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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8화 〉부끄러움이 뭐야? 여자 선생님이면 부끄러워 해야하나? (118/189)



〈 118화 〉부끄러움이 뭐야? 여자 선생님이면 부끄러워 해야하나?

"자기는 나한곤 인사 안 하냐? 오랜 만에 보는데....오랜 만에 실망이네..."

"아 미안...  지냈어?"


"엎드려  받아야지....네 잘 지냈어요...원장님도 잘 지내셨어요?"


지은의 경망스런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나는 엑셀을 밟고

차를 움직였다.


"어디로 모실까요?"


"교외로 가서 숯불갈비가 먹고 싶으시단다."



지은이 그녀를 대변해 주었다.


나는 과천 가는 길가에서  숯불갈비집을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차를 그 쪽으로 몰았다.



"자기야 그래서 지금 어때? 홀가분해?"


"음 그렇지 뭐."


"나도 이참에 확 애기아빠를 처분해 버려....아휴 가끔이라도 보기만 해도 소르끼쳐."


"처분해..아주 홀가분해...양육비 받고...재산분할 하고..잘 하면 위자료도 받을 수 있어...내가 그 변호사 소개 해줘?"

"너 그 변호사랑 잤다며..."

"왜 그게 문제 있어? 그럼 안돼나?"

"아니 부러워서 물어보는거야..."


"언니 부러우면 지는 거다...세상 살이 한 순간이야...왜 그지처럼 살아가니?"

"자기가 부럽다."



이 분위기 속에


나는 뭐하는 놈인가

자괴감이 들었다.




 선생님이라는 여자는

내가 제일 증오하는 타입의 여자였다.




남편의 등골을 빼 먹고


호위호식 하는 년.




하지만,

지은의 체면도 있어서

나는 아무 티를 내지 않았다.



"원장님은 왜 결혼 안 하세요?"

"아직 상대를 못찾은 겁니다."

"혹시 몸에 하자 있는  아니죠?"

"얘는 원장님 완전 머신이야....응응 머신."


"어머...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걸  뭐 해봐야 아니...떡 보면 바로 떡맛 상상이 안 가니?"

"떡은 도대체 뭐야 언니?"

"아니 원장님 다리며 팔이며 얼마나 크고 단단한지 아니...발도 크고 코도 크고..."

"하하하 오오~~ 원장님 기대돼요..."

"아...네..."




도대체 뭐가 기대 된다는 건지

나는 전혀 기대 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패션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싸보이는 갈색 모직숄이며

체크무늬  스커트

하늘색 털 모자

그냥 싫었다.


나는 어떻게 이 상황에서


벗어날까 궁리했다.



차를 세우고


두분 내려주세요

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하다간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숯불갈비 값을 덤탱이  수도 있었다.


결단을 잘 내리지 못하는


결단장애자



그게 내 모습이었다.



"과천으로 가는길이 이런 방법도 있었네요...항상 다른 길로 갔는데..호호호"


그 선생님이 울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내 마음이 울렁거렸다.

그래도 매너있게 선생님에게 되물어주었다.


"아 선생님도 과천에 자주 다니시나봐요?"

"네...과천 좋죠. 조용하고 깨끗하고. 고기 먹으러 가끔 왔었어요"

"네."

나는 짧게 대답하고

더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았다.

숯불 갈비 집 앞에 섰다.



"여기에요?"


"한 번 먹어 봤는 데 맛있더라고요."



그 선생님은 적극적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내가 맛집이라고 소개를 하긴 했는데


주차장이 한산했다.



멋적었다.




우리는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지은과 선생님이 옆에 같이 앉고

나는 지은 앞에 앉았다.



식당 안에는 기름 냄새가


구석구석 배어 있었다.


"저희 숯불 돼지 갈비 4인분 주세요."



나는 혹시라도

그 선생님이라는 여자가

소갈비를 시킬까봐 선수쳤다.



소갈비와 돼지갈비는 가격면에서 두배 차이가 났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직원이 와서

밑반찬을 깔아 주었다.



깻잎김치와 마늘짱아치 배추김치 간장게장등이 보였다.



나는 깻잎 한장을 젓가락으로 벗겨

입 안에 넣었다.


깻잎의 향이 입 안에 퍼졌다.

"원장님은 깻잎 좋아하세요?"


"네...그 향이 참 좋습니다."



나이든 남자 직원이 손에 두꺼운 장갑을 끼고


숯불을 넣어 줬다.



열기가 얼굴에 느껴졌다.

숯불을 넣자 마자


금방 양념된 돼지 갈비가 나왔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직원이

갈비를 석쇠위에 올리고

한참을 뒤집어 주었다.

그녀는 탄 부위를 가위로 잘라내고

고기들을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랐다.

"이제 드시면 됩니다."


얼굴도 예쁘고

 하는 손놀림이 기특해서


팁을 주고 싶었지만

괜히 두 여자의 눈치가 보였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손을 뺐다.



"냄새가 좋은데 드시죠."



여자 둘은 젓가락질을 부지런히 하며

무쌈을 싸먹었다.

"마실거 좀 드실래요?"

"네 맥주 마실게요."

선생님이라는 여자가 당당하게


맥주를 사달라고 했다.



"여기 맥주 두병 주세요."



참해 보이는 그 여자 알바생이


맥주 두병과

 세개를 가져왔다.



나는 숟가락으로 맥주 병을 땄다.

맥주를 잔에 부어


두 여자앞에 놓았다.



 여자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맥주 잔을 들이켰다.


"캬~~~ 좋다."



선생님이란 여자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고

싸구려같은 소리를 냈다.




나는 묵묵히 깻잎에 고기를 싸서 먹고 있었다.

선생님이라는 여자를 어떻게 할 지 결정 내리지 못했다.






내 앞에 앉은 두 여자는 꾸역꾸역


고기를 입속에 밀어넣고 있었다.



맥주가 네병이 되었다가

여섯병이 되었다.



고기를 다 먹었을땐


맥주가 여덟병이 되었다.

두 여자는 번갈아 화장실을 들락 날락했다.


얼굴이 벌겋게 변해 있었다.


고기를 다 먹고

두 여자는 냉면을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된장찌개에

밥을 두개 시켜 먹었다.



선생이란 여자는 냉면을 먹으면서

내 되장찌개에 숟가락을 넣었다.



그 뒤로 나는 찌개를 먹지 않았다.

"나 이제 배가 불러서 꼼짝도 못하겠어요....원장님 저좀 업어주세요."


선생이란 여자가 내게 어이 없는 말을 했다.


나는 대구도 하지 않고

계산대에 가서


카드를 내밀었다.




그 여자는 스스로 걸어 나갔다.


지은도 비틀 거리면서 나갔다.

"아 기분좋다 자기야. 잘 먹었어."


내가 밖으로 나갔을땐


여자 둘이 차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참 없어 보였다.


나는 차 문을 열었다.

여자 둘이 뒷좌석에 올라 앉았다.




"이차로 우리집에 갈래요 원장님?"


"댁이 어디신데요?"

"개포동이에요."



"아 너 전남편한테 받았다는 그 아파트...거기에 살아?"


"응...뭐 좀 낡았는데...살만해."

"거기 엄청 비싸다던데  25억인가 한다고 하던데...맞아?"


"매물이 없지....이제 곧 재개발 조합 결성했고...금방 새 아파트 될거야."



그녀는 자기가 부자라는  강조하고 싶었던지

목에 힘주어 재개발을 설명했다.



나는 차를 몰아 개포동으로 갔다.

우리는 그녀를 따라

오층짜리 허름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고물 아파트가

25억이라니....



집 안도 소박했다.


테이블도 낡았고

냉장고 선풍기등은

마치 80년대에서 90년대 사이에 멈춰 있는 것 같았다.


"검소하시네요."

"네 절약 해야죠."

그녀는 커피물을 올리고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냈다.




"자기야 과일 깍는거 좀 도와줄까?"


"아니야 언니...그냥 거기 테이블에 앉아 있어."

테이블이 작아

지은과 나는 어깨를 부딪혔다.



그녀는 과일접시를 테이블에 내려 놓았다.


"어머 내 정신좀 봐...삘래를 세탁기에 넣어 놓고는..."

그녀는 베란다로 나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냈다.

탈탈 터는 소리가 들렸다.

베란다에 걸려 있는 빨래 대에


울긋 불긋 한 속옷들이 걸렸다.



그녀는 다시 주방으로 와서 손을 씻고


커피를 탔다.



커피향이 강하게 퍼졌다.

"설탕은 어떻게 할까요 원장님? 한 세스푼 넣어주세요."


"그렇게 달게 드셔도 되요? 건강에 안 좋지 않나?"




"얘는 의사선생님이니까 알아서 건강 챙길텐데...네가 벌써 마누라라도 된거 마냥 참견질이야..."

문맥상

선생이란 여자는

나와 결혼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듯 했다.



벌써 마누라라도 된거 마냥.....



헛다리 짚었다.

나는 절대 결혼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결혼이란 제도는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

내게 손해뿐인 제도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녀를 골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혼빙간

내가 중고등학생일때

선데이 서울에서 자주 보던 단어였다.



혼인을 빙자해서 간음을 한 죄



일종의 사기죄였다.



여자의 몸을 범하는 것은

경제적 편익을 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겨졌고



그 경제적 편익을 위해


결혼약속을 하고 나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약속 어음을 부도내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봤다.



지금은

혼빙간이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무시한 법조항이라 하여

위헌판결을 받고


사라진 옛 유물이다.

현실적으로

간통죄와 더불어


여자들이 자기를 방어할 수 있는 법이었으나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여자들이

쓰임새가 쏠쏠했던 무기를 잃어버린 샘이다.




나는 그녀를 골려주고 싶었다.




"아니에요...저도 누군가 절 챙겨주면 좋겠어요...요즘 들어 부쩍 쓸쓸해요."



그녀가 나를 쳐다봤다.



"원장님은 어떤 여자가 좋으세요?"


"선생님처럼 쾌활하고 적극적인 분이 좋아요. 선생님의 패션 센스도 저하고  통하는 거 같아요."

"어쩜....원장님 저 놀리시는 거죠?"

"아니에요...있는 그대로 말 하는거에요...근데 아시나 모르겠는데....제가 좀 심하게..."

"심하게 뭐요?"

"심하게 섹스를 좋아해요."

"어머...뭐래...원장님!"



"어이구야...둘이 아주 지랄을 한다.  저쪽 방 가서 잠좀 잘게...피곤하다...둘이 계속 지랄해라...더이상  들어 주겠다."




지은은 작은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원장님 섹스 잘해요?"


"글쎄요..어떤게 잘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오래는 해요....크기도 크고..."


그녀는 얼굴에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원장님은 결혼하면 아이는 갖고 싶으세요?"


"결혼하는 상대가 선생님처럼 미인이면 아마도 갖고 싶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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