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화 〉사모님의 숨막히는 반전
"응 무슨 말 하는지 알겠어."
"잘 생각해보세요 형님....제가 사람 보는 눈이 있어서...형님을 픽업 한거고....내 생각에는 형님 이년 안에 수백억 자산가 되심니다. 그러면 뭐하러 사모님들한테 알랑방구 뀌면서 살아요...그때까지만 딱 참고 돈 모으신 다음에...젊은 애들 따먹으면서 살면 그게 행복한 인생 아닐까요?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형님..."
"응 알았어. 좋은 조언 해 줘서 고마워."
"일단 오늘밤은 자기로 했으니까 거기서 편안히 잘 주무세요."
"응 알았어. 자기도 잘 자."
"네 그럼 전화 끊습니다."
새 원장은 전화를 끊었다.
내 머리에 경제적 목적으로
연상의 여자와 결혼한 몇몇 사람들이
떠올랐다.
기성룡 한혜진은 여덟살 차이
진화 함소원은 열 여덟살 차이
임요환 김가연은 여덟살 차이
정세진 아나운서는 11살 아래 연하남과
가수 바다는 9살 연하남과
가수 미나와 류필립은 17살 차이
생각보다 나이 많은 누나들이
어린 동생들과 결혼해 살고 있다.
다들 각자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나는 사모님의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
대략 오십대 중후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면도칼로 다른 아이의 얼굴을 그을 수 있던
당찬 아이가
커서 천 오백억 정도의 자산가가 되었다.
나는 그 사실을 계속 머릿속에 떠올리며
잠이 들었다.
"정신차려라 이놈아...돈이 다 무슨 소용이야."
"할아버지는 왜 또 나타나세요. 이젠 정말 짜증이 나요."
"내가 오죽 답답하면 왔겠냐. 손주놈의 목숨이 왔다갓다 하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
"무슨 소리에요. 저 안 죽어요."
"너 그 여자하고 살면 스트레스 받아서 죽어. 그 여잔 불여우야...네 간을 빼 먹을 거야."
"할아버지는 무슨 전설의 고향에 나올법한 얘기를 해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네가 세상을 모른다. 넌 너무 순진해. 세상엔 공짜 돈은 없어. 네가 그에 합당한 댓가를 치루거나 네 목숨을 내 놓아야 하는 거야."
"그게 무슨 말 도 안되는 얘기에요. 서로 이득이 있으면 거래가 되는 거고, 약속을 이행하기만 하면 되지....무슨 목숨을 내 놓아요?"
"넌 정말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모르긴요. 할아버지보다 더 지혜롭게 잘 살고 있어요."
"넌 그 여자가 너한테 모든 사실을 다 말했다고 생각하냐?"
"그건 모르죠?'
"그 여잔 너한테 숨기는 사실이 많다. 세상 살이가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야. 그 여자가 그 자산을 모으기까지 얼마나 악독한 일을 했는지 너는 알 수 없을거다."
"무슨 일을 했는데요. 나한테 말하기 힘든 부분까지 이미 말 했는데요?"
"그 여자가 말한 부분은 너에게 동정을 사기 위해 사실대로 말 한 거야. 그 여자는 이미 사람을 여럿 죽였어."
"무슨 말이에요? 할아버지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얘야 나는 너와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 않아. 네가 사는 세상과 내가 있는 이 곳은 시간과 공간이 달라. 네가 못 보는 것을 나는 볼 수 있단다."
"그래서 어떻게 얼마나 사람을 죽였는데요?"
"그 여잔 지금까지 세번 결혼을 했고 그 세남자는 다 그 여자 손에 죽었다. 남편들 뿐만 아니고 어린 아이들도 다섯명이나 죽었어. 다 그 여자의 욕심과 망상 때문이었다. 너도 그 죽은 사람들과 똑같은 꼴을 당하게 되어 있어. 일어나거든 다시는 이 집에 오지 마라. 그 죽었던 남편 세명과 다섯명의 아이들이 이 집에 살고 있다. 그 여자도 언제 죽을 지 모른다. 워낙 억센 여자라 그 여덟 귀신이 덤벼도 근근히 버티는 것 뿐이지 언젠가는 귀신들이 복수할 거야. 그래서 네가 그 여자 옆에 있다가 화를 당한다는 거야. 귀신에게 화를 당할 수도 있고, 그 여자가 언젠가 눈깔이 돌아서 네 간을 빼먹을 수도 있고."
"믿을 수 없어요. 이 집에 살고 있다면 그 귀신들을 한번 불러주세요."
"네가 그 귀신들을 보면 너는 바로 목숨을 내 놓아야돼"
"그런게 어디 있어요. 지금 난 할아버지를 보고 있잖아요."
"할아버지는 그 귀신들과는 다르다. 사는 곳도 다르고 품계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귀신이 무슨 품계가 있고 성격이 있어요. 다 같은 귀신이지."
"너는 나와 다른 세계에 사니까 그걸 이해 할 수 없다. 평생가도 이해 못해.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네가 사는 세상에서 종교의 가르침을 믿고 신의 존재를 믿는 것처럼 받아들여라. 성경에 기록된 내용에 모순되는 내용이 그렇게 많고, 성경의 구성 자체가 뒤죽박죽 짜집기 된 것임에도 기독교인들은 그냥 받아들이잖아. 겨자씨만한 믿음이 태산을 옮긴다고 하지 않니. 믿을만 한 것을 믿는건 종교가 아니야 그건 과학이지... 그런데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게 종교야. 네가 교회가서 기도하고 신앙고백하는 것처럼 내가 말 하는 내용을 믿어 다오. 할애비가 손주에게 해 되는 말을 하겠니?"
"정말 세명의 남편과 다섯명의 아이들이 죽었나요?'
"그건 바뀌지 않는 사실이다."
"할아버지 자세히 말 해 주세요."
나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사모님과 결혼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었는데
그런 중요한 사실을 확인도 안 하고 믿을 순 없었다.
할아버지는 턱을 내밀고 망설이고 있었다.
턱끝에 수염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내가 사는 세상의 규칙을 어기고 너에게 진실을 말해주마. 발설 해서는 안 될 것을 입밖으로 내면 나는 분명 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손주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손주가 행복하게 이승의 삶을 살 수 있다면, 아무리 가혹한 벌이라도 달게 받을 준비가 되어있다. 너는 그 사실을 알고 내 이야기를 무겁게 들어주면 좋겠구나."
할아버지의 사설이 길었다.
나는 알맹이 없이 긴 사설을 늘어놓는 목사들의 설교가 떠올랐다.
한말 또 하고
같은 말을 표현만 바꾸어 또 하는 스타일이 싫었다.
왜 목사들이나 선생들이나 교수들이나 할아버지나
정제된 표현으로 간략하게 중심생각을 전달하지 못하는 걸까
말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왜 자기 개발은 하지 않고
매주 매달 매년
변함없이
신도들과 학생들의 귀중한 시간을 뺐는 걸까
중고등 학생때는
선생들이
수업시간에 헛소리나 하고
틈만 나면 자습이나 시키며
공으로 월급을 따먹는
불합리를 보고
그냥 세상이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진짜 세상은 그랬다.
원리 원칙대로 돌아가지 않고
불합리 부조리가
세상을 움직이는 주된 동력이었다.
능력 없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발전을 저해했다.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아무런 생각이 없어서
아랫사람에게 모든 일을 미루었다.
할아버지의 말투에서 시작된
내 반감이
사회적 불만에 대한 이야기로
번지고 말았다.
내가 가진 사회에 대한 불만은
지금 여기에서 말 하긴엔 너무 많다.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진다.
다시 할아버지와의 대화로 돌아간다.
할아버지의 말을 충격적이었다.
"첫번째 남편을 죽인게 스무살이 되기 전이야."
"네 정말이요?"
나는 사모님의 눈에서 그런 잔인함을 보지 못했다.
하긴 얼굴에 면도칼을 날리던 그녀였다.
"그 여자가 열여덟에 만난 그 남자는 같은 사우나에서 일하던 남탕 때밀이었다. 둘은 늘 붙어다녔지. 고아였던 그 여자가 처음으로 마음을 준 남자였기에 아마 행복했을 게다. 그런데 덜컥 아이가 생겼어...그 여자는 사우나에서 일 할 수 없었지. 남자는 자기가 두배로 열심히 일 하겠다고 여자에게 일을 그만 두라고 했어."
"나한테는 사모님이 한번도 쉰 적이 없다고 말했는데요."
"거짓말이다. 그 여자는 남자가 자기를 위해 두배로 일하겠다는 말이 달콤하게 들렸어. 자기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고아였던 그 여자가 들어보기 힘든 말 이었지. 아마 인생 처음으로 들어본 말 일 거다. 그래서 그 여자는 일을 그만 두고 출산 준비를 했다. 그동안 모아 둔 돈으로 아기 옷가지도 준비하고, 그 비싼 산부인과 병원비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아기를 낳았나요?"
"낳기는 낳았지. 그런데 임신 중반기부터 그 여자는 임신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한창 돈을 벌 수 있는데...집에서 쉰다는 게 엄청남 스트레스로 다가 왔어. 그러다 보니 남편이 밉게 보이기 시작했어. 그러면서도 그 여자는 돈에 미쳐있었기 때문에 돈 벌 궁리를 했어. 그때 사우나 고객이었던 보험아줌마가 떠오른 거야. 늘 자기에게 생명보험을 들라고 했거든...젊기 때문에 보험비가 별로 안 든다고 했지."
"그래서 보험을 들었어요?"
"들었지. 그 여자는 남편의 보험을 열개 이상 들었다. 물론 자기 보험도 태아 보험도 들었어. 그래야 의심을 받지 않으니까. 그렇게 아기가 태어나고 얼마 안되어서 남편은 수건을 연결해 목을 매달았어."
"네? 아기도 생기고 좋았을텐데 왜 목을 매달았죠?"
"그러니까. 보험사기가 의심 될 만하지...그런데 조사나온 보험회사 직원들을 그 여자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었어. 보험회사 직원이 겨우 열여덟살의 싱싱한 몸을 어디서 먹을 수 있겠어? 그녀는 그렇게 모두 입을 다물게 만들었어...심지어 남편의 자살을 조사하던 경찰도 입을 다물게 했지."
"허어...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네요. 그래서 그렇게 사건이 묻혔나요?"
"그 여자는 1억 2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보험금으로 받아서 아파트를 샀지."
"그럼 그 아기는 어떻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