨 모드로 전환했다.



아들을 높이 들어 하늘로 던졌다.

떨어지는 아들을 받았다.




아들은 비명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나는 아들과 손을 잡았고


아들은 엄마와 손을 잡았다.

셋이 나란히 걸었다.




"엄마랑 아저씨랑 결혼해요?"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들의 입에서 아빠란 말은 안 나오고

결혼이라는 단어가 나왔을까

선생님의 결혼생활이 평탄치 않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엇다.


우리는 돈까스 집에 들어갔다.


아들은 돈까스 일인분을 살뜰이 먹어치웠다.

더있으면  먹을 기세였다.

나는 원래 밥을 빨리 먹는다.

내게는 아들에게 줄 돈까스가 남아있지 않았다.




선생님도 그릇을 이미 비웠다.




"아드님이  먹는데 더 시킬까요?"


"물어볼게요."


"아들, 더 먹을래?"


"아니야. 너무 많이 먹으면 살찌고 건강에 안 좋아...더 먹고 싶지만 참을게."



아들은 나이답지 않게

조숙했다.

나는 그 아들의 조숙함이

서글펐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대학교 근처를 산책했다.

학교 이곳 저곳을 걷다가


운동기구들을 발견하고


아들과 같이 뛰어갔다.




약수터에서 보던

철제 운동기구들은

삐걱 삐걱 소리를 냈다.



우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끝에서 끝까지 모든 운동기구들을

이용해 운동을 했다.




마지막으로 윗몸일으키기 벤치가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 윗몸일으키기 삼십개를 하는지

시합을 했다.

아들은 기를 쓰고

윗몸을 일으켰다.




나는 당연히 아들의 속도에

보조를 맞추었다.

아들이 간발의 차로 이겼다.



아들은 펄쩍펄쩍 뛰며

하늘 높이 치솟았다.

"엄마 내가 아저씨 이겼어...."

"잘했어. 우리 아들 최고."


아들은 최고가 되어 운동기구 주변을


뛰고 또 뛰었다.

선생님과 내가 서 있는 곳에


돌아 왔을 때는


얼굴에서 땀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우리 아들 집에 가서 씻어야겠다."



선생님은 집으로 향했다.


오래된 아파트 일층에 선생님과 아들의 집이 있었다.

"우리  저기에요....일층 5호"


선생님은  내게 집을 알려 주었을까.




"전 그럼 그만 가볼게요."


"네."


"아저씨 우리집에 놀러와요. 집에 가서 같이 놀아요."

"응. 나중에..."


"나는 지금이 좋은데..."

"미안. 아저씨가 공부하러 가야돼."

"그럼 공부 다하고 놀러 와요."

"알았어. 그럴게."

나는 거기서  모자와 헤어졌다.

차를 세운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어떡할 지 생각했다.


나는 선생님을 그냥 보내기 아쉬웠다.



나는 대학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학생들이 가득했다.

다행히 구석에 빈자리가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


이비인후과학 책을 꺼냈다.



나는 바로


공부모드로 전환했다.




프린트물과 대조해가며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 넣었다.



시험성적은

얼마나


몰입해서

공부하는가에 달려있다.


책상위에

하루 스무시간을 앉아 있어도

몰입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차라리 실컷 잠을 자든 놀든


하루 두세시간 깊이 몰입하는 것이


시험에  좋게 반영된다.



방대한 양의 시험을 볼때는

장기 기억력이 필요한데


좋은 컨디션에서


집중된 강한 자극을 주는것이


효과적이다.

건성으로 백번 책을 봐도 소용없다.

한번 제대로 책을 정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나는 그렇게

세시간 동안


세상이 멈춘 기분으로

 자리에 꼼작않고

이비인후과 교과서를


일독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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