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여자 치과의사 3
그녀는 치과를 개원하는데
2억이라는 돈을 썼다.
일년 반만에 1억 7천이나
손해를 봤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귀찮은 치과를 처분해서
홀가분했다.
더 많은 시간 그 사람과 함께 한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그에게는 고물상을 하는 누나가 있었다.
고물상은 항상 현금이 필요한 사업이었다.
고물거래의 관행상 외상거래가 없었다.
고물상들은 돈이 될 만한 물건이 있으면
현금을 들고 흥정을 해야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우리 누나가 지금 좋은 매물이 나와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는데, 고물상 바닥이 항상 현금 거래거든.....누나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이자를 주느니...자기한테 좀 빌려서 그 이자를 자기한테 주면 누이좋고 매부좋은게 아닐까 하던데...어떻게 좀 해볼래?"
"얼마나?"
"많을 수록 좋겠지...한 십억정도...고물 매입하는 자금까지 생각하면...십이억정도?"
"좀 액수가 큰데..."
"아니 싫으면 말고...은행에서 빌리면 돼...누나가 신용이 좋아서 그정도는 한루만에 빌릴 수 있어....누나가 일년 매출이 얼만데....일년에 세금만 십억내는 고액 납세자야...새로 매입하는 고물상 땅 부지만 해도 100억대정도야..."
그녀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웠다.
그가 그녀의 몸을 파고 들수록
그녀는 그에 점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무너져 갔다.
그녀는 그 다음날
그 누나와 손을 잡고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차용증을 쓰고 공증을 받았다.
결국 12억이란 돈이 그 누나에게로 넘어갔다.
그 누나는 약속대로 매달 600만원의 돈을 보내주었다.
그녀는 몇번 통장을 확인하고
그 이후로는 통장확인 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가 오로지 의지하는
그의
누나였기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록 통잔 잔고는 10억 밑으로 떨어졌지만
그녀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행복했다.
누나에게 돈을 빌려준 뒤로
그는 더욱 스윗한 사람이 되었고
툭하면 깜짝 이벤트를 해주며
그녀를 울렸다.
그녀의 몸은 그에게 완전히
맞춰졌다.
그가 작은 터치만 해도
금세 물이 터지고
그가 작정을 하고 힘을 쓰면
그녀는 정신을 잃곤 했다.
그녀는 이 세상 그 어떤 여자도
자기보다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루는 그가 보험계약서를 들고 왔다.
친구가 실직을 하고 보험영업을 하는데
자기는 벌써 다섯개나 들어주었다고
그녀에게 생명보험 들기를 부탁했다.
생명보험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지않았다.
하지만 그가 설득했다.
"매달 납입액이 십오만원이고, 암에 걸리거나 아프면 치료비 다 나온데..."
"죽으면 얼마나와?"
"자세한 숫자는 모르겠는데 팔천만원정도 나온데...나도 잘 몰라...할거야 말거야?"
그의 주특기 짜증내기 때문에,
그녀는 보험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는 싱글 벙글하면서
바로 그자리에서
그녀를 품어주엇다.
그녀의 몸은 점점 더 그에게 의존했다.
그가 마음 먹고 피스톤 운동을 하면
그녀는 극한의 짜릿함을 맛보게 되었다.
그녀에게 그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 뒤로도 그는
네장의 생명보험 계약서를 가져왔다.
그녀는 의심 없이 서명했다.
그렇게 그녀는 치과 진료를 하지 않은 채
일년을 보냈다.
어느날 통장정리를 하다가
그의 누나가
단 삼개월만 이자를 입금하고
그 후로는 입금하지 않은 사실을 알았다.
그녀는 그에게 가서 이 사실을 말했다.
그런데 그의 반응이 차가웟다.
"그건 누나하고 너 사이 채권 채무 관계잖아. 솔직히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 직접 연락해봐."
그녀는 그의 누나에게 연락을 했다.
"어머 미안해...내가 요즘 사정이 안 좋아서...우선 이번달 이자 반만 넣어줄게..."
그날 그녀의 통장에 삼백만원이 들어왔다.
그녀는 그의 누나와 사이가 틀어지긴 싫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오빠와 동생이 각각 3학년이 되었다.
오빠는 경영학 전공이었고
동생은 경제학 전공이었다.
오빠는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녀는 오빠가 신경쓰지 않고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
오빠에게 오천만원을 주었다.
동생은 사법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동생에게도 오천만을 주며 돈이 더 필요하면
더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이제 팔억 정도의 돈이 남았다.
무얼 하기에 애매한 돈이었다.
그녀는 아파트 노원구의 아파트 한채를 현금으로 구입했다.
그녀의 통장엔 천만원 정도가 남았다.
그녀는 씀씀이를 줄여갔다.
그렇게 육개월이 흐르고
그의 누나가 약속한 원금 상환일이 되었다.
그동안 이자가 드문 드문 들어왔지만
그녀는 그의 누나에게 재촉하지 않았다.
원금 상환을 상의하기 위해
그녀는 그의 누나에게 전화했다.
"약속된 원금 상환일이 되었는데...전액 돌려주실 수 있겠나요?"
"어...알고 있어...요즘 내가 상황이 안 좋은데....점 연기 해 줄 수 있나?"
"저도 사정이 있어서....다만 일부라도 상환 해 주셔야겠어요...."
"아니 그 많던 돈은 어디가고....사정이 있어?"
그녀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그의 누나 입에서 나온 그 많던 돈이라는 단어가 거슬렸다.
"제가 지금 통장에 백만원도 없어요...누님이 이자를 주시기로 하셨는데 그것도 잘 안주시고...제가 상황이 어렵네요... 몇억이라도...좀 융통해 주세요."
"아니 부자줄 알았는데 순 그지네....내 동생이 그지를 만나고 있었던 거야?"
"네?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야. 내가 사정이 있어서 당분간 상환 못하니까 마음대로 해....미안해..."
그의 누나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인테리어 사장을 만난다 해도
자기는 제 삼자라고 발 뺄게 뻔했다.
차용증서에 대한 공증을 받았으므로
채권자의 권리를 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녀는 학생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던
치과약리학 교실을 찾아갔다.
그녀는 약리학 실험실에서 마우스와 랫을 키우고
실험동물들에게 약물을 주사하고
밤을 새 가며 해부하고 조직절편을 만들어
교수님의 논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교수님은 인품이 좋은 분이었다.
사재를 털어
그녀에게 아르바이트비에 용돈을 언저주기까지 했다.
"뭘 그냥 오지 이런걸 사와....어때 병원하기 힘들지 않아?"
"아 괜찮아요."
그녀는 치과양도에 대한 말을 하기 싫었다.
"우리 약리학 교실 대학원 하는 건 어때? 학생때 열심히 실험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
"네...조금 여유 되면 생각해 볼게요."
"그래...만약 네가 여기에서 석사 박사 받고 나면, 내가 딱 정년퇴직하고 이 약리학 교실 물려줄 수 있을 거 같아....기회가 좋아..."
"네 그럼 풀타임으로 일 하는게 좋겠네요..."
"그러면 더더욱 좋지만, 치과 운영은 어떻게 하고....풀타임이 가능하겠어?"
"한번 생각해 볼게요."
"이렇게 갑자기 올지 몰라서....내가 지금 부총장님을 뵈러 본부에 가 봐야 하는데...잠깐 여기 있어봐...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아...이따 저녁 같이 먹자고."
"네 여기 있을게요...천천히 다녀오세요."
교수가 연구실을 나선 뒤
그녀는 실험실을 둘러보며 추억을 떠올렸다.
위험한 약물들을 담은
서랍장을 열어
약물 하나를 가방에 챙겼다.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생각보다 얘기가 길어지겠는데...저녁은 오늘 말고 나중에 약속을 다시 잡자고...실험실 문은 잠그고 우리 열쇠 숨겨놓는 그 자리 알지? 거기에 놓고 가면 돼. 그럼 다시 연락 하자고."
교수의 전화가 끊어지고
그녀는 실험실 문을 잠그고
복도에 있는 소화전 안에 열쇠를 놓았다.
그녀는 학교를 떠나
그의 언니가 있는 고물상으로 갔다.
그의 언니가 사무실에 혼자 있었다.
"어머 여길 직접 와서....나한테 욕을 해도...내가 어쩔 수 없어....사정이 그런걸..."
그의 누나는 반가운 인사대신
의자에 앉은채
그녀를 비웃듯
핑게를 내뱉었다.
그녀는 그의 누나에게
다가 갔다.
가방에서 주사기바늘의 덥개를 뺐다.
그녀의 뒤로 접근해
목에 주사를 놓았다.
"뭐야 이거? 아따거워."
그의 누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그녀가 주사한
캐타민은 금세
누나의 몸에 퍼졌다.
누나는 그 자리에 쓰러져
팔다리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캐타민은 사람들이 마약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사이즈가 작은 동물들의 마취용으로 사용되고
과량을 주사할 경우
즉사하게 된다.
그녀는 미리 치사량의 다섯배 정도 되는 양을
주사기에 채워 넣었다.
경련을 일으키던 누나는
점점 움직임이 둔해졌다.
결국 팔다리가 늘어지고
맥박이 느려져
끝내 숨을 쉬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는 오빠와 동생에게
그동안의 사실을 말하고
그녀의 악독함을
그리고
자기 돈을 찾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었음을
설명했다.
그리고 오빠와 동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오빠와 동생은
오빠의 차를 타고
금방 현장에 왔다.
그녀는 죽은 시체의
손가락을 불로 태웠다.
준비한 포셉으로
입안의 치아를 모두 빼냈다.
옷을 벗겨
피부에 특이한 상처나 반점 티눈들을 확인했다.
특별한게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누나가 걸친 목걸이와 반지를 모두 챙겨
가방에 넣었다.
사무실 금고를 망치로 부수고
현금을 챙겼다.
책상 서랍을 모두 열어
그 안에 내용물을
사무실 바닥에
흩뿌렸다.
오빠와 동생이 그 시체를 들어 트렁크에 넣었다.
트렁크에는 미리 비닐 봉지를 깔아
혈흔이 남지 않게 했다.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선택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