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9화 〉보니는 점점 (179/189)



〈 179화 〉보니는 점점




나는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 봤다.

나는 강남의 퓨전 한식집을 떠 올렸다.


젊은 셰프가 한식과 양식을 적당히 버무려


새로운 장르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깊이 고민하지 않고

그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모던한 분위기가

보니에게 챙피하지 않았다.


우리는 회색빛의 의자에 앉아

서빙을 기다렸다.


다행히 메뉴에 불고기가 있었다.


나는 불고기를 시켰다.


그리고 보니에게 매운 음식을 먹을  있는  물어 보았다.

보니는 즐겨먹는다고 했다.




나는 떡볶이를 추가 했다.

그리고 매운맛을 중화시킬 수 있는

잡채를 추가 주문했다.

흔히들 말하는 음식한류 삼인방


불고기 떡볶이 잡채를

주문하고


보니에게 한국 전통음식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보니는 고맙다고 화답했다.

어는 유명한 음식 평론가가

떡볶이는 오래된 전통음식이 아니고,

꽤 최근에 개발된 음식이라고 하는데

나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전통이란


오래된 것도 있고


새로 생겨 자리를 잡는 것도 있기 마련 아닌가.


매운걸 먹으며

땀을 흘리고

행복감을 느끼는 게

한국의 음식문화라면


떡볶이를 전통으로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1960년대에 생겼으면 어떻고

일제시대에 생겼으면 어떤가


한국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 먹으면

한국의 음식이 된다고 생각한다.


보니에게

불고기와 잡채 그리고 떡볶이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동안

테이블에 음식이 놓였다.


떡볶이를 따라 나온


시원한 물김치는


신의 한수 였다.


단독으로도 맛있지만


떡볶이와 아주 좋은 궁합을 이루었다.

보니는 어설프게 이것 저것 먹으며

맛있다고 박수를 쳤다.

그냥 박수도 아니고 물개박수를.

나는 보니의 상태를 보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산사춘을 주문했다.


보니에게 한국 전통와인이라고 소개했다.

보니는 산사춘을 좋아했다.


달짝지근한 맛이 끌릴  밖에 없었으리라



우리는 금세 산사춘 한병을 다 비웠다.



보니에게  마시겠냐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강렬했다.


"Why not~~"



나는 거의 칠십프로 오늘 거사를 치룬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자에게 산사춘이란


앉아있을 때는 별 느낌이 안들지만

다 마시고 일어날 때쯤


핑 돌게 하는 술이다.

보니와 나는 산사춘 4병을 마셨다.




보니의 눈동자가 러블리해졌다.


얼굴이 벌겋게 익어서

나를 보며 이유없이 웃었다.

나는 보니가 미국에서 온  알았는데


캐나다 출신이었다.

그것도 들어본  없는


중부 프레리지대의 어는 작은 시골에서

자라나고

 지역의 이름없는 대학을 나왔다.

보니에 따르면


자기 마을에는 대학 나온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가족 8남매 중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대학 나온 딸이었다.

형제들은


농촌 마을에서


트럭 운전도하고

가게도 하고

농사도 짓고

하루 하루 만족하며 살아간다고 했다.




형제들은 평생 그 시골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했다.


자기를 제외하면 아무도 비행기를 타본 적도 없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이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다.

선진국인 캐나다에 사람들이 그런 생활을 하다니.


개발도상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왠만한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봤을텐데

비록 그런 시골 촌 구석에서 자랐음에도

금방 스크린을 찢고 나온 듯한

미모의 백인 여자가

한국이라는 개발 도상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게


잘 믿어지지 않았다.

세계 10위의 무역으로 생긴


돈의 힘이


세긴 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녀와 조금 더 이야기를 하다가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돈도 돈이지만


그녀가 한국에 온 진짜 이유는


어이없게도


방탄소년단이었다.




그 철없는 백인 여자아이가 하는 말이


한국에 오면 방탄소년단을 더 자주  수 있을 것 같아

큰 고민 없이 덜컥 한국에 왔단다.


어이쿠야....


그녀의 이상형이


야리야리한 방탄소년단인데

내가 오늘밤


어필 할  있을까




나는 자신감이 주욱 떨어졌다.

술을 더 마시게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거 같았다.



그래도 취한 여자가 더 쉬우리란 생각에


칵테일 바에 가자고 제안했다.


그녀는 시원시원했다.

우리는 식당에서 나와

길 건너편에 보이는 칵테일 바로 직행했다.

보니가 흔들렸다.

터질듯한 그녀의 엉덩이가 씰룩거렸다.


나는 슬쩍 슬쩍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녀는 내 손을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이층에 있는 칵테일 바로 갔다.




어두운 칵테일 바에는

나른한 재즈 선율이


끈적하게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소파에 앉았다.


나는 그녀와 마주보고 앉았다.



그녀에게 섹스 온 더 비치를 아냐고 물었다.

그녀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나는 그 순진하고도 아름다운

컨트리 걸에게


한번 마셔보라고 했다.

그녀는 쿨하게 마셔보겠다고 했다.



나는 깔루아밀크와 섹스온더비치를 주문했다.




까페 분위기가 아늑했다.

작은 무대도 있었다.


무대 아래에서


모자쓴 예술가가


섹소폰을  보고 있었다.



제법 많은 손님들은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으며

웃고 떠들었다.



보니는 자기는 이런 분위기가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쳐 들었다.


섹소포니스트가


한 음을 길게 내더니


연주를 시작했다.



귀에 익은 멜로디

Forever in Love


아티스트의  뱉는 숨이 정열적으로 흘러나왔다.



보니가 좋다고 난리였다.



보니가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눈을 감았다.



칵테일이 테이블에 놓였다.



섹스온더비치의 복숭아빛과 붉은 빛이

사랑스러웠다.

그에 비하면 깔루아 밀크는

시커먼듯 하얀듯

색감이 별로였다.



보니는 섹스온더비치를 들고

신기한듯 들어보고 내려보고

여고생처럼 들떴다.

"Do you wanna try this?"

나는 깔루아밀크를 보니 앞에 들이밀었다.



"Why not?"


그녀는 연속으로 화끈했다.



그녀는 깔루아밀크에 빨대를 꼽고

살짝 들이켰다.

"So sweet~~"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How is the Sex?"

"What?"


"Cocktail~~"


"Oh..It is fabulous~~"

색소폰 선율을 타며


보니와 나의 대화가 이어졌다.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엄청 좋단다.

세상에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가 있을 줄 몰랐단다.


자기는 평생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캐나다에는  돌아가냐고 물었더니


너무 지루하고 춥고 불편하고

가기 싫단다.


부모님과 형제들은 보고 싶지 않냐고 했더니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언뜻 이해 되지 않았지만

그럴수도 있다고는 생각했다.

보니의 엄마는 재혼을 했다.

보니 엄마와 첫번째 남편사이에서 난 형제도 있고

보니의 두번째 남편이 데려온 형제도 있고

보니의 엄마와 두번째 남편 사이에서 난 형제도 있었다.

보니는 엄마와 두번째 남편 사이에서 난 막내였다.



복잡한 형제 관계 속에서


보니는  치여 살았다.


가난한 농촌 마을 8남매 사이엔

폭력이 난무했고

보니는 살아남기 위해


그들 사이에서 순종하고 적응해야했다.


캐나다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보니의 이야기를 믿기 힘들었다.


인권을 중시하기로 유명한 캐나다 사람들은

가정내에서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양육하리라 생각했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보니는 형제들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했다.



그녀는 엄마 아빠 이외에

절대로 보고싶지 않다고 했다.



가능하면 한국에서 독립하여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문화가 다르니

내가 참견할 만한 꺼리는 없었다.


그저 나는 보니의 한국 생활을 응원한다고 했다.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했다.


물론 내 한  간수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거의 빈말에 가까웠지만


보니는 내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그녀의 순진한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섹스온더비치를 홀짝 거리며

분위기가 행복하다고 했다.



그녀의 눈빛이 점점 나른해 졌다.



"Wanna try another one?"


"Why not?"




그녀는 나른한 눈빛을 하고도

거절하지 않았다.


나는 준벅을 추천했다.



"What bug?"


"June bug~~"

"Does it have any bug powder?"

"NO~~. It is so sweet to attract bugs."


"Oh I see."




준벅을 주문하고 나서

그녀는 살살 졸기 시작했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니 옆으로 건너가

보니에게 어깨를 빌려주었다.




"So cozy.."

보니는 잠이 들었다.




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주문한 준벅을 기다릴 것인가.

바로 나갈 것인가.






준벅이 나왔다.



"A Junebug is here."

잔을 보니의 손에 들려주자


보니는 원샷해 버렸다.



"So sw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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