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화 〉눈알주
나는 분위기가 싸해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아나운서 이야기 하다가 괜한 주제로 빠졌네요.. 그래도 하루를 즐겁게 한잔하시죠."
아마도 그녀는 내가 정치적으로 반대 지점에 서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아무 영역에도 속하지 않았다.
정치인의 일은 사기치고 거짓말 하고 선동하는 것이고
똑똑한 국민은 그 사기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내 정치적 좌표이다.
그래서 사실 나는 정치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식어버린 분위기를 어떻게 살릴지 고민했다.
"근데 전에 어떤 정치인이 아나운서는 다 줘야 된다고 했다가 사람들한테 뭇매를 맞았는데...진짜 다 줘야 되나요?"
"하하하...그럼 여자의사는 수련 마치려면 다 줘야 되나요?"
"글쎄요.. 그런건 없는 것 같은데. 개중에는 그런 여자 선생님도 있겠죠..."
"그러니까요. 아나운서도 빽 없는데 발버둥치는 애들은 뭐 다줄 수 도 있겠죠. 보도국장이든 사장이든 아니면 힘있는 정치인이든..."
"그럼 그 정치인이 한 말이 아예 근거없는 건 아닌가보네요?"
"아주 적은 케이스라는 거죠..하긴 어떻게 남의 이불밑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겠어요. 하면 하는 거고 아니몀 아닌거지."
그녀는 술이 올라오는지 자켓을 펄럭거렸다.
"어후...살짝 덥네요."
그녀는 결국 자켓을 벗어 옆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자켓 안에 민소매 옷을 입고 있었다.
팔에 군살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의 군살업는 팔을 바라보며 내 마음이 시원했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매만지기 위해 팔을 자주 올렸다.
그녀의 겨드랑이가 보였다.
깔끔하게 제모 된 상태였다.
나는 여자가 겨드랑를 다듬는 것이 처음엔 어색했다.
거기에 털난것이 불결해 보이는 것인가?
왜 거기에 난 털을 깍을까?
털이 나는 곳을 따라가 보면
신체에서 중요한 곳이라는 설이 있다.
머리...당연히 중요하다. 머리카락은 좋은 충격 흡수제가 될 수 있디.
음부...당연히 중요하다. 성교시 충격을 완화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안에 세균이나 곰팡이가 살 기 쉽다.
겨드랑이....글쎄 잘 모르겠다.
다리...개인차가 크다 어떤 사람은 민둥민둥하고 어떤사람은 무성한 숲이다. 숲인 사람들은 모기에 물리지 않는 효과가 있다.
팔...개인차가 크다. 팔에 털이 많은 여자가 미인이라는 속설이 있다. 내 경험으로 봐도 미인들이 많았다. 그들은 팔에 난 무성한 털처럼 눈썹이 진했다. 머리카락도 풍성했다.
여자의 겨드랑이털 걱정을 하다보면
남자가 수염을 깍는것을 생각하게 된다.
한국에서 수염을 깍지 않는 남자는
게으르거나 무례하거나 정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사회적 인식이 그렇게 고정 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보면 그렇게 털복숭이들이 많다.
인도나 이슬람쪽은 거의 90퍼센트이상
남자들이 수염을 기른다.
아마도 수염을 남자의 상징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인도나 이슬람 여자들이
겨드랑이 털을 어떻게 하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녀들은 몸을 꽁꽁 숨기니까
나는 우연히 이슬람 여자를 은밀한 공간에서 만난적이 있다.
이슬람 여자는 히잡을 벗고
민소매 옷을 입고 있엇다.
나는 이슬람 여자들이 모두 규율을 엄격히 지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었다.
보는 눈이 없을때는
종교적 규율을 신경쓰지 않는다.
외간 남자에게 은밀한 신체를 보여주면
가문이 능욕당한 것으로 여겨
명예살인을 당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내가 만난 그녀는
가문의 명예따위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침대에서도 뜨거웠다.
나는 그 외국인 여자와 밤을 같이 하고나서
그동안 갖고 있던 종교적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엇다.
옷을 벗고 나면
정치적 종교적 환경이 다를지라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신체구조가 똑같으니
남녀가 할 수 있는
자세도 똑같을 뿐
털이 있든 없든
여자의 겨드랑이를 보는 것은
내게 흥분되는 상황이었다.
내 물건이 살짝 부풀어 올랐다.
"그럼 과장님도 아나운서 되면 재벌가에 시집갈 생각이었어요?"
"네? 푸하하하...그걸 질문이라고 하시는 거에요?"
"아니 그냥 드는 생각에 여자 아나운서들은 재벌 3세들하고 많이 만나잖아요."
"글쎄요..전 아나운서가 못 되서 잘 모르겠는데요. 근데 재벌 3세하고 결혼하는 거는 아나운서 뿐만 아니라 모든 여자들의 꿈 아니겠어요? 손에 물 안묻히고 귀한 사모님 대접 받으면서 사는게 왜 나빠요? 할 수 있으면 해야지."
"네. 그렇죠. 할 수 있으며 그렇게 사는게 좋죠. 그래서 남자들이 돈을 열심히 벌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귀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거죠. 혼자 살 거면 뭐하러 몸을 상해가며 돈을 벌라고 하겠어요?"
"선생님도 부인을 그렇게 해 주고 계세요?"
"저 결혼 안했어요."
"정말이에요?"
커피스타킹의 눈에서 드디어 하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내가 유부남이라고 생각했다.
잘 해봐야 하룻밤 엔조이 상대라고 여겼울 것이다.
그런데 방금 그녀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재벌 삼세의 사모님은 못되더라도
병원장 사모님의 자리는 넘볼 수있지 않은가.
"아직 왜 결혼을 안 하셨어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신체 건강하고, 나름 생각도 건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인연을 못찼겠네요... 혹시 좋은 분 계시면 소개좀 시켜 주십시오."
여자의 질투심을 이끌어 내는
좋은 필살기 중 하나
'여자 소개 시켜 주세요' 신공
그 이야기를 듣는 여자는
자기가 패스당했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서 남자에게
자기가 가치있는 여자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를 과하게 어필하게 된다.
그때
남자는 무심한척
그 여자를 일부러 외면하다가
크리티컬 포인트에서
훅 치고 들어가면
여자는 케이오 당하고 마는 필살기
"주변에 괜찮은 분 많을 거 같은데. 여자는 여자의 눈으로 볼때 정확히 볼 수 있지 않나요?"
"글쎄요...나만큼 괜찮은 여잘 본적이 없어어요...하하하하"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민망했던지
사케를 원샷했다
나는 조용히
내 미소를 숨기고
그녀의 잔을 채웠다.
그녀의 얼굴은 벌겋게 익어가고 있엇다.
방문이 열리고 기모노를 입은 종업원은
오른손에 큰 접시를 들고 들어왔다.
큰 접시 위에는 당근으로 만든 꽃장식이
군데 군데 피어 있었고
각종 사시미가 가지런히 줄을 지어 놓여 있었다.
"이건 혼마고루 드시기 전에 입가심 하시라고 주방장님께서 준비 하신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입가심용 치고는 너무 푸짐했다.
"회도 나왔는데 우리 한잔 하시죠?"
나는 그녀의 잔에 사케를 따랐다.
커피스타킹 발가락이 내 발가락을 살짝 눌렀다.
그녀는 잔을 들고 내게 윙크 했다.
발가락을 밟고 윙크를 했다는 것은
당장이라도 다리를 벌리겠다는 표시였다.
마음 같아서는 상을 엎어버리고
아주 거칠게 폭주하고 싶지만...
현실은
"이거 한점 드셔보세요."
나는 전어회를 그녀의 앞접시에 떨어뜨렸다.
그녀는 전어회를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고소하죠?"
"네 고소하네요."
벌건 얼굴로 입술을 오물 거리는 모습이
내게 인상적이었다.
조금 있으면 저 오물거리는 입속으로
내 자지가 들어간다고 상상하니
온몸이 흐뭇했다.
"저는 원래 광어회만 먹었었는데, 이것 저것 먹어보니까 맛있는 생선이 참 많아요. 이거 참돔 이거 드셔보세요."
나는 참돔 한점을 그녀의 앞접시에 올렸다.
그녀는 젓가락으로 참돔을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자식 입에 먹을 게 들어가면
그렇게 행복하다는데
커피스타킹은 내 자식이 아닌데도
내 마음이 뿌듯했다.
우리는 부지런히 사시미들을 해치웠다.
세번째 사케 병을 열고
그녀의 잔에 부었다.
그녀는 잔에 술을 오래 남기지 않았다.
술도 생선도
몸속으로 꾸역 꾸역 밀어넣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곳 커피스타킹의 맛을 볼 수 있으리라
사시미 접시를 알뜰하게 비웠을때
주방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손엔 도마가 들려 있었고
그 도마 위엔 참치의 대가리가
군데 군데 구멍난 채 있었다.
주방장을 뒤따라
기모노 입은 여자가
큰 접시를 들고 왔다.
참치뱃살사시미가 기름지게 접시위에 누워있었다.
하얀색살 빨간색살 마블링 있는 살
참치는 다양한 색깔의 살덩어리를
우리에게 주었다.
기모노 입은 여자는 도자기로 된
주전자를 참치 접시 옆에 내려놓고
우리가 방금 헤치운 모듬 회 접시를 들고 나갔다.
주방장이 무릎을 꿇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VIP고객님을 모시고 제가 눈알주 한잔 드리겠습니다."
오늘 처음 왔는데 VIP고객님이 될수 있다는 사실이 우습긴 했지만,
나는 주방장의 수작이 팁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 아름다운 숙녀분 먼저 제가 올리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두손으로 도자기 주전자를 들어
커피스타킹을 향해 팔을 뻗었다.
커피스타킹은 잔을 들어 그가 주는 눈알주를 받았다.
젤라틴 같은 액체가 흘러내려 잔 속으로 떨어졌다.
주방장은 주전자의 뚜껑을 열어 젓가락으로 눈알을 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