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6화 〉어이없는 여자 (126/189)



〈 126화 〉어이없는 여자

 원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냥한 이미지를 유지한다.

그의 강점중 강점이다.



"아니야. 나도 피곤해서 금방 잘거야."

"오늘은 어떠셨어요?"

"음 좋았어...오늘 오백 받았어...백오십 이체 할게..."


"네 감사합니다. 근데 백만 주세요...라이드도 못해드렸는데..."

"아 그리고...사모님이 딸 과외 해달라고 해서 그런다고 했어...괜찮지..."

"그야 뭐 형님 하시고 싶으면 하는 거죠....다른 특별한 일은 없었고요?"


"그 집에서 수영하다가 나 죽을 뻔 했어...사모님이 구해 주셨네...챙피하게..."

"어이구...많이 놀라셨겠어요...저런...지금은 괜챃으세요?"

"응 괜찮아..."

"그럼 쉬세요...내일 또 연락드릴게요."

"그래.."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때  앞에 '24시 손짜장'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새로생긴 가게인듯

간판이 깨끗하고 눈부셨다.

가게 유리도 깨끗했다.

안에 손님이 없어 걱정되었지만

열두시가 거의  된 지금


손님이 없는 건


큰 흠이 아닐  했다.


신장개업 축하 화환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문을 열었다.


가게 안에 손님을 맞이하는 소리 대신


음악소리가 들렸다.




나는 테이블에 앉았다.


[물은 셀프]

벽에 붙은 안내문대로

나는 물통앞에서

스테인레스 컵을 들어


물을 받았다.



그 옆에 안내문이 또 있었다.



[단무지 셀프]

나는 물컵을 옆에 내려 놓고


작은 그릇을 들어

단무지 열다섯개 정도를

그 위에 올렸다.

나는 물컵과

단무지를 들고


테이블로 돌아왔다.

가게 안에 불이 훤하게 켜져 있는데

아직도 아무도 나를 반기지 않았다.


나는 단무지를 우거우걱 씹으며


누군가 나를 케어해 주길 기다렸다.


그때 어디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서

음악 사이를 뚫고

여자의 앙칼진 신음 소리가 들렸다.


"아하악... 아아아아... 아하학...아아아"


여자는 점점 목소리를 높여 울부짖었다.




"으으으 쓰으읍...으으으 스읍.."


남자의 애 쓰는 소리도 들렸다.


번지수를 잘못 찾았나...

나는 고민했다.


여기서 내가 인기척이라도 내면


그들은 하던일을 멈출 것이고

그 스트레스와 민망함을

주방장은


짜장소스에 캭 퇴~~ 가래침을 뱉음으로

내게 응징할 수 있겠다는


상상을 했다.

선택을 해야 했다.

조용히 기다리든지

조용히 나가든지


나는 그들의 거사에 숨죽이고


기다리기로 했다.



여자의 신음소리는 점점 높아갔다.



"아아아...나 어떡해...아아아 미칠 것 같아...더 세게 박아줘"



그녀는 숨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남자에게 더 달리가고 채찍질을 했다.


"으흐으 흐읍...누나 내가 어려도 좆도 크고...창식이 형보다 낫지..."



창식이 형은 아마 여자의 남편이나 애인쯤 될것 같았다.




"아아아...아아아...더 세게....아아아..."

"어욱 어후 어훅"



여자의 신음소리가 높아가면서

남자의 숨소리도 한층  급해졌다.

이젠 쿵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살 부딪치는 소리까지 들렸다.



"아항 아항 아항..."


여자의 신음소리와 같은 리듬으로


퍽퍽 퍽퍽퍽퍽

하는 소리가 울렸다.


거의 막바지에 이른 느낌이 들었다.

여자는 거의 목놓아 울다시피 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빠르게 반복되던 살부딪치는 소리가 그쳤다.


여자의 신음소리도 사라졌다.



음악만 조용히 흘렀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진 않았다.



드디어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물 뜨는 곳으로 갔다.


물을 받으며 시간을 끌었다.




금방 온 것처럼 연기할 심산이었다.

"어서오세요."



여자가 내 뒤통수에 대고


인사했다.


목소리가 맑고 깨끗했다.

나는 뒤로 돌아 인사했다.


오호...



여자가 미인이다.


그냥 미인도 아니고

김완선처럼 눈매와 콧날이


나를 몽롱하게 만들정도로 미인이었다.




살짝 덮은 가디건을


뚫고나올듯

가슴엔 풍선을 올려 놓은  했다.


주방장은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 어떤걸 먹을 수 있나요?"

"네 메뉴에 있는 거 다 됩니다."



"네 그럼 간짜장 곱배기로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녀는 나온 곳으로 가


문을 열고 주방장에게



"짜장 곱빼기 있어요."

라고 전했다.

주방장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힐끔 힐끔


 매력적인 여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카운터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치마사이로

하얀다리가

허벅지까지


드러났다.

허벅지 아래로


오금과 종아리가

탄력이 있었다.



때탄 하얀 양말이


그녀의 앙증 맞은 발과

가느다란 발목을 감싸고 있었다.



하얀 양말 위로


슬리퍼가 떨어질 듯 말듯

그녀가 발을 흔드는대로

그네춤을 추고 있었다.

주방 안에서


면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겨우 짜장면을 한그릇을 위해


새로 면을 만드는


주방장이 고마웠다.






단무지를 입에 넣고

우걱 우걱 씹었다.



그녀가 일어나 내게 걸어왔다.


나는 내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불안 불안 했다.


그녀가 내게 허리를 숙였다.

그녀의 가슴골이 보였다.


"아저씨 왜 자꾸 날 쳐다봐요...나한테 관심 있어요?"


나는 숨이 막혔다.


무안해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죄 죄송합니다."



내가  말은 오직

그거 밖에 없었다.

그녀는 주방에서 던져놓은


간짜장 그릇을 들고


내게 다시 왔다.



"아저씨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내게 윙크를 했다.




그리고 카운터에 가서

다시 다리를 꼬고 앉았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나는 간짜장 소스를

면에 넣고


젓가락을 휘저어


비볐다.

짱면 한 젓가락을 떴다.

뜨거운 기운이


얼굴까지 느껴졌다.


나는 후후 불어

짜장면을

입에 넣었다.



손으로 갓 뽑은 면의 쫄깃함이


여는 짜장과 확연히 달랐다.

자주 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 젓가락을 먹고

카운터를 쳐다봤다.



그녀가 다리를 일부러

더 보여주고

내게 윙크 했다.


나는 당황했다.

나는 짜장면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아득했다.

그녀가 나를 놀리는게 분명한데,

아주 싫지만은 않았다.

낮은 확률이지만

그녀와 한번은  수 있을거 같았다.

나는 천천히 짜장면 맛을 음미했다.

시간이 지나도 면의 탱탱함은


그대로였다.




나는 그 탱탱한 면을

혀로 감싸고

앞니로 끈으며


맛의 즐거움을 느꼈다.



나는 설겆이 하듯

남은 소스까지 깨끗이 비웠다.


단무지도 남김 없이 먹었다.



물을 마시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의 그녀에게 갔다.



"현금 내야겠죠?"


"카드도 돼요."



그녀의 표정이  했다.

사랑스럽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동네에서 금세 그녀의 팬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 저놈  침 묻혀보기 전에


내가 먼저 그녀를 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아저씨 뭔 생각해요? 카드도 된다고요."

"아 네...죄송합니다. 여기 카드...."



그녀는 카드를 앞뒤로 살폈다.


"아저씨 의사에요?"



그녀는 카드위에 의사협회카드라고

프린팅 된 것을 보고

물었다.



"네."


"그렇구나....나 아픈데 있느데..."

"어디가 아프신데요..."

"요기 요기...내 마음.."

"네?"


"프하하하하"

"아저씨 골려먹는게 재밌네....아저씨 마음있으면 말만해요....내가 한 두번 연애해줄 수도 있어요...히히"

"크음 크흠"




나는 헛기침 하는것 이외에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카드를 결제하고 스스로 싸인하고

내게 영수증과 카드를 건넸다.


내가 손을 뻗자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아저씨 손도 부드럽다..."



그녀의 차가운 손이

내 손 안에 느껴졌다.


그녀는 그녀의 가운데 손톱으로

내 손바닥을 긁었다.


나는 당황했다.

헛기침을 여러번 했다.


사실 싫지 않았지만

그 앞에서


뭘 어떻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저씨 다음에 와서도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 볼거에요?"


"죄송합니다."

"아저씨가 뚫어지게 봐서 내 팬티가 뚫어질 거 같아요."

그녀는 콧소리까지 섞어가며

내게 애교를 부렸다.



"다음에 꼭 또 와요."


"네."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공기가 시원했다.

얼얼한 내 얼굴과 목을 씻어주었다.



짜장면 한그릇 먹으면서

가슴이 두근 거리는

이벤트를 겪었다고 생각되었다.

걸어오는 내내


그녀의 가슴골

그녀의 하얀다리와 양말이

떠 올랐다.


그녀는 김완선 같은 매력적인 얼굴을 갖은

마를린 몬로같은 푼수였다.




미월할 수 없는 여자.

나는 집으로 걸어오며


그여자의 얼굴을


계속 되새겼다.



아차...


가게에서 산


맥주와 오징어를

의자에 놓고 왔다.



다시 걸어갈까 말까


그녀를 다시 보기 위해

'24시 손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녀가 카운터에 있었다.


"어...아저씨 나 보고 싶어서 왔어?"

"아..그게 제가 물건을 놓고 갔습니다."


"아 그거 맥주하고 오징어....?"


"네."

"그거 방금 내가 먹었는데...오징어는 좀 남았어..."




그녀는 찌그러진 맥주캔과


뜯어진 오징어 봉지를 내게 보여줬다.




그녀는 내게 오징어 머리 한 조각을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받았다.



"아저씨  먹었어...다음에도  사와..."

나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싫지 않았다.




화를 내야  것 같은 상황에서


나는 웃음이 나왔다.


"다음엔 더 맛있는거 사올 게요."

나는 웃음을 참고


내가 생각한 제일 멋있는 말을 했디.



"약속~ 아저씨."



그녀는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나도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녀는 새끼손가락을 서로 꼬았다가

한참 만에 풀었다.



나는 그녀에게


도장 복사 스캔 등등의


손동작을 기대했는데

더 이상이 없어 아쉬웠다.



나도  이상 할 게 없었다.

나는 인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잘가 아저씨~"


"네"




나는 다시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수퍼에 들러 맥주와 오징어를 다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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