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4화 (104/155)

00104  2장  =========================================================================

“어머 미쳤어. 나 좀 봐.”

그 여자와 성관계를 맺고, 이 여자, 저 여자 다 갖고 노는 놈팽이인데, 대체 나는 왜 그런 남자를 뺏기기 싫은 것일까. 게다가 지금 그 하나와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 저 놈한테 나 자신도 꼬리치고 있고.

“으으으. 안 된다. 안 되는데. 자꾸.”

자꾸 걱정 되는 거야. 나 혼자 독점하고 싶어.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지만, 그래도 쟤 나한테도 은혜입은 꼴이잖아. 안 된다. 절대 남 줄 수는 없어. 절대로 아무한테도 내어주기 싫어. 나만 가지고 싶어.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내 자신에게 질문 던져도 나오는 대답은 그저 아몰라 하는 것 뿐. 남주기에는 배아픈 존재야. 무엇보다 저 녀석 내 처녀를 가져갔다고, 그래도 양반집 규수인 내가 비처녀가 되었는데, 저 놈은 그 정도 책임은 져야하지 않을까.

“그래. 이건 어디 까지나 내가 양반집 딸이니까. 나름 귀부인이니까. 내 처녀를 때간 놈을 그냥 보내줄 수는 없으니 하는 소리야.”

이건 매우 간단한 거다. 아니,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저놈과 관련된 여자들을 찾는 거야. 물론 그 전에 학교 끝나고 저 땡중네 집에서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음. 조금 야릇한 기분이 되기도 하지만.

…방과 후

“으음. 역시 이 집 너무 좁은 것 같아.”

금새 학교가 끝난 오후, 나는 지호의 집에 와있었다. 상당히 깔끔하게 잘 정돈된 남자의 집이지만, 그런 대로 역시 혼자사는 남자의 냄새는 전형적으로 나고 있었다. 특히나 좁아 터졌으니, 뭐랄까 사람의 마음이 소심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두명까지 살기는 좋다고?”

지호가 커피를 타주면서 하는 말.

“너 어느새 많이 익숙해졌네? 채소만 찾던 놈이.”

“아. 아하하하 어쩌다 보니 말이지. 어쩌다 보니.”

“흐음.”

그것도 달라진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특히 저놈은 이곳에 오고 나서부터 달라지고 있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 집도 재벌가문 치고는 딱히 빡센 것도 아닌지라 저런 변화가 없지는 않았을 텐데.

“왜 그래?”

내가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자 지호는 내게 커피를 내어주며 진땀을 흘린다.

“아, 음 아니야.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으럼. 내가 누구냐. 나 지호라고. 잘 버틸 수 있어.”

하긴, 여유로우니까 여자들도 덮치고 노는 거겠지. 아닌 말로 그 때문에 지금 나도 이 남자에게 저 자세로 들어가는 거지만.

“후우우. 그래.”

“뭐야, 웬 한숨?”

“아니, 그냥 널 보니 한숨이 저절로 나와. 이런데서 살면 제대로 챙겨먹기는 해? 보아하니까 여기 집자리도 뭐 자꾸 사먹기에는 안 좋은 자리 같은데.”

빌라 자리가 너무 안 좋다. 근처에 유명한 야식전문점 몇 개는 있긴 한데, 매번 시켜먹기에는 위에 부담이 갈 음식 종류다. 치킨이나 족발, 이런 것들 밖에 없어서, 아마 스님으로 살았던 지호가 자주먹기에는 불편할 것이다.

“아, 그거야 이웃지간에 나눠먹는 거지.”

그는 검지를 치켜들면서 대답. 나는 들고 있는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최대한 나는 속 뜻을 숨기기로 마음 먹는다.

“이웃?”

역시나 이웃이구나. 하나겠지 그럼.

“그으럼. 그 하나라는 여자가 가끔 음식해다줘. 알바로 바쁠 텐데 말이야.”

“알바로 바빠?”

“응. 학비 모은다고 하더라고. 정말 대단한 여자야. 그러면서도 나한테 반찬 같은 거 가져다 주기도 하고.”

“너한테 그냥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을까 하는 건 아니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건 어디 까지나 여자관계를 떠나서, 이웃 대 이웃으로 봤을 때 하는 말. 그녀가 아무런 생각이 없다면 지호에게 그렇게 잘해줄 리가 만무하지 않는가 말이지.

“아니야, 그건 정말 아니야. 그만큼 나도 그 여자한테 도움을 주니까.”

“흐음 그런가.”

하지만 역시나 이 남자가 생활의 지혜나, 슬슬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분명히 하나의 공도 있겠지.

“그래. 그런 거야. 오늘은 언제까지 있을 건데?”

“이왕이면 밤 늦게까지? 공강이기도 하니까.”

“아주 살림을 차려라.”

정말로 그럴까 생각중이다. 하지만 저건 농담식으로 말하는 거니, 나도 농담식으로 맞받아쳐주었다.

“으음 아니야. 아직은.”

“정말로 올 생각이야?”

“나중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좀. 어차피 여기 사람도 적다며?”

적은 것은 분명한 사실.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이 빌라 주인은 자리를 잘못 잡은 느낌인데.

“음. 그래. 사람도 적어.”

그렇기에 그 하나랑 더 친해지기 쉬운 거겠지. 결국 상황이 인맥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일 테니까. 역시나 위험 농도가 조금 있어. 하나, 그 여자는 어떻게든 내가 견제해야 할 여자가 될 것이다.

“그렇구나.”

“아, 슬슬 해볼까?”

뭔가 의욕이 잔뜩 넘쳐서는 두 손을 걷어 부치는 지호.

정말 스님 주제에 쓸데없이 이런 부분에서 의욕 충만이다. 좋아, 그래. 해주기는 할 건데 그냥 해줄 수는 없지.

“뭐.뭘?”

“그야 당연하지. 네가 하자면서.”

“그.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바로 하기는 뭐해. 일단 시작하고 나면 거의 이 곳을 나갈 때까지 계속 한다는 이야기가 될테니까. 그리 되면 하나에게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다. 지금 당장 접해야 하거늘.

“왜? 생각 바뀐 거야?”

“아, 너 콘돔 사오렴.”

“왜?”

“나 위험한 날.”

최대한 시간을 벌어둬야지. 오는 길에 보면 편의점은 조금 가깝긴 하지만 적어도 하나가 어디 있는지, 하나가 어떤 년인지 일단 확인할 시간은 될테니까.

“뭐야, 그런데 하자고 한거?”

“그래. 그러니 얼른 다녀와.”

사실 그런 날도 아니지만, 어디 까지나 이건 시간 벌기 위한 행위다. 그러니까 차분히, 차분히 기회를 봐야 한다.

“으응.”

지호는 곧 주머니에서 지갑을 거내어 돈이 있는지 확인하더니, 그 음란한 몸을 움직여 밖으로 움직인다.

“잘 다녀와.”

그런 그에게 나는 손을 흔들어주었고, 지호도 대충 맞받아치듯 손을 흔들어주고는 문을 닫고 나간다.

쿠웅-

“자아. 그럼 이제 되는 거겠지?”

손을 흔들며 웃던 얼굴을 냉큼 걷어내고, 눈앞의 현실을 직시한다.

하나는 분명 옆집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나는 빠르게 잠입하여 그 여자가 뭐하는 년인지 살필 거야.

“어디 움직여 볼까.”

아마 저쪽도 분명히 무언가 감지했을 거야. 정말로 지호에게 관심이 있다면 지호가 데리고 온 손님 정도는 체크하기 위해 노력을 하겠지. 그러니까. 저쪽이나 내 쪽이나 분명히 서로 존재를 의식하고 있어.

 “좋아. 좋아.”

나는 몸을 일으켰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전의 나는 이렇게 치밀하지 않았다. 저 땡중이 오고 난 이후부터 내가 이렇게 달라지기 시작한 거지. 하여간 이게 다 그 놈 덕이다. 내가 이렇게 치밀해지고 집착하게 된 것은.

“일단 이 방은.”

방은 너무 깨끗해서 하나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나는 놈이 콘돔을 사오기 전에 잽싸게 현관 밖으로 나아갔다.

철컥-

“어?”

헌데 현관문을 돌리려는 순간, 돌아가지가 않는다. 아무리 돌리고 또 돌리려 해도 제대로 움직여지지가 않아. 마치 돌리다가 막힌 듯한 그런 느낌이다. 바깥에서 막고 있는 것인가? 그렇게 밖에 해석이 안 되는데.

“아니 잠깐만.”

굳이 못 뚫을 것도 없어.

나는 온 몸에 힘을 주었다. 어차피 이 정도면 내 몸이 뚫지 못할 연유도 없다.

“하나 둘!”

온 몸에 힘을 쥐고 문고리를 돌리면서 있는 힘껏 몸을 부딪쳤다.

콰앙-

“꺄아악!?”

아주 거대한 타격감과 내 몸은 문을 열고 바깥으로 밀려나왔고, 그 순간 밖에 있던 또 다른 인물과 조우했다.

 넘어질 뻔한 몸을 겨우 붙들고 일어섰다. 몸의 균형을 잡고, 눈앞에 쓰러져서 바둥거리는 존재를 내려다본다.

“당신 뭐야?”

누군지 알겠지만 일단 질문을 했다.

“다.당신이야 말로 누구야?”

물은 것은 난데 저쪽도 나한테 질문. 이 여자가 하나인가. 단발머리에 얼굴이 꽤 귀엽고 곱상하게는 생겼다만. 뻔하게도 그 놈의 손이 거쳐갔겠지. 하여간 지호 그 놈은 가운데 막대기를 싹둑 잘라 버려야 해.

“질문한 것은 난데?”

“나.나는 하나야.”

“하나? 응 그래. 하나구나.”

이름은 알고 있던 일이니 패스

“당신은 누군데 지호씨 방에 있어?”

“나 지호랑 매우 친한 여자인데? 성관계까지 가진.”

“서. 성관계?”

“그래. 그리고 지호는 내 소유가 될 예정이지.”

일단 귀엽게는 생겼지만, 애가 어리벙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니까 이것을 노려야겠지. 필시 지호 녀석도 이것으로 하나에게 접근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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