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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밤 10시가 넘어가는 시간..
여전히 사람들이 성진의 방에 둘러앉아 정신없이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성진의 방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직원이 나가보려 하는 것을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든 성진이 대신 나갔다.
문을 열자 그 앞에는 왼쪽 뺨이 빨갛게 퉁퉁 부은 정현숙이 서 있었다.
그리고 성진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성진의 품에 안겨왔다.
“엉.. 엉.. 성진씨. 성진씨..”
갑작스러운 울음소리에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방안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성진과 정현숙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 다들 오늘은 그만 합시다. 내일 다시 하기로 하고 모두 방으로 돌아가세요.”
직원들은 후다닥 서류를 챙겨서 방을 빠져나갔고, 그제서야 정현숙은 성진의 방에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부끄러워서 성진의 가슴에 얼굴을 숨기고 말았다.
“아니.. 현숙씨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 얼굴은 또 왜 이래요?”
“흑.. 흑.. 성진씨. 남편이에요.”
“네? 아니.. 갑자기 남편이 왜요?”
정현숙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한숨을 푹 쉬고는 고개를 숙였다.
정현숙은 오랜만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면서 돈 걱정 없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한 번 느낀 후, 기분 좋게 성진이 사준 차를 몰고 집으로 갔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남편, 김성일이 집에 돌아와 있었다.
김성일은 새 차를 몰고 들어오는 정현숙이 두 손 가득 장까지 봐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분명 돈이 없는 것을 알고 있는데 어디서 돈이 났는지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작된 패악질.
어디서 또 어떤 돈 많은 새끼를 물었냐, 그 놈이 누구냐, 당장 만나러 가자 등등 김성일의 심리 기저에 깔려 있는 열등감이 정현숙에게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정현숙은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고, 결국 김성일은 자신의 분을 못 이겨 임신한 정현숙을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옛날에는 그래도 뺨 정도 때리고 스스로 한 짓에 놀라 그만뒀었지만, 오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뺨을 두 번이나 때리더니 기어코 주먹을 날린 것이다.
정현숙은 이러다 배에 맞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것 같아 가방과 차키만 챙겨서 도망쳐 성진에게 온 것이었다.
“이이.. 현숙씨 당장 가요. 내가 이 개새끼를 죽여버릴 테니까..”
이야기를 들은 성진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 노발대발 했다.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그런 쓰레기 같은 인간 때문에 성진씨 문제 생기게 할 수 없어요. 그냥 오늘만 저 여기서 재워주세요.”
뭐가 됐건 이제는 절대적으로 성진의 걱정부터 하는 정현숙이었다.
성진은 그런 정현숙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쉬고는 화를 누그러트릴 수밖에 없었다.
“하아.. 현숙씨 재워주는 거야 아무 문제가 안 돼요. 하지만 앞으로 배도 더 불러올 텐데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이혼해야죠. 그래도 인생이 불쌍해서 어떻게든 제자리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저도 못 참겠어요. 제가 성진씨랑 불륜을 저지른 거는 사실이라 어떻게든 참고 살아보려고 했지만, 제 아이가 위험해지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요.”
처음 보는 정현숙의 단호한 눈빛이었다.
어느새 소파에 앉아있던 두 사람, 성진은 그런 정현숙을 품에 꼭 안아주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성진의 눈은 반짝반짝 빛을 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현숙씨. 남편이 쉽게 이혼해 줄까요?
제가 알기로 보통 이런 현상을 보이는 남자들은 집착이 심해서 절대로 현숙씨 이혼서류에 도장 안 찍어줄 거 같은데요. 무슨 방법 있어요?”
성진의 질문에 당황한 얼굴을 하는 정현숙이었다.
정현숙도 알고 있었다.
이미 정현숙도 임신 사실을 알고 난 이후 김성일과 몇 번이나 이혼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김성일은 울고, 빌고, 때로는 화도 내면서 절대로 이혼을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옆에다 두고 괴롭혀서 말려 죽이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숙씨 내 방법대로 한번 해 볼래요?”
눈을 반짝이던 성진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고 있었다.
왠지 그 웃음이 굉장히 비열해 보였지만, 정현숙은 그런 성진의 모습이 너무나 듬직했다.
“내가 확실하게 남편한테서 현숙씨 뺏어올게요. 그리고 감히 내 아이의 엄마를 때린 복수도 확실하게 하고..”
“네? 그.. 그런 게 가능해요?”
“네. 아직 결정된 일이 아니라 지금 말해주긴 그렇고, 확실해지면 말해줄 게요. 그래서 일단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은 취소됐어요. 며칠 더 있어야 할 거 같으니까 그동안은 현숙씨는 나하고 있어요.”
“정말이에요? 아.. 다행이다.”
정현숙이 성진에게 달려들면서 성진의 목을 끌어안았다.
정현숙은 이렇게 자신이 갈 곳이 있고, 위로받을 수 있고, 편히 쉴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성진이라는 이 남자가 없었다면, 자신의 인생은 정말 어떻게 됐을까?
정현숙이 먼저 성진의 입술에 마구 키스를 퍼부었다.
임신했다고 몸을 사리던 아까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변한 모습에 성진이 살짝 놀랐지만, 이내 푸근한 표정으로 정현숙의 키스를 받으며 꼭 안아주었다.
한참 동안 서로 정신없이 키스를 하고는 정현숙이 이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부끄러워하며 말을 꺼냈다.
“앗.. 성진씨. 죄송해요. 아까 보니까 늦게까지 일하고 계신 것 같던데, 제가 방해를 했네요. 하아..”
“아니에요. 어차피 늦어서 이제 쉬려고 했어요. 그래도 전 이렇게 현숙씨가 다시 찾아와줘서 너무 기쁜데요. 저녁은 먹었어요?”
그러고 보니 정현숙은 장만 실컷 봐서 들어갔지, 아직까지 저녁도 먹지 못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인지 갑자기 정현숙의 배에서 꼬로록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후.. 우리 현숙씨 배고픈가 보네. 아고.. 귀여워.”
성진이 정현숙의 볼을 살짝 꼬집자 정현숙은 생전 처음 들어본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이 언제 이런 아기자기한 것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순간 정현숙의 볼이 발갛게 물들더니,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나이 30대 중반이 넘어서 이제서야 제대로 된 사랑을 해 보는 정현숙이었다.
“현숙씨 일단 호텔 스카이라운지에 가 봐요. 아기 때문에 술은 못 하더라도 안주를 먹을 만한 거 시킵시다.”
“네. 성진씨.”
여전히 얼굴을 붉히고 있는 정현숙은 이제는 완전히 성진의 여자라도 된 듯 다소곳이 대답하고는 후다닥 성진의 팔짱을 끼고 팔에 볼을 기댔다.
두 사람은 스카이라운지의 문을 닫을 때까지 LA의 야경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란히 꼭 붙어 앉아 대화를 나눴다.
스카이라운지에 흐르는 음악도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LA의 야경(솔직히 불이 다 꺼져서 볼 건 없었지만)도 운치 있고 너무 좋았다.
아마도 이 밤이야 말로 정현숙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이제 거리낄 것 없이 옷을 벗었다.
“성진씨. 오늘은 제가 성진씨 씻어 드릴게요.”
성진은 임신한 몸이라 안 된다고 하려다가 너무나 반짝이는 정현숙의 눈을 보고는 어쩔 수 없이 같이 욕실로 들어갔다.
정현숙이 샤워기를 들어 성진의 몸에 물을 뿌리고 비누칠을 한다고 애를 썼지만,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정현숙은 성진을 씻어주는 시늉만 하게 되었고, 오히려 성진이 온갖 정성을 다해 정현숙을 씻어주고, 깨끗해진 정현숙의 가슴과 음부를 만지고 빨면서 장시간 애무까지 해 주었다.
나른하게 늘어진 정현숙을 성진이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공주님 안기로 침대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정현숙에게 팔베개를 해 주며 품에 꼭 끌어안았다.
아무 것도 입지 않은 맨살의 느낌이 너무나도 좋았다.
“성진씨. 저만 가버려서 어떡해요? 제가 입으로라도 해 드릴까요?”
정현숙이 성진의 자지를 잡고는 성진의 얼굴을 살짝 올려다보며 물어봤다.
눈을 살짝 찡그리고 성진을 올려다보고 있는 정현숙의 얼굴은 절대로 30대로 보이지 않고, 너무나 귀엽고 예뻤다.
성진은 괜찮다고 환하게 웃으며 정현숙의 이마에 키스를 해 주었다.
그리고 정현숙의 가슴을 부드럽게 잡고는 눈을 감았다.
정현숙도 성진이 눈을 감는 것을 보고, 자지에서 손을 놓고 성진의 등을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두 사람은 이런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이 너무 좋았다.
굳이 섹스를 하지 않아도 섹스를 한 것보다 더한 만족감과 사랑이 넘쳐 흘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스르륵 잠이 들었고, 정현숙은 지금까지 살아온 중에 가장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음날 늦잠까지 잔 정현숙은 너무나 상쾌한 기분에 잠에서 일어났다.
성진은 이미 일어나 옷까지 다 갖춰 입고 있었고, 커피를 마시며 서류를 보고 있었다.
정현숙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옆으로 누워서 집중하고 있는 성진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보고만 있어도 좋았고, 저 잘 생긴 사람이 일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었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정현숙이 피식 피식 웃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린 성진이 따라서 웃었다.
“이제 일어났어요? 잠은 잘 잤어요?”
“네. 너무 상쾌하게 잘 잤어요. 잠만 잤을 뿐인데 건강해진 느낌이에요.”
“얼른 일어나요. 우리 아침 먹고, 백화점에 갑시다.”
“네? 백화점이요? 무슨 일인데요?”
“당분간 여기서 지내려면 갈아입을 옷이 있어야 하잖아요.”
“아!!”
“그리고 현숙씨. 월마트 담당자 전화번호 알죠?”
“네.”
“이따가 전화해서 현숙씨가 할 일 없냐고 한 번 물어봐요.”
“네? 그게 무슨..”
“어제 얘기했잖아요. 현숙씨를 남편한테서 뺏어 오고, 복수도 하겠다고.. 그 일 하려는 거예요.”
정현숙은 성진이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 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내일 되면 다 알게 되니까 이따가 월마트 담당자한테 통역일 또 없는지 물어봐요. 알았죠?”
“네.. 네. 알.. 알겠어요.”
그렇게 두 사람은 룸써비스를 불러 아침을 먹고 백화점으로 갔다.
성진을 따라 백화점에 간 정현숙은 평생 자신이 산 옷보다 더 많은 옷을 사야만 했다.
누가 보면 보따리 장사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로 짐이 많아지자 결국 백화점에서 직원을 붙여주었고, 짐들은 호텔로 배달을 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예전 자신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명품 옷, 명품 가방, 명품 구두 등으로 즉석에서 갈아입고는 완전히 ‘줄리아 로버츠, 리처드 기어’주연의 영화 ‘프리티우먼’같이 변신을 하게 되었다.
성진은 정현숙과 더 오래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정현숙을 완전히 변신시켜 주겠다면서 뷰티샵에 밀어 넣어 놓고는 호텔로 돌아왔다.
오후내내 쉬지도 않고 성진은 일을 했다.
어느 정도 왁꾸를 잡아 놓고, 예산까지 수립한 성진은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성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예쁘게 머리도 하고, 화장까지 한 아름다운 여인이 온몸에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서 그림같이 방안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정현숙은 성진을 보자마자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폴짝 뛰어서 성진에게 달려오더니 조잘대기 시작했다.
“성진씨. 기쁜 소식이에요. 성진씨 말대로 오늘 월마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저를 만나서 행운이 깃들었다면서 내일도 통역 일을 해달라고 하는 거 있죠. 호호호..”
성진은 그저 웃으며 정현숙을 꼭 안아주었다.
“현숙씨 너무 예뻐요. 우리 데이트 가요. 이 모습이 아까워서라도 가만있으면 안 되겠어요.”
확실히 옷이 날개라고 미인인 정현숙이 꾸미기까지 하자 눈이 부실정도로 엄청나게 예뻤다.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 해요.”
정현숙이 성진의 품에 안겨 조용히 말했다.
성진은 그런 정현숙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두 사람은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도 먹고, 손을 잡고 거리를 걷기도 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 오늘은 정현숙이 마음먹고 성진에게 봉사를 했다.
오늘은 제대로 성진을 씻겨 주겠다면서 각오를 다진 정현숙은 욕실에서 성진의 온몸을 혀로 핥고, 물건을 빨았다.
그녀의 정성에 감동한 성진은 그녀의 입에 사정을 하게 되었고, 깜짝 놀라게도 정현숙은 성진의 정액을 마시기까지 했다.
성진의 몸을 애무하는 것이 무척 서툴렀지만, 성진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커졌는지 금세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였고, 성진은 애무만으로도 더 없이 만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서로를 꼭 끌어안고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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