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화 〉술에 취한 사모님의 꽃잎이 달빛에 번들거리다
우선 내 접시에 있는 사시미를 빨리 집어 입 안에 넣었다.
"어머...선생님 사시미를 좋아하시는 구나...."
"아...네...어릴때 부터 좋아했습니다."
요리사가 선생님의 사시미 접시를 걷어 가다가
내게 마저 먹을 거냐는 눈치를 주었다.
"선생님 제것도 좀 드세요...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네요."
나는 다시 고민이 되었다.
상류층의 우아한 흐름을 깨면서까지
내가 식탐을 부리는 것이 맞나 싶었다.
나는 잘 해오던 페이스를 잃고
없는 계층의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사모님이 불쾌해 진다면
겨우 그 참치 몇점 더 먹기 위해
꼴사나운 행동을 보인
나 자신을
평생을 두고
후회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튀김 요리 먹겠습니다."
나는 더 이상 식탐을 부리지 않았다.
요리사는 접시를 거두어 갔다.
쉽게 구하기 힘든
맛좋은 사시미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아팠다.
요리사가 내어준 작은 접시에는
기름냄새가 고솔한 튀김들이 놓여 있었다.
오징어, 가지, 새우, 고구마가
각각의 색깔을 드러내며 노오란 튀김가루를 입고 있었다.
사모님이 고구마 튀김을 젓가락으로 들었다.
사모님이 씹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렸다.
나는 새우 튀김을 들어올려 입에 넣었다.
바사삭 하는 식감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살짝 씹으니 새우살이 터져
입안에서 녹았다.
새우 튀김 하나로 요리사가 존경스러워 보였다.
사모님은 튀김과 함께 사케를 들이켰다.
나도 보조를 맞춰 사케를 마셨다.
튀김과 시원한 사케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
튀김도 더 먹고 싶어지고
사케도 더 마시고 싶어지는
조화로운 맛이었다.
그렇게 사모님과 나는 바사삭 바사삭 하는 소리를 내며
튀김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요리사는 튀김접시를 가져가고
계란찜을 뚜껑달린 그릇에 내어 주었다.
계란찜 안에는 잣과 호두가 보였다.
청포묵 같은 것이 가늘게 올려져 있었고,
얇게 썰은 빨간 고추와 초록색 고추가
아름답게 데코레이션 되어 있었다.
태어나 평생 수 많은 계란찜을 먹었지만
그와같이 색깔이 아름답게
꾸며진 것은 먹어 본 적이 없었다.
보기 좋은 계란찜은 맛 또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부드러운 감촉 안에 적당한 간과
젓갈을 쓴 것인지 매력적인 감칠 맛이 났다.
사모님은 계란찜을 뜨면서도 사케 한잔을 마셧다.
나도 눈치를 보며 사케를 들이키고
계란찜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다.
이 조합 또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궁합이었다.
계란찜을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요리사가 메인 요리를 내 놓았다.
메인 요리는 소고기 사시미와
장어구이 그리고 소고기 샤브샤브였다.
요리사는 우리 앞에 화로를 하나씩 내려 놓고
그 위에 국물이 담긴 개인용 남비를 올려 놓았다.
요리사가 직접 샤브샤브용 채소를 넣어 주었다.
사모님과 나는 샤브샤브가 끓을 동안
장어구이와 소고기 사시미를 집어 먹었다.
장어는 느끼하고 무거운 맛이 하나도 없었다.
마늘과 생강향이 묻어 나면서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주방장님 장어가 맛있네요."
"사모님 장어를 좀 더 드릴까요?"
"네 있으면 더 주세요. 선생님도 장어를 좀 더 드시겠어요?"
"네 맛있습니다."
요리사는 새 접시에 장어 세 피스씩을 보기 좋게 올려서
사모님과 내 앞에 내려놓았다.
나는 사모님과 보조를 맞춰 장어를 집어 먹었다.
사모님이 사케를 반잔 정도 마셨다.
나도 반잔만 마셨다.
어느새 국물이 끓고 있었다.
"야채를 먼저드시면, 제가 다음 재료를 담그겠습니다."
사모님이 야채를 젓가락으로 집어
그릇에 담았다.
나도 그대로 똑같이 그릇에 담았다.
익힌 채소를 독특한 소스에 찍어 먹었는데,
그 맛이 마치 멸치젖에 레몬과 몇가지 과일즙을 섞은 것 같았다.
삶은 채소와 아주 잘 어울렸다.
요리사가 샤브샤브에 버섯류를 집어 넣고 있었다.
사모님은 소고기 사시미를 입에 넣고 사케를 마셨다.
나도 똑같이 생소고기와 사케를 같이 먹었다.
소고기 사시미와 사케는 놀라울 정도로 궁합이 잘 맞았다.
소고기 사시미가 아이스크림처럼 녹았고
사케는 그 아이스크림을 부드럽게 감쌌다.
"이제 버섯이 다 익은 것 같습니다. 떠 드시면 됩니다."
버섯은 흔히 볼 수 있는 팽이버섯, 표고버섯, 송이버섯 등이 섞여 있었다.
입안에 쫄깃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씹을수록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요리사는 샤브샤브에 소고기를 집어 넣기 시작했다.
요리사는 소고기를 다 넣고
즉석에서 순식간에 초밥을 잡고 만들어
접시에 올렸다.
사모님과 내 앞에 7종류의 초밥이 놓여 있었다.
참치 새우 계란 성계알 꽁치 문어 연어
각각 색깔의 조화가 예술품 같았다.
"주방장님은 어쩜 이렇게 솜씨가 좋아요..색깔이 그림같아요."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께서 예술에 대한 안목이 있으셔서 제 의도를 금방 알아내시는 것 같습니다. 알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도 요리사의 말에 동의 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술적 안목이라니요...당치도 않아요...그냥 예쁘니까 예쁘다고 한건데요 뭐."
"왜..예술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습니까. 다 학식이 있으시고 감각이 발달하셔서 그렇습니다."
"어이구 그렇다고 할게요...거참 더 듣다가는 무안해 지겠네."
요리사는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았다.
사모님은 초밥을 먹으면서 사케 두잔을 마셨다.
나도 페이스를 맞춰 사케 두잔을 마셨다.
그동안 샤브샤브의 고기가 익었다.
나는 고기가 질겨지지 않게
금방 들어 올려 그릇에 담았다.
사모님도 솜씨 좋게 젓가락으로 고기를 들어
그릇 안에 내려 놓았다.
소고기를 그냥 먹어도 맛이 있었는데
야채찍어 먹덛 소스를 찍어 먹으니 그 또한 풍미가 살아났다.
사모님은 소기기를 건져 먹으면서도
사케를 두잔 마셨다.
사모님이 사케를 너무 많이 마시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오늘 밤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모님이 더 이상 술을 못 마시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괜히 어설프게 건강염려 발언 따위를 해서
사모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저 묵묵히 사모님의 페이스에 맞춰
술을 마실 뿐이었다.
요리사가 게 딱지 하나씩을
내려 놓았다.
게 딱지 안에는 고소한 밥이 들어 있었다.
게 맛이 깊이 밴 쌀밥에
엄지 손가락을 들고 싶었으나
사모님의 눈치를 보며
묵묵히 밥을 먹었다.
사모님은 게딱지 밥을 먹는 동안엔
다행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요리사는 아이스크림주변에
쵸콜렛으로
예쁜 고양이 그림을
그린 접시를 내어 주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요리사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릇에 부딪치는 소리마저
미리 계획된 퍼포먼스 같았다.
퍼포먼스가 끝난후
사모님과 나는
시원하게 박수를 쳤다.
"주방장님 못 보던 건데 언제 그렇게 연습하셨어요?"
"네 틈틈히 이런 것도 해야...고객님들이 좋아 하십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걸 개발하고 부족한 걸 연습합니다."
"요새는 정말 다들 생존 경쟁이야...주방장님들이 그런걸 연습하고 손님들한테 보여줄 지 어떻게 누가 알았겠어요."
"네 사실 고객님들은 잘 모르시죠. 사실 지금은 모든 직종이 생존 경쟁이겠지만, 이쪽 요식 업계도 마찬가집니다. 주방장들도 고인물이 되면 물러나야 합니다."
"그 위치까지 가신 주방장님이 또 발전을 논하신다니 정말 존경 스럽습니다."
"사모님 과찬이십니다. 사모님같이 알아주는 고객분들이 계셔서 저는 힘이 납니다."
나는 또 고개를 끄덕이며
요리사의 말에 동의하는 척 했다.
"오늘 정말 유쾌하게 잘 먹었어요."
사모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모님은 아주 미세하게 중심잡는게 서툴러 보였다.
옆에서 도와 드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내자리에 서 있었다.
사모님은 주머니에 있던 수고비 봉투를
요리사에게 건넸다.
"다음에도 새로운 퍼포먼스 부탁해요."
"네 알겠습니다."
요리사는 사모님에게 꾸벅 인사했다.
사모님은 계단을 올라갔다.
나는 요리사에게 목례를 하고
사모님을 따라 올라갔다.
사모님은 저번과 다른 새로운 침실로 들어갔다.
비교적 작은 방에 이인용 침대가 한켠에 놓여 있었다.
사모님은 내가 방에 들어서자
문을 닫고
내게 입맞췄다.
술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
사모님의 눈동자는 중심을 못잡고 흔들렸다.
사모님은 내 넥타이를 잡고
침대에 쓰러졌다.
"옷 벗어. 나 밥먹는 동안 자기랑 하는 상상했어."
술에 취한 사모님은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나는 얼른 옷을 벗었다.
"내 옷도 벗겨줘...오늘 날 거칠게 다루어도 돼."
나는 사모님의 바지를 쑥 내렸다.
사모님의 털이 젖어 있었다.
나는 바로 다리사이에 코를 파묻었다.
코로 바람을 일으키며 사모님의 꽃입 주변을 비볐다.
"어흑...어...나 흥분돼."
평소 내게 존칭을 쓰던 사모님의 말이 짧아졌다.
술에 많이 취한듯 했다.
나는 사모님의 허벅지를 잡아 다리를 들어 올렸다.
혀를 내밀어 사모님의 꽃잎과 뒷구멍을
동시에 공략했다.
"어흑...하앙...하앙...난 너무 좋아."
사모님의 꽃잎이 달빛에 번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