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8화 〉움찔 움찔 (168/189)



〈 168화 〉움찔 움찔

떡볶이는 미약하나

 끝맛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리라

자바칩 프라프치노는 소박하나


그 단맛은 오랫동안 남으리라.

나는 그 뒤로 매일  편의점에 들렀다.



저녁으로 설렁탕을 사 먹고

설렁탕집을 나와 그 편의점으로 걸어갔다.

사실 나는 편의점에서 살 게 없었다.


냉장고에서 2리터 생수 한 병을 사고


2 플러스 1 아이스크림을 샀다.

계산이 끝나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그녀 앞에 놓았다.



"수고하세요."

나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바로 돌아 편의점을 나왔다.



일주일동안


 저녁 루틴을 유지했다.

중간 중간

그녀는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



한주가 지나고


나는 쪽지를 썼다.

"매일 매일 제가 이상하죠? 전 그저 그쪽에게 관심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이런 유치한 방법을 씁니다. 언제 시간 되실때 롯데월드에서 데이트 한번 하면 좋겠어요. 마음을 정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010-0000-0000"

매일같이 편의점에 가다보니


비비고 브랜드 즉석 김치찌개 같은 것도


눈에 들어왔다.

2+1행사가 있을 때


세개씩 사서


설렁탕집에 가는 대신


집에서 데워 먹었다.


 전과 마찬가지로


생수 2리터 페트병을 사고

아이스크림을 골라


계산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그녀 앞에 밀어줄 때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저 쉬운 여자 아니에요."



나는 아이스크림을 계산대에 내려놓고

뒤돌아 나왔다.



얼굴이 화끈 거렸다.



쉬운여자 아니에요....


무슨 의미일까.




내 속 마음을 제대로 들킨것 같아서


마음이 불안했다.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뒤에서 누가 지켜보는 것 같았다.


 뒤로 나는 삼일 동안  편의점에

가지 못했다.

어설픈  접근 방법을 반성하고


실패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심장도 안 좋은데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자는 참 특이한 동물이다.


남자가 다가가면 야멸차게 튕겨내는데

남자가 멀어지면 금세 허전함을 느낀다.



뜬금 없이  12시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는 받을까 말까 망설였다.


"여보세요."

"왜 요새 편의점에 안 오세요"

"네?"

"왜 요샌 편의점에 안 오시냐구요."


"아...전엔 제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죄송했습니다."


"아니에요. 미안하실 필요 없어요. 제게 관심 가져주셔서 고마워요."

"아...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있으세요?"


"네..."

"그럼 지금 저 드라이브 시켜주실 수 있으세요?"

"아...지금 늦은 시간인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좀 답답해서 바람 쐐고 싶어요."

"지금 어디신데요?"

"편의점 앞이에요. 근무시간은 아니에요. 와 주실  있어요?"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한 오분 걸릴겁니다."

"네 알겠어요."



나는 전화를 끊고 옷을 챙겨 입었다.

밤이라 어떻게 입어야  지 망설였다.

정장을 입을 수는 없고, 캐주얼한 마이와


면바지를 입고 캐주얼한 구두를 신었다.

차를 몰고 편의점 앞으로 갔다.

그녀가 주름 치마를 입고 있었다.

머리에 모자를 눌러썼는데

긴 머리가 모자 밖으로 나와 있었다.



파란색 청자켓과 하얀 주름치마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조수석으로 들어와 앉았다.

"어디로 갈까요?"

"아무대나 바람 시원한 곳으로  주세요."




바람 시원한 곳?




한강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강바람을 맞을까 싶었지만

모처럼 맞은 기회에

그녀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창문을 열고 한강을 따라 운전했다.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왔다.



"괜찮으세요?"

"네 바람이 좋네요."


"미사리에서 통기타 치는거 구경해 보셨어요?"


"아니요."


"요샌 통기타 가수만 있는게 아니라 시간대별로 댄스팀도 나오고 그래요. 한번 가 보실래요?"


"네."

나는 계속 강바람을 맞으며


미사리 까페촌으로 갔다.



길가에 많은 가수들 사진이 세워져 있을  알았는데


없었다.




까페도 없었다.

쏭아와 열애만 보였다.



두 까페는 대형이라 가격이 비싼걸로 알  있었다.


또 너무 옛날 가수가 나와 분위기가 별로일 것 같았다.



두 까페를 그대로 통과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간 이상 대안이 없었다.

나는 차를 돌려 다시

길을 거슬러 갔다.

둘 중  곳...

송창식이 나오는 쏭아를 선택했다.

까페안에는 20개 정도 되는 테이블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한고 앉아 있었다.


대부분 50대 아줌마 아저씨로 꼭 붙어 앉아있는 폼이

막 데이트를 시작한 커플들로 보였다.



무대에서는 송창식이 노래하고 있었다.


언듯 듣기에도 가수는 역시 가수였다.


발성과 테크닉이 남달랐다.


그녀와 나는 테이블에 앉아

차를 시켰다.

한잔에 삼만원



이해한다.

70년대 80년대를 풍미했던

거장의 콘서트나 마찬가지이니

그 값이겠거니 했다.

송창식은

귀에 익은 노래를

땀흘려가며


 속에서 밀어냈다.

우리는 빛이없는
어둠속 에서도
찿을  있는
우리는~~

그녀의 눈치를 봤다.


나쁘지 않은 표정이었다.


아주 작은 몸짓
하나라도
느낄  있는
우리는~~




그렇다고


송창식의 노래가


분위기를 만들지는 않았다.

우리는 소리없는
침묵으로도
말할 수 있는
우리는~~



나는 그녀와 신체가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했다.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노력했다.

마주치는 눈빛 하나로
모두 알 수 있는
우리는~~ 우리는 연인~~~


기나긴 한세월 를
기다리어
우리는 만났다
천둥치는 운명처럼
우리는 만났다



멀리서도 거장은


얼굴에 땀을 흘리며


특유의 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옆에선


거장을 온몸으로 모시는 듯한


기타리스트가


진지한 몸짓으로

그의 노래를 감쌌다.



오 오 바로 이 순간
우리는 하나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우리는 연인~~


우연히 들어온 까페에서


나는 개인적으론


아주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눈치를 다시 살폈다.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 비쳤다.

물이 흐르는 듯한

거장의 노래가 마지막을 향해


급류를 만들었다.

오  바로  순간~~
우리는 하나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우리는 연인~~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그녀는

두손을 높여

박수를 쳤다.

그녀의 박수에는 에너지가 실려 있었다.




거의 반세기 전 노래가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녀는 박수치면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


반세기의 거장은


사랑이야라는 불후의 명곡을 들려 주었다.




나는 그녀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마음 깊은거기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하나 이렇게
밝혀놓으 셨나요



거장의 잔잔한 파동이

그녀와 나 사이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었다.


거장은

음 하나 흔들리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있게

단어 하나 하나를

내 가슴 속에 꽂아 넣었다.





어느별 어느하늘이 이렇게
당신이 당신이 피워놓으신 불처럼
밤이면 밤마다 이렇게
타오를 수 있나요


그녀도 그 거장이 쏟아내는

에너지에 감동 받은  같았다.


그녀는 눈을 깜박 깜박했다.

내가 그녀의 뺨에

입술을 가져가도


그녀는 그대로 있었다.




내 입술을 사랑으로 느끼는  같았다.



언젠가 어느곳에선가
한번은 본듯한얼굴
가슴속에 항상 혼자 그려보던 그모습
단한번 눈길에 부서진  영혼
사랑이야~~~
사랑이야~~




나는 한발자국 더 전진했다.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갰다.

그녀가 멈칫하다


내 입술을 받아 주었다.

나는 그녀의  안으로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녀가 얕은 신음 소리를 뱉었을때


그걸로 만족했다.



거장은


노래에 빠져

그 위에서 작두를 타고 있었다.




안정된 호흡을 바탕으로


단단한 소리를

부드럽게 뱉어내고 있었다.





언젠가 어느곳에선가
한번은 올 것같은 순간
가슴속에 항상 혼자 예감하던 그순간
단한번 미소에 터져버린  영혼
사랑이야~~~
사랑이야~~~
음~~~



거장이 마지막 단어를


가슴으로 뱉어냈을때


그녀와 나는

진심을 담아 박수를 쳤다.




까페 안에는


우리 말고도

진심을 담아 박수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박수는 오분동안 끊이지 않았다.



거장은 한참 인사를 하다가

무대를 내려갔다.


그녀와 나는 서로를 쳐다봤다.


교감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와 함께


까페를 나왔다.


나는 가까운 모텔을 찾아

그녀의 손을 잡고 들어갔다.




그녀는 나를 거부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치마를 내렸다.

나는 그녀를 들어


침대에 내려놓고

그녀의 몸을 소중한


보물 다루듯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녀는 움찔 움찔

 손끝에 따라 반응했다.



옅은 신음소리가

모텔방을 가득 채웠다.

내 몸의 털이

그녀의 신음소리를 따라


일어났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내 입술이 그녀의 목선을 따라 내려가고 있을때


그녀는 눈을 감고

내 처분만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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