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20)

2부

“ 오빠, 어서 일어나요. 제가 술국 끓여 났어요. ”

“ 응, 그래…… ”

“ 왜 그렇게 술 많이 드셨어요? ”

“ ………… ”

몸을 일으키는데 영 말을 듣지 않는다. 할 수 없이 혜인이가 다시 부축하였다. 그리고 혜인이의 어깨를 붙잡고 거실로 나가 식탁에 앉았다. 

“ 오빠, 정말 너무해요. ”

“ 왜……? ”

“ 냉장고 하며 모든 게 엉망이야… 도대체 밥 해먹은 게 언젠지… 흔적도 없고… ”

혜인이가 가날픈 작은 손으로 냄비에서 국을 뜨며 말하였다. 그럴 것이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이 텅텅 비었을 것이다. 

“ 미안해…… ”

“ 미안한 줄 알기나 해요? 그럼, 이제 술 드시지 마세요. ”

“ ………… ”

“ 그래도 다행이 뒤져 보니 쌀통엔 쌀은 있데요. 그리고 국은… 미안해요. 제가 가진 돈이 없어서 이것 밖에 못해 드려요. ”

내가 쓰러져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그렇게 준비를 했나 보다. 혜인이는 자신의 용돈으로 준비한 콩나물국을 떠서 식탁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수저를 가지런히 한쪽에 놓고 밥솥에서 밥도 퍼서 올려 놓았다. 

“ 뭐해요? 안 드시고 뭐해요. 어서 드세요. ”

“ 응, 고맙다. ”

나는 천천히 수저를 들고 국을 한 숟가락 떠서 넘겼다. 시원한 콩나물국이 목을 타고 내려 가 쓰라린 뱃속을 시원하게 씻어 주었다. 혜인이는 내가 밥을 먹는 동안 맞은 편에 앉았다. 그리고 몹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았다. 

“ 제가 그 때 오지 않았다면 오빠는… 정말 끔찍해요. 제발 술 같은 건 드시지 마세요. 이젠 제가 자주 올 거예요. 오빠가 술 드시는지 안 드시는지 감시할 거예요. ”

“ ………… ”

“ 아까 얼마나 놀랬는지 나 아세요? ”

“ ………… ”

그렇게 말하는 혜인이의 두 눈이 촉촉이 젖어 들었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리며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 그랬어? ”

“ 전 오빠가 잘못되는 줄 알고…… ”

“ ………… ”

“ ………… ”

“ 네게 그런 모습 보여서 미안해… 이젠 다시는 술 먹지 않을게. ”

“ 정말요? 약속하세요. ”

“ 응, 약속할게. ”

혜인이는 나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 이런 약속을 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그 애에게 약속을 하였다. 

“ 그런데 넌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

“ 피이, 오빠가 날 피한다고 잘 될까요. 아빨 졸랐어요. 그래서 아빠가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

“ 그랬구나… 그래도 남자가 혼자 사는 집에 함부로 드나드는 건 안 좋아? ”

“ 치이, 제가 어린애로 보이세요? ”

“ ………… ”

그 말을 하고나서 혜인이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 봐요? 제가 어린 앤지…… ”

“ 뭐…? ”

나는 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들고 혜인이를 쳐다보았다. 

혜인이가 갑자기 손을 허리에 대고 가슴을 쭉 내밀었다. 그러자 나의 눈에 18살 여자의 가슴같지 않게 봉긋한 가슴이라고 여겼던 혜인이의 앞가슴이 더욱 앞쪽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나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으로 가서 고정되자 혜인이는 많이 부끄러운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얼굴이 대번에 붉어졌다. 그리고 허리에 있던 손을 뗐다. 나는 혜인이를 아직 한번도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 애가 그런 동작을 해 버리자 순간적으로 여자로 느껴져 많이 당황스러웠다. 순진한 줄로만 알았는데 어디서 그런 섹시한 매력을 지녔는지, 아마도 순진하게만 여겼던 혜인이가 그런 과감한 동작을 하고는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더욱 그렇게 예뻐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그만해 쬐끄만 게 어디서…… ”

“ 봐요? 보세요? 저, 어린애 아니죠? 이제 저보고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지 마세요. 저도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란 말예요. ”

“ 뭐어? 생각은 무슨 생각…… ”

혜인이는 잠시 말을 하지 않고 입술만 달싹거리더니 이내 결심한 듯 말하였다. 

“ 저… 오빠 좋아해요. ”

“ ………… ”

갑작스런 혜인이의 행동에 놀란 나를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말이 혜인이의 귀엽고 작은 입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너무 맹랑하다. 아니다. 이건 자신의 눈을 되찾아 준 나에게 고마워서 그러는 것이다. 그리고 외로운 내가 불쌍해 보이고 그래서 그러는 동정심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였다. 혜인이가 그런 동정하는 마음에서 일시적으로 그런 감정을 느꼈다고 생각하고 나는 다른 쪽으로 말을 돌려 피하려고 했다. 

“ 그런데 이 콩나물국 정말 싱겁다. ”

“ 왜요? 맛이 없어요? 이상하다? 엄마가 하는 데로 그대로 했는데, 뭐가 빠졌어요? ”

“ 먹어 봐… ”

그러자 혜인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갑자기 나에게서 숟가락을 뺏었다. 그리고 그대로 국물을 떠 맛을 보았다. 무슨 여자애가 남자가 먹던 숟가락인데도 주저 하거나 머뭇거리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 거짓말… 맛만 좋은 데요. ”

“ ………… ”

“ 근데, 오빠는 왜 대답 않해요… 제 말…… ”

이젠 더 이상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어져 버렸다. 

“ 혜인아 넌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잖니…? 그리고 넌 날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고마워서 그러는 거야… ”

“ 아니야, 오빠… 정말 그런 게 아닌데… ”

“ 혜인아, 그냥 날 부담없이 오빠라고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난 널 볼 수가 없어… ”

“ ………… ”

“ ………… ”

잠시 어색한 침묵이 혜인이와 나 사이에 감돌았고 나는 다시 한번 나의 생각을 말하였다. 

“ 난 혜인이가 나를 친하게 지내는 오빠 정도로만 생각해 주면 좋겠는데… 그래 줄 수 있다면 여기 오는 것도 허락할게… ”

혜인이는 철부지 어린애가 아니다. 내가 하는 말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다. 혜인이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양쪽 볼에 보조개가 살포시 들어갔다. 그 모습이 너무도 귀여웠다. 지은이도 보조개가 저렇게 예뻤는데…

“ 네, 좋아요. ”

“ 그럼, 오늘은 이왕 왔으니 놀다가 가… ”

“ 네, 그렇게 할게요. ”

아침을 먹고 방에 들어가 다시 누웠다. 그 동안 혜인이는 방마다 진공청소기도 돌리고 걸레질도 하는 모양이었다. 며칠 전에 내가 대충하기는 했었는데 벌써 구석구석에 먼지가 쌓였을 것이다. 한참을 바스락거리더니 방에 들어왔다. 

“ 힘들지? 혜인아… ”

“ 아뇨, 그런데 저 방 있잖아요? ”

“ 응…? 지… 지은이 방 말이구나? ”

“ 네, 책상 위에 있는 사진 봤어요. ”

“ 그랬니? ”

“ 오빠 동생분 넘 예뻐요. 저보다도… ”

“ ………… ”

“ 그런데 치우지 않으실 거예요? ”

“ ………… ”

“ 제가 도와 드릴게요. 그렇게 하세요. ”

“ 치워야 되는데… 아니… 당분간 그대로 놔둬… ”

“ ………… ”

아마 혜인이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 얘기를 꺼냈을 것이다. 마음은 알겠는데 이젠 정리할 건 하고 잊은 것은 잊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혜인이도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 그래, 니 말이 맞아… 이젠 잊어야지… ”

“ 오빠… 제가 오빠 동생 해 드릴게요. 착하고 귀여운 동생… ”

“ ………… ”

혜인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살짝 안기며 옆으로 드러누웠다. 향긋한 살 냄새가 혜인이의 몸에서 스며 나와 나의 코끝을 어지럽혔다. 혜인이가 나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자연히 혜인이의 가슴이 나의 가슴에 닿았다. 옷 위로 느끼기에도 너무도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혜인이의 등과 어깨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데 혜인이의 숨결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대로 가슴에 불어대는 뜨거운 숨결을 느낄 수가 있었다. 고개를 살며시 내려다보니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혜인이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과 나의 가슴사이에 접혀져 있는 두 손은 바르르 떨고 있었다. 

‘ 아, 이대로 혜인이를 안고 싶다. 저 작고 귀여운 입술에 키스하고 싶다… 하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 ’

가슴속까지 밀려 들어오는 혜인이의 풋풋한 살 내음으로 인해 조금만 더 이대로 껴안고 있다 가는 그만 뭔 일을 낼 것만 같은 가슴 벅찬 감정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혜인이는 아직 지은이와 같은 18살의 여린 나이이다. 그래서는 절대 안 된다. 

‘ 나보다도 좋은 사람 만나서… 그래 혜인이를 지켜 주자… ’

나는 밀려드는 감정을 밀어내며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혜인이의 어깨를 살며시 밀어냈다. 

“ 혜인아, 이제 그만 일어나자…… ”

“ 오빠 품안이 따뜻하고 너무 좋아요. 조금만 더 있을래…… ”

“ ………… ”

할 수 없이 그대로 있어 주었다. 그런데 혜인이가 손으로 나의 목을 감으며 힘을 주어 끌어안아 버렸다. 나는 그런 혜인이를 떼어 내려고 했다. 

“ 혜… 혜인아… 이러면…… ”

“ 오빠… 저 오빠 좋아해요… ”

“ 혜인아 그 얘긴…… ”

“ 알아요… 그래도 오빠가 좋은 걸 어떡해요. ”

“ ………… ”

그 순간 나는 그만 말이 막혀 버렸다. 

나의 입술에 갑자기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혜인이가 참을 수가 없었는지 그만 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고 말았던 것이다. 너무도 부드러웠다. 마치 솜사탕같이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었다. 혜인이의 혀가 물컹거리며 나의 입술을 열려고 움직였다. 살아 있는 듯이 움직이며 나의 입술주변을 조심스럽게 핥았다. 

“ 혜… 혜인아 이러지마… ”

“ 오빠, 난 괜찮아… ”

“ 혜인아……… ”

하는 수 없이 나는 입을 열어 혜인이의 혀를 받아들였다. 부드러운 혀가 나의 입속으로 밀고 들어와 나의 혀를 찾았다. 떨고 있는 가슴 만큼이나 바르르 떠는 혜인이의 혀는 나의 혀를 느끼자 멈칫하며 가만히 있었다. 이제 나의 혀가 움직이며 들어온 혜인이의 혀를 만지며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리고 잠시 우리는 숨이 차 오르는 것을 느끼며 입술을 떼었다. 조금의 사이를 두고 다시 입술이 합쳐졌다. 나는 입술이 닿자마자 혜인이의 입속으로 혀를 밀어넣었다. 혜인이는 조금씩 입술을 열어 주며 나의 혀를 받았다. 혜인이의 입속은 너무도 달콤하고 감미로웠다. 그러면서 혜인이와 나는 일어나 앉았다. 혜인이는 두 손을 가슴에 대고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혜인이는 말로는 자신을 대담하게 표현하였지만 몸은 그렇지 못하였다. 처음으로 접하는 남자의 몸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혜인이의 가날픈 어깨를 잡고 있는 나의 손에도 떨리는 게 느껴졌다. 혜인이의 가날픈 육체는 나의 두 손 안에서 다음 행동을 기다리며 가날프고 애처로운 몸짓을 하고 있었다. 

“ 혜… 혜인아 이제 그만… 이러면 안돼… ”

“ 오빠, 오빠가 원하는 대로…… 날… 가져…… ”

혜인이는 이미 모든 것을 허락하고 있었다. 여기 올 때부터 그런 마음을 가지고 왔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혜인이의 말에 기뻐하면서 자신의 몸을 열어 모든 것을 주려는 혜인이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혜인이의 해맑은 눈을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한 느낌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문득 지은이의 슬퍼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혜인이의 가날프고 애처로운 몸짓에서 그만 동생 지은이를 느끼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는 흥분이 식어 버렸고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도저히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나는 매달리는 혜인이의 두 손을 잡으며 떼어 놓았다. 갑자기 돌변하는 나를 보더니 혜인이가 놀라면서 물었다. 

“ 오빠, 왜 그래요? 제가 무슨 잘못했어요? ”

“ 아니, 그런 게 아냐. 혜인아 나도 네가 너무 좋아, 그리고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넌 아직 학생이잖아…? 그래서 아직은 널 지켜 주고 싶어. ”

“ 오빠… 난 괜찮은 데…… ” 

“ ………… ”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때 혜인이의 눈을 보지 않았다면 모르는 데 더 이상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미안해 하는 혜인이를 달래어 집으로 돌려보냈다. 

“ 참, 오빠… 다음에 올 땐 반찬이라도 만들어 올게요. ”

“ 그러지마, 너무 미안하잖아… ”

“ 괜찮아, 오빠… 그리고 내가 만들면 솔직히 맛 없잖아… 엄마한테 말하면 돼요. 그 대신 오빠 밥 안 먹고 또 그러면…… ”

“ 알았어… 꼭 챙겨 먹을게. ”

그렇게 혜인이는 다시 한번 나에게 다짐을 받고서 돌아갔다. 혜인이는 정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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