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부통합 -- >
카르의 뒤에 시립하고 서있던 보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르의 크나큰 등을 바라본다.
'도저히 우리같은 자들이 가늠할수 없는분..'
자신들도 놓치고 들어갈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쓰면서 한번 정책을 입안하면 폭풍처럼 몰아붙이는 추진력. 거기다가 빈틈없는 일처리까지.. 보리스는 새삼 카르가 자신의 주군임이 자랑스러웠다.
현재 카르는 부학장과 교수들과 함께 교정을 거닐며 아카데미의 시설을 살펴보고 있었다.
"미하일을 당장 불러오도록."
"예? 대총관을 왜?"
바이슨이 영문을 몰라하며 묻는다.
"그럼 내가 그대 옆에서 일일이 메모를 해야 할까?"
"아.."
"크음.."
간혹은 이렇게 엉뚱하기는 하지만.. 이윽고 이십여분도 안되어 미하일이 헐레벌떡 말을 타고 달려왔고 곧바로 카르의 앞에 허리를 숙여 예를 취한다.
"크음.. 함께 교정을 돌아보면서 필요한것들을 메모하도록."
"알겠습니다 전하."
미하일이 도착하자 교정을 둘러보는 일행들의 걸음이 빨라졌다.
"흐음.. 확실히 열악하긴 하군.."
부학장은 카르가 실험실내에 들어서면서 한말에 몸둘바를 몰랐다.
"무엇이 필요한가?"
"그것이.. 시험관이며 돋보기.. 그리고 스포이드 같은 실험도구와 같은것들이 총 30세트가 필요합니다."
"들어가는 금액은?"
부학장의 대답에 카르는 미하일을 바라보며 묻는다.
"100골드 정도입니다."
"추가시키도록."
"예 전하."
그렇게 카르가 일일이 교정을 돌아보며 이것저것 추가할 품목들을 선별했다. 굳이 카르가 나서지 않아도 되었지만 카르가 민생현안을 살피는데 있어서 가장 중점적으로 살피는것이 교육이였기에 다른 분야는 가신들에게 맡겼지만 교육만큼은 그러질 않으려 하는것이다.
교정을 모두 둘러보고 다시 교무실로 돌아온 그들. 미하일이 카르의 앞에서 메모한 서류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서고의 책들이 아무래도 부족합니다. 이것은 앞으로 더욱 늘어갈 아카데미 학생들을 위해서도 늘려야 합니다."
"어느정도인가?"
"2만골드정도의 예산이 더 들어갈것입니다."
"흐음.."
"또한 기사수업을 위한 연무장내 목검과 목창.. 그리고 수련용 맥궁또한 더 보급되어야 합니다..3천3백골드정도의 예산이 더 필요합니다."
"좋군."
"그리고 아까 주군께서 보셨던 식당자리에 들어갈 건축비용이 4만하고도 3천골드가 들어갈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아카데미의 정원이 3천명 정도인것을 감안하면 말입니다. 교복은 저도 처음 듣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어느정도 수준의 의복으로 하실예정이십니까?"
"아무래도 귀족적이면서도 서민적인 것을 혼합한 의복이 낫겠지.. "
"알겠습니다. 허면 판매제 입니까 대여제 입니까?"
"무상지급이다."
"에휴.."
미하일의 한숨소리가 흘러나온다.
"주군.."
"걱정마라. 돈이야 썩어날정도로 많으니까."
"..... 알겠습니다."
"앞으로 영지가 더 커진다면 수익도 늘어날터.. "
카르의 말에 미하일이 씨익 웃으며 눈을 빛낸다. 은연중에 카르는 영지를 넓힐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복전쟁이 될지.. 아니면 연합구축일지는 몰라도..
"그리고 일단은 식당이 완공되면 그때에 고용할 숙수들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급여는 어찌하실겁니까?"
"아카데미의 재정을 늘려서 거기서 지급할것이다."
"알겠습니다. 주군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 뜻대로 이루어지도록 신 미하일 폰 라이센. 최선을 다할것입니다."
미하일이 양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인다.
"부학장."
"예 대공전하."
"이제 그대가 학장해."
"예?"
"학장하라고."
"아... 알겠습니다."
카르의 말에 순간 떨떠름했던 바이슨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인다. 이로서 훗날 엘바로드 제국에서 교육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불세출의 학자가 탄생하게 된다. 바이슨 폰 로우엔 자작... 비록 직위는 자작이였지만 제국내 모든 귀족들에게 존경을 받는 대 학사.. 로 기억되었다.
아카데미를 나서는 카르와 일행들. 교수들 전원이 정문까지 나와서 배웅을 한다.
"조금 지나치신것 아닌지요?"
카르의 옆에서 나란히 말을 몰던 미하일이 조심스레 물어온다.
"저들이 나중에 내 영지의 관료들과 병사들로 자라날것인데 이정도는 써야지. 안그런가?"
카르의 말에 미하일은 못당하겠다는듯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도무지 가늠할수 없는 일의 추진력. 하긴 이런면이 오히려 주군다운것 아닌가?
"황립아카데미에서도 기숙사생들을 제외하곤 무료급식은 실시하지 않고있습니다.. 또한 교복제도라 함은 생소한것입니다.. 어디서 그런것들을 다.."
"하라면 해. 지금 보단 나을게야."
"그러긴 합니다만... 식당공사와 이런저런 필요한 것들을 모조리 조합해보면 총 일년에 아카데미로 들어갈 예산이 11만 하고도 3천 골드가 됩니다. 영지의 다른 사업들에 배정된 예산이 감축될수밖에.."
"해마다 그렇게 들어가는가?"
"그건 아닙니다. 올해가 지나고 내년부터는 6만골드에 2만2천골드가 추가되어 8만2천골드의 예산이 들어가긴 하지만.. 올해는 조금 출혈이 큽니다."
"허면 벌어야지."
"예?"
"콜린 스톤이랑 드워프들.. 내가 알기론 요즘은 좀 쉬엄쉬엄 일한다던데?"
"그거야.. 정규군의 무장은 모두 갖추었고 예비병들의 무장도 거의 갖추어졌으니까요.. 그저 요즘은 남은 예비병들의 무장과 농기구 보수 정도로.."
"앞으로 개인당 한달에 하나씩 드워프 공예품 내놓지 않으면 급여 삭감해."
"컥."
카르의 과격한 언사에 미하일은 숨이 턱 막혀오는듯하다.
"괜찮은가?"
"켁켁.. 죄.. 죄송합니다 주군.."
"그래도 드워프가 우리 영지엔 존재하니 덕좀 봐야지. 그리고.."
"예 말씀하십시오."
"쓸만한 놈들 골라서 상단 꾸려."
"상단말씀입니까?"
"그래.. 본 대공 직속의 상단. 그들의 왠만한 상단들은 명함도 못내밀 거대상단을 조직한다. 그들을 통해 드워프 공예품과 영지에 남아도는 코와산을 대륙전역에 유통시키고 필요한 식량과 군마들을 더 사들인다.. 남는 이윤의 80%는 영지 재정에 투입시킨다."
"허면 나머지는?"
미하일의 물음에 카르는 뚱한 표정으로 미하일을 쏘아본다.
"언제까지 내가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줄까? 나도 벌어들이는것이 있어야지."
"아.. 예 주군."
미하일은 요즘 들어 조금씩 유머러스 해지는 카르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영지의 안정화.. 그리고 북부귀족의 통합. 두가지를 이뤄내면서 그동안 여유라곤 찾아볼수 없었던 주군의 표정. 허나 요즘 들어서는 왠지 여유로움이 물씬 묻어나고 있었고 그의 여유로움에 영지또한 여유롭게 변해간다.
'조금씩.. 조금씩 영지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이야.'
미하일은 카르에게서 시선을 떼며 저 멀리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본다.
오늘따라 유난히 노을빛이 붉게 물들어 영지를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결정이 되자 시행이 되는것은 빨랐다. 각 마을에서 보따리 장사를 하던 소규모 상인들부터 해서 점포를 열고 장사를 하던 상인들까지 많은 인원들이 카르가 내린 포고령에 영주관으로 모여들었다.
카르가 내린 포고령의 내용은 이러했다.
'본 대공이 영지의 발전과 상업의 활성화를 위해 본인 직속의 상단을 조직한다. 그동안에 소출의 실적을 계산하여 서면으로 보고하도록. 또한 장사를 배우고 싶은자도 환영한다. 혹여 그들중 상단의 일꾼 혹은 상단의 행수등으로 채용이 되면 곧바로 품위유지비로 1골드의 금전을 내릴것이고 추후 급여는 최소임금제를 적용하여 상단 일꾼이라도 1골드의 급여를 내릴것이다. 또한 채용된 자들에 한해 평민이든 농노든 신분의 속박에서 풀어줄것이며 다른 나라에서 상행을 하더라도 그 나라에서 치외법권의 권리를 줄것이다.'
카르가 하는일이라면 덮어놓고 무조건 따르는 영지민들.. 특히 본래 엘바인 영지출신들이 그러했다. 그들이 너도나도 영주관에 모여들자 새로이 편입된 북부영지의 영지민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그들또한 영주관으로 모여들었다.
이번기회에 잘 하면 신분의 제약에서 벗어나고 대공 직속의 상단이니 한몫 단단히 잡아볼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들을 이렇게 모이게 만든것이다.
웅성 웅성 웅성..
"모두들 조용~!"
미하일과 레조가 단상위에서 모여든 상인들을 조용히 시킨다.
"그대들 모두가 이 엘바인에서 장사를 하는 자들이다. 대공전하께서 이번 기회에 상단을 조직하려고 하니 정확하게.. 그리고 거짓없이 그대들의 소출실태와 그대들이 다루는 품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미하일의 말에 상인들은 너도나도 접수대로 이동하며 자신들의 품에 고이 접어둔 서류들을 접수관들에게 내민다.
"아무래도 영지를 위해서도 상단은 필요한법입니다. 혹여 전시에는 그들은 다른 지역을 두루다니며 지도제작과 더불어 각 지역들에 병사들의 규모실태까지 확실히 알아낼수 있을테니까요."
레조의 말에 미하일도 동감을 표시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옳은 말일세.. 무엇보다 그것이 지금현재로선 가장중요하겠지."
레조와 미하일은 접수대에서 무리를 짓고있는 상인들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주군께선 그 모든 것을 다 생각해두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