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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여름으로 3부-15화 (345/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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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간 이게 무슨 소린가 하다가 예전에 정현숙 남편이 성불능이라는 소리가 생각났다.

“헉.. 그러면.. 현숙씨. 혹시..”

정현숙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을 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조심해야 해서요.”

“아니.. 현숙씨. 도대체 왜 나한테 아무 연락도 안 합니까? 진짜 왜 그랬어요? 네?”

성진이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번개같이 그녀에게 달려들어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월마트와 기록적인 거래를 성사시킨 것보다 성진에게는 정현숙의 임신 소식이 더 기쁜 소식이었다.

성진은 정현숙을 끌어안고 입술에, 볼에, 벗겨진 가슴과 젖꼭지에도 마구 뽀뽀를 해댔다.

그리고 정현숙을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넣어 옆으로 안아 품에 기대게 하고 그녀의 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여기에 나와 현숙씨 아이가 들어 있단 말이잖아요?”

정현숙이 성진의 얼굴을 보며 부끄러운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진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배를 쓰다듬던 성진의 손이 은근슬쩍 정현숙의 가슴으로 올라갔다.

한 손 가득 잡히는 부드러운 가슴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하면서 엄지손가락으로 젖꼭지를 눌러 천천히 돌렸다.

두 사람은 말없이 그렇게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기분 좋은 느낌은 느끼고 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제 두 사람은 서로의 것이었다.

지금 이렇게 자연스럽게 주무르고 있는 가슴은 성진의 것이었고, 자신의 가슴을 멋대로 주무르고 있는 성진은 정현숙의 것이었다.

정현숙은 성진에게 임신 사실을 말하면서 마음이 정말로 편안해졌다.

그리고 이렇게 그의 품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그런데, 진짜 왜 나에게 연락 안 했어요?”

가만히 있던 성진이 조용하게 말을 꺼냈다.

“하아.. 사실은 남편 때문이예요. 제 임신 사실, 남편도 알아요. 그리고 자신의 아이가 아니란 사실도 알고요.”

그렇게 한숨을 쉬며 말을 꺼낸 정현숙은 지난 몇 달간 있었던 일들을 조용히 고해성사하듯 성진에게 말했다.

남편이 어떻게 변했고, 아이 아빠가 성진이라는 것을 알면 남편이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것 등 왜 자신이 성진에게 연락을 못 했는지,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버텼는지 성진에게 전부 다 말했다.

정현숙은 이제 숨길 것도, 창피한 것도, 걱정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성진이라면 그 어떠한 것도 다 맡길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들었던 것이다.

조용히 정현숙의 말을 들으며 계속해서 가슴만 주무르고 있던 성진이 정현숙의 입에 부드럽게 키스를 해 주었다.

그리고 입을 내려 정현숙의 가슴을 입에 물고 위로하듯 부드럽게 빨아 주었다.

“지금 현숙씨랑 너무 하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되겠죠?”

“네. 미안해요. 저도 성진씨에게 너무 안기고 싶지만, 우리 아이가 잘못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참아야 해요.”

정현숙은 조금 전까지 자신의 영혼을 제압하고, 잡아먹을 것 같이 맹수 같던 성진이 아이같이 투정을 부리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 남자는 진짜 모든 것이 매력적이었다.

정현숙은 손을 뻗어 성진의 볼을 쓰다듬었다.

“현숙씨. 나랑 같이 한국 갑시다. 이제 여기 미련도 없고, 남편도 그 모양인데 그냥 한국 가요. 현숙씨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정현숙의 입꼬리가 쑤욱 올라갔다.

너무나 기분 좋은 말이었다.

잠시 말없이 성진의 얼굴만 쓰다듬으며 성진만 바라보았다.

“휴우~ 저도 그러고 싶어요. 성진씨 첩이라도 좋으니 그냥 다 때려치우고 성진씨 따라 한국 가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 아이.. 여기서 낳을 거예요. 그래야 미국 시민권 가질 수 있어요.”

“아!!!”

성진은 머릿속에 번개가 번쩍하는 것 같았다.

미국 시민권이라는 프리미엄.

앞으로 몇 년 후 미국 원정출산이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큰 이슈가 된다.

자식에게 미국 시민권이라는 선물을 주기 위해 돈 있다는 사람들은 죄다 미국으로 아이를 낳으러 갔었고, 심지어는 무지막지한 돈을 들여 미국으로 시험관 수술을 받으러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확실히 정현숙은 많이 배운 사람이라서 그런지 생각하는 것이 남들과는 달랐다.

다민족으로 구성 된 미국, 이민으로 나라가 세워진 미국이다 보니 세계 최강국이 된 지금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는 것도 어려웠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

그만큼 미국 시민권자들과 비시민권자들 간에는 엄청난 차별이 존재했다.

소위 말하는 인종차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차별이었다.

시민권이 없이 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다 잡히면 추방되는 것은 당연한 거지만, 그 사이 거의 짐승취급 당한다고 보면 된다.

인권? 그딴 거는 비시민권자에게는 해당이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시민권이 있는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모든 기회가 보장된다.

그게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이고, 그렇게 지금까지 세계 최강의 국가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물론 이런 얘기를 하면 미국의 부조리에 대해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어느 사회든 사람이 사는 곳이면 부정부패와 부조리는 존재한다.

하지만 간단하게 한 마디로 설명해 보겠다.

당신에게 다른 나라로 이민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 보자.

당신은 미국으로 이민 가고 싶은가? 중국으로 이민 가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답해 보자.

당연히 답은 나오지 않는가?

왜 사람들이 지금도 미국 시민권을 준다고 하면 그렇게 좋아하겠는가?

성진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좋아요. 현숙씨 얼른 옷 입어요.”

성진이 마지막으로 정현숙의 젖꼭지를 입에 물고 한 번 빨아준 다음 브래지어를 내려주고 정현숙을 일으켰다.

정현숙이 의아한 듯 성진을 쳐다보았지만, 성진은 그저 웃기만 하면서 정현숙의 블라우스도 앞으로 여며주었다.

정현숙은 얼떨결에 블라우스의 단추를 채우고, 치마 안으로 블라우스를 집어넣고는 어디 이상한 곳은 없는지 옷매무새를 정돈하였다.

그 사이 성진은 어느새 코트까지 입고 정현숙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현숙이 마치기를 기다리며 바라보고 있는 성진의 입에는 은은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어쩜 저리도 아름답고, 현명한 여인이 있는지 성진은 그저 흐뭇할 뿐이었다.

성진은 정현숙의 손을 잡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정현숙은 어디 가는지 궁금했지만, 순순히 성진을 따라갔다.

성진은 호텔 근처에 있는 고급 승용차 매장으로 갔다.

“여기 임산부가 운전할 만한 튼튼한 차로 부탁합니다.”

“성.. 성진씨.”

정현숙은 눈빛이 흔들리며 성진의 팔을 잡았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정현숙은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최근 몇 달 간의 삶이 정말 너무나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성진은 VIP용 마스터카드로 일시불로 결제를 해 버렸고, 그 즉시 차를 수령할 수 있었다.

차는 교통사고가 나도 엔진룸이 운전석으로 밀리지 않는 아주 튼튼한 SUV를 샀다.

여자가 몰기에는 조금 큰 것 같았지만, 여기는 미국이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으니 이런 차를 여자들이 몰고 다녀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성진은 차 키를 정현숙의 손에 쥐여주었다.

“자. 이건 제 아이를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이거..”

성진이 좀 전에 결제한 VIP용 마스터카드를 정현숙의 손에 쥐여주었다.

“한도 무제한입니다. 우리 아이를 위해서 얼마가 됐던 마음대로 써도 됩니다. 그걸로 집을 얻어도 되고, 최고급 음식이 됐든 먹고 싶은 것은 마음껏 사 먹어요. 한국 들어올 때까지는 일단 그걸로 생활해요.”

“성.. 성진씨..”

정현숙은 카드를 들고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봤겠는가?

“저 돈 많아요. 그러니까 돈은 얼마를 써도 괜찮아요. 오직 현숙씨와 우리 아이만 생각해요. 알았죠?”

정현숙이 성진의 얼굴을 바라보다 그의 품에 안겼다.

마치 자신이 신데렐라가 된 것만 같았다.

임신을 하고 나서 남편의 그 괴팍함, 그 냉담함에 뱃속의 아이는 너무나도 큰 짐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이보다 더 복덩어리일 수가 없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던 성진과 만나게 해 주었고, 그를 옆에 붙잡아 둘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인생도 바뀔 수 있었다.

“자.. 그러면 현숙씨 새 차도 샀는데.. 우리 드라이브나 해 볼까요? 현숙씨랑 좀 더 오래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제가 또 한국으로 돌아가 봐야 해서 시간이 없네요.”

“네. 알겠어요. 성진씨.”

성진은 너무나 아쉬웠다.

정현숙과 만날 줄 알았으면 일정을 충분히 여유 있게 잡았을 텐데, 월마트와 계약을 하고 다음날 돌아가는 일정을 잡아 놨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오늘 저녁은 월마트 측과 저녁 약속까지 잡혀 있어서 성진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차를 타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정현숙에게 성진은 비버리힐즈로 가자고 했다.

성진이 갑자기 ‘비버리힐즈의 아이들’이라는 미국드라마가 생각나면서 그 유명한 곳에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정현숙에게 그 얘기를 하자 자신도 그 드라마 봤다면서 소녀같이 웃었다.

LA시내에서 20분 정도 달리자 멋들어진 집들이 놓여있는 비버리힐즈에 도착했다.

뭐 딱히 볼 건 없었지만, 이곳이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많이 산다는 그곳이었고, 그나마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가자 화려한 집들은 볼만했다.

날씨가 쾌청하니 동네가 살기는 좋아 보였다.

그러다 언덕 맨 꼭대기에 어마어마하게 큰 집을 보고 성진은 한눈에 반해버렸다.

집이라기보다는 성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큰 석조건물 저택이었다.

끝없이 펼쳐져 보이는 잔디밭, 집안에 숲이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넓었다.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커다란 철문이 입구를 막고 있어 들어갈 수는 없었다.

마침 그때 집안 저쪽에서 헬리콥터가 이륙하는 것이 보였다.

얼마나 넓으면 집안에 헬기장까지 있단 말인가?

거의 실현성 없는 얘기지만, 만약 성진이 미국에 와서 산다면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아름다운 모든 여인들을 데리고, 자신의 자식들과 함께..

한참을 그렇게 동네 구경을 하고 다니다 예쁜 카페가 있어서 정현숙과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에서도 두 사람은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고 서로 손을 꼭 잡고 웃으며 대화를 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지나고 성진은 저녁 약속 때문에 호텔로 돌아와야만 했다.

식사만 하고 금방 돌아올 테니 오늘 밤만이라도 같이 있게 호텔에서 기다리라고 했지만, 정현숙은 이제 자주 연락할 것이고, 같이 있으면 괜히 더 아쉽기만 하다고 단호하게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일 성진이 한국으로 가기 전에 공항에서 잠깐 보기로 약속을 했다.

작년에 만났을 때 성진과 그렇게 화려한 밤을 보내고도 쪽지만 남기고 사라졌던 것도 그렇고, 지금도 성진의 일에 방해될까 봐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정현숙은 참 단호한 면이 있었다.

하긴 그러니 그 긴 세월을 험난한 미국에서 허드렛일을 해가면서 박사까지 했겠지만..

“아기야. 아빠야. 조금만 더 고생하고 있어. 우리 아기 태어나면 아빠가 꼭 데리러 올게. 알았지?”

성진은 마지막으로 정현숙의 배에 입을 가져다 대고는 이렇게 말했다.

정현숙은 그런 성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성진은 손으로 정현숙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키스를 해 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미래를 기약하는 두 사람의 인연은 결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드디어 약속된 저녁 식사 자리..

성진과 일행 전부는 월마트가 예약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녁 식사 자리에서 월마트 측이 성진에게 깜짝 놀라만 한 제안을 해왔다.

바로 월마트와 HK그룹이 동시 투자해서 미국에 대규모 물티슈 공장을 세우자는 제안이었다.

월마트 측이 토지와 각종 미국 업무처리를 담당하고, 좋은세상이 자금과 기술을 대는 조건이었다.

성진도 어렴풋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어떨까 생각을 하기는 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현실로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성진과 직원들은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다들 마음이 급해졌다.

부랴부랴 식사를 끝내고 월마트 측과는 이틀 후 다시 만나서 협상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성진과 일행들은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아직 정확한 월마트 측 조건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의 카드를 어디까지 내보일지 계획을 세워야 했다.

성진은 다음날 돌아가기로 했던 일정을 전격적으로 취소하고, 계속 한국과 통화를 하고, 각종 자료들을 팩스로 받으면서 밤 늦게까지 회의를 진행해 나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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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여름으로... 40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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