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9화 〉사모님은 나를 기다리고 (149/189)



〈 149화 〉사모님은 나를 기다리고

"네. 제가 운이 엄청 좋은 거였어요. 계약서를 쓰면서 그분이 제 실제 나이를 알게 되셨죠. 그래서 제가 고아로 자라온 이야기를 해 드렸더니 눈물을 흘리시면서 자기가  닿는데까지 도와 줄테니 절대 한눈팔지 말라며 저를 꼭 안아주셨지요. 그때를 생각하니 저도 눈물이 나네요...얼마전에 돌아가셧는데..."

"아 그렇군요. 사모님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로 예정된 운명이었나봐요."


"아마 그런가봐요. 제가 얼마나 엄마 아빠 그리고 이모까지 원망했는데..."

"그래서 그 후로 계속 아파트를 구입하셨나요?"

"네 악착같이 모았어요. 십원하나 허튼데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 아파트를 한채씩 한채씩 샀어요. 비록 작은 거였지만...한채 한채 모으는 재미에 힘든줄 도 몰랐어요."

"얼마나 일을 하신거에요?"


"그러니까 열 여섯에 시작해서 서른 여섯까지 하고 그 뒤로는 제가 사우나를 인수했어요."

"아 그러셨구나...그럼 대학은..."

"저도 그게 좀 안타까워요...한번 때를 놓치니까 못가겠더라구요...사우나에서 하는 일이 워낙 현금이 계속 들어오는 일이라 그만 두기가 아까운거에요. 그래서 대학에 가는 대신에 돈을 벌어서 성공하자는 생각을 했죠."


"그럼 아파트는 몇채나 사셨어요?"

"일년에 두세채씩 샀죠...그러니까 한 오십채 정도 샀네요...그리고 사우나 있던 건물을 사고...돈은 사우나 건물을 사고나서 더 잘 벌었어요...한달에 몇억씩 벌었으니까....그렇게 미친듯이 일하면서 여기 평창동 집도 사고 했어요. 돌아보면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럼 지금은 다 정리하시고 은퇴하신건가요?"

"내가 직접 일은  하지만...지금까지 아파트나 빌딩이나 한채도 안 팔았어요."

맙소사 아파트 50채에 강남 빌딩...


요즘 강남아파트가 20억에서 30억 하니


대충 천 이삼백억에다 빌딩까지...



나는 머리가 띵 했다.

사모님과 결혼하면

내가 꿈꾸던

무위도식의 삶을 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정말 대단하시네요 사모님...전 사모님 앞에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운이 좋았고, 좋은 사람을 만났고, 나는 묵묵히 일을 했다는 것 뿐이지 대단할 것까진 아닌거 같아요."


"아니에요 대단하신거 맞습니다."

나는 천억대 자산가가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감히 입술을 내밀어


사모님의 입술에 포개 보았다.


느낌이 새로웠다.

우리나라에서 사기를 치지 않고


묵묵히 노동을 해서 그런 어마어마한 돈을 모으는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나는 사모님에게 경외감을 느꼈다.



그렇다.

요즘 사람들은


대놓고 돈을 찬양하고


돈의 힘을 인정한다.

사모님처럼 한 길에 매진할 수 있다면

굳이 대학에 갈 필요도 없다.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대학을 졸업한들

어깨에 무거운 빚을 짊어진


젊은이들을 보면

내 가슴도 답답해진다.

지금 시대에선

더욱이,

이유없이 대학에 가는건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다.




대학에는

밤하늘에 별처럼 많은

실력없고 능력없는 교수들이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가에서 주는 교부금을


따박 따박 갉아먹으며


자리만 보전하는 경우가 많다.

확실한 취업 루트가 보장되어 있거나

취업이 확실한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과정이 아니라면

대학다닐 시간과 돈으로


사업을 하거나

독보적인 기술을 배우는게 백번 낫다.



인간이 돈만을 위해서 사는게 아니라는 둥


대학이 직업 양성소는 아니라는 

대학은 순수하게 진리를 탐구하는 공간이라는 둥

대학은 사랑과 낭만이 피어나는 곳이라는 둥


미래가 많이 남은 젊은이들은

그런 허황된 말에 현혹되면 안된다.



학부모들은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살아갈 아들딸을 재단해선 안된다.

어떤 대학을 나와 확실한 메리트가 있을 경우엔

최선을 다해  대학에 들어가야 하지만,



사람들이 이름도 모르는 대학,


졸업생 태반이 백수이거나 전공과 상관없는 일을 하는 대학,


그런 곳엔 절대로 들어 가서는 안된다.

존재감 없이 국가의 세금만 축내는 대학들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구조조정하고




공부도 않고

논문도 못쓰는


교수 같지 않은 교수들이

순진한 학생들 영혼을 갉아먹지 못하게

자리를 없애야 한다.




사모님에 대한 경외감이


확장되어


어느새 대학 무용론에 까지


이르렀다.






나 같은 사람은 아마

사모님처럼 20년을 묵묵히 노동하라고 해도


못했을 것이다.

인생을 폼나고 편하게 살아보겠다고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보낸 6년과

뭘하는 지도 모르고 보낸 수련기간 4년


그리고 그저 희희낙낙 하면서 보낸 공보의 3년 기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사모님이 묵묵히 일하면서 아파트 50채를 사 모을때


나는 그 시간 무얼 하며 인생을 낭비했기에


지금까지 아파트 한채도 없이


월세를 전전 하는가

상대적 열패감에 휩싸여


나는 한 숨이 나왔다.



"왠 한숨을 그리 크게 쉬세요?"

"아닙니다. 존경합니다 사모님."


"무슨 신소리를 또."

"신소리 아닙니다. 정말로 존경합니다."



나는 다시 사모님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갰다.


사모님의 입술이 말라 있었다.


나는 혀를 내밀어 사모님의 입술을 적셨다.


사모님도 혀를 내밀어  입술을 적셨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 안고

서로의 혀를 탐닉했다.

"나 무섭지 않아요?"


"아니요. 전혀요. 제가 평생 사랑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저하고 있으면 경제적으로는 자유로워 질  있으실 거에요. 선생님이  병원을 하고 싶으시면 전부 지원해 드릴 수 있어요. 선생님이 좋은 차를 원하면 어떤 차든 사 드릴  있고요."


"네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여기서 주무시고 가세요. 술도 많이 드셨는데.....여기 이방은 원래 손님 방으로 쓰는 곳이니까 여기서 주무세요. 저는 제 방에 가서 잘게요. 그리고 옷들은 세탁해서 내일 아침 일찍 드릴게요 이리 주세요."

나는 침대 주변으로 떨어진 옷을 모아 바구니에 넣었다.

사모님은 방 한쪽 구석에 있는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 내게 건넸다.

'이거 입고 주무세요."

"네 감사합니다."

사모님은 방에 있는 스피커폰을 켰다.


"아주머니 여기 세탁물 있는데 내일 여섯시까지 세탁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모님."


집안 일을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없지만

집 근처 어디엔가 있는 것 같았다.



"화장실에 칫솔 치약 새거 있으니까 그거 쓰시면 돼요. 그럼 편안히 주무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모님은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침대에 앉아 창밖으로 펼쳐진 서울의 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째즈 음악을 들으며 와인 한잔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방문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방해해서 미안해요."



사모님의 손엔 봉투가 들려 있었다.

"이거 받으세요. 그럼 이제 정말 갈게요. 아침까지 안 들어올게요. 편안히 주무세요."

"네 감사합니다."



사모님은 방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다시 침대에 앉아 창 밖을 바라봤다.


손에 들린 봉투를 열어봤다.


천만원짜리 수표가 한장 들어 있었다.

나는 내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원장을 운 좋게 만나서

사모님들로 부터 수천만원의 돈을 용돈으로 받았다.


청혼도 받았다.




이런 일이 내 인생에 일어날  몰랐다.

나는 그저 지겨운 노동으로

그저 그런 인생을 살다


때가 되면 죽을 줄 알았다.


사람의 인생이라는게 어떻게 변할 지 모른다.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기회를 포착하려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이 기회일까...

만약 사모님의 청혼을 거절하면

나는 기회를 놓치는 것일까...




나는 도무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상의할 사람도 없었다.

오로지 떠오르는 사람은

새원장이었다.




열두시가 다 되가는 늦은 밤이었지만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이구 형님 어디세요..."


"자고 있었어?"

"아니요...전 올빼미에요...일찍 안자요...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나 지금 오늘 저기 그러니까....나 스폰 해준다는 사모님 집에서 자고 있어..."

"네? 사모님집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요? 음 이거 임프레션이 안 좋은데..."


"술을  마셨는데...사모님이 무리하게 가지 말라고 자고 가라고 해서 그렇게 됐어."

"음...저는 그런 경우가 없어서 섣불리 뭐라 말 할 수는 없지만, 느낌은 좀  하네요."

부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는  원장에게

청혼 사실을 말 할 지 말지


잠깐 고민 스러웠다.


하지만, 그가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고

그저 그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니


결국 물어보기로 했다.






"저기 말이야...내가 좀 당황스러워서 그러는데....여기 사모님이 나하고 같이 살자고 하시네..."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같이 살자니요?"

"그러니까 결혼을 하자고 하는데?"

"뭐라고요? 결혼을요?"

"응...내가 하고싶은거  해주신데...병원도 차려주고 차도 사주고...."

"글쎄요...병원차리는건 형님이 스스로  수 있으시잖아요. 굳이 차리기 싫으면 페이 의사 하셔도 되고....차는 지금도 좋은데 더 좋은 거 타시게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그런거 타시게요?"


"글쎄...자기 말이 맞긴 하네...그래서 나도 마음이 왔다갔다 하네..."

"형님 저는  인생 목표가 아주 확실해요. 떡 치는거...그래서 그 입장에서 볼때는  여자하고 계속 같이 산다는게 그게 아주 불편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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