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9화 〉밥먹을때 정치 종교 얘기를 (159/189)



〈 159화 〉밥먹을때 정치 종교 얘기를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얼굴~~




여자 아이들의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한


군더더기 없는 가사이다.



사실 그녀는 삼십대를 넘어 보였다.


사십대는 아닌거 같고

이십대는 지난  같았다.

그런 그녀에게 아나운서 도전은

가당치 않은 얘기다.




내가 그런 밑밥을 던짐으로써


그녀가 아나운서 되기를 희망하며

정열을 불태웠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기 위함이다.


그녀가 과거를 생각하며

그 열정을 다시 느끼면


그 열정의 에너지 덕분에


그녀의 행동이 과감해진다.




나는  안대고 코를   있다.




"그럼 전에 본격적으로 아나운서 수업을 받은 적이 있으세요?"


"네 케이비에스에서 하는 방송아카데미에서 수업 받았어요. 완전 어릴때죠. 그때 참 열심히 했는데..."


"그러셨군요. 말씀하시는 것 보면 톤도 좋고 발성도 좋고 무엇보다 단어 하나하나 씹히는 느낌이 굉장히 잘 하셨을 것 같은데..."

"그러게요. 저도 번번히 탈락한게 이상해요."

"공중파에만 원서를 내셨어요?"


"네 아카데미 선생님이 지방에도 원서 내 보라고 했는데...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아아...그렇구나...그럼 학생때는 학교 방송국에서 아나운서 하셨어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딱 들으면 알죠....안녕하십니까 학우여러분 구국의 소리 ㅇㅇ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싱그러운 오월입니다. 발걸음도 가벼운 오월 아침, 학우여러분께 반가운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어 잘 하시네요? 선생님도 방송부 하셨어요?"



공중파 방송국 이름을 붙이고


아카데미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그곳은

그냥 사설 학원이다.


방송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곳이다.

그 곳에서 수많은 젊은 여자들이


꿈을 꾸며 정열을 쏟는다.




밤새워 아르바이트한 돈도

그 곳에 쏟는다.



 사설 학원을 운영자들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 아이들이

꿍을 꿀수 있게 바람을 불어 넣어야

돈을 벌 수 있다.


그들의 소질 따윈 중요하지 않다.

여자아이들이 남쪽 지방에서 올라와

치명적인 사투리 억양을 갖고 있을지라도

잘한다 잘한다 칭찬한다.



일년이 지나도 개선이 안되는데


기가막히게 편집한 녹음본을 들려준다.



"네가 이 만큼 발전했어 조금만 더 하면 시험 볼 수 있을 거야."

순진한 남쪽지방 아이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영혼을 불사른다.




성우 아나운서 아카데미는


어린 여자아이들의 영혼을 갉아먹으며


장사를 계속한다.



"아니요. 직접 해보진 않았는데 저도 어릴적에 방송을 해 보고 싶었어요. 멋있잖아요."

"네 맞아요. 멋있죠."

"그럼 아는 아나운서들 많이 있으시겠네요?"

"네 맞아요. 사실 방송에 나오는 아이들 보면 제가 괴로워져요. 그래서 방송  안봐요."



젊음을 바쳐 사버고시에 도전하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꿈을 이루지 못한채 포기한 사람은


사법고시 시즌이 되거나

사법시험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 마다

마음이 허해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그 병은 평생 치유가 안된다.


나는 아나운서의 마음이 이해 되었다.


자기와 같은 수험생었던 년이

어는새 방송 메인이되어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가 그년보다 못난게 뭔데

그년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스폰서라도 잡았을 게다.


생각만 해도 분통 터진다.





내 앞에서 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


커피스타킹은 분명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엇다.




딱 좋다.


오늘 그녀의 입안으로


술이 술술 들어갈 것이다.

방 문이 열리고


쓰끼다시가 한 상 들어왔다.



튀김이며 소고기죽이며 생선이며 단호박이며


색깔 화려한 음식들이 가득했다.

나는 사케 병을 높이 들어

그녀의 잔에 멋지게 들이부었다.

그리고 내 잔에도 따랐다.



"자 한 잔 하시죠. 과거는 모두 잊고 앞으로 달려갑시다."

"우리 함께 미래로~~"

그녀는 엉겹결에 속내를 드러냈다.

우리 함께...

오늘 나와 함께 뒹굴고 싶다는 뜻이다.


그녀 역시 나와 떡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금 나는 고지 바로 옆에 있다.

깃발만 꼽으면 전투는 끝이다.



하지만, 여자란 동물에게는 명분을 줘야 한다.




그날 술에 너무 취해서

정신이 없어서 그만



나는 원래 원나잇 같은거

안하는데 그날 분위기에 그만




적어도 이런 정도 명분은 줘야


여자에 대한 예의다.




나는

커피스타킹이

술에도 취하게 하고

분위기에 취하게 해서


기어코

스타킹의 가운데를 찢어 버릴 것이다.



"사케가 정말 다네요...술같지가 않아요...이거 튀김 한번 드셔보세요."

나는 커다란 젓가락을 새로 찢어

새우튀김을 하나 집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앞 접시에 내려 놓았다.




그녀는 못 이기는 척 하면서


새우를 들어

앞니로 깨물었다.

그녀의 앞니가 제법 하얗게 보였다.



옆 치과 원장에게 들은 말이 있다.

치과 선생들은

0.001초만 봐도

앞니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 있다고.



사람의 신경이라는게 쓰면 쓸수록

더 예민해지도록 만들어졌으니


그 말이 틀리진 않을 것이다.


나는 3초 이상 봤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되었다.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아니에요. 너무 예뻐서 제가 정신을 잃었나봐요."


이런 뻔한 거짓말도 여자들은 좋아한다.



"아아 진짜 뭐에요. 못 먹겠잖아요."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오물거리는 그녀의 빨간 립스틱이 보였다.

그녀는 방금

이십대 초반에서나 부릴 수 있는 애교를 시전했다.

삼십대가 그러는 것은 사실 민페다.




하지만, 그녀의 애교는 좋은 신호였다.

그녀가  시절로 돌아가 깊은 곳에 숨어있던 열정을

오늘 이자리에서 쏟아 놓을 테니.


잠시후


침대에서 그 열정으로


 커다란 내 좆을 사랑해 줄 테니.




"미안해요. 이젠 그렇게 안 쳐다 볼게요. 편하게 드세요."

"고마워요. 전 누가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데 익숙하지 않아요. 얼굴이 화끈거려요."

"그만한 아름다움이 되니까 사람들이 쳐다보는거에요. 부담갖지 마시고 그냥  시선을 즐기세요."

나는 생각없이 그냥 말을 이어 갔다.

뱉어 놓은 그 말들이 그럴싸하게 느껴졌다.


"네 노력하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내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아나운서가 못 되었나봐요."

"아니에요. 아마 채용시험에 비리가 있었을 거에요. 저도 그쪽 일에 대해서 많이 들어 봤는데요. 채용 비리가 상당하대요. 보도국장 사장 피디 할거 없이 연줄 있는 사람이 미리들 내정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소문 많이 들었어요. 분명히 실력으로 봐서는 될 리가 없는데 글쎄 뽑혔다는 거에요. 알고 보니까 보도국장 조카라고 하더라고요."


"알게모르게 우리나라 전반에 그런게 퍼져 있어요. 공무원중에도 시험 안보고 뽑는 특채가 있거든요.  길이 비리의 온상이에요."

"그래요? 선생님은 공무원에 대해 아는게 있어요? 요즘 다들 공무원 되려고 난리잖아요."

"그렇죠.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고 외국도 공무원 좋은 자리 있으면 금방금방 차지해요. 나라 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일제히 시험을 봐서 공무원 임용하는 나라도 드물어요. 북미에서는 공무원도 연줄로 되는 경우가 많아요.사실 좋은 일자리는 연줄 우선이에요. 가족이나 친척을 먼저 채용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아무도 채용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 하지 않아요. 우리나라에서 가족이나 친척을 공무원으로 채용한 사실이 밝혀지면 아주 난리 나지요....근데 그런 경우 아주 많아요. 부처나 지자체에서 조용히 공고 내고 특채 공무원 뽑는 경우 많아요. 그때 뽑히는 공무원들은 연줄 있는 사람들인거죠. 그리고 나서  특채로 뽑힌 공무원들이 연줄을 잡고 기회가 있을때마다 승진을 하죠. 물론 근거 없으면 당연히 말이 나오니까....대학원도 다니고 적당한 실적도 만들어서 객관적인 근거를 쌓아 놓아야죠."



"선생님은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그거야 뭐...여기 저기서 듣기도 하고 목격하기도 하고 그랬죠. 세상에 완전한 비밀이 있겠어요? 특히 공무원 채용은 법률에 따라 해야 하니까 그 과정이 다 기록에 남잖아요. 제말은 아나운서에서 떨어진걸 너무 마음에 담지 마시라는 것이에요. 지금도 비밀스런 음서제도가 사회 전반에 있어요. 음서제라는게 인지 상정인가봐요.  사실 그 하루 이틀 보는 시험으로 진짜 인재를 어떻게 찾아내겠어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세상은 원래 불공평 하고 정의란 없나보다 생각해야죠. 좀 비겁하지만."




"어떤 정치가는 비겁하게 뒤로 숨는 것도 죄악이라고 했는데..."

"그 정치가야 사람들로 부터 단물 쭉 빨아먹고 누릴거 다 누리고 가셨잖아요.  어느 정치가나 마찬가지에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데 혼란이 잠잠해지고 주위를 둘러보면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요...가야할 길이 너무 멀어서인지 가다가 지치고 내가 손해보는 기분이 드니....그 정의로운 슬로건은 그저 선동으로만 들리고, 똑 어리석은 민중이 속는구나 싶고..."

나는 나도 모르게 악수를 두고 있었다.

절대로 술자리에서 해서는 안될 주제

종교 정치 얘기를 하고 있었다.

다시 5부능선으로 밀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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