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여자 치과의사 4
그들은 산으로 갔다.
오빠는 특전사 출신이었다.
산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오빠와 동생은
금방 땅을 팠다.
시체를 묻고
그 위에 돌을 옮겨 올려 놓았다.
벌레가 꼬이지 않도록
벌레 기피제를
그 위에 뿌렸다.
그들은 산을 내려와
노원구에 있는
새로산 아파트에 갔다.
그녀는 인테리어 사장에게 전화했다.
"자기야...오늘 나 새로 이사한 집에 올 수 있어? 너무 넓은데...혼자 있기 무서워...내가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명의를 자기 앞으로 해야 할 거 같아."
"왜 내 앞으로 해?"
"그건 여기 오면 말해 줄게."
"그래 알았어 바로 갈게."
십분이 지났다.
인테리어 사장은 레인지 로버를
아파트 주차장에 세웠다.
그는 삼층까지 계단으로 뛰어올라와
벨을 눌렀다.
"자기야 잠깐만..."
그녀는 주사기에 캐타민을 가득 채웠다.
주머니에 주사기를 넣고
현관 문을 열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현관 뒤에 숨어 있던 오빠가 그를 뒤에서 잡았다.
작은 방에서 동생이 나와 그의 다리를 잡았다.
그녀가 주사기를 그의 목에 꼽고
엄지손가락으로 주사기 피스톤을 눌렀다.
주사기 실린더에 있던 약물이 그의 목을 타고 들어갔다.
그는 악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가 쓰러졌다.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곧 그는 팔다리에 발작을 일으켰다.
그리곤 조용해 졌다,
숨을 멈췄다.
그녀는 그의 누나 치아를 뽑았던
포셉을 들고
치아 스물여덟개를 능숙하게 뽑았다.
아랫턱에 있는 어금니 네개는 뽑히지 않고
부러졌다.
상관 없었다.
치아 뿌리만으로는
누군지 감별할 수 없었다.
물론 유전자 검사를 하면
신원을 알 수도 있지만
그는 경찰서에 한 번 도 가본적이 없었다.
그의 데이터가 경찰의 전산망에는 없엇다.
그녀는 그의 손가락을 모두 불태워
지문은 없앴다.
그의 손목에 있던 시계를 빼냈다
그의 목에 있는 금목걸이를 빼냈다.
그의 옷을 모두 벗기고
그를 백 안에 넣었다.
계단으로 시체를 옮겨
주차된 레인지 로버에 넣었다.
오빠가 아는 산으로 갔다.
일반인들은 찾지 않는 산이었다.
오빠와 동생은 능숙한 솜씨로 구덩이를 팠다.
시체를 구덩이에 넣고
흙을 덮은 후
그 위에 바위를 올려놓았다.
흙에는 곤충 기피제를 부었다.
그렇게 처리하는 데
한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레인지 로버는
그 남자의 집 앞에 세웟다.
사용한 도구들은
오빠의 차를 타고 한적한 곳에 가서
불태웠다.
그날밤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고
아무일 없엇던 것처럼 수습되었다.
그녀는
남은 건 운명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삼남매의 밤이 지나가고 있엇다.
날이 밝았다.
삼남매는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었다.
그녀가 끓인 미역국과 김치
그게 반찬의 전부였다.
오빠와 동생은
밥맛이 좋다며
공기에 밥을 세번 퍼 먹었다.
그녀도 밥을 두번 퍼 먹었다.
오빠와 동생은
각가 고시원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어제 찾아갔던
치과약리학 교수님을
다시 찾아갔다.
"교수님 저 여기서 풀타임으로 공부 할게요."
"정말? 나 그말 정말 믿어도 돼?"
"그럼요..."
"나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실감이 안 가네....우리 잘 해보자...내가 요새 치주염 일으키는 세균들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있어...너도 알다시피...그놈들이 심장 판막에서 발견된단 말이야....이놈들이 어떻게 거기까지 간 건지 우리 한번 연구해 보자고...열심히 하다보면 우리 노벨상도 타지 않을까?"
교수는 그 자리에서 바로
그녀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녀는 그날 아침부터
바로 연구실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었다.
교수는 싱글벙글하며
그날 점심으로
그 근방에서 가장 비싼 파스타 집에 갔다.
"그럼 치과는 어떻게 할 건데...?"
"한동안 너무 열심히 진료를 해서 그런지...이젠 좀 지겹다는 생각이 드네요...아무래도 기초과학하는게 저한테는 잘 맞는 거 같아요...뭐 아주 바라는 건 아니지만...교수님이 나중에 제 자리도 보장해 주신다니...좋은 기회인거 같아 오늘 아침에 결정 했어요...치과는 팔면 돼요."
"네가 들어 온게 올해 우리 연구실에서 일어난 일 중에 으뜸이다. 정말 난 기쁘다. 얼른 먹어..너 파스타 좋아 했잖아...."
그렇게 그녀는 첫날부터 연구실에서 밤을 새워 공부했다.
교수가 말한 주제에 대한 최신논문들을
펍메드라는 의학계열 논문 싸이트에서
뒤지고 뒤졌다.
그녀는
그렇게 100여편의 논문을 출력한 뒤
차례차례
정독하여 읽었다.
오랜만에 몰입하여 공부하는 느낌이 좋았다.
그동안 잊었던
공부의 쾌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그대로 실험실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한 교수는
실험실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야 뭐야...너 집에 안 간거야?"
"아...오셨어요?"
그녀는 그제서야 부스스 일어났다.
"어제 교수님이 말한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 에 대한 최신 지견들을 좀 살펴보느라고...오랜만에 공부하니까 기분이 좋네요."
"내가 못 말린다....그렇게 공부가 좋으면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오지 그랬어...지금은 벌써 석사따고 박사과정 1기정도 되었을텐데...네가 워낙 똑똑하니까 4기만에 박사 받아서 외국에 잠깐 갔다 오면 금방 일자리도 구하고 그럴 수있을텐데...뭐 지금도 늦지 않았어...내가 네 실력 아니까 우리 아주 속성으로 학위 하자고...오늘 부터 아주 논문 제조 공장 차리자...화이팅."
"고마워요 교수님."
"아침 안 먹었지? 내가 나가서 죽을 좀 사올게....너 쇠고기죽 어떠냐?"
"네 고마워요."
그렇게 그녀는 이틀째도
연구실에 틀어박혀
계속 공부 했다.
오빠와 동생은 모두 멘탈이 강했다.
자신들이 한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밤에 일어났던 일들은
머릿속
저장공간에서
지워버렸다.
삼남매는 그렇게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녀를 형사들이 방문한 것은
한달이 훨씬 지나서였다.
그녀는 실험실에서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형사들의 방문에 싫은 티를 팍팍 냈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남매가 실종되었는데 한명은 선생님이 하시던 치과 인테리어를 했었고, 한명은 그 누나입니다."
형사들은 그녀와 그 누나 사이의 채권 채무 관계는 알 지 못하는 듯 했다.
"혹시 실종된 그분들에 대해 아는게 있습니까?"
"글쎄요....저는 잘 아는게 없습니다."
"직원들이 그 인테리어 사장이 선생님 치과를 밤에 찾아오곤 했다던데..."
"인테리어 하자 보수 때문에 왔었어요..."
"출입국 기록을 보면 두분이 여행을 함께 간게 보이는데...."
"네...치과일로 힘들어서 바람 쐐러 나갔어요."
형사들은 불법도박에 대한 사실은 모르는 듯 했다.
"그 뒤로 본 일 없습니까? 최근에 언제 보셨나요?"
"글쎄요...제가 치과를 양도하고...학교에서 공부를 마음 먹은 다음에는...언제였는지 가물가물 하네요..."
"그분의 누나하고는 교류가 있었습니까?"
"큰 교류는 없었고...사업상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제가 빌려준 적이 있어요."
"돌려 받았나요?"
"빌려주긴 했지만...사실 거의 준거나 다름 없어요."
"얼마나 빌려주셨나요?"
"12억이에요."
"아니 그렇게 큰 돈을 준 거나 다름 없다고요? 그 누나분하고 각별하셨나요?"
"아니 그런건 아닌데...제가 사실 경제 관념이 없어서....제 남편이 사고를 당하고 보상금과 보험금이 꽤 많이 나왔거든요...그걸 알고 인테리어 사장이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 드린거에요..."
"어떻게 인테리어 사장이 그런 사정을 잘 알 수 있었나요? 가까운 사이였습니까?"
"제가 남편이 죽고나서 많이 힘들었는데...그때 그 인테리어 사장이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가 되었어요. 그저 가까운 친구일 뿐이에요...그래도 그 사람이 있어서 많이 든든 했어요. 12억이 어찌 보면 큰 돈이겠지만...그 사장님이 저한테 12억보다 더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도 있어요.. 사람 목숨을 12억으로 못 사잖아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고맙고 소중한 분이 한달 넘게 소식이 없는데...연락을 취해보려고 하진 않았습니까?"
"우린 자주 만난건 아니고...그 전에도 일이 있으면 한달 이상씩 연락없이 지내고 그랬어요...그 사람도 바빴을 거고...저도 보시다시피 공부하기 바쁘고 그랬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형사들은 돌아갔고,
그 뒤로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매일 공부에 매진했다.
집에 들르는 날이 별로 없었다.
그녀는 교수가 제시한 치주염 유발 세균에 대한
최신 지견을 완벽히 이해하고
새로운 연구방향을 모색했다.
결국 그녀의 집중력은 금세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녀는 치주조직에서 심장 판막으로 세균이 이동하는
원리와 두 조직이 같는 특이적 성질을 밝혀내는
실험을 고안해 냈다.
교수는 뛸 듯 기뻐했다.
"역시...넌 천재야..."
그녀는 그대로 연구에 매진했다.
교수는 실험실 한쪽에
그녀가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녀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논문을 계속 검색하며
실험을 이어 갔다.
육개월 뒤
그녀는 네이쳐에 논문을 발표했다.
교수는 세계에서 날아드는
문의 메일에
답변하느라고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서
씨름을 했다.
그래도 교수는 그것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