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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은 침대에서 바로 갈 수 있는 곳으로 양탄자가 깔려있는 바닥에서 계단 3개 정도 올라가서 대리석 욕조가 놓여있었다.
욕실은 문이 없었다.
욕조 앞에는 반원을 그리며 손잡이 지지대와 물막이 비닐 커튼이 있어서 가리고 싶으면 커튼을 치면 됐다.
샤워는 욕조에서 나와 안쪽으로 더 들어가 왼쪽에 샤워부스가 따로 있었다.
욕조에는 이미 물이 잔뜩 받아져 있었다.
이미 간호사들이 저녁 시간이 되면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있었다.
VIP환자가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성진이 효선 아줌마를 조심스럽게 욕조에 넣어 놓고 이번에는 혜정 아줌마를 안으러 가려는 데 혜정 아줌마 몸에서 은은하게 빛이 나오고 있었다.
성진이 효선 아줌마에게 저기 좀 보라고 손짓을 하자 효선 아줌마는 성진에게 참 잘했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혜정 아줌마가 저 빛에 좀더 감싸여 있으라고 성진은 그냥 욕조 안으로 들어가 효선 아줌마를 앞에 놓고 끌어안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말없이 혜정 아줌마를 쳐다보았다.
“저 장면은 언제 봐도 신기해요. 주인님 혹시.. 신이세요?”
물끄러미 혜정 아줌마를 바라보던 효선 아줌마가 고개를 모로 돌려 성진을 올려다보았다.
효선 아줌마의 말에는 성진을 신처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있었다.
“뭐? 하하하..”
소녀처럼 귀여운 효선 아줌마의 입에 성진이 쪽 키스를 해 주었다.
“그렇잖아요. 어떻게 사람 몸에서 저렇게 빛이 나와요? 그러고 나면 얼마나 예뻐지고, 건강해지는지 아시잖아요. 주인님이 신이 아니면 그게 가능해요?
제 나이가 올해 서른일곱이에요. 그런데 간호사들이 저보고 뭐라는 줄 아세요?
도저히 애를 셋이나 낳은 여자로 보이지 않는데요. 이제 막 시집가서 첫 애를 낳은 새댁인 줄 알았데요. 호호호..
저 좀 보세요. 애를 낳고도 이렇게 붓기 하나 없이 팽팽하잖아요. 헤헤..
그리고 저기 혜정 언니도 보세요. 저 얼굴하고 저 몸매가 어떻게 서른여덟 살이예요? 20대라고 해도 믿을걸요.”
성진은 그저 웃기만 했다.
신이라니.. 하긴 회귀한 것도 신기한 일이니 이런 능력쯤이야 이상할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주인님께 항상 너무나 감사해요. 여자로서 최고의 선물을 주셔서.. 사랑해요. 주인님.”
효선 아줌마가 성진의 팔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다 꼭 끌어안으며 성진의 팔에 볼을 비볐다.
“그래. 나도 이렇게 아름다운 효선이가 있어서 너무 행복해. 나도 사랑해.”
성진이 흐뭇하게 웃으면서 효선 아줌마의 머리에 입술을 대고 키스를 하며 마구 문질렀다.
“아.. 이제 빛이 사라졌다. 가서 혜정씨 데려오자.”
효선 아줌마가 대답을 하며 성진의 팔을 놓아주었고, 성진은 벌떡 일어나 혜정 아줌마를 안아 들고 욕조 속으로 들어왔다.
혜정 아줌마를 성진의 어깨에 기대게 해 허리를 끌어안고, 효선 아줌마는 다시 성진의 앞에 등을 대고 앉았다.
이날은 더 이상 섹스를 하지 않았다.
왠지 이 사랑스러운 로맨틱한 분위기가 너무나 아늑하고 좋았던 것이다.
효선 아줌마한테 안 해도 괜찮겠냐고 물었지만, 자기도 이 분위기가 너무 좋다면서 굳이 기절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조금 있다가 혜정 아줌마까지 깨서 세 사람은 아이처럼 서로에게 물을 뿌리는 등 물장난을 치며 놀다가 서로 몸을 씻겨주고 침대에 셋이서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며칠 후, 성진은 홍라경 여사와 장소진을 위시한 신규 이동통신 회사 임원들과 미팅을 가졌다.
이미 회사는 그전부터 만들어져서 준비를 하고 있었고, 회사명도 ‘미래통신’이라고 지어 놓은 상태였다.
미래통신 임원진은 기존의 장성그룹 사장들 중 몇몇으로 이미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었고, 그들 또한 미래통신의 최대주주가 HK그룹의 성진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첫 만남 자리임에도 어린 성진을 무시하지 않고 성진을 매우 어렵게 대했다.
이제 정부에서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로 승인이 떨어진 상황이라 빠르게 회사를 확장해 인력을 충원하고, 통신장비를 구비하기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통신망 확충을 위해 공사업체 선정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성진은 현재 미래통신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항들을 보고받고, 역시 베테랑들이라 일을 제대로 진행하는 모습에 매우 기꺼웠다.
특히 장소진이 기획실 실장으로 일을 하면서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무리없이 부하 직원들을 이끌고 사업을 전투적으로 수행하는 모습에 확실히 회귀 전 여걸이라 불리던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성진은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사업을 준비해 나가며 학교 수업까지 바쁘게 듣고 있었다.
3월이 지나고 4월이 시작하는 첫째날, 금요일었다.
오후 수업을 듣고 있는데, 성진의 핸드폰이 계속 울리는 것이었다.
수업 중이라 통화를 하지는 못하고, 수업을 마치고 나와서 전화가 온 것을 확인해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성진이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처음 듣는 중후한 목소리의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이성진 군인가?]
“네? 죄송하지만, 누구십니까?”
[나는 검찰총장을 맡고 있는 최재성이라고 하네. 미연이 아비 되는 사람일세.]
“네? 검찰총장님이요?”
[그래. 내 자네 좀 만나고 싶은데, 오늘 시간 괜찮으면 우리 집에 들러 줄 수 있겠는가?]
성진은 검찰총장과 통화를 하며 얼마나 놀라고 당황한 줄 몰랐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기도 했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크게 죄지은 것은 없지만, 이상하게 검찰총장이라는 소리에 천하의 성진도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네.. 네. 알.. 알겠습니다. 그럼 저녁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말도 안 되게 급하게 잡은 약속이었지만, 성진은 그 약속을 미룰 수가 없었다.
검찰총장과 통화를 마친 성진은 나머지 수업을 어떻게 들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무슨 일이냐고 영희 누나가 계속 질문을 해 왔지만, 검찰총장을 만났을 때 벌어질 일에 관해 생각하느라 성진은 제대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최미연과의 일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이라고 생각한 성진은 나름대로 최재성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막상 최재성을 마주하게 되는 성진은 전혀 뜻밖의 일에 크게 당황하게 된다.
수업이 끝나고 일단 최미연과 통화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성진은 최미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도 최미연은 전화를 받지를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검찰총장의 집에 가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성진은 검찰총장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과일바구니도 사고 나름 준비를 했다.
계속 이상하게 구는 성진에게 영희 누나가 계속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고, 성진은 어쩔 수 없이 최미연에 대한 얘기를 했고, 오늘 그 집에 방문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또 여자가 늘었다며 한숨을 쉬던 영희 누나였지만, 나름 장소진과 친하게 지내고 있던 영희 누나라 장소진과 최미연과의 관계까지 듣고는 결국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오히려 경찰총장을 등에 업을 수 있으면 성진에게 큰 힘이 된다며 영희 누나는 파이팅까지 외쳐 주었다.
역시 영희 누나도 성진의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자신보다 성진의 앞날을 먼저 걱정해 주는 것이었다.
어머니한테는 자신이 말하겠다고 한 영희 누나를 먼저 돌려보내고 성진은 검찰총장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검찰총장의 집은 정원이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이었다.
집안일을 보조해 주는 사람과 경호인력이 있는지, 성진이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양복을 쫙 빼입은 남자가 성진을 맞이해 주었다.
남자를 따라서 집안으로 들어간 성진은 먼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최미연을 볼 수 있었다.
이때부터 성진은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최미연의 아버지가 성진을 보자고 했으면 누구보다 먼저 나와서 반기고,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어야 할 최미연이었는데, 지금 표정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거실 소파에는 백발이 희끗희끗 보이기 시작한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 남자가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총장님. 데리고 왔습니다.”
성진을 안내했던 남자가 그 중년인에게 인사를 하자 검찰총장은 고개만 까딱였다.
성진은 우선 들고 온 과일바구니를 안내했던 남자에게 넘기고 대뜸 소파의 중년인에게 큰 절을 하려고 했다.
“아버님 인사부터 올리겠습니다.”
“누가 자네 아버님인가? 인사는 됐네.”
성진의 말에 바로 터져 나오는 검찰총장의 호통소리.
성진은 엉거주춤하게 절을 하려다 말고 놀라서 앞을 쳐다보았다.
“아.. 아빠.”
최미연이 거의 울 듯한 표정과 목소리로 검찰총장을 불렀다.
“미연이 너는 네 방에 올라가 있거라. 난 이 친구랑 할 얘기가 있으니..”
최미연이 잠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끝내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손으로 입을 막고는 계단을 뛰쳐 올라가 버렸다.
성진은 이제서야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절을 하려던 엉거주춤한 자세를 바로 하고 검찰총장을 바라보았다.
“자네. 날 따라오게.”
“네.”
검찰총장은 일어나 성진에게 말을 하고는 그대로 휙 돌아서서 안쪽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
성진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유추해 보려고 머리를 아무리 굴려보았지만, 검찰총장이 저렇게까지 화를 낼 만한 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있다면 고병호를 제끼고 최미연과 깊은 관계가 되었다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까지 화를 낼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병호야 어차피 쓰레기고, 자신도 이제 대기업 회장으로 대통령과 독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어디 가서 빠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성진이 따라 들어간 방은 서재였다.
성진이 들어가자 아까 안내를 했던 남자가 뒤에서 문을 살며시 닫아주고 나갔다.
이런 걸 보면 참 이 집안도 대단하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성진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는지 검찰총장이 책상 앞으로 가더니 책상 위에서 무언가 집어 들고 성진을 향해 돌아섰다.
“자네. 이게 뭔지 알지?”
“네? 그게 무엇입니까?”
“흥.. 이거 자네가 고봉수 회장에게 보낸 것 아닌가? 응?”
성진이 그제서야 자세히 보니 하얀 플라스틱 케이스에 든 CD였다.
성진은 그제서야 무슨 일인지 이해가 되었다.
검찰총장과 럭키진성 그룹 고봉수 회장과는 어린 자식들을 미리 혼약까지 시켜 놓을 정도로 예전부터 끈끈한 사이였다.
그런 고봉수 회장을 저런 비열한 것으로 협박을 했으니 그 소식을 전해 들은 검찰총장이 화가 난 것 같았다.
“흠.. 그게 무엇입니까?”
일단 성진은 모른 척하기로 했다.
아무리 죄가 있어도 검사 앞에서는 일단 죄가 없는 척을 해야 한다.
검사가 꼬신다고 죄를 인정하게 되면 무조건 형이 결정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검사한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왠지 죄가 줄어들 것 같고, 용서받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검사의 임무가 무엇인 줄 아는가? 바로 없는 죄도 있게 만들어서 기소를 하는 게 그들의 임무다.
다시 말해 무조건 형을 지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임무라는 말이다.
잘못을 인정했다는 것은 무조건 검사에게 나 벌해 주세요 하고 형벌을 청하는 꼴 밖에 안 된다.
죄에 대한 잘잘못은 검사 앞에서 판단하는 게 아니다.
법정에 가면 판사가 판단해 주는 것이다.
검사는 무조건 기소를 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검사 앞에서 잘못을 고백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절대로 검사 앞에서는 잘못을 인정하면 안 되고, 죄를 지었어도 안 지었다고 끝까지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검사는 절대 죄인의 편이 아니다.
오히려 죄인은 편은 아이러니하게도 판사다.
판사는 최대한 공정하고 넓게 보려고 하기 때문에 죄를 가볍게 평가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검사 구형하고 판사 실형이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성진은 검찰총장에게 인정을 할 수 없었다.
“흥.. 진짜 이것이 무엇인지 모른단 말인가? 응? 여기 안에는 고봉수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이 들어있네. 전부 자네가 이번에 물티슈와 키토산에 대한 협박으로 보낸 것 아닌가?”
“글쎄요. 그런 것이 있었습니까? 저는 절대로 그런 것을 보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아닌가?
성진이 보낸 것이 아니라 홍라경 여사랑 진소라가 합작해서 보낸 것이니 성진이 보낸 적이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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