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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여름으로 3부-22화 (352/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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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이 전화를 끊고 입을 굳게 다물고는 소파에 와서 앉았다.

“왜? 뭐래? 왜 그렇게 길게 통화해?”

조영래가 소파 끄트머리에 엉덩이를 걸치며 다급하게 물었다.

장소진도 잔뜩 걱정된다는 얼굴로 성진을 바라보았다.

“하아.. 이 새끼들.. 진짜..

이거 럭키진성 이 새끼들이 자주 써먹던 방식이래.

힘없는 기업 기술 훔쳐다가 똑같은 상품 만들어 출시하고, 자금력으로 밀어붙여서 오히려 먼저 출시한 제품 고사시키는 방법이래.

그리고 소송 들어가면 검찰이고, 판사고 로비해서 제판 질질 끌게 하고, 아니면 결과를 지들 유리한 쪽으로 판결 나게 해서 기업 망하게 만든 단다.

그러면 그때 가서 그 회사 헐값에 인수해 지들이 시장 차지하는 거지..

완전 개새끼들이야.”

“아니.. 그건 힘없는 기업들 얘기지. 너랑 상관없는 얘기잖아.”

“물론 그렇긴 한데.. 이거 만약 저 새끼들이 손 써서 판매금지가처분이 늦게 떨어지거나, 소송 들어가서 시간 질질 끌리면 우리만 타격 입게 되는 거야. 아주 좆 같은 경우지.

그래도 일단 법적으로 조치하라고 지시했으니까 좀만 기다려 봐.”

그런데 그때 분위기를 알고 있다는 듯이 사무실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네. 이성진입니다. 아! 성렬형님. 네? 뭐라고요?”

성진이 씩씩거리며 전화를 끊자 이번에도 조영래가 다급하게 물었다.

“왜? 왜? 무슨 일인데?”

“미래건강식품 성렬형님인데 럭키진성에서 키토산 제품이 출시됐단다.”

“뭐? 그것도 우리 독점이잖아. 어? 이거 뭔가 이상한데..”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HK그룹이 독점으로 가지고 있는 제품을 보란듯이 출시한 것이 수상하게 느껴진 영래였다.

“응. 아무래도 뭔가 단단히 럭키진성한테 밉보인 거 같다. 이건 완전히 너네 한 번 엿 먹어봐라 하는 거다.”

그런데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며 걱정스러운 시선을 하고 있던 장소진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아.. 성진아. 최미연..”

“응? 아!!!”

성진은 그제서야 자신이 최미연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러면서 왜 럭키진성이 갑자기 이렇게 전쟁을 걸어온 것인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크흐으.. 영래야 미안한데, 이만 가 봐라. 이건 그룹차원에서 처리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응.. 그래. 알았다.”

성진은 차마 조영래 앞에서 최미연 얘기를 꺼내는 게 그래서 얼른 조영래를 내보내려고 했다.

조영래가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어색해하다가 장소진에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자 장소진이 후다닥 성진의 옆으로 다가오면서 말을 꺼냈다.

“자기, 혹시 최근에 미연이랑 연락 안 했어?”

“어.. 그.. 그게 내가 좀.. 바빠서..”

성진은 효선 아줌마가 설희를 낳아서 거기에 푹 빠져 있느라 최미연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말할 수 없었다.

성진이 어색하게 말을 돌리자 장소진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어.. 이상하다. 분명 미연이가 자기한테 먼저 전화한다고 했는데..

실은 며칠 전에 미연이랑 통화했었거든. 미연이 지금 고병호 때문에 많이 힘든 것 같더라고..”

“뭐? 고병호? 미연씨가 분명 나한테 고병호랑 헤어졌다고 했는데..”

성진이 고병호 얘기가 나오자 화들짝 놀랐다.

“그랬는데 고병호가 매일 미연이를 찾아와서 귀찮게 구나 봐. 내가 미연이한테 자기 얘기 계속하면서 자기가 시키는 대로 세뇌는 계속하고 있는데.. 그래도 미연이가 요즘 많이 힘든 것 같더라고.”

“하아.. 그러니까.. 지금 이게 고병호가 미연씨를 나한테 뺏겨서 복수한다 뭐 그런 거야? 어이가 없네.”

성진은 어이가 없어서 화도 나지 않았다.

“뭐.. 그건 잘 모르겠는데, 내가 얼핏 알기로는 고병호는 아무 힘이 없을걸.. 이건 아마 고봉수 회장 짓이 아닐까 싶은데.. 내가 엄마한테 얘기해서 좀 알아볼까?”

“응..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알아봐.”

“그래. 알았어. 그럼 나도 이만 가 볼게. 그리고 알아보고 바로 연락할 게.”

“점심이나 같이 먹고 가지?”

막상 장소진이 움직인다고 하자 성진은 왠지 여자인 장소진과 홍라경 여사에게 부탁한다는 것이 께름칙해서 마음에도 없는 식사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장소진은 지금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는 화가 나면서 온 신경이 거기에 쏠려버린 상태였다.

그만큼 이제 성진을 사랑하게 돼 버린 장소진은 성진의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된 것이다.

“아니야. 지금 점심이 문제야. 우리 자기 힘들게 됐는데..”

장소진이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부리나케 나가 버렸고 성진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됐는데, 최미연을 까먹고 있었다니..

성진은 스스로에게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효선 아줌마와 설희에게 정신이 팔려 있어도 그렇지 어떻게 자신이 한 약속을 잊어버린단 말인가?

최미연이 얼마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며, 또 얼마나 실망을 했을지 생각하니 성진은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성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최미연의 번호를 찾은 후 잠시 망설였다.

살짝 인상을 찡그린 성진은 이내 통화버튼을 꾹 눌렀다.

한편 그 시각.

최미연은 고병호와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 해 봐. 미연아.”

고병호가 스테이크를 작게 썰어 최미연의 입 앞에 내밀었다.

못마땅한 듯 작게 인상을 찡그린 최미연이 고병호를 바라보았지만, 고병호는 생글거리는 얼굴로 최미연을 바라보며 계속 포크를 내밀어 댔다.

할 수 없이 최미연은 입을 벌려 스테이크를 받아먹었다.

“오빠. 안 이래도 돼요. 저 혼자 먹을 수 있어요.”

“응. 그래. 알았어. 이제 안 할게.

미연아. 우리 밥 먹고 뭐 할까? 가을이라 날씨도 좋은데 외곽으로 드라이브나 갈까?”

고병호는 지금까지 그 난봉꾼 고병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최미연에게 사근사근했다.

고병호의 드라이브 가자는 말에도 최미연은 그냥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고병호는 그런 최미연을 보고도 계속 웃으며 살랑살랑 최미연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으드득.. 이런 싸가지없는 년.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반응이 저 따구야.. 결혼만 하고 보자. 개 같은 년..’

그러면 그렇지, 고병호가 진짜 최미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할 리가 없었다.

벌써 고병호가 최미연을 찾아온 지 3주가 넘었다.

처음에는 싫다고, 이제 헤어졌다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하던 최미연도 이제 그만 용서해 주라는 집안의 은근한 분위기와 고병호의 진짜 변화된 것 같은 모습에 결국 이렇게 둘이서 식사 자리까지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최미연이 이렇게 고병호에게 식사자리를 허락한 것은 어느 정도는 성진에 대한 원망도 있었다.

어떻게 명절이 지나고 3주가 지났는데도 연락 한 번 안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최미연이 계속 무뚝뚝하게 스테이크만 썰어 먹고 있었지만, 고병호는 이런 저런 웃긴 얘기도 하면서 계속 드라이브 가자고 유혹하고 있었다.

고병호는 제대로 놀지 못한 지 벌써 3주가 넘었다.

약도 좀 하고, 여자애들과 난장판 좀 벌이며 놀고 싶은데 그걸 참고, 최미연의 비위나 맞추려니 죽을 맛이었다.

그래서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고병호는 드디어 최미연이 식사에 응하자 확 일을 저질러 버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드라이브 가자고 꼬셔서 별장으로 데려간 다음 분위기를 만들어 술을 먹이고 확 자빠트려 버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지가 어쩌겠어? 하룻밤 같이 보내고서 죄송하다면서 장인어른한테 전화하면 바로 결혼 승락 떨어지겠지. 크크..’

고병호가 계속 부드러운 말로 드라이브 가자고 최미연을 꼬셨다.

3주가 넘는 동안 고병호가 보여준 지극정성에 어느 정도 마음이 풀어진 최미연은 서서히 답답한데 드라이브라도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성진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더욱 큰 최미연은 대답은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식사만 할 뿐이었다.

“미연아. 우리 가자. 응? 바다 보고 싶지 않아? 아아~ 경춘로 타고 시원하게 달려서 속초 앞바다의 시원한 바람 쏘이면.. 죽이지 않냐? 미연아. 가자. 응?

너 이제 개학하면 또 공부만 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개학하기 전에 휙 하니 바람이나 쐬라 갔다 오자.”

최미연의 눈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오케이. 됐어. 이제 거의 다 넘어왔어. 크크.. 최미연, 넌 오늘 끝이야.’

그런데 그때 최미연의 가방에서 ‘삐리리리~’ 촌스러운 벨 소리가 울렸다.

장성전자에서 만든 바형태의 안테나를 뽑고서 통화하는 투박한 검정색 핸드폰이었다.

최미연이 포크를 내려놓고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녹색으로 빛나는 작은 액정을 바라보았다.

최미연의 눈이 커지더니, 갑자기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고병호는 최미연의 격한 반응에 무슨 일인가 궁금했지만, 최미연이 갑자기 고병호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핸드폰을 그대로 가방 안에 넣어버리는 것이었다.

“왜? 누군데? 안 받아?”

“응? 응.. 괜.. 괜찮아.”

고병호가 다시 웃음을 지으며 드라이브 얘기를 꺼내려고 하는데, 이미 최미연의 시선은 멍하니 딴 곳을 보고 있었다.

고병호의 얼굴이 팍 찌그러졌다.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다 된 밥에 재가 뿌려지고 말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다시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고 말을 꺼내려던 고병호.

다시 울리는 최미연의 핸드폰에 저절로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에이.. 씨발.. 진짜..”

자신도 모르게 욕을 한 고병호는 흠칫 놀라서 얼른 최미연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최미연은 그런 고병호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그저 멍하니 핸드폰의 작은 액정을 쳐다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바라던 성진의 전화였다.

최미연은 온갖 감정이 휘몰아쳤다.

반가움, 그리움, 섭섭함, 설렘, 망설임 등등 자신의 지금 기분조차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누군데 그래? 내 눈치 보지 말고 전화 받어.”

고병호가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최미연에게 말했다.

최미연이 고병호의 말에 화들짝 놀라더니 전화기를 두 손으로 들고 망설이기 시작했다.

고병호는 순간 아차 하는 싸한 기분이 들었다.

“너.. 혹시. 지금 그 전화.. 이성진이냐?”

“네? 아.. 아니.. 그.. 그게..”

고병호의 인상이 처참히 구겨지며 살벌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미연은 고병호가 그러든지 말든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직 지금 전화를 받을까 말까만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전화는 끊어졌고, 그걸 안타깝게 바라보던 최미연이 핸드폰을 가방에 급하게 집어넣고는 가방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오빠. 저 먼저 가 볼게요. 오늘 식사 고마웠어요.”

급하게 말을 던진 최미연이 후다닥 뛰어서 자리를 떠나버렸다.

“어? 어? 미.. 미연아. 잠깐만. 야.. 최미연.”

엉거주춤 일어섰던 고병호가 자리에 털썩 앉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성진.. 이 개새끼. 끝내 내 일을 방해하고 마는구나. 으드득..”

고병호는 한참 동안 이를 바득바득 갈며 앉아있다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이제는 도저히 이 짓거리도 못 해 먹을 것 같았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어디 가서 진탕 술이나 퍼마시고, 계집들이나 망가뜨리고 싶었다.

“어.. 나야. 병호. 애들 좀 모아 봐. 오늘 술이나 한잔하자. 뭐? 오늘은 안 된다고? 하아.. 씨발. 그래 알았다. 조만간 보자.”

고병호는 핸드폰을 확 집어 던져 버리려다가 멈췄다.

그리고 입가에 씨익 미소를 짓고는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여사님. 접니다. 오늘 괜찮은 애들로 둘만 가평으로 보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 저 혼잡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따 뵙죠. 흐흐..”

진소라가 은퇴를 하고 새롭게 연예계 마담뚜가 된 여자 연예인이었다.

새롭게 활동을 해서 그런지 이 중견 탤런트인 여자는 아주 열심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드라마에서 이 여자가 자주 보이고 있었다.

고병호는 이 여자 탤런트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나이가 한참이나 어린 데도 높은 회장님 대하듯 아주 사근사근하니 대했고, 이렇게 간단히 얘기만해도 착착 알아서 애들을 대령했다.

물론 진소라 때보다 돈은 조금 더 깨지긴 하지만, 그까짓 돈 몇 푼이 문제될 리가 없었다.

고병호는 그렇게 예전에 하던 짓거리를 다시 하기 위해 떠났고, 결국 그게 자신의 인생의 끝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급하게 레스토랑을 빠져나온 최미연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가까운 아무 커피숍이나 들어가 앉았다.

혹시 또 성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올까 하고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있었지만, 더 이상 전화가 걸려오지는 않았다.

급 시무룩해진 최미연은 커피를 한 잔 시켜 놓고, 자신이 다시 성진에게 전화를 걸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최미연은 왠지 성진에게 미안했다.

오늘 고병호랑 식사까지 하면서 결국 집안의 강요와 고병호의 정성에 지고 만 것이었다.

최미연은 푹 한숨을 쉬고는 성진이 아닌 장소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소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

[어.. 미연아. 어디니?]

“하아.. 언니. 시간 괜찮아요?”

[응. 그럼. 우리 미연이라면 언제든지 시간 괜찮아.]

“고마워요. 언니..

저.. 좀 전에.. 성진씨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 작품 후기 ==========

추천, 코멘트, 쿠폰 주셔서 감사합니다. ^^

주말은 한 편씩만..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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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지롭 // 과연 김소연만일까요? 조금 더 지켜봐 주세요. ㅎㅎ

아!! 그렇다고 실망은 하지 마시고.. 결론이 어떻게 나는지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

푸퓨피 // 오오.. 오늘도 쿠폰 주셔서 감사합니다. 충성!!

다시, 그 여름으로... 4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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