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구미호
“구한다.”
의지를 기운에 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운이 여전히 불안정 했지만, 구해야할 대상과 쓰러트려야할 대상이 같이 있어서 그런걸까.?
아까보다 훨쒼 안정적인 기운이 둘러졌다.
물론 여전히 위태로웠지만, 아까보다 훨쒼 좋았다. 아까는 바람이 불편 꺼져갈 수준의 기운이었다면, 지금은 바람정도는 거뜬해진 느낌이다.
구미호는 선공을 양보한다는 듯이 가만히 서있었다. 양보한다면 공격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자고로 선빵은 승기를 높여주는 것 중 하나니까.
기운뿐만 아니라 마법에도 의지를 넣어보았다.
‘구미호를 쓰러트려, 은월을 구한다.’
준비를 끝냈기에
그 상태로 달려가면서. 마법을 사용했다.
-파앗.!
이 마법 원래라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구미호는 기운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말했다.
그렇기에 평소와 다르게 이 얼음 결정체도 자신의 기운을 사용해 막지 못한다. 구미호는 '육체'만 사용한다고 했으니까.
내 예상대로 구미호는 아까처럼 내 마법을 부셔버리지 않았다.
“호호.”
구미호는 가벼운 웃음을 지으면서, 내 마법을 가볍게 한 걸음을 옳겨 피했다, 루시엘처럼 내 공격을 가볍게 피했지만, 그때와 나와 조금은 달랐다.
-멍청하게 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 가 아닌.
이번에는 -구미호가 내 마법을 피했기에 거리를 좁힐 수 있었고, 동시에 내게 공격할 기회를 만들었다.- 가 되었다.
빈틈을 만들어 그 틈을 공략한다. 예전의 내게 없던 것이다. 그저 도구에 의존하고 아무것도 안했던 나보단 조금은 성장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칼에 기운을 씌워 휘둘렀다.
‘ 나는 은월을 구한다.!‘
그 의지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빠르게 기운이 둘러진 칼을 구미호를 향해 휘둘렀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피할 수 없다. 피하려고 생긴 반동 때문에 피할 수 없으니까.
구미호의 배를 향해 내리친 내 공격에 미소를 지었다.
“하나 정도 담아낸건가. 허나 미숙하군.”
그 말과 함께 구미호는 2개의 꼬리로 땅을 짚어 피할 수 없는 상태를 억지로 피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불가능하지만, 구미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꼬리가 인간에게 없는 무기다.
“...!”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지금 구미호의 꼬리는 3개다. 1개의 꼬리는 다른 반항으로 비틀어 반동을 만들어 내 칼을 피하는 동시에 몸의 방향을 틀어 반동을 일으켰다.
그 순간 주마등이 발동되었다.
시간이 현격하게 느려지고, 구미호의 움직임과 내 상태가 들어왔다.
구미호의 아름다운 각선미 즉, 오른 다리가 유연하게 내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머리를 정통으로 맞으면 끝이다. 분명 기절하거나 큰 충격을 받고, 공격을 받아 끝날거다.
느려졌기에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각도 움직임 모든 것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마치, 구미호한테 한 행위를 그대로 돌려받은 느낌이다.
피할 수 없다는 어떻게해야할까.? 답은 간단했다. 막아야했다.
지금의 나는 기운을 운용할 경우 구미호보다 빨랐다. 그렇기에 왼손으로 칼을 넘기고, 오른손에 기운을 두르자, 구미호의 다리보다 속도가 빨라져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보호 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주마등도 끝나버렸다.
구미호의 다리가 내 오른손을 걷어찼다.
-퍽.!
기운을 둘렀기 때문인지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대로 반동에 의해 가볍게 비틀 거리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 반동은 또 다른 빈틈을 유발했다.
비틀 거리는 나와 다르게 꼬리로 또 다시 반동을 잡은 구미호가 손을 뻗었다.
손을 안 쓸것처럼 행동하더니, 속임수 였단 말인가.
손은 쓰지 않을거라 의식했기에 늦게 반응했다. 피하지 못하고 손을 다시 내밀었다.
"망할.."
구미호의 주먹이 내 손을 강타했다.
-팍.!
기운을 두른 손으로, 간신히 구미호의 손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게 다 였다.
주먹을 막은 충격으로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다.
내 공격은 가볍게 피하고, 다리로 비틀거리게 만든 다음에 손으로 마무리. 완벽하게 당했다.
생각하고 사고하고, 여러가지 생각하면서 했지만, 기량의 차이는 압도적이었다.
당연한거다. 나는 초짜다. 그리고 구미호는 수백년을 산 노괴라 칭해도 좋은 괴물이다.
그런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이상하긴했다.
몸이 뒤로 천천히 넘어가고있었다.
뭐를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왼손에 쥐고 있던 칼이 들어왔다.
구미호는 꼬리를 이용해 불가능한 움직임을 만들었다. 나에게 당연히 꼬리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칼이 있었다. 칼이란 분명 무언가를 배는 용도다. 그러나 그걸 제한할 이유는 없었다.
구미호의 행동을 떠올려 왼손으로 깔을 땅에 박았다. 그러자 간신히. 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유감인 것은 그 행동을 하는 사이에 후속타가 왔다는 걸까나. 구미호가 미소를 띄우면서 몸을 던졌다.
모든 것이 유도 당하고, 농락당한 기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그저 구미호의 얼굴을 보면서 분함을 삼킬 뿐이었다.
“제기랄. ”
"자아. 즐겨보자꾸나."
그대로 더 이상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구미호한테 덥쳐지듯이. 바닥으로 깔려버렸다.
칼은 견디지 못하면서 놓쳐버렸다.
"이거놔.!"
늑대 수인한테 당한것이 떠올라 바닥에 덮쳐지자마자.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괴물한테 이런 자세로 잡히면 끝장이다. 어떻게든 빠져 나가야했다.
기압을 내지르듯이 소리치면서,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비켜어어..!”
“발버둥 치거라 호호.”
구미호는 발버둥 치는 나를 향해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면서 제압했다.
마치, 춤을 추듯이 사뿐사뿐하게. 내가 힘을 주려고 하면. 약점을 찌르듯이 눌러 가볍게 제압했다.
지금은 내가 힘이 더 강했다. 원래의 구미호한테 꼼작도 못하지만, 기운을 운용하는 지금 만큼은 내가 조금 강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간파 당하듯이 제압당하는 이 감각은 루시엘과 싸웠을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그리고 그때 내가 어떻게 기회를 만들었나 생각해보았다.
그건 마법이다.
"제길.."
문제는 이미 오른 손은 이미 제압당했다.
꼬리와 한 손으로 짓누르고 있었다. 마치 이것이 제일 위험한것을 안다는듯이.
기운을 둘러도 손목을 짓눌린 상태로는 힘이 안 들어왔다.
한 손이면 어떻게든 되었을거다. 하지만 자세. 꼬리. 손 이렇게 3개로 당해버리니. 기운을 둘러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수단이 없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분명 완벽하게 제압당한다. 초초함이 몸을 덮졌다. 그때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다.
구미호는 기운을 뭉치고 뭉치고 또 뭉쳤다.
그러면 나도 오른손에 기운을 뭉쳐서 사용한다면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 의문을 곧바로 실행했다.
오른손에 기운을 모으는 느낌을 상상하고 의미도 계속 부여했다.
그 결과 간신히 모아졌다. 구미호처럼 깔끔하게 흔들림 하나도 없던 것도 아니지만, 어쨋든 모아졌다.
어째서인지 하얀색 기운이 더 빛나고 어두은 기운은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희미해졌다. 균형이 깨진 것처럼 말이다.
허나, 힘이 강해진 것은 확실했다. 손을 움직일 수 있었다. 조금씩 억눌린 상태로 오른손에 모든 힘을 집중해 들어올렸다.
“호오.”
구미호가 조금 감탄사를 보내면서 더 강하게 내 오른손을 억눌렀다.
힘을 뭉치고 강해졌어도 완전히 들어올릴 수 없었다. 오히려 무리하면 간신히 모은 이 기운들이 사라질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손을 드는 것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내가 굴복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손을 드는 것을 힘들다 생각하여 손목울 비틀은거다.
당연히 억지로 돌리려고 했기에 반 정도 밖에 안 돌려졌다. 힘을 더줘도 대각선 느낌의 각도였다. 더 이상은 어떻게 돌릴 수도 없었다. 구미호의 꼬리가 하나 더 오고 있었다. 지금 사용하지 않는다면 완전히 끝이다.
이 각도라면 안 맞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법을 사용했다.
지금이 순간에 사용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저리가.!”
거칠게 일어난 마법이 구미호의 앞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역시 맞지 않았다.
허나, 오른손은 자유로워졌다.
마법이 발동되는 충격 차가운 기운 때문에 구미호가 잠깐 손을 땐거다. 그거면 오른손으로 충분하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물론 기운은 이걸로 텅텅 비어버렸다. 하지만 아직 생명력이 있었다. 억지로 힘을 쥐어짜 구미호의 가슴을 향해 손을 내밀어 마법을 사용했다.
“구한다.!”
내 혼신의 일격이다. 물론 생명력을 쥐어짠 공격은 일반적인 위력보다 약했다. 허나, 기운조차 사용하지 못한다면 말이 조금은 다르다.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면, 생명력을 쥐어짠 공격은 시전 시간이 기운을 사용할때보다 더 걸렸다. 그렇게 크진 않았다. 3초 정도.
하지만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의 3초는 너무나도 컸다.
구미호가 순식간에 내 몸에서 떨어져 가볍게 마법을 피했다.
“하아.. 하아..”
간신히 자세를 잡아. 설 수 있었지만. 이젠 한계가 아닐까싶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공포로 인한 그런것이 아니다. 육체적으로 무리해서 사용한 반동이다.
구미호는 위태로운 나와 다르게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호호. 역시 그렇군.”
그러더니 뭔가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설마 무슨 속셈이 있던건가.?
아니면 그냥 봐주고 무언가 나를 행한건가.? 의문이 계속 떠올랐다.
구미호가 사뿐하게 걸어왔다. 적의가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갑자기 변할지도 몰랐기에 나는 힘겹게 칼을 들어올렸다.
구미호는 정확히 내 칼앞에서 멈췄다. 그러더니 알려주듯이 말했다.
“네놈의 기운은 역시나 2가지의 성질이 있군. 그러니 하얀 기운에만 의미가 부여되어서 균형이 안 맞는거느니라.”
“그게 무..”
내가 말대답을 하려는 사이에 구미호가 움직였다. 방심을 유도했단 말인가. 구미호와 너무 안 어울려서 이런 수를 생각하기 힘들었다. 당연히 변수는 내 사고도 행동도 느리게 만들었다.
뒤늦게 칼을 움직이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내 칼을 피하고, 순식간에 내 머리에 양 손을 둘렀다. 팔을 두른 걸로 끝나지 않고, 끌어당겨 자신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까이하게 만들었다.
“그만.!”
나는 놀라면서 발버둥 치고 싶었지만 늦었다.
어느세인가 내 양 다리와 오른손을 구미호의 꼬리 휘감아 못 움직이게 했다. 왼손을 사용하려고해도 무리였다. 한 손으로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하나의 후회가 떠올랐다. 곧 바로 은월의 이름을 사용했다면, 이렇게 끝나지 않았을거란 생각이다.
후회는 아무리해도 늦었다.
그대로 구미호의 입술이 내 입술과 겹쳐지는 동시에 내 입술을 하나의 혀가 파고들었다.
“후후..”
구미호가 미소 지으면서 내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연체생물처럼 요염하게 내 입안을 누벼 내 입안을 끈적하게 핥아 야릇한 감각을 느끼게 해줬다.
반항하고자 해도 못 움직인다.
이미 완전히 제압당했다. 기운도 뭣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남은 은월의 이름을 불러 힘을 회복한다도.
내가 원하는 정보 흥미로워할 정보를 보내는 것으로 당황하는 사이 끝나버렸다.
강압적이면서 달콤하게 빠져드는 키스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루시엘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것도 무리다. 입에서 소리를 내려고해도 구미호의 혀가 입이 입술이 내 소리를 잡아먹었다.
그러고보니, 구미호는 육체만 이용한다고했다. 그러니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기에 루시엘도 안 움직이는 건가.
내가 어떻게든 해야했다. 온 몸에 힘이 없어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어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도 혀를 움직여 구미호의 혀를 저지해보았다.
내 혀가 움직이니, 구미호는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내 입안을 정복해갔다.
인간보다 긴 혀를 이용해 일정 부분은 내 혀를 누르고 내 입안을 범해갔다.
이빨 사이사이까지 능수능란하게 눌러 자신에 타액을 묻히듯이 혀를 움직였다. 이빨에 구미호의 타액이 찐득하게 달라붙자, 이빨이 달콤하게 녹아버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황홀하게 녹아내리는 감각에 몸에 힘이 빠져 저항할 의지가 약해진다.
이빨이 끝나면, 입안의 점막에 타액을 묻혀, 달콤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억누르고 있던 내 혀를 달콤하게 빨아 입안을 도원향에 온 것처럼 황홀한 감각으로 녹였다.
그때 구미호의 입을 통해 무언가 넘어왔다. 작은 구슬같은 무언가가 구미호의 혀놀림에따라 목구멍으로 들어왔다.
막아야한다고 생각해도. 막을 수 없었다. 입안은 이미 구미호에게 정복당했다.
구미호의 대량의 타액과 함께 약을 먹이듯이 삼키게 만들었다.
-꿀꺽
반 강제로 삼켜버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슬을.
전신에 힘이 빠진 나에게서 드디어 입을 풀어주더니, 내 귓가에 속삭였다.
“츄륵. 제법 괜찮은 맛이였느니라. 다음에는 2가지 의미를 넣어라. 호호.”
그 말을 끝으로 구미호는 나를 놓아줬다.
이미 기력이란 기력이 다 빨린 후였기에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뭐라도 하고 싶었기 때문일까 마법을 사용했다.
그 크기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였다.
구미호는 피하지 않았다.
자신의 머리 근처에 날라오는 얼음 파편을 그냥 쳐다보았다.
그 얼음 파편은 머리카락 1가닥을 잘랐다.
이걸 한 방 먹였다 해야할지 끝까지 통하지 안했다 해야할지 모르겠다.
더 이상 의식을 유지할 수 있었다. 눈이 감겼다. 더럽게 피곤했다.
시아가 어두워지자 하나의 소리가 들렸다.
“대련은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