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키아르 점령 -- >
쿵~~~의사당의 문을 감싸고 있던 쇠사슬이 터져나가며 어둠속에 갇혀있던 의사당의 문이 열린다.
"뭐.. 뭐지?"
"누... 누구냐?"
"....!!"
억류되어있었던 의원들 모두가 입구로 고개를 돌린다.
"꼴들이.. 말이 아니군."
허리까지 내려오는 백은발을 질끈 묶어 늘어뜨린.. 매우 잘생긴 조각미남.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였다.
".. 어디 군대냐~! 감히.. "
"꼴에 입은 살았군."
한 의원이 나서서 뭐라고 하려는 찰나. 백은발의 사내는 그 의원의 말을 그대로 잘라먹으며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는듯한 눈치였다.
그순간...
"폐... 폐하~!"
"아니 폐하라니... 알세인의원.. 그 무슨.."
의사당 안쪽에 앉아있던 알세인이 사내의 정체를 알고는 급히 몸을 일으켜 달려나가자 그 옆에 있던 의원이 무슨 말이냐는듯 백은발의 사내를 돌아본다.
"...."
씨익.. 알세인을 보며 미소를 지어보이는 백은발의 사내. 바로 카르였다.
"... 폐하.... 폐하.."
카르의 앞에 부복을 하고 고개를 숙인체 머리를 조아리는 알세인.
"고생했군."
"흑흑.."
카르의 앞에서 부복하고 눈물을 흘리는 알세인의 모습에 주위에 있던 의원들 전부가 카르와 알세인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 이거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엘바로드 제국의 황제폐하이신 카르노인 이실베니아 엘바로드 폐하십니다."
"화.. 황제?"
"제국 황제?"
알세인이 눈물을 닦으며 몸을 일으켜 카르를 소개하자 의원들 모두가 둔기를 머리에 맞은듯한 얼굴로 멍하니 카르를 바라본다.
지금껏 본적이 없는 묵빛의 비늘갑.. 그것도 전신의 모든 부위를 완벽하게 가리고 있는 묵빛의 비늘갑에 어깨엔 흰바탕의 포효하는 흑사자 문양이 새겨져 있다.
허나 그것뿐이라면 그저 그러려니 하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그를 보니 왠지 모를 위압감이 그들을 압박하고 있어서 저절로 무릎을 꿇게 만든다.
제왕의 기운.. 모름지기 일국의 군주가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덕목중의 하나.. 저절로 만인을 부복하게 만드는 그러한것.. 의원들은 너도나도 카르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다.
"...."
그런 모습들을 보며 속으로 쓴웃음을 짓는 카르.
"진정.. 폐하십니까?"
한쪽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노인이 다가오며 묻는다.
"소더스 공작.. 오래간만이군.."
".... 예.. 폐하.. "
바로 발키아르 의회의 국회의장 요한 폰 소더스 공작.
"후후.. 살만한가?"
"보시면 아시지 않습니까?"
"국왕을 만나봐야 겠군."
"예?.. 폐하... 국왕전하는 왜.."
"항복을 받아야지."
".....!"
소더스 공작과 알세인은 카르의 말에 조심스레 의회의 의원들을 돌아본다. 헌데 어떻게 된게 이들중에 카르의 말에도 누구하나 발끈하는 사람이 없었다. 씁쓸하다.
아무도.. 아무도 그를 막아서는 이가 없다는것이 말이다. 이리 될것이라는 것은 예상은 한일이나.. 마음 한구석이 씁쓸한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안... 안내하겠습니다."
"그러지."
알세인의 말에 카르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의사당을 나선다. 그리고 그의 뒤로 허리를 반쯤 숙인체 알세인이 뒤따라 나가고 철컥 거리는 소리를 내며 블랙쉐도우들도 걸음을 옮겼다.
"쿨럭... 쿨럭.."
발키아르 국왕은 쇳소리의 기침을 쏟아내며 대전에 들어있었다. 이미 수도가 엘바로드 제국군에 의해 뚫렸다는 사실을 들었기에.. 아무리 허울뿐인.. 상징적인 국왕이라 할지라도 국왕은 국왕.
"저... 전하.."
대전 밖에서 시종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쿨럭.. 쿨럭... 말하라.."
올것이 온것이다.. 이미 예견된 일이였다. 발키아르 국왕은 애써 기침을 가누며 입을 열었다.
"엘바로드 제국의... 화.. 황제폐하께서... 오셨습니다."
"쿨럭.. 쿨럭... 모... 모시거라."
그 말과 함께 대전문이 열리고 발키아르 국왕은 노구를 이끌고 옥좌에서 내려온다. 끼이익~!!
철컥.. 철컥.. 철컥... 찰갑소리와 함께 위풍 당당히 들어서는 인영들. 한참을 걸음을 옮기던 카르가 대전의 중앙에 걸음을 멈춰 한손을 허리에 짚는다.
털썩..
그리고 그렇게 멈춰선 카르의 앞에 노구를 가누며 어렵게 두 무릎을 꿇는 발키아르 국왕.
"훗.. 눈치가 빠르군."
"제국의 황제폐하를... 쿨럭.. 쿨럭.. 뵙습니다.. 쿨럭.."
"헌데.. 그대뿐인가?"
"... 쿨럭.. 무슨... 말씀이신지.."
"발키아르 왕실의 모든이들을 다 나오라 하라."
"...."
"....."
카르의 말에 고개를 들고 카르를 바라보는 발키아르 국왕. 허나 서로간의 눈빛만을 바라볼뿐.. 더 이상 아무런 말이 없었다.
".... 모두.. 모두.. 불러들이게.."
"저.. 전하.."
"쿨럭.. 쿨럭.. 어서.."
"..."
발키아르 국왕의 말에 시종장이 고개를 숙이곤 눈을 질끈 감으며 대전 밖으로 뛰쳐나간다.
"소더스 공작을 데려오라."
"예 폐하."
카르의 명에 아벨이 곧바로 모습을 감추고 카르는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철컥.. 철컥... 걸음을 옮겨 발키아르 국왕이 앉았던 옥좌로 걸음을 옮겼다.
털썩.
그리고 자연스럽게도 그 옥좌에 몸을 싣는 카르. 그의 그런 모습에 알세인도.. 그리고 발키아르 국왕도 일언반구 꺼내지 못했다.. 당연한 이치였으니까.. 승전국의 권리.. 였으니까.
거만하게.. 옥좌에 깊숙이 앉아 한동안 대전의 바닥에 엎드리고 있는 늙은 발키아르 국왕을 내려볼때쯤.. 대전입구가 소란 스러워 지더니 머리가 허옇게 센 여인들과 중년의 화려한 의복을 입은 남녀들이 들어섰다.
"이... 이게 무슨 짓이오~!"
그들중 중년의 사내 한명이 카르를 올려다보며 외쳤다.
"......."
퍽~!
"크윽... 뭐.. 뭐하는.. 짓들... 크윽.."
퍼억~!
그 사내는 뒤에 서있던 블랙쉐도우 일원중 한명에 의해 곧바로 복부와 종아리를 가격당하고 억지로 무릎이 꿇려진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모습에 이곳에 온인원들이 무릎이 꿇려졌다.
"감히 어느안전이라고~!"
블랙쉐도우 의 말에 중년인은 이를 갈면서 억눌린 고개를 억지로 돌려본다.
퍼억~
"크윽.."
"훗.. 그대가.. 세자인가보군..."
"....."
"마르스.. 맞나?"
"... 그.. 그렇소."
"큭큭.. 재미있군.. 하긴... 곧있으면 국왕이 알아서 죽어나자빠질텐데.. 나라가 멸할 위기이니.. 화도 나겠지."
"......"
"미안하군.."
"..."
카르의 말에 마르스는 고개를 숙일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조금뒤 곧바로 아벨이 소더스 공작을 데리고 대전에 들어섰다.
"폐하..."
"그대가.. 결정을 해야 겠군."
"...."
"항복을 선언하든지... 항전을 계속하던지.. 알다시피 이미 수도 내성까지 제국군이 들어차있지."
"크아아악~!!"
콰콰콰콰쾅~!
"흐음.."
수도 내성.. 하일론은 미친듯이 검을 뿌리는 막시무스 백작을 막아내며 침음성을 토해낸다.
자신에 비해 한수떨어지는 자이긴 하나 이렇게 이성을 잃고 검을 뿌려내니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죽어... 죽어~!!"
"크음.."
콰콰콰쾅~!!
하일론과 막시무스의 검격이 부딪히며 폭음이 터져나간다.
"크윽.."
"실력은 쓸만하나.. 냉정하지 못하면.. 검이 아닌 의미없는 몸부림일뿐일세.."
하일론의 검이 순간 빨라지며 막시무스의 검을 파고들어 그의 목전에 잇댄다.
"크윽.."
"항복하게.."
"..... 크윽.."
"항복.. 하겠습니다.."
"공작~! 커억."
퍽...
"조용하게."
"허면.. 아벨.."
"예 폐하."
"여기 발키아르 국왕부터.. 왕후와 비빈들.. 세자와 세자비.. 왕자.. 공주들.. 젖먹이 가릴것 없이..."
꿀꺽...
"데리고 가서 참하라."
"폐.. 폐하~!"
카르의 입에서 난데없이 척살 명령이 떨어지자 소더스 공작과 알세인의 입에서 놀란 음성이 터져나온다.
"폐하.. 이미 항복을 했사온데.. 어찌.."
"폐하.. 조금만더.. 심사숙고 하시기를.."
"짐은.. 바보처럼.. 화근을 남겨두지 않아.. 아벨~!"
"예 폐하.. 끌고가라.."
"폐하... 폐하~!!"
블랙 쉐도우들에 끌려나가는 왕실.. 아비규환.. 너도나도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너도나도 카르를 저주한다. 다만 발키아르 국왕만이 힘없이 몸을 일으켜 스스로 걸어나갈뿐..
"앞으로 발키아르는 공화정체제로 나간다.. 그리고 최고 결정권자에 독재관을 두고 그 자리는.. 알세인.. 그대가 맡게."
".....!"
"..."
"대답안하는가?"
"아... 알겠사옵니다 폐하."
"그리고 소더스 공작.. 그동안 고생했으니 쉬게."
"..."
이로써.. 발키아르 왕국이라는 지명은 대륙에서 지워진다.. 그리고 새로이 엘바로드 제국 식민지령 발키아르 로 불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