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여자 치과의사 2
그녀는 겁이 나면서도
인테리어 사장의 제안에
묘한 흥분감이 들었다.
그동안 자기에게 행한 남편의 과오를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얼마면 돼?"
"뭐 정확한건 없는데 난이도 따라서 다르지....남편이 어디로 출장 간다고 했지?"
"요즘은 매일 퇴근해..."
"주말엔?"
"주말엔 안빠지고 골프치러 가지..."
"그럼 골프장 가는길에 밀어버리면 되겠네..."
"나한테 맞겨."
그녀는 그 계획에 동의 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말린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인테리어 사장의 말 대로
남편의 생명보험을 계약했다.
그것도
환자중 보험 설계사에게 부탁해
남편의 생명보험 다섯개를 들었다.
남편에게는 돈을 빌려주는 대신
생명보험 계약서에 싸인 하라고 했다.
남편은 순순히 싸인했다.
남편은 부지런히
사업준비를 했다.
위치를 선정하는데도
두달이 걸렸다.
후보지를 부지런히
검토하며 돌아다니던
남편은
경기도 이천의 국도상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버스에 치여 숨졌다.
사고의 원인은
운전자의 졸음 운전이었다.
버스운전사는 브레이크를 한번도 밟지 않고
남편의 차를 정면에서 충돌했다.
버스운전사는
60세가 넘은 경험 많은 운전사였다.
당시 버스 안에는 승객이 없었다.
버스운전사는
사고가 나기전
버스정류장 세개를 지나쳤다,
승객들은
손을 흔들어 버스를 세웠지만
버스운전사는
그들을 못 본척 했다.
경찰들은
버스운전사에게 그 이유를 추궁했다,
버스운전사는 배차시간에 쫓겨
정류장을 지나쳤다고 했다.
뒤따르는 버스가 너무 가까이 다가 오면
정류장 두 세개는 뛰어 넘는 일은 흔히 있다고 했다.
실제로 뒤따르던 버스의 운전사가
앞에 가는 버스와 가까이 붙어 있던 사실을 증언했다.
경찰은 의심하지 않았다.
경찰은 생명보험에 의심을 품었다.
그녀는 사업자금을 남편에게 빌려주며
조건부로 생명보험을 들었다고 했다.
건강을 갉아먹으며 사업준비에 뛰어둔 남편이 걱정되어
생명보험을 들어둔
것 뿐이라고 했다.
경찰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경찰은 버스 운전사만 과실치사로 검찰에 넘겼다.
버스회사와 버스회사의 보험사는
버스 운전사를 대신해
그녀와 합의 하였고
버스 운전사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남편이 사망하고
그녀는 홀가분 해 졌다.
남편이 사업을 위해
모아둔 돈
버스 회사와 그 보험사에서 받은 돈
남편이름으로 든 생명보험회사에서 받은 보험금
그녀는 순식간에 40억원이 넘는 돈이 생겼다.
그녀는 치과의 야간진료를 없애고
주 5일 진료만 하기로 했다.
인테리어 사장은
여전히 원장실의 온돌을 찾았다.
그녀는 점점 인테리어 사장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남편이 죽은지 반년 쯤 지났을 때
인테리어 사장이
온돌방에서
그녀에게 얘기했다.
"버스 운전사 기억나지? 그 사람이 돈이 좀 필요한 모양이야."
"그 사건 자기가 시킨거야?"
"그럼 그 베테랑 운전사가 정말 졸음운전을 했을까봐?"
"나 좀 무섭다."
"안 무서워해도 돼...그냥 한 오억정도 던져 주면 모두다 평화롭게 끝나."
"오억은 너무 많지 않아?"
"야 너 그사람이 애써줘서 40억 넘는 돈 생겼잖아...그걸 많다고 그러면 어떻게 하니..."
그녀는
인테리어 사장에게
몸과 마음을 의지 하고 있었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은행 여러곳을 돌아
오만원짜리로 오억을 준비했다.
온돌방에 찾아온 인테리어 사장은
그녀를 사랑스럽게 품어준 다음
그 돈 뭉치를 받아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다시 육개월이 흘렀다.
인테리어 사장은 그전처럼 일을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그녀의 연락을 잘 받지 않았다.
겨우 연락이 되어도
바쁘다며 금방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인테리어 사장을 의심했다.
온돌방에 찾아 왔을때
사장의 휴대폰을 들여다 보았다.
그 안에는
젊은 여자들과
섹스하는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그녀의 눈에 번갯불이 쳤다.
그녀는 악을 쓰며
인테리어 사장에게 따졌다.
인테리어 사장은
그녀의 뺨을 때렸다.
뺨을 때린 것도 모잘라
배를 발로 찼다.
그녀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고꾸라진 그녀에게 인테리어 사장은
막말을 쏟아냈다.
"니가 이뻐서 니 보지빨아주고 그런줄 착각하지마...넌 나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주제 파악이나 하셔...."
그녀는 서럽게 울었다.
인테리어 사장은 뒤도 안 돌아보고
원장실을 나갔다.
그 후로 인테리어 사장은 원장실을 찾지 않았다.
그녀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그러기를 한달.
그녀는 겨우 인테리어 사장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하염없이 울었다.
"내가 잘못했어. 나는 자기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인테리어 사장은
다시 온돌방에 왔다.
그는
그녀를 구석구석 어루만져 주었다.
한달을 굶은 그녀의 몸은
걸신들린듯
그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온몸으로
극치의 황홀감을 느꼈다.
"자기야 내가 미안해...이젠 나 여자들 안 만나....자기한테만 집중할게."
인테리어 사장의 놀라운 선언에
그녀는 또 눈물을 흘렸다.
다시 행복한 시절이 찾아왔다.
그녀는 월급의사를 고용하고
일주일에 두번만 치과에 나갔다.
환자들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녀는 환자가 줄어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아직 35억이 넘는 잔고가 있었다.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인테리어 사장과 함께 있었다.
전국의 유명한 맛집은 다 찾아 다녔다.
전국의 유명한 관광지도 모두 갔다.
그녀는 대단한 사치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명품이라고 알려진 옷도 가방도 구두도 없었다.
하지만, 인테리어 사장은
점점 더 많으 명품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가 인테리어 사장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무언가 고가의 물건을 사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다.
인테리어 사장이 좋아하는 SUV 레인지로버를
그의 생일에 선물했다.
인테리어 사장은 그 선물을 무척 좋아했다.
그날은 특급호텔에서 그녀를 품어 주었다.
그녀는 그가 즐거워 할 수록 행복했다.
한번은 그가 요트마스터라는 시계가 갖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그 5천만원짜리 시계를 바로 사주었다.
그녀는 그를 최고의 멋쟁이로 만들어 주고 싶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명품으로 꾸며주었다.
정작 그녀는 그런 명품에 익숙지 않아
이마트에서 세일하는 옷을 입었다.
그렇게 돈을 써도
여전히 30억 이상의 잔고가 있엇다.
어느날 그가 호텔에서 그녀를 흐드러지게
품고 난 뒤 말을 꺼냈다.
"예전에 그 버스 기사 있잖아...내게 다시 연락을 했어...자기 아들이 수술을 해야 하는데 맞는 간을 구할 수 없어서...중국에 장기 밀매하는 곳을 알아봤데...그런데 아들하고 딱 맞는 간을 찾았데....그래서 내게 돈을 좀 달라고 하네..."
"어마나?"
"오억을 현금으로 달래..."
"그렇게 많이....우리 그 사람 어떻게 정리해야되는 거 아니야...이렇게 평생 끌려다니다가 우리 거지 되겠어..."
"그래 내가 한번 알아볼게...나이도 육십이 넘었으니...등산하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수 있잖아."
"알았어."
그녀는 인테리어 사장의 말에 동의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 다음날 그녀는 은행을 돌며
오만원권 다발 백개를 만들어
인테리어 사장에게 건네 주었다.
그후로 그녀는 인테리어 사장과 꿈같은 날을 보냈다.
치과는 관리의사를 두어
아예 출근 하지 않았다.
치과는 적자를 보기 시작했다.
환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정된 인건비가 적자의 주 원인이었는데,
사실 치과에서 적자를 본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았다.
통장에는 아직 25억 정도의 돈이 있었다.
그녀는 더이상 인테리어업을 하지 않는
그 남자와 동남아 여행을 떠났다.
모든것을 잊고 사랑하는 남자와
먹고 마시며 즐기는 날들이 행복했다.
태국이나 베트남 필리핀의 물가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써도 써도 부담없는 가격이었다.
그녀는 하루에 50만원 넘게 카드결제를 했지만
두렵지 않았다.
그 남자는 그녀를 카지노로 이끌었다.
그녀는 돈을 잃었다 땄다 하는 스릴에 빠져들었다.
처음 시작한 1000만원가량의 돈을 다 잃자
대부업자를 통해 일억원의 돈을 빌렸다.
그 남자와 함께
딜러와 싸운다고 생각했다.
두명이서 힘을 합치면
한명인 바카라 딜러를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처음엔 돈을 땄다.
돈이 불어 금세 일억 오천만원정도가 되었다.
남자가 즐거워 하는 모습에
그녀는 행복했다.
그 카지노 호텔에서
삼일 밤낮
게임을 했다.
바카라에서 잃으면
슬롯머신을 당겨보기도 했다.
호텔 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삼일만에 빌린 돈을 다 잃었다.
그녀는 그 돈으로
삼일동안 그 남자와 붙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상상했다.
그녀와 그 남자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빌렸던 돈을 다 갚았는데도
그녀의 계좌에는 아직 22억이라는 돈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계속 적자를 내는
치과를 팔기로 했다.
관리를 맡고 있는 원장에게
양수를 제안했다.
그는 돈이 없다면서 엄살을 떨었다.
그녀는 파노라마와 4개의 덴탈체어에 남은 할부를
떠맡는 조건으로
삼천만원에 치과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