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사모님 앞에 굴복하고 존경을 표하다
"대장이 어떻게 하던 가요?"
"대장이라는게 힘도 세고 싸움도 잘 해서 대장이지만, 아마 그 아이는 자기 사람들이 믿고 따라올 수 있게 리드하는 힘이 있었던 거 같아요. 나를 다독여주더군요. 내가 힘든거 다 안다고 하면서...그때 나는 정말 감동 받을 뻔 했어요. 그리고 다시 내게 묻더라고요. 나를 괴롭히는 애가 있는지."
"그래서 말 했나요?"
"나는 나를 짓밟은 여자아이 이름을 댔죠."
"아...결국 대장아이가 복수를 해 주었겠네요?"
"그 여자아이 팔을 부러뜨렸어요."
"와 대단하네요.."
"그리고 백여명이 있는 애들을 모아놓고 나를 괴롭히는 사람은 팔이 부러질 거라고 선포했어요."
나는 백명넘는 아이들이 눈을 꿈뻑이며
대장의 연설을 듣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머리는 빡빡이고
입은 옷은 찢어진 런닝셔츠와
두서너 사이즈큰 반바지가 전부인
대장아이
눈에는 빛이나고
아이들은 그 대장 앞에서 머리를 조아린다.
대장은 옆에 한 여자 아이를 앉혀두고
"니들중에 이 아일 괴롭히는 년이나 놈이 있으면 내가 가만 안 둔다. 내가 반드시 팔을 부러뜨려 버린다. 알았냐?"
백명넘는 아이들이 조용하다.
"알았냐고?"
아이들은 조용히 알았다는 대답을 한다.
"그 때 그 아이가 얼마나 멋있어보이던지..."
"그 뒤로는 정말 아무도 괴롭히지 못했나요?"
"네 오히려 많은 여자 애들이 내게 선물을 주며 친구가 되고 싶어했어요. 그 팔이 부러진 아이는 외톨이가 되었고요."
"아...어른들의 세계나 똑같군요. 권력이 있으면 사람이 모이고, 권력을 잃으면 사람이 떠나고."
"네 어린 애들도 똑같아요. 본능적으로 아는 거죠. 나는 여자 애들 중에 일인자가 되었고...결국 그 팔 부러진 애도 무리 안으로 받아주었어요."
"고아원 원장님이나 선생님들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나요?"
"물론 선생님들 앞에서하는 행동과 애들끼리 있을때 하는 행동이 완전히 다르죠. 그건 아이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거였어요."
사모님은 내게 돌아누워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아이들 중에도 선생님처럼 공부 잘 하는 애들이 있었어요. 그 애들은 선생님들한테 칭찬받고 원장님이 때때로 특별 간식을 주며 편애했죠. 근데 그건 원장님과 선생님들 앞에서만 이고, 우리들끼리 있을때는 그 아디들은 바보가 되었어요. 당연히 원장님 앞에서나 선생님들 앞에서 까불거나 말 실수를 하거나 누군가 고자질을 하면, 그날 밤 그 아이들은 집단 구타를 당했죠. 대장 손까지 오지도 않았어요. 서열 한 10등쯤 되는 아이들이 알아서 정리 했어요."
"어린 아이들인데도 나름대로 규율이 있었네요."
"어른들보다 더 엄격하게 규율이 적용되었죠. 사실 그 대장아이의 굳건한 의지가 반영된 면도 있어요. 그 대장은 자기가 정한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 용납하지 않았어요. 그 규칙만 지키면 고아원이 평화로웠으니까요."
"그럼 사모님은 그렇게 여왕의 지위를 계속 누렸나요?"
"아니요. 그 대장이 열네살이 되면서 중고등부가 있는 다른 고아원으로 갔어요."
"그럼 사모님은 어떻게 되었나요?"
"저도 알고 다른 아이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거든요. 그 대장이 다른 고아원으로 갈 거라는 사실. 나는 미리 대비했어요. 이인자였던 아이와 미리 친분을 쌓아 놓았어요. 그 이인자인 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었지만, 그런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대장이 가고, 이인자 여자 아이가 내게 도전 아닌 도전을 했지요. 자기 남자를 믿고 내게 서열정리 싸움을 건 거죠. 나는 힘으로 도저히 이길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이인자 아이를 뒷산으로 불렀어요. 거기서 그 아이하고 섹스를 하고, 그 이인자 아이는 저를 지켜 주기로 했어요."
"원래 이인자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때 난 알았어요. 남자는 믿을게 못되는구나...뒷산에서 일이 있은후 그 이인자 아이의 마음이 금방 바뀌더라고요...나를 호되게 때렸던 그 여자 아이를 모른 척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다시 그 여자 아이를 불렀죠. 좋게 말 할 때 눈 깔라고 하니까, 그 여자 아이도 금방 수긍했어요. 내가 이인자였던 아이와 특별한 사이라는 걸 눈치 챈거죠."
"대장의 여자에서 이인자의 여자가 되었는데, 아이들이 수근 거리지 않았나요?"
"물론 수근대는 애도 있었어요...제가 어떻게 했겠어요?"
"사모님이 혼내줬나요?"
"네 말로 될 거 같은 애는 말로 해서 단도리 하고, 말로 안되는 애들은 얼굴을 면도칼로 그어버렸어요. 한 아이가 키도 크고 힘도 셌는데...제가 이남자 저남자에게 다리벌리는 양갈보라고 떠들었다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그 아일 불러서 좋은 말 할때 사과하고 다시는 그러말 하지 말라고 타일렀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눈에 힘을 주고 뻗뻗한 거에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얼굴을 면도칼로 그어버렸어요."
"원장님이나 선생님들이 있을텐데."
"그걸 사실대로 말했다간, 걔는 고아원에서 하루도 생활 못해요. 전체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못견뎌요."
"그럼 그 뒤로 다시 여왕이 되신거네요?"
"말하자면 그렇죠... 새로운 대장아이가 애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말 했으니까요. 내 말 잘듣고 엉기지 말라고."
나는 사모님의 고아원 이야기를 듣고
사모님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자애로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 얼굴 뒤에는 언제 터져나올지 모르는
폭력성이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
열살 열한살 아이가 어떻게
면도칼을 얼굴에 그을 생각을 했을까.
"그럼 사모님은 중고등부가 있는 고아원으로 가기까지는 계속 여왕이었겠네요?"
"그렇죠. 이인자가 갈때 세번째 아이도 갔어요. 그리고 나서 새로 들어온 애가 있었는데 그애가 물건이었어요. 바로 대장자리를 차지 하더라고요. 생기기도 잘생겼고 싸움도 잘하고 여자 아이들이 여왕이 되기 위해 많이 노력했죠. 이번에도 전 그 새로운 대장을 뒷산으로 데리고 갔어요. 거기서 그 아이와 섹스를 하고, 난 그 아이의 마음을 얻었죠. 다른 애들도 금방 저를 여왕으로 인정했어요."
"그리고 중고등부가 있는 고아원으로 갔나요?"
"아니요. 고아원에 가끔 오던 학원 원장님이 있었어요. 학교 못간 어른들이 주로 다니는 검정고시 학원인데... 그 원장님이 자원봉사하러 우리 고아원에 와서 애들 공부하는 걸 봐주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그 원장님이 저한테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전 고아원에 있는게 싫었는데 잘 되었다 싶었죠. 그래서 다른 고아원에 가는 대신 전 그 검정고시 학원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학원 청소도 하고 허드렛 일을 했어요. 혼자 잘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했나 몰라요."
"그럼 학교는 안 가시고, 검정고시를 하셨군요."
"네 그 검정고시 학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1년만에 끝냈어요. 그러니까 그때가 15살인가 그랬죠..."
"그럼 대학시험은 안 보셨어요?"
"그게 참 인연이라는게 묘해요...검정고시 학원에 다니던 서른살 먹은 언니가 있었는데...그 언니가 하는 일이 세신사, 그러니까 목욕탕 때밀이 였어요. 그런데 그 언니 하는말이 하루에 백만원도 벌어 봤다는 거에요."
"그 당시에 그렇게 큰 돈을요?"
"네. 그러니까요. 저도 깜짝 놀랐죠...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어차피 대학 갈 나이는 안 되었고..대학 갈때까지 돈을 벌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언니소개로 강남에 있는 사우나에 취직을 하게 되었어요. 물론 나이는 스무살이라고 속이고 취직했죠..그 당시 제가 많이 조숙해서 그정도 나이로 봤거든요."
"그럼 거기서 숙식을 했나요?"
"네 사우나에서 청소하는 일까지 하면서 거기서 먹고 잤어요."
"생각만큼 돈을 벌었나요?"
"네 강남이 막 뜨기 시작하던 때였는데...사모님들이 팁을 꽤 많이 줘서 벌이가 괜찮았어요..잘 벌때는 이백만원도 벌고 그랬어요..."
"와 그 당시 80녀대 초에 이백만원이면 대단하네요. 지금으로 치면 얼마나 될까요. 그당시 짜장면 한 그릇이 오백원이었으니까 지금은 여섯배정도 올랐고 대략 천 이백만원 정도 되네요."
"그렇죠...그러다가 우연히 좋은 사모님을 만나게 되요. 그 사모님이 어느 큰 병원 원장님 사모님이었는데 특별히 저를 이뻐했어요..팁도 잘 주시고..간식도 잘 사오시고...그러면서 나는 꼭 부자가 되서 남 부럽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사모님이 하시는 말씀이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사라...앞으로 엄청나게 가격이 오를 거다 하신거에요..."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 아파트를 사셨어요?"
"내가 운이 좋았죠. 제 고객으로 오시는 사모님 중에 강남에서 크게 부동산 중개업을 하시는 분이 있었어요. 강남 사모님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중개인이었는데...그 사모님 역시 저를 좋게 보시고...제게 앞으로 많이 오를만한 아파트를 소개해 주셨어요."
"그래서 아파트를 사셨어요? 네 그 분이 안되는 은행 대출도 알선해 주시고 등기권리증 등기부등본 변경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다 맡아서 해 주셨어요."
"어린나이에 사기 당하실 확률이 높은데 그런 좋은 분을 만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