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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호의 정성에 마음이 열리기라도 한 것일까?
최미연이 한숨을 작게 쉬고는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알았어요. 이제 그만 해요.”
“진.. 진짜야? 미연아? 나 용서해 주는 거야? 고마워. 내가 진짜.. 진짜 잘할 게.”
“아직 용서한다는 말은 안 했어요. 일단 더 지켜볼 거에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하고, 오늘은 그만 돌아가세요.”
“으.. 응? 미연아.. 우리 그러지 말고 어디 근사한 곳에 가서 저녁이라도 먹을까?”
“아니요. 저 피곤하니까 오늘은 이만 돌아가세요.”
최미연은 커피숍의 창밖을 내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기다리는 임의 연락은 도대체 언제 온단 말인가?
먼저 연락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분명 일이 바쁠테고, 무슨 이유가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참기로 했다.
최미연의 강권에 못 이겨 고병호는 자리를 떠났고, 최미연은 왠지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아 최근 친하게 지내게 된 장소진에게 연락을 했다.
장소진은 이제 장성그룹 공식 후계자가 되어 경영 수업을 받으며, 신규 사업의 총괄 팀장을 맡으며 일에 매진하느라 정신없었다.
[어.. 미연아.]
“언니. 바빠요?”
[응. 조금. 그래도 괜찮아. 우리 미연이가 전화했는데, 통화할 시간은 돼.]
장소진은 지금 미치도록 바빴지만, 성진 서방님의 명령이 있었으니 최미연에게 최대한 잘해야만 했다.
“하아. 언니. 성진씨는 왜 연락이 없을까요? 자꾸 고병호, 그 인간이 귀찮게 하는데 빨리 성진씨가 저 좀 데려갔으면 좋겠어요.”
[호호호.. 우리 미연이가 성진씨 많이 보고 싶은가 보네? 그러지 말고 먼저 연락해 봐.]
“그러고 싶기는 한데, 괜히 바쁜 사람한테 부담 주는 거 같아서 좀 그래요.”
[하긴 그렇긴 하지. 성진씨가 많이 바쁘긴 하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신규로 이동통신사업도 해야지, 학교급식 사업도 있지, 물티슈 때문에 미국까지 가야 하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거야.]
“언니는 성진씨에 대해서 참 잘 아네요. 진짜 친한 가봐요?”
장소진이 성진의 스케줄에 대해 줄줄이 이야기를 하자 최미연은 괜히 입술을 툭 내밀며 뾰로통해지며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응? 그.. 그야.. 당연히 이번에 이동통신사업도 같이 하니까 잘 알지.]
장소진은 괜히 최미연의 감정을 긁는 거 아닌가 하고 순간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언니는 좋겠다. 성진씨 잘 알고.. 언니는 성진씨랑 연락 자주 해요?”
[뭐.. 일 관련해서 그렇지. 하지만 미연아. 너도 성진씨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잖아. 그런 사람한테는 우리 같은 여자는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해.]
“네? 우리 같은.. 여자요?”
최미연은 어째 장소진의 뉘앙스가 이상하자 목소리가 더욱 날카로워졌다.
[아.. 아니 내 말은.. 우리 같은 여자들.. 그러니까 소위 상류사회에 있다는 여자들 말이야.]
“아아.. 뭐.. 하긴..”
최미연도 그동안 하도 보아온 게 많다 보니 장소진의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미연아. 너도 이쪽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잖아.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성진씨는 진짜 대단하지 않니? 어쩌면 앞으로 성진씨 때문에 우리나라 상류층 판도가 바뀔지도 몰라. 그런 성진씨가 너를 선택했잖아. 그러니까 너도 그런 남자 꽉 붙잡아.
그리고 내가 장건호 회장님 딸로서 충고 하나 하면 절대 질투하지 마. 무슨 말인지 알지?]
최미연은 한숨이 나왔지만, 장소진의 말에 저절로 머리가 끄덕여진 것이다.
장소진의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최미연이었다.
자신만 봐도 어렸을 때부터 럭키진성 그룹에 정략적으로 묶여있지 않은가?
그런데 최미연은 언제부턴가 장소진이 자꾸 질투하지 말라는 말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마치 같은 말을 반복해 세뇌를 시키고 있듯이 말이다.
“네. 저도 잘 알아요. 아무래도 언니 말대로 제가 먼저 연락을 해 보던가 해야겠어요. 언니 바쁠 텐데 고마워요.”
[응. 그래. 너는 복 받은 거야. 세상에 성진씨 같은 남자가 어딨니? 그러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먼저 전화해 봐. 그리고 큰 일 하는 성진씨 기분 나쁘지 않게 절대 투정 같은 거 부리지 말고.. 알았지?]
“네.. 언니. 고마워요.”
[질투하면 안 된다는 거 잊지 말고.. 호호호..]
뭔가 미묘한 웃음을 흘리며 장소진이 전화를 끊었다.
최미연은 대 장성그룹의 후계자인 장소진조차 성진을 높게 평가하고, 자신을 저렇게 걱정해 주는 것에 조금 기분이 풀렸다.
최미연은 바쁜 일 끝나면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따 밤에 성진과 통화를 해 보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녁이 다 되어서 집으로 돌아온 최미연은 오늘따라 일찍 퇴근한 아버지, 최재성을 볼 수 있었다.
“미연아. 이리 좀 와 봐라.”
“네. 아버지.”
왠지 아버지가 부르면 주눅부터 드는 것만 같았다.
최미연이 작게 대답을 하고 최재성 앞에 앉아서 고개를 숙였다.
“너 혹시, 요즘 만나는 사람 있니?”
최미연은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아버지가 뭔가 알고 물어보는 것만 같아,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너무나 대단한 집안, 너무나 대단하고 권위적인 아버지라 감히 말대꾸를 한다거나, 심지어는 애교를 부려본 적도 별로 없었다.
오직 집안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그런 집안에서 인정받기 위해 죽어라 공부해야만 했다.
그런 아버지가 지금 번쩍이는 눈으로 최미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미연은 저절로 몸이 위축되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최미연이 어렸을 때부터 고병호를 쫓아다닌 것도 고병호와 혼약으로 맺어진 관계라 어느 정도 집안의 용인이 있었고, 그나마 최미연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이러한 엄청난 스트레스의 탈출구였는지도 모르겠다.
“네? 아.. 네.. 니요.”
최미연은 성진을 생각하며 용기를 내 ‘네’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저히 그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작아지는 ‘네’소리 뒤에 아니요의 ‘니요’를 뱉어버리고 말았다.
“그래? 그런데 왜 자꾸 병호랑 헤어지겠다는 거냐? 물론 나도 그놈이 어떤지는 대충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집안끼리의 문제다. 그리고 그런 문제는 병호가 나이 먹고 사업 물려받으면 다 해결되고,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너도 잘 알지 않느냐?”
최미연은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까 장소진이랑 통화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그렇게 대단한 럭키진성 그룹 같은 재벌 집안이라면 재계의 떠오르는 신성인 성진은 왜 안 되는지 아버지에게 항변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괜히 쓸데없이 주변 어지럽히지 마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분명 최재성의 저 말은 성진을 알고서 하는 말일 것이다.
최미연의 얼굴이 번쩍 들리며 최재성을 쳐다보았다.
최재성은 여전히 번쩍이는 눈빛을 하고는 최미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결국 슬그머니 눈을 내리깐 최미연은 들릴 듯 말 듯 ‘네’라고 대답했다.
“나는 네가 올해 4학년 마치고, 내년 초에 바로 병호랑 결혼을 했으면 하는데, 니 생각은 어떠냐?”
이게 무슨 최미연의 생각을 물어본 것이겠는가?
그냥 내년 초에 결혼하라는 명령이나 다름없었다.
“아.. 아버지 그.. 그건.. 너무 이르지 않나요? 저 사시 준비도 해야 하고, 또.. 하고 싶은 일들이 있어서 결혼은 조금 더 있다가 하고 싶어요.”
당황한 최미연이 더듬거리며 말을 하다 나중엔 진심으로 최재성에게 울 듯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흐음.. 나도 니가 그렇다면 억지로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너도 최씨 집안사람이다. 집안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생각해 보거라.”
“아.. 아버지..”
“이만 올라가 보거라.”
여전히 자신의 말만 하는 권위적인 아버지였다.
최미연은 당장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이를 악물며 참고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최미연은 가방을 의자에 휙 던져 놓고 침대에 털썩 쓰러졌다.
나이를 23살이나 먹어 놓고, 아직도 아버지 앞에서 아무 소리 못 하는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최미연은 가슴에 무거운 돌덩어리를 올려놓은 것처럼 답답했다.
이 답답함을 어떻게든 시원하게 풀어버리고 싶었다.
눈을 감고 누워있던 최미연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옷장이 아닌 그 옆에 봉인된 옷장을 열었다.
가죽으로 되어있는 짧은 미니스커트, 반짝거리는 비즈로 자식 된 화려한 나시티 등 예전 나이트클럽을 종횡무진할 때 입었던 옷들이 한가득 걸려있었다.
최미연은 옷을 보니 갑자기 몸이 근질근질해지며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왠지 모를 흥분이 온몸을 휘감으며 아랫배가 저릿저릿해졌다.
최미연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옷들을 꺼내 침대에 던졌다.
그리고 빠르게 입고 있는 옷을 벗어 아무렇게나 바닥에 팽개쳐 버렸다.
최미연은 야시시한 옷을 꺼내서 침대위에 이리저리 던졌다.
그리고 그중에서 팬티를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가장 야한 미니스커트를 골라 입고, 도저히 최미연이라면 입을 것 같지 않은 배꼽까지밖에 오지 않는 현란한 나시티를 집어 드는데, 화장대 거울에 눈이 희번떡한 자신이 비치고 있었다.
최미연은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성진이 너무너무 보고 싶어졌다.
그러자 다시 아랫배가 저릿저릿해졌다.
이미 성진의 그 큰 대물을 받아들이면서 남자의 맛을 확실하게 알아버린 최미연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나시티를 바닥에 화가 난 듯 집어 던져 버리고, 브래지어만 한 채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최미연의 손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음부로 갔다.
치마라고 있으나 마나 한 것은 전혀 그녀의 손을 방해하지 못했다.
팬티 위로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던 최미연이 요염하게 엉덩이를 들고, 다리를 한쪽으로 모으며 팬티를 벗어버렸다.
이미 애액으로 푹 젖어 있는 최미연의 팬티였다.
최미연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질 구를 스치며 애액을 묻히더니 콩알만큼 볼록 솟아 있는 클리토리스에 천천히 돌려 바르기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 손가락 한 개, 손가락 두 개..
점점 클리토리스를 누르는 면적을 넓히고, 강하게 눌러가며 빠르게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하아악.. 성진씨. 어서.. 어서.. 저 좀 어떻게 해 줘요.”
다른 손이 최미연의 입으로 들어가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고, 허리를 비틀어대며 점점 흥분해 가던 그녀는 입에 있는 손을 내려 가슴을 쥐어짰다.
최미연의 동작은 왠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성진에게 처음 처녀를 잃은 그날, 최미연은 뭔지 모를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었다.
그리고 그날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 성진이라는 거대한 못이 박혀 들어갔다.
하지만 오늘처럼 자신을 구속하고, 압박하는 아버지와 집안 분위기..
자신의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했던 고병호의 끝없는 더러운 짓거리들..
그리고 이제 성진의 맛을 알아버린 그 쾌락과 그리움 등이 최미연을 자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최미연은 하루도, 아니 하루에 몇 번이라도 이렇게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며 자위를 해댔다.
하지만 자위 후 찾아오는 허탈감, 무기력함에 최미연은 또 다른 탈출구를 찾아야만 했다.
성진을 찾아가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 당시에는 말 그대로 성진과의 하룻밤을 불장난으로 생각했었다.
절대로 자신의 집에서는 성진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성진이 위험해지는 무서운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미연은 성진을 잊으려고 노력했고, 그런 괴롭고, 공허한 마음을 풀기 위해 나이트클럽에서 미친 듯이 춤을 췄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또 그때와 같은 답답함이 찾아왔다.
이제는 성진씨를 사랑하고, 그와 절대로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의 직접적인 압박이 들어온 것이다.
클리토리스에 불이 날 정도로 문지르던 최미연이 천천히 손가락을 보지에 집어넣었다.
오늘 낮에 고병호에게 받은 스트레스부터 저녁에 아버지에게 받은 스트레스까지 정말 힘든 하루였다.
그래서 그런지 손가락이 보지 속으로 살짝 들어갔는데, 투명한 애액이 주르륵 항문으로 흘러내렸다.
손가락을 두 마디나 집어넣고 자신의 지스팟을 살살 긁어보았다.
온몸에 찌르르 흐르는 쾌감.
최미연은 손가락을 하나 더 넣어 손가락의 지문 있는 부분으로 쾌락점을 마구 문지르며 쑤셔대기 시작했다.
“하윽.. 하윽.. 아아.. 성진씨.. 성진씨..”
최미연은 오직 애타게 성진만 불렀다.
지금 이 느낌, 지금 이런 마음이라면 그냥 확 집을 나가서 성진에게 자신을 숨겨 달라고 하고 싶었다.
결혼 안 해도 좋고, 첩으로 살아도 좋으니 그냥 고병호에게서,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제발 도망칠 수 있게 해달라고 하고 싶었다.
최미연의 손이 점점 빨라졌다.
최미연의 허리와 엉덩이가 번쩍 들리며 위아래로 마구 흔들렸다.
이제 끝이 오려고 했다.
절정은 아니다. 그냥 그만해야겠다는 끝인 것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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