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여자 치과의사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저 먼저 병원에 가 볼게요...좀 쉬다 나오세요. 문은 그냥 닫으시면 저절로 잠겨요."
"네 고마워요 원장님."
그녀는 꿈을 꾸는듯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옷을 챙겨입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몰았다.
다행히 신호가 적당하게
맞아 떨어져
금방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병원안 대기실이 꽉 찼다.
나는 원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바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환자들은 모두 감기 환자였다.
나는 하던대로 약처방을 하고
자세한 설명은 간호사에게 맡겼다.
한시간쯤 지나
나는 환자들을 모두 보고
원장실로 들어왔다.
의자 깊숙히
앉았다.
여자 원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늦지 않게 와서 진료 봅니다. 환자가 많네요.]
[나 혼자 편안하게 쉬고 있어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푹 쉬세요.]
[고마워요.]
간호사들에 따르면
여자 원장은 남편이 없었다.
이혼한 것이 아니고
원래부터 결혼한 적이 없었다.
아이는 정자은행에서
받은 정자로 시험관 수정을 했다고 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여자원장은 섹스경험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여자 원장을 생각하다 보니
내 생각은
어느새
내가 잘 아는
어느 여자 치과의사의
안타까운 이야기로 뻗어갔다.
그녀는
내가 대학 병원에
레지던트로 있던 시절
내 환자로
내가 직접 부비동염 수술을 하면서
인연이 되었다.
그녀는 그당시 치과대학교 4학년이었다.
그녀는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홀어머니가
거의 막노동을 하며
오빠와 동생까지
세명을 대학에 보낼 순 없었다.
그녀는 고등학생때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았다.
가족들은
가족 회의 끝에
그녀가 대학을 졸업해서
돈벌이를 시작하고
경제적 상황이 나아지면
그때 오빠도 동생도
대학에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오빠와 동생은
그동안 그녀의 학비와
가족 생활비를 벌기로 했다.
그녀는 늘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치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엇다.
오빠와 동생은
6년이라는
긴 시간을
뒷바라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를 믿었다.
그렇게 해서 6년이 지났고.
그녀는 치대를 졸업을 했다.
그런데 그녀는 졸업을 하면서
잠깐 사귀던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늘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6년동안
한번도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었다.
방학이 되면
하루종일 과외로 돈을 벌어
가족들의 생활비를 댔다.
그녀는 여행한번 가본 적이 없었다.
육년을 그렇게 살다
지쳐
외로움을 느끼던 시점에
그 남자가 다가왔고,
그녀는 그 남자를 기대고
쉴 수 있는
언덕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녀가 생각하던
따뜻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치과의사 부인을
대외적으로
자랑하는 용도로만 사용할 뿐
부인에게 특별한 애정을 느끼지 않았다.
남편은 회사 일로 바쁘다며
자주 출장을 다녔다.
주중이고 주말이고
집에 안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
그녀는 사실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기대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은 처음부터 선을 분명히 했다.
부인의 오빠나 동생에게
학비를 지원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졸업하자 마자
직장을 얻어
치과의원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익혔다.
돈이 급했던
그녀는
삼개월 만에
월급치과의를 그만두고
개원을 하기로 했다.
서울에 적당한 자리가 금방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과감하게
그 자리에 월세 계약을 하고
바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평이 좋은 인테리어 업자들을 찾아
연락을 하고
견적을 받았다.
그중 가장 저렴하게 견적을 내준
인테리어 사장과 계약을 하게 된다.
그 인테리어 사장은
성격이 불같았다.
인부건 건축주건
누구든
가리지 않고
마음에 안드는 일에는
갖은 쌍욕을 했다.
그녀는 그 인테리어 사장을 감당할 수 없었다.
공사 계약을 잘못했다고 판단한 그녀는
여러번 계약 파기를 고민했다.
남편과 그런 문제를 상의하고 싶었지만
남편과의 대화는 신혼 초부터 거의 없었다.
그녀는 상의할 사람이 없었다.
울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인테리어로 고민할때
갑자기 인테리어 사장이 태도르 바꾸었다.
근느 상냥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이 되었다.
사장은 그녀에게
현장일을 하다보면
험악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자기를 용서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말한 날
사장은 그녀에게 할 말이 있다고
저녁을 함께 하자고 했다.
그녀는 기뻤다.
고민하던 것이
의외릐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 같았다.
식당에서 만난 사장은
깜작 놀랄정도로 변신해 있엇다.
야생마처럼 길게 기르던 머리도 단정하게 자르고
지저분한 수염도 정리했다.
키도 크고 몸매도 좋은 남자인데다가
패션 센스도 있었다.
그날 그녀는
사장이 얼굴까지 잘생긴 걸 깨달았다.
저녁으로 술 한잔 두잔을 마시다가
그녀는 잘생긴 사장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남편과 달리
인테리어 사장은
잠자리에서도 부드럽고 소프트 했다.
그러다가도
강하게 폭풍을 일으키면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는 점점 그 사장에게 끌렸다.
그녀는 더 이상 인테리어 공사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치과를 개원한 첫날
그녀는 현금으로 오백만원을 손에 쥐었다.
그녀는 주 5일 야간 진료를 했다.
환자들은 점점 늘어났다.
그녀는 돈 버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몰랐다.
약속한 대로
오빠와 동생에게
학자금을 주었다.
그녀는 하루 하루가 행복했다.
그녀를 둘러싼 모두가 행복했다.
남편은 더 이상 그녀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었다.
그녀는 매일 피곤해서 남편에게 잠자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오빠와 동생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을 다녔다.
그들도 그녀처럼 고소득자가 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공부했다.
평생 거친 육체노동에 시달리던
그녀의 어머니는
하던 일을 그만 두었다.
딸이 주는 용돈으로 충분히 생활비를 쓰고도
저축까지 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
어머니는 늘 딸을 위해 기도 했다.
그녀의 애인이 된 인테리어 사장은
수시로 치과를 드나들었다.
명목상으론
인테리어 하자 보수를 위해
거의 매일 밤
야간진료가 끝날즈음
치과에 나타났다.
치과 직원들이 퇴근하고도
그의 인테리어 보수는 계속되었다.
치과의 불이 꺼져도
그녀와 인테리어 사장은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치과의 원장실에는
온돌로 된 방이 마련 되었고
온돌 위에는 요가 놓이고
이불이 덮여 있었다.
매일밤
둘은
같은 요 위에
같은 이불을 덮고 있었다.
하루를 치열하게 진료하고
매일밤
인테리어 사장과
같은 이불을 덮는게
그녀의 낙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는
점점 불안해 졌다.
그녀가 무너지기라도 하면
그녀를 의지하던 사람들 모두
한꺼번에 무너지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제일 먼저
남편과의 고리가 문제를 일으켰다.
사실 그녀가 개원을 하고나서
처음에 남편과의 사이가 좋아졌다.
매일 밤 남편보다 늦게 오는 그녀를
남편이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남편은 이전에 없던 부드러운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
그녀는 그동안 냉랭했던 남편의 태도에
이혼까지 생각했지만
바뀐 남편을 바라보며
이혼 생각을 접었다.
남편은 자기가 가계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사업을 하기로 했다.
남편이 가지고 있던
예금과 증권
그리고 아파트 담보 대출까지 알뜰히 모아도
남편이 계획한
고급 한정식집을 열기엔 자금이 부족했다.
남편은 그녀에게 도움을 요구했다.
그녀가 오빠와 동생 학자금을 도와달라고 요쳥했을때
서럽게 거절 당한 적이 있어
그녀는 남편에게 돈을 빌려주기 싫었다.
하지만 남편의 요구는 끈질겼다.
잠자리에서
정성스럽게 그녀를 어루만지고
그녀 앞에서
비굴한 모습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남편과의 잠자리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남편은 체구도 작고 인물도 없었다.
물건의 크기도 작았다.
그녀는 잠자리마다 거짓으로
신음 소리를 냈고
점점 그러는 것도 지겨워졌다.
그녀가 그와 결혼한 것은
오직 타이밍 때문이었다.
그녀가 외로움에 지쳤을 때
그가 그녀 앞에 나타난것
단지 그것 뿐이었다.
남편과 잠자리를 할 때면
매번 인테리어 사장이 떠올랐다.
키도 크고 온 몸이 근육으로 이루어진 그는
훈남이면서 마쵸 기질이 있었다.
물건도 무척 컸다.
그런 마쵸가 그녀 앞에서
한없이 부드러운 매너남이었다.
그녀는 그와 사랑을 나눌때 마다
천국에 와 있다고 느꼈다.
그렇게 인테리어 사장과 비교되는 남편이
끈질기게 돈을 요구하자
그녀는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다시 남편과 다툼이 시작되었다.
한번은 인테리어 사장과
원장실 온돌방에서 사랑을 나누다
남편 이야길 했다.
"자기가 많이 힘들겠다...내가 동생들 시켜서 확 묻어버릴까?"
"정말?"
"나 아는 동생들 많아.. 확 묻어버리고 그 동생들 외국에 나갔다 오라고 돈 몇천씩만 챙겨주면 돼."
"그래?....."
그녀는 인테리리어 사장 말대로
남편을 처치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두려웠다.
"자기를 수익자로 남편 생명보험 몇개 들어놔...교통사고로 위장해 줄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