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사모님은 시간이 없어 : 바로 떡
내가 일어난 것은 열두시가 지나서였다.
새 원장의 전화소리가 나를 깨웠다.
"형님 어디세요?"
"집"
"네? 왜 집에 계세요?"
"가정의학과 그만 뒀어."
"그럼 우리 병원에 나오셔야죠. 왜 집에 계세요?"
"아니 좀 쉬고 싶어."
"그래요 그럼 며칠 쉬시다 우리 병원에 나오세요."
나는 사실 병원에 가기 싫었다.
환자를 보기 싫었다.
나는 새 원장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근데 형님 어제는 어떠셨어요? 그 사모님 집에서 자는데 큰 문제 없었어요?"
"응."
"매니저로서 선수 보호 차원에서 묻는 거에요. 형님이 숨김 없이 말씀 해 주셔야지. 제가 대책도 세우고 그러는 거죠. 우리사이엔 비밀 없잖아요..,그죠 형님?"
"뭐 특별히 말 할게 없어. 사모님은 자기 방으로 가고 난 손님 방에서 잤어. 뭐 사모님이 결혼하자고는 했는데...진지한게 아닐 수 도 있고...모르겠어..."
"잘 생각하셨어요. 형님....저도 결혼엔 반대에요. 사모님 주변에 이상한 소문도 있고."
"무슨 소문?"
"형님 절대로 남한테 말하면 안돼요."
"알아. 나 입 무거운거 알잖아."
"그럼 말씀 드릴게요. 그 사모님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세명이나 죽었다는 소문이 있어요. 그래서 그 사모님이 재산을 일군게 그 남자들 보험금을 종자돈으로 한 거란 소문이 있어요."
"그걸 어디서 들었어?"
"거기까진 말씀 드릴 수 없고요. 뜬소문일지라도 그런 소문 있는 자체가 찝찝하잖아요."
"그렇긴 하네...."
"형님 점심 같이 하실래요?"
"내가 오늘 이상하게 몸이 안 좋아서, 계속 집에서 쉴려고....미안해."
"괜찮아요. 몸조리 잘 하시고요...어...그럼 오늘 오후에 스케줄 하나 들어왔는데 거긴 못가겠네요?"
"어떤 분인데?"
"이분 왕건이인데...10대 재벌 사모님이에요. 기회가 좋은데...저는 형님이 가시면 딱 좋겠다고 생각 하거든요....일단 푹 쉬시고 있다가 제가 다시 전화 드릴테니까 그때까지 회복 되시면 가시고요...놓치기 아까운 큰 껀수니까 저는 형님이 가시면 좋겠어요."
"응 알았어. 몸이 괜찮아지면 전화 바로 하께"
사실 내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밖에 나가기가 귀찮을 뿐이었다.
나는 일어나 식은 짜장면을 사기 그릇으로 옮긴뒤
전자레인지 안에 놓고 돌렸다.
짜장면 위에서 김이 모락 모락 피어 올랐다.
간짜장 소스도 사기 그릇으로 옮긴뒤
전자레인지 안에 놓고 돌렸다.
간짜장의 맛있는 냄새가 피어 올랐다.
소스를 짜장면에 부어 비볐다.
언제 먹어도 또 먹을 수 있고 질리지 않는
간짜장이 완성 되었다.
나는 짜장면을 한 젓가락 들어 입에 넣었다.
입안 가득히 풍기는 풍미가 일품이었다.
남들은 중국요리에 MSG가 가득 들어있어 싫다지만
나는 그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글루탐산은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본 구조인 아미노산의 하나이다.
분자생물학에 관심이 많던 나는
리보좀이라는 세포내 소체가
RNA를 해독하고
아미노산들을 연결하여
단백질 덩어리를 만드는 과정이 신기했다.
마치
찰리의 쵸콜렛 공장 처럼
철커덕 철커덕 찍어져 나오는
단백질들은
우리몸 곳곳으로 퍼져 나가
자신들이 맡은 일을 해낸다.
이런 단백질을 만드는 원료중 하나인
글루탐산에 대해
친근함을 느끼는 것은
내게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까진
미국의 FDA나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모노소듐글루탐산에 대해
안전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나는 그 기구들의 말을 믿고 싶다.
나는 짜장면을 다 먹고
깐풍기 포장을 열었다.
식었음에도 고소하고 매콤한 냄새가 솔솔 풍겼다.
깐풍기는 정말 잘 하는 중국집에서 먹어야 한다.
나는 엉겹결에 깐풍기를 먹게 되었지만,
나는 테스트 되지 않은 중국집에서 깐풍기를 잘 시키지 않은다.
운이 없으면 고소하고 매콤한 깐풍기 대신
두꺼운 밀가루 옷을 입은 양념 통닭을 먹어야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손짜장 24' 주방장은 제법 요리 솜씨가 좋았다.
식은 깐풍기가 의외로 맛있엇다.
나는 첫 깐풍기를 먹고나서 쉬지 않고 마지막 깐풍기까지 다 먹었다.
짜고 매콤한 깐풍기를 먹었더니
밥이 땡겼다.
햇반을 하나 돌려
종갓집 김치와 함께 먹었다.
배가 부르고
행복했다.
세상만사가 다 귀찮고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삶이란
계속 흘러가는 것
나는 움직이기로 마음 먹었다.
새 원장에게 전화 했다.
"형님 이제 괜찮으세요?"
"응 좀 자고 났더니 살만 하네.."
"그럼 이따 오후에 왕건이 사모님한테 가보셔야죠."
"그래 그러지 뭐..."
"그럼 제가 먼저 연락 해 보고 형님께 알려 드릴게요."
"알았어. 고마워."
나는 전화를 끊고 양치를 했다.
매일 이렇게 여유있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울속에서 입안에 거품을 먹고 있는 내 얼굴이
이전과 달리 성숙해 보였다.
눈썹은 더 짙어지고
코가 오똑해졌다.
턱선도 더 각이 지고
제법 잘생겼다.
내 얼굴을 감상하며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나는 치약 거품을 뱉고
전화를 받았다.
"형님 시간이 너무 일러서 제가 모셔다 드리진 못할 거 같아요. 오늘은 한남동으로 가시면 되고요. 약속시간은 2시에요. 형님 직접 운전해서 가실 수 있겠어요? 매니져 수수료는 10프로만 받을게요."
"그래 내가 알아서 찾아갈게. 주소나 보내줘."
"네 바로 주소 넣어 드릴게요."
통화중에 문자로 주소가 왔다.
"여기 문자 왔어."
"네 그럼 형님 수고 하시고, 나중에 통화할게요. 좋은 시간 되세요."
"고마워 그럼 수고해."
나는 전화를 끊고
하던 양치질을 마저 했다.
오늘따라 잘생긴
내 얼굴을 다시 한번 보고
나는 샤워를 시작했다.
구석구석 깨끗이 닦았다.
10대 재벌 안에 있는 사모님을 만난다니
벌써부터 흥분되었다.
아마 방송에서 얼굴을 보지 않았을까
누군지 궁금해졌다.
여기 저기 내 몸에 닿는 비누거품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나는 내 몸을 구석 구석 어루만졌다.
특히 뒷구멍 주름을 깨끗이 문지르고
물건과 알도 여러번 닦았다.
몸이 상쾌해지니 마음도 상쾌해졌다.
옷은 갈아입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대로 입었다.
지금에서야
사모님 댁에서
누가 구두를 닦아
반짝 반짝하게 만들어 놓은 사실을 알았다.
현관문 앞에 있는 거울속
내 모습을 바라봤다.
핏이 제대로 살아 있었다.
좋았어~~
나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주차장에 있는 차를 몰고
한남동으로 향했다.
왕건이 사모님이 살고 있는 집은
평창동에 있는 집들 보다 훨씬 컸다.
나는 어디에 주차할지 몰라
한남동을 돌고 돌았다.
나는 주차비가 좀 비싸더라도
안전하게 순천향 병원 안에 주차했다.
그리고
걸어서
새 원장이 보내준 주소를 찾아갔다.
벨을 누르니
교양있는 사모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올라오세요."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정원에 있는 돌계단을 올랐다.
돌계단을 다 오르자
집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다.
건물이 이층인지 삼층인지
애매하게 생겼다.
아마도 유명한 현대 건축가가 설계했으리라
현관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현관문 안에선
사모님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평범해 보이는 이목구비는 어디서 본듯했다.
긴 머리가 단정하고
비싸 보이는 원피스는 하늘 거렸다.
"이 쪽으로 와서 차 한잔 하세요."
"네."
나는 극도로 긴장하며
사모님이 이끄는
티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투명한 유리주전자가 있었다.
이미 차가 진하게 우러난게 영롱한 빛갈을 내고 있었다.
재벌집에서 마시는 차인데
설마 그냥 녹차는 아니겠지
그런데 냄새는 녹차같았다.
사모님이 내 앞에 앉았다.
사모님은
맑은 유리잔에
녹색 차를 가득 따라 부었다.
나는 잔을 들어
향을 음미했다.
녹차였다.
"찾아 오시는데 불편하지 않으셧어요?"
"네 어렵지 않았습니다."
나는 주차할 곳이 없어 불편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으나
입을 다물었다.
"동네가 오래되서 길찾기가 어려운데, 용케 찾으셨네요."
"네 네비게이션이 있어서 수월하게 찾았습니다."
"젊으셔서 그런 전자 기기도 잘 다루시는 구나."
"아닙니다. 그냥 기본적인 것만 다룰 줄 압니다."
"겸손하시기도 하셔...듣자니까 의사 선생님이시라고,,,"
"네, 이비인후과 전공했습니다. 혹시 불편하신데 있으시면 제가 바로 봐 드리겠습니다."
"어이구 친절하시기도 하셔....그럼 이따가 침대에서 봐 주세요."
사모님 얼굴에 살짝 홍조가 일었다.
"차 맛있게 마셨습니다."
"별 말씀을....자 그럼 우리 본격적으로 할 일 하러 가요."
사모님은 내 손을 잡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 안 사모님의 방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원목 가구들로 둘러 싸여 있었다.
침대에는 네개의 높은 기둥이 있었고
그 기둥에서 비단같은 천들이 드리워져 있었다.
사모님은 침대에 걸터 앉아 내 바지의 버클을 풀렀다.
나는 이렇게 본격적으로 그 일을 시작할 지 몰랐다.
내 자지는 미쳐 커지지 않고 잠을 자고 있었다.
사모님은 내 허리띠를 풀고
어느새 지퍼를 내렸다.
내 바지는 어느새 무릎 아래로 흘러 내렸다.
사모님은 바로 내 팬티를 내렸다.
내 물건이 초라하게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색상이 시커먼 것이 내가 봐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사모님은 일어나 내 자켓을 벗겨
침대 한켠에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