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8화 〉내 아파트에서 여자원장과 (128/189)



〈 128화 〉내 아파트에서 여자원장과



"언제 오셨어요, 원장님?"


"어어...오늘 아침에..."

"아기는 누가 봐요?"

"엄마가 지금 집에 계셔..."

"몸은....괜찮으시니까 거기서..."

"크흠...그건 그러니까 좀 오해가 있는건데..."

"괜찮아요 원장님...남녀가 한 방에 있다보면 그럴   있죠..."

"못  걸로  줄거지..."

"장사 하루이틀 해요? 당연히 못 본거지...야~ 안그래?"



언니 간호사의 다그침에 동생 간호사가 대답했다.



"네...저희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

"알았어...그럼 수고해..."



여자 원장을 원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따가 점심시간에 올게요...점심 같이 먹어요..."

"네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나는 바지의 지퍼를 마저 올렸다.



"이따가 다시 젖몸살이 날 지 몰라요..."

"네?....아 네..."



여자 원장은 원장실을 나갔다.

간호사들이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전 진료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환자들이 넘쳐났다.



나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에너지를 아꼈다.



대부분의 설명은


간호사들에게 맡겼다.



그녀들은 밝은 표정으로

환자들을 응대했다.


북적였던 환자들이 빠져나갔다.

내가 원장실

의자에 앉을 수 있게 된건

점심시간 10분 전이었다.

나는 여자 원장에게 전화를 했다.

"오고 계세요?"

"네. 운전중이에요."


"혹시 오늘 짜장면에 탕수육 어때요? 제가 맛있는데 아는데..."

"좋아요."

"네 조심히 오세요."


나는 지갑을 꺼냈다.



어젯밤

'24시 손짜장'에서 받은


카드 영수증을 찾았다.


영수증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24시 손짜장입니다."


어제 그녀 목소리였다.




"네 안녕하세요. 어젯밤에 맥주하고 오징어 놓고간 사람입니다."

"어머 아저씨..반가워요....그런데 왜요? 맥주값이랑 오징어값 물어내라고요?"

"하하하...그게 아니고 점심시간에 간짜장 곱배기 두개하고 탕수육 포장 해 주실 수 있으세요? 제가 12시 10분 정도에 찾으러 갈게요."


"알았어요...카드번호 불러보세요. 여기서 미리 결제 해 놓을 게요."

"아...연태고량주 있으면 좀 넣어 주실래요?"


"네 알았어요."

"번호가.0000 0000 0000 0000이고요, 유효기간은00년 00월 입니다."


"네 결제 되었으니까...아저씨가 찾아가든 말든 난 몰라요...알아서 오세요.."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나는 어제본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완선을 닮은 눈과 코...


야무진 입술...



그리고

이상하게도

 발목에 있던

하얀 양말이 계속 떠올랐다.



만약 그녀와 한다면

그녀가 그 양말을 꼭 신은 채로

하고 싶었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병원 건물 앞에서


여자 원장을 기다렸다.



여자 원장의 차가 주차장에 멈췄다.




나는 여자 원장의 차로 갔다.

"제 차로 이동하시죠."


"네."



여자 원장은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오전에 본 모습과 달리


치마를 입고 왔다.



가디건은 그대로인데


셔츠의 색깔이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나는 내 차의 조수석 문을 열었다.

여자 원장이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문을 닫았다.




나는 차를 빙 돌아 운전석으로 건너왔다.


차에 시동을 걸었다.

"와우 원장님 차 좋은데요..."

"부끄럽습니다. 무리해서 장만했습니다."

"에잇...설마...피부과나 성혀외과 선생들은 모르겠는데....이비인후과나 가정의학과에서 렉서스 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그것도 최상위급인거 같은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공보의 끝나면 바로 벤츠도 사고 그래요."

"정말요? 어디서 돈이 생겨서?"

"집안이 원래 부유한 친구들도 많고...또 요즘 개원하면 한 5억씩 은행에서 땡겨주잖아요 그 중에 1억 쯤이야 뭐...이자도 싼데다..."


"나도 그런 돈 있으면 좋겠어요."

"저도요..."

"에에에...원장님 은근히 돈 많은 거 같은데....저  하나 사주시면 안돼요?"


"아니 사장님이 근로자한테 무슨 말씀이세요."

"농담이에요...아니 진담이에요...빽하나 제대로 못사는 내신세가 처량해요...어휴...내가 이런 삶을 살려고 십년을 넘게 병원에서 고생했나 싶어요."

"저도요. 그런 자괴감이 들긴 하네요."


"속은 거죠...의사가 되면 존경받고 인생이 순탄하게 풀린다고. 그런말에 솔깃해서 고생길에 접어든 거죠. 사실  저 병원... 하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없어요. 환자보는게 재미도 없고 보람도 없고. 더 싫은 건 뭔지 아세요?"


"뭔데요?"


"착한 의사 코스프레.."


"하하하. 맞아요. 사실 저도 무척 탐요스러운 놈인데...착한척.. 환자를 위하는 척 해야 된다는게 부담스러워요. 사실 저도 이 일을 그만 두고 싶어요. 금전적 보상이 큰 것도 아닌데...스트레스는 많고...저도 그냥 놀고 먹고 싶어요."


"아마 우리처럼 생각하는 선생들이 많겠죠?"


"옛날 선배들은 꿀 빨았죠. 환자들을 감히 혼내기도 하고, 촌지로 받는 돈도 쏠쏠했고, 동네 유지 노릇도 하고, 세금도 안냈고, 건물도 몇채씩 있고...."


"지금도 잘 나가는 선생들 있잖아요...스타 선생들.."

"그쵸...그러니까 그렇게 방송에 나가서 생지랄을 하려고 난리죠."


"맞아요...세상이 변하면 귀한 직업의 개념도 바뀌는 거고...어른들이 말하던 공부만 잘하면 다 잘되는 시절은 끝난거 같아요."


"뭐 저야 억울하지만, 사실 그게 바른 방향으로 가는거죠. 성실하고 마음이 바르고 돈 욕심 없는 사람들이, 꼭 성적이 일등은 아니어도, 의사를 하고, 머리좋고 돈 욕심 많으 사람들은 사업을 하거나 발명을 하거나 그런게 전반적으로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거에요."

"어머 선생님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저도 의대 억지로 왔어요. 왔으니까 그냥 꾸역꾸역 공부했고...저는 사실 미술이나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저도 뭐 의대에 꼭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에요. 그냥 점수 맞춰서 온거고. 전공도 점수 맞춰서 그 자리에 간거고...뭐 그래요."



여자 원장과 대화하는 사이에

'24시 손짜장'


앞에 도착했다.


나는 차를 길가에 주차하고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카운터에


묶은 비닐봉지


두개가 보였다.

어제본 김완선 닮은 그녀가

주방쪽에서 걸어 나왔다.



"아저씨~~ 그거 가져 가면 돼요."

그녀는 똑같은 양말을 신고

카운터로 뛰듯 다가왔다.



"아저씨 그거 누구랑 먹어요?"


"아 네..."



그녀는 문 밖을 내다봤다.


조수석에 있는 여자 원장을 봤다.

"저거 아저씨 차에요?"

"네."

"차 좋다...나 언제 드라이브좀 시켜줘요....근데 저 여자는 누구에요?"

"아...같이 일하는 선생님이세요."

"애인은 아니고?"

"아닙니다....죄송합니다만 점심시간이 짧아서 이만..."

"맛있게 먹어요...안녕 아저씨."


나는 그녀의 인사를 뒤로 하고

차로 돌아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아니 뭐좀 확인하느라고요."




나는 자세한 설명을 하고싶지 않았다.




나는 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저희 집에서 편하게 드시죠. 괜찮으시죠?"

"네..."



그녀는 수줍은듯

동의 했다.

나는 그녀의 속을 뻔히 알고 있었다.

아침에 못다한

행위를

연장하고 싶은 마음




나 역시 아침에 중단한 그일을


시원하게 하고 싶었다.


나는 차를 지하 주차장에 집어 넣고


여자원장의 손을 잡았다.

여자원장은 내 손을 뿌리치치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동안


내 물건이 부풀어 올랐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짜장면이고 탕수육이고


던져버리고


그녀와 뒹굴고 싶었다.


하지만,


일에도 절차가 있는법


그녀와 나는 밥을 먹기 위해

우리집에 들어왔다.



목적한 바를 먼저 하는 것이 순리였다.



더욱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체내 혈당이 높아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섹스는


백미터 경주를


오십미터 앞에서

출발하는 것과 같다.

조금만 공을 들여도


오르가즘에  쉽게 올라갈 수 있다.



나는 테이블에

따뜻한

짜장면과 탕수육을 내려 놓았다.



주문하지 않은 군만두가


봉지 안에 들어 있었다.




군만두 스티로폼 박스 위에는

[아저씨 맛나게 먹어~~]

라고 쓰여진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어머...이런 것도 붙여주네요...귀엽네요. 원장님이 자주 가시나봐요?"

"아 네..."


나는 어제 처음 갔다고 말 할 순 없었다.


나는 여자 원장에게

너무 자신있게

오랜 단골인척

'24시 손짜장'을 소개했다.

나는 그녀의 물음에 짧은 대답으로 얼버무리고


봉지 안에 있는 작은 컵들과 수저 젓가락 까지

모두 꺼냈다.



테이블이 꽉 찼다.


여자 원장은 벌써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냄새가 진동을 하네요.. 빨리 먹고 싶어요."



나는


빨리 먹고 싶다는 말이

빨리 하고 싶다로 들렸다.



나는 서둘렀다.


나는 그릇들을 열고,

탕수육 소스를 붓고,

간짜장 소스를 붓고,

간장담은 컵을 열고,


젓가락종이를 뜯어


여자 원장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서랍에서 소주잔을 꺼내


여자 선생님과 내 앞에 내려놓았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비디오 빨리 감기를 하듯

나는 빠르게 손을 놀렸다.

"하아...원장님 대단하세요...그렇게 하면 하루에 축농증 수술 백건도 하겠어요..."



축농증 수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 아니다.




문제는 재발율이 높다는 것이다.

수술후에도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하고

 주변을 따뜻하게 하고

충분히 잠을 자고

혈액순환을 위해 적당히 운동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실천하는 환자가 거의 없다.



우리 몸의 구석에 있는 기관일지라도

전신 건강의 영향을 많이 받느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의사가  수술이


완벽하게 병을 낫게 한다는 착각을 한다.




의사는 수술로써

낫는 길을 만들어 줄 뿐

병을 낫는 것은


환자의 몫이다.

그래서 낙천적인 환자의

수술 경과가 좋다.


수술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재발율이 높아

나는

부비동염 수술


록은


축농증 수술을

가급적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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