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화 〉마네킨 인형
"어이쿠나...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욕실에서 나온 남자에게 따졌죠..이게 뭐냐..."
"뭐라고 변명하던가요?"
"기념이 될 것 같아서 녹화했다. 그럼 이 다른 여자들 영상은 뭐냐. 헤어진 여자라고 하더라고요. 촬영 날짜가 내가 그 남자와 만나고 있을 때 였어요. 그 자리에서 메모리카드를 빼고 그 남자에게 물었죠. 이거 싸이트에 올린적 있냐고. 절대 그런적 없다고 하더라고요. 알았다고 말하고 나는 바로 짐을 챙겨서 모텔을 뛰쳐나왔어요."
"그 남자가 안 따라 나왔나요?"
"저도 그게 의문이에요. 내가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어쩌려고 대책없이 날 내보내 주었는지...."
"그래서 경찰에 신고 했나요?"
"신고하려는 마음이 가득했는데...그 영상속에 내 모습을 경찰들이 보는 것도 싫고...모든게 허무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관뒀어요."
"그 뒤로 그 남자에게서 연락이 없었나요?"
"없었어요. 나도 연락을 기다리진 않았고...그렇게 잊혀졌죠."
"남자에 대해 안좋은 경험들이 트라우마가 되었군요."
"트라우마까진 아니고, 확실히 교훈같은 건 생겼죠."
"그 뒤론 남자를 안 만났나요?"
"보긴 했는데 그냥 클럽가서 원나잇 같은 거 하고 그게 다에요. 이젠 남자한테 큰 기대같은건 안 해요."
나는 대구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맥주잔을 홀짝거리고
화채를 떠 내 그릇에 담았다.
"선생님은 여자친구 없어요?"
"저도 솔직히,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않네요."
"사귀긴 했어요?"
"글쎄요...저도 사귄다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서... 그저 친구로서 만나는 사람들은 많았는데..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진 않았어요."
"그럼 섹스는 어떻게 했어요?"
"저도섹스하는 거 좋아해요. 경험이 많아요."
"잘 해요?"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다.
나는 내가 잘 한다고 해야할지
망설였다.
물론 나는 내 몸에 큰 자지를 장착하고 있고
적당한 근육을 갖고 있다.
비록 심장 수술을 받았지만
그래도 지속적으로 피스톤 운동하는데
지장은 없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내게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감정적 교감...
많은 여자들은 공격적인 마찰보다
감정적 교감을 중시 한다.
부드럽게 쓰다듬고
마음을 어루만지고
인내를 갖고 기다려주는 과정이
내게는 거의 고통에 가까웠다.
나는 섹스를 시작하면
바로 뒤치기로 직행해
보지가 찢어지게 박아대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걸 좋아하는 여자는 거의 없다.
진짜 꾼들은
자지가 큰 놈도 아니고
몸이 근육질인 놈도 아니고
몸이 호리호리해도
여자의 마음을 잘 읽고
여자의 감정에 따라
몸의 대화를 할 줄 아는 놈들이다.
나는 그런 꾼에 속하지 않았다.
"글쎄요. 어릴적엔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하하 대답이 자신없으시네요."
그녀는 오백잔을 벌컥벌컥 비웠다.
나는 테이블 버튼을 눌렀다.
나도 오백잔을 비웠다.
이번엔 잘 생긴 알바생이 테이블로 왔다.
"여기 오백 두잔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알바생이 돌아섰다.
"잠깐만요"
그녀의 부름에 알바생이 돌아섰다,
그녀는 바지에서
오만원짜리를 꺼내
알바생에게 주었다.
알바생은
허리를 굽혀
돈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여자가 팁을 주는 흔하지 않은 광경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펼쳐졌다.
알바생은 익숙한 듯
간단히 감사하다는 말만 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오만원이라는 큰 돈을 팁으로 받으면
굽신 굽신 할 만도 한데
내가 예상한 행동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잘생긴 알바생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나는 그녀가 다리를 벌리고
알바생에게 박음질 당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상상속의 그녀는
온갖 야릇한 신음을 토해내며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는 잘생긴 알바생의
엉덩이를 붙잡아
자기 보지를 향해
밀착 시켰다.
그녀는 엄지발가락을
부르르 떨며
힘을 주었다.
그녀는 벅찬 흥분감을
숨기지 못하고
하얀 침대 아래에서
꿈틀거렸다.
나는 어느새
잘생긴 알바생을 질투하고 있었다.
내가 그정도로 잘생겼다면
만명도 넘는 여자를 요리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요리도 필요 없을 것이다.
팔닥팔닥 뛰는 날 것으로 먹어도
수백 수천명
여자들이 다리를 벌리고
박아달라고 애원할 것이다.
"알바생이 참 잘생겼네요."
"네."
만약 알바생이 섹스하자고 하면
할 생각이 있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물을 수는 없었다.
예상대답도 뻔했고.
그녀가 팁으로 5만원이나 주었다는 사실이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것은 마치,
그녀가 잘생긴 알바생에게
이따가 이차가자라는
제안을 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잘생긴 알바생과의 몸부림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채우고 있는데
나같은 사람이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갈 곳은 없을 것이다.
나는 마음이 헷갈렸다.
오늘 후보3번을 쓰러뜨릴 것인가 말 것인가.
쉽게 쓰러질거 같기도 했지만,
무리수같기도 했다.
묘한 질투심이 내 평정심을 흔들었다.
"여자들도 잘 생긴 남자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죠?"
"당연한거 아니에요? 남자들은 대 놓고 티내잖아요. 젊고 이쁜 애들 보면....제가 참 메스껍게 느끼는 것중 하나가...군부대에 방문한 걸그룹을 티비에서 보여주는 거에요.. 물론 이해는 하지만 여자들을 둘러싸고 짐승의 무리가 허리띠를 푼채 막 달려드는 영상을 재밌다고 방송에 내보내는게 전 참 불편해요."
"네..젊은 사람들을 그렇게 가두어둔 것 부터가 비극이죠."
"전 모병제나 남녀징병제나 그런 민감한 주제를 말 하려는게 아니고...꼭 군부대가 아니더라도 남자들만 모아 놓은 곳에 여자를 떨어뜨려놓는게 마치 사자우리에 불쌍한 애완견을 떨어뜨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거에요."
"사실 따저보면 감정적인 폭력상태인데 그걸 당연시 하고 희화 하고 그런 방송을 보며 남자들은 그렇지 그렇지 하면서 비판기능을 상실하죠. 남자들은 자기들이 군대에서 비합리적인 대우를 받고 그걸 또 당연시하는 심리적 최면 상태에 빠져 있어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심리적으로 최면에 빠진 걸 수도 있고...순응이라고 말 할 수 도 있죠. 개인이 저항해봐야 변화를 줄 수 없는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니 그렇게 하는거죠.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이 대단하게 혁명적인거 같지만 사실 개개인은 그렇지 않아요. 당장의 고통을 피하고 싶어하고 어쩔 수 없을땐 금세 순응하는게 인간이에요. 사회를 바꾸고 개혁하는건 사실 정신상태가 각별한 소수일 뿐이에요."
"아...그러니까 불합리에 순응하는 개개인에겐 죄가 없으니 묻지 말라는 거네요. 마치 인도의 수많은 남자들이 호시탐탐 집단 강간이나 윤간을 노리는 것도 인도의 사회 분위기에 순응 한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군부대를 방문한 걸그룹이 지나치게 환대받는 거 같다고 하시니 하는 말씀이에요. 그 순간 그 공연장소는 군인들이 허리띠를 풀고 긴장을 놓아도 되는 곳이잖아요. 그런 휴식이 있기 전에는 허리띠를 단단히 채우고 충분히 긴장감을 유지하고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았잖아요. 허리띠를 풀었다고 해서 군인들이 공연하는 걸그룹을 강간하거나 그러는 건 아니잖아요. 그 공연장을 지키는 헌병도 있고 간부도 있고 군인들도 자기 행동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그 안에서 괴성을 지르고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거죠. 혹시나 오해가 있으신거 같아서 말씀드리는 거에요."
"그런데 왜 전 그 모습을 보면 역겹고 토하고 싶어지죠? 잘생기고 매너좋은 남자 한명과 같이 있으면 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왜 그런 짐승같은 떼거지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을까요?"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에요. 한명의 여자만 있으면 금방 그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데, 여러명의 여자가 떼로 덤비면 부담스러워요. 제가 고등학생때 여고를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교실 옆을 지날때 마다 와~~남자다~~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마치 폭동을 일으킬 것 같은 여학생들을 보면서 저는 겁을 먹었어요. 여학생들로부터 여자의 매력을 느낄 수 없었죠."
"그 여고생들이 선생님을 보고 흥분했을 거라는건 짜뻑인거 아시죠? 솔직히 선생님이 그렇게 매력적인 외모는 아니거든요. 호호."
그녀는 내 성격 테스트를 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내 자존심을 깍아 내렸다.
나는 화채국물을 가득히 떠서
벌컥 벌컥 들이켰다.
"화 내지 마세요. 농담이에요."
"화 안났어요. 갈증이 갑자기 생기네요."
그녀는 내게 도발해 놓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기 탓이 아니라는 식으로
모르는 척 했다.
나도 처음에 생겼던
성욕이 확 떨어졌다.
앞에 앉은 그녀가
마네킹 인형 만큼도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눈을 돌려
잘생긴 알바생의 뒷꽁무니를 따라갔다.
그녀는 눈을 돌려
잘생긴 알바생의 뒷꽁무니를 따라갔다.
잘생긴 알바생은
손님들의 늘어남에 따라
여기저기 바쁘게 불려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