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화 〉사모님의 완전범죄
"누구에게요? 또 고아원 출신이에요"
"맞아. 그 남자를 평생 증오했던 사람. 그 남자에게는 힘으로 안되는 걸 깨닫고 항상 그 남자에게 충성했지만, 사실 그 남자를 항상 증오했던 남자가 있었어."
"그럼 그 남자도 사모님과 안면이 있었겠네요."
"고아원에 있을때 둘은 서로 몸을 섞었어. 물론 대장 몰래. 그 사람은 대장이 없다면 자기가 그 여자를 차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어릴적 그 꿈을 이룰 수 없었지만, 어른이 되어서야 그 기회가 온거지. 그 여자가 제안했을때 그 사람은 바로 그걸 수락 했어. 그여자가 착수금을 주었고, 그 사람은 그 돈으로 대형 덤프트럭을 구입해서 미리 운전 일을 시작해. 그리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
"정말 무섭네요. 그 남자도 아이들도 그런줄 꿈에도 몰랐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그 여자가 무섭다는 거야. 절대로 얼굴에 그런 검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거든."
"그래서 언제 일이 터졌어요?"
"바로 어린이날을 작전 개시일로 잡았지."
"네? 어린이날이요?"
"그래. 어린이날에는 사실 사고들이 많이 일어나.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다가 다치는 일도 많지만, 어린이날은 교통사고도가 많이 일어나는 날 중 하나야."
"그럼 어디서 어떻게 사고로 위장했어요?"
"그 여자도 어린이날 가족 여행을 간다고 일을 쉬었어.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여행에 같이 동행 한 거야. 그 남자와 그여자 그리고 아이들을 태운 카니발을 덤프트럭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뒤따라 가고 있었어. 카니발은 에버랜드를 가기 위해 좁은 국도를 따라 가고 있었어."
"왜 고속도로를 놔두고 국도로 갔어요?"
"그건 그 남자 성격 때문이야. 항상 차들이 없는곳을 좋아했거든. 시간이 걸리더라도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을 따라 차를 운전하는게 그 남자의 희안한 성격이었어. 같이 사는 사람 아니고는 그걸 알 수 없었지."
"국도라도 어린이날이니까 어딜 가나 막히지 않았을까요."
"꼭 그런건 아니야. 시골길 한적한 곳은 어린이날과는 상관이 없어. 그 여자는 시골길에서 소변을 본다고 차를 멈추게 하고 차에서 내렸어. 멀찍이 덤프트럭에서 그걸 지켜본 그 사람은 그걸 싸인으로 생각했지. 그리고 덤프트럭을 전속력으로 몰아 카니발을 뭉게 버렸어."
"그래서 그자리에서 다 사망했나요?"
"그렇지. 카니발은 종이처럼 찌그러지고 그 안에 있던 그 남자와 아이들은 바로 사망했어. 어린이날 한적한 시골길에는 목격자도 없었거든."
"경찰에서는 수상하게 생각 안했나요? 가령 어린이날 덤프트럭이 그 한적한 시골길을 가고 있다는게 수상하잖아요."
"그 사람이 공사장 십장을 매수했는지 아니면 진짜 일감이 있었던 건지, 그 근처에 크게 모텔 건물 여러채를 짓는 공사장이 있었어. 거기에 모래를 배달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했지. 어린이 날에도 건물 공사는 해야 하니까."
"그래서 그 그사람은 어떻게 되었어요?"
"업무상 과실치사로 해서 교도소에서 3년을 살다 나왔어."
"당연히 사모님이 그사람 옥바라질 했겠네요?"
"옥바라지는 무슨, 당연히 그 사람을 죽였지."
"네? 정말요?"
"그 사람이 3년을 채우고 교도소에서 나왔을때 그 여자에겐 이미 계획이 다 세워져 있었어."
"무슨 계획이요?"
"그 여자는 그 사람이 출소하고 자기를 찾아올 줄 알았지. 그 여자는 거하게 술과 음식을 차리고 그 사람을 잘 먹였어. 좋은 술도 주고 몸으로 위로도 해주고. 그렇게 그 사람이 잠들었을때, 그대로 목을 땄지."
"집에서요?"
"여자 힘으로 살인하기 제일 좋은 장소가 집이잖아. 자고 있을때 해치우고, 시체는 토막내서 냉장고에 넣어놨어. 가끔씩 인천에서 연안 여객선을 타고 섬에 놀러갔지. 일부러 밤시간 대에 배를 탔어. 그리고 그때마다 시체 일부분을 바다에 버렸어. 고아였던 그 사람을 찾는 사람도 없었고, 완전범죄였지."
"경찰은 의심을 안 했나요?"
"누가 실종신고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겠어. 그 사람은 그냥 그대로 간 거지. 너는 아직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넌 모를 거다. 그 사람들이 내가 사는 이세상에서 하소연을 늘어놓는게 끝이 없는 장편소설이야. 그러면 뭐 하겠니, 네가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은 엄연히 다른걸. 그 억울한 사연들을 누가 들어주겠니. 아무리 울며 고함을 쳐도 죽은자의 절규인걸."
"너무 안타까워요."
"그 여자는 그 안타까움을 먹고 자라는 무서운 생명체야. 남편과 아이들 네명 목숨값으로 그 여자는 20억이라는 돈을 벌어. 장례식이 끝나고 그 여자는 바로 그 사우나 건물 전체를 샀어. 원래 건물 주인은 그걸 팔 이유가 없었어. 은퇴한지 오래 되었고, 그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만 해도 일억이 넘었거든. 그런데 그 여자는 그 건물주에게 접근했어. 건물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팔라는 거라며 건물주를 설득했지. 물론 그 여자의 주 특기인 몸을 이용했어. 건물주는 칠십이 훨씬 넘었었는데, 이십대인 그 여자의 육탄공세에 맥을 못췄지. 그렇게 건물주는 시세 100억인 그 건물을 80억에 그 여자에게 넘겨. 그 여자는 60억의 융자를 받아 그 새 건물주가 돼."
"그렇게 해서 부자가 된 거군요?"
"지금은 아마 그 건물이 500억이 넘을거야. 그리고 그 여자는 수입이 생기는 대로 청담동, 압구정동, 도곡동에 있는 아파트를 사 모았어. 그 아파트가 아마 100개도 넘을 거야."
"나한테는 50개라고 했는데."
"자기 이름으로만 50개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는 훨씬 많아.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어. 100개일 수도 있고 200개일 수도 있어."
"대단하네요. 그런데 어쩌다가 사모님은 그림을 모으게 되었어요?"
"그림이라...강남에서 커다란 빌딩을 갖고 있으면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있어. 경찰서장, 소방서장, 은행지점장 등 힘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서로 모임에 들어오자고 하지. 게다가 이십대의 미인인데 가만히 놔두겠어? 그 여잔 여기 저기 모임에 참석했어. 타고난 인싸 성격이어서 어딜 가나 환영 받았지. 그런 모임에서 미술에 대해서도 배운거야. 미술품 경매 강의에도 가고. 거기서 사람들도 사귀고 그렇게 하나둘씩 그림을 사 모았는데 사실 그 가운데는 진짜도 있어. 벽에 전시된건 모조품이지만, 비밀창고에는 수십억씩 하는 진짜 그림들이 있어. 그 여자가 교양이 있어서 그런 미술에 대해 아는게 아니고, 돈이 되니까 미술품에 관심을 갖게 된 거다."
"이상하네요. 그런 모임에 가려면 명품옷도 사고, 루이비통 같은 가방도 사고 해야 그런 상류층 사람들과 어울릴 것 같은데...사모님은 그런거 사본적이 없다고 했거든요."
"거짓말이야."
"네?"
"그러니까 네가 순진한거야. 그 여잔 명품을 좋아해. 너에게 거짓말 한거야. 왜냐하면 네가 찌질이도 가난해 보였거든. 없는 집에서 공부는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지만, 그여잔 너의 가난한 배경을 훤히 꿰뚫어 봤어. 그러니까 네가 그 여자의 쉬운 먹이감이 된거고. 가난했던 사람에게 돈만큼 좋은 미끼가 어디 있겠니? 그렇게 돈으로 너의 환심을 사면서, 너와 친밀감을 형성하기위해 너와 코드를 맞춰 준거야. 그 여잔 너를 만나기 전엔 명품을 모두 치워버렸지. 하지만 다른 사람을 만날땐 다시 명품을 과시하고 다녀. 그 여잔 네가 상상도 못하는 비싼 명품들이 많이 있다. 여자들은 남자들과 달라. 나이를 먹으면 섹스보다 명품같은 사치품에서 더 큰 흥분을 느껴. 그건 만고의 진리다."
"사모님이 나를 속였다고요?'
"그래. 기껏해야 너는 그 여자의 먹잇감밖에 안돼. 내 말을 명심해라."
"그럴리가 없어요. 사모님은 나를 좋아한다고 했어요. 내가 아는 사모님은 그렇지 않아요"
갑자기 방문 밖에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는 방문 근처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눈을 떴을 때는
사모님이 내 얼굴 위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 좋은 꿈을 꿨나봐요. 땀을 많이 흘리시네요."
사모님은 수건으로 내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 주었다.
사모님의 손이 내 얼굴에 닿았을 때
나는 뒤로 물러났다.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는
내게 너무 현실감 있게 무서웠다.
"고맙습니다. 제가 닦겠습니다."
나는 사모님의 손에서 수건을 받아
내 얼굴과 목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수건으로 안 되겠네요. 샤워를 할게요."
"네 그렇게 하세요. 어제 드라이 한 옷들이 바로 문 밖에 있어요. 가져다 입으세요. 준비되시면 아침식사 하러 식당으로 오세요. 소화 잘 되는 메뉴로 차려져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사모님은 방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문앞에 놓인 옷을 가져와
하나씩 천천히 입었다.
여섯시 십분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나는 넥타이까지 메고
식당으로 갔다.
식당 테이블에는 전복죽, 소고기죽이 놓여 있었다.
시원한 냄새가 나는 물김치도 있었다.
사모님은 조용히 물김치와 전복죽을 떠 먹고 있었다.
나는 사모님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없어서 못 먹는 전복죽과 소고기죽
두가지를 모두 가져 왔다.
물김치도 두 그릇 떠 왔다.
사모님이 나를 힐끗 보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