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3화 〉하이에나떼가 우글거리는 세상 (163/189)



〈 163화 〉하이에나떼가 우글거리는 세상

"괜히 없는 사실로 고소하면 되려 당하는 수가 많아요. 가급적 그 일은 보류 하도록 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기 담당하시는 분께 가서 조사 받으시죠."


"네 알겠습니다."




변호사는 우리가 조사 받을 준비가 되었다고 알렸다.



막내 형사는 내게 와서 수갑을 풀어주었다.


나를 다시 철제 의자 위에 앉히고


다시 수갑을 채워 철제 의자에 연결했다.


막내형사가 철제의자를 내 옆에 놓았고

김호중 변호사가 그 위에 앉았다.



형사의 심문이 시작되었다.




"성함하고 주소가 어떻게 되시죠?"


"최석영이고 주소는 ㅇㅇ동 ㅇㅇ아파트 104동 1302호입니다."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이비인후과 의사입니다."




"금일 이미진씨를 강간하셨나요?"


나는 그녀이름도 몰랐다.


명함을 대충 봐서 그냥 출판사 과장이라고만  고 있었다.


"이미진씨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하고 금일 같은 모텔에 투숙한 사람이 이미진씨입니다."

"같이 투숙한 사실은 있는데 강간하지는 않았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오늘 이미진씨하고 자동차 접촉사고가 있었나요?"

"네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미진씨에게 저녁을 먹자고 한 사실이 있습니까?"


"제가 그런게 아니고, 그분이 밥을 산다고 했습니다. 자동차 접촉사고에 대한 보상조로 저녁을 산다고 했습니다."



"이미진씨가 자동차 보험회사에 연락하는것을 방해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내가 대답을 하려고 하자 김호중 변호사가 개입했다.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것 같습니다. 진술 안함으로 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진술 안함. 그러면 사고가 발생한 그곳에서 가까운 횟집으로 이미진씨를 유인했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또 김호중 변호사가 개입했다.

"제 의뢰인은 절대로 유인한 사실이 없습니다. 고소인이 저녁을 먹자고 한 사실은 있지만  의뢰인이 특정한 장소를 정해서 고소인을 유인한 적은 없습니다."


"네 그건 중요한 사안은 아닌거 같으니까 그대로 기록하고 넘어갑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횟집에서 이미진씨에게 술을 강권하신 사실 있습니까?"




또 김호중 변호사가 개입했다.


"제 의뢰인은 술을 강권할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고, 강권한 사실이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 사실 없다라고 기록합니다. 그럼 선생님은 이미진씨가 만취상태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김호중 변호사가 또 개입했다.


"제 의뢰인 역시 만취 상태여서 고소인 상태가 어떠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몰랐다로 기록하겠습니다. 그럼 선생님은 만취상태인 이미진씨와 강제로 성관계 한적이 있습니까?"

김호중 변호사는 내게 눈치를 주고 대신 대답했다.

"제 의뢰인은 고소인이 술에 얼마나 취했는지 알 지 못했고,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습니다."


"네 그럼 만취상태인지 몰랐다라고 적겠습니다."




"그럼 선생님은 성관계를 위해 이미진씨를 구타한 적이 있습니까?"




김호중 변호사는 내가 대답하려는 것을 막았다.


"제 의뢰인은 성관계에 대한 기억을 못하고 있습니다."


"네 그럼 기억하지 못한다라고 기록합니다. 그럼 선생님은 이미진씨를 강간하기 위해 이미진씨의 스타킹을 찢은 적이 있습니까?"

나는 대답을 머뭇거렸고, 역시 김호중 변호사가 내 대신 대답했다.

"제 의뢰인은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제 의뢰인의 손톱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런 손톱으로 스타킹 찢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필요하시면 사진을 찍으셔도 됩니다."

담당형사는 막내 형사에게 카메라를 가져와 찍으라고 지시했다.

막내형사는 내 양손의 손톱 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그럼 선생님은 이미진씨의 신체부위를 때리거나 훼손한 적이 있습니까?"


나는 대답하기를 머뭇거렸다.

뒷치기 하는 도중 나는 수도없이 그녀의 엉덩이를 후려갈겼다.


그녀가 아파하면 아파할 수록 나는 엄청남 쾌감을 느꼈다.


그부분은 분명히 기억난다.



내가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김호중 변호사가 대신 대답했다.

"제 의뢰인은 고소인을 때리거나 신체부위를 훼손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 상처가 생겼다면 상호간 합의하에 이루어진 성행위 도중 생긴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런  없다는 것으로 기록 하겠습니다. 성행위에 대한 얘기는 재판에 가서 입증하세요. 여기엔 기록하지 않겠습니다."

담당형사는 타자를 하다가 물 한잔을 마셨다.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요즘 여성이 당하는 성폭력 사건은 판사들이 아주 엄격한 잣대로 들여다 봅니다. 저야 선생님을 이해 하지만, 요즘 분위기가 분위기인 지라 어찌  지 모르겠습니다."


"심려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그럼, 이제 거의 다 한거 같습니다. 몇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이미진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인가요?"

"제 의뢰인은  기억을 못하고 있습니다. 고소인과 상호 협의하에 성관계를  후에  의뢰인은 잠이 들었고 그 동안 고소인이 모텔 방을 벗어난 것으로 알 고 있습니다."



"잠깐만요. 그럼 이미진이 방을 나가고 선생님의 금품이 없어진 사실이 있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꼭 잘 확인해 보세요. 금품이 없어진 증거만 있으면 사건 뒤집을 수도 있어요."

"제 의뢰인과 확인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선생님 특별히 할 말 있나요?"

"음..저는..."

그때 김호중 변호사가 내 말을 가로챘다.

"제 의뢰인은...."

"저기 변호사님...마지막 진술이니까 직접 선생님 말씀을 듣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변호사님의 역할이 있으신  아는데...마지막은 좀 저희에게 협조 해 주십시오."

김호중 변호사는 내게 말 하라고 눈짖했다.

"음 저는 이미진씨를 추돌사고에서 만나 좋은 의도로 그의 사고를 용서해 주었고, 그녀가 식사를 제안하여 그 식사에 참석 했다가 상호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미진씨를 다치게 하거나 폭행을 하거나 일방적으로 성관계를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김호중 변호사가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네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선생님을 유치장에 구금하겠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요즘 분위기가 무서워요. 여성대상으로 한 사건을 예전처럼 처리했다가는 제 모가지가 날라갑니다. 이정도 되면 저도 어쩔수 없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야 합니다. 아마 시국이 시국인지라 검찰에서도 바로 구속영장 청구 할 겁니다. 선생님도 하실 수 있으면 이미진씨하고 합의를 하시든지 아니면 이미진씨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내시든지 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수고 많으셨습니다. 변호사님하고 하실 말씀 있으면 저기 소파에가서 하세요. 그리고 나서 유치장 안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형사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친절했다.



신문 방송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성추행 범죄에 대해,


데이트 폭력에 대해,

리벤지 포르노에 대해,


단체장들의 여직원 성폭행에 대해


연일 기사를 쏟아내고




남자는 무조건 범죄자라는

편견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베풀어준 호의가


나는 고마웠다.



"원장님 타이밍도 그렇고 케이스가 참  좋습니다. 우선은 증거를 모아서 그 이미진씨를 만나보겠습니다. 그 여자 연락처 갖고 계시죠?"


나는 김호중 변호사에게 그녀의 명함을 보여주었다.



김호중 변호사는 폰을 조작해 명함 애플리케이션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여자의 명함을 손으로 들고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녀의 정보가 김호중 변호사의  안에 자동으로 저장되어 분류되었다.




"제가 원장님 가셨던 식당, 모텔에서 기록된 영상 확보하고, 혹시 편의점에도 가셨을 수 도 있으니까 거기 가서 영상 확보 하겠습니다. 그리고 구속적부심에서 가능하면  드리도록 준비 하겠습니다.원장님 조금 고생스러우시더라도 유치장에 계셔야 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김호중 변호사를 믿기로 했다.


변호사가 꾀병신공을 권하지 않은게 약간 서운하긴 했지만,

아픈 환자가 술먹고 여자와 난잡하게 놀았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 일이긴 했다.

김호중 변호사가 경찰서를 떠난 후

나는 유치장에 들어갔다.

유치장 시설은 낙후되어 있었다.


하루라면 모를까


그 이상은 도저히 있을  없는 곳이었다.


유치장에 먼저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 하고 누워 있었다.

이른 새벽시간이어서


대부분 잠이 들었고

몇몇은 눈을 멀뚱멀뚱 뜨고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유치장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도 관심갖지 않았다.



나는 구석에서 빈자리를 발견했다

그 자리에 앉았다.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이 못난놈 넌 인생을  그렇게 힘들게 사냐?"

"할아버지?"


"그래 니 할애비다. 이번 일로 큰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구나."


"무슨 교훈을요?"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 한게 아니다. 네 주변에는 네 살을 물어 뜯으려는 하이에나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그게 세상이다."


"네 그런거 같아요."


"그 여자는 애초부터 너에게 접근하기 위해  뒤를 따라 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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