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입가에 가는 미소를 달고 있는 성진은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사기꾼이나 협잡꾼으로 보일 정도로 음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흐음.. 그런데 서방님, 그 돈은 실명제가 시행되면서 국내로 들여오기 힘들어요. 오랜 시간 조금씩 천천히 가져와야 해요. 그런데 김일성이 7월에 죽는다면서요. 이제 두 달도 안 남았는데..”
“그래서 이번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장성전자 지분을 넘기겠다는 거야.”
당연히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성진이 그에 따른 방법을 제시했고, 홍라경 여사는 침음성을 흘리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자자.. 들어 봐. 지금 장성전자 주가가 15만 원이 넘었지?”
“네.”
홍라경 여사가 말이 없어지자 장소진이 대신 대답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분 10.1%가 현재 가격으로 1조가 넘어. 그렇지?”
성진은 두 사람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말을 이어갔다.
“내가 그거 1조에 통으로 넘겨줄게. 장부상으로는 내가 5천억에 판 걸로 해 줄 테니까 대신 장성은 그걸 해외에 있는 부동산으로 나한테 넘겨. 그리고 1조를 스위스 계좌를 헐어서 미국에 있는 내 투자회사에 투자 명목으로 넘겨 놔.”
당연히 미국에 투자하는 1조는 장성그룹과 관련된 이름이 나올 리가 없었다.
스위스 계좌도 차명일 것이고, 미국에 투자하는 것도 차명으로 이루어질 테니까..
그러면 그 차명의 사람이 돈을 인출하면 어떡하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투자회사로 자금이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그 돈의 입출을 성진이 통제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성진이 5천억을 해외에 있는 장성의 부동산으로 받으려고 하는 것은 앞으로 곧 닥칠 IMF를 위한 것이었다.
IMF가 닥치면 국내에 달러가 품귀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그러면 그때 성진은 자연스럽게 부동산 대출을 이용해 달러를 국내로 들여올 생각이었고, 그걸 통해 국내에 부도난 우량기업들을 싹슬이 할 계획인 것이다.
성진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면 내가 5천억을 다시 투자 명목으로 장성증권으로 넘겨줄 게.
그리고 내가 투자에 대한 모든 것을 일임해 주면 되잖아.
물론 그 사이에 내 이름은 나오지 않고 모든 것이 미국에 있는 투자회사 사장이름으로 이루어지겠지만..
그리고 장성증권은 그 5천억을 투자실패 했다고 하고 손실처리 해버리면 되잖아.”
홍라경 여사의 눈알이 빠르게 돌아가며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소진은 이런 사업 뒷세계 일을 처음 접해보는지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엄청나게 중요하고 좋은 경험이 될 것이 분명했다.
“네. 알겠어요. 서방님.. 그렇게 할게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서방님께서 나서신 일인데 저는 당연히 믿고 따라야죠.”
돈이 다른 사람의 손을 타는 일이다.
그만큼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었고, 그런 면에서 성진은 홍라경 여사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홍라경 여사가 성진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그의 능력과 수완을 높이 사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마 홍라경 여사는 성진이 장성그룹을 달라고 해도 군소리 없이 넘겨줄지도 몰랐다.
“아.. 5천억이나 비자금이 필요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앞으로 꽤 힘든 시기가 올 거야.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준비해 놓도록 해.”
“힘든 시기요?”
성진이 바로 다음 주제로 넘어가자 홍라경 여사조차도 성진의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응. 아마 장성전자는 내년까지 무척 힘든 시기가 올 거야. 이미 거기 기획실에서도 전략 다 짜놓은 거 아니야?”
“헉.. 진짜 서방님 당신 누구세요? 혹시 우리 기획실에 첩자라도 있어요? 으음.. 그럴 리가 없는데..”
홍라경 여사는 무슨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로 성진을 바라보았다.
홍라경 여사의 말대로 장성전자 기획실이 어떤 곳인가?
미국의 CIA, 소련의 KGB,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있다면 한국은 장성의 기획실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보력이 탁월한 곳이었다.
당연히 그런 곳이 아무나 뽑을 리도 없었고, 이중 삼중으로 사람을 조사하고, 심지어는 역술가를 데려다 관상도 보고, 각종 심리테스트에 최면까지 걸어서 일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조사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성진은 그런 장성전자의 기획실에서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까지 알고 있지 않은가?
홍라경 여사는 성진이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고, 그럴수록 이상하게도 성진이 너무나 멋있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홍라경 여사는 절대로 성진의 눈 밖에 나지 않고, 더욱더 사랑을 받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서방님 말씀대로 우리 기획실에서 반도체 D램 가격을 떨어트릴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저는 지금 미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새롭게 IT 시대가 들어서면서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기획실에서는 이번 기회에 전 세계의 D램 시장을 독점해야 된다면서 조금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있더라고요.”
“라경씨. 그거 무조건 따라야 해. 알았지? 그것만 제대로 버텨내면 장성전자는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가 될 수 있어. 내 말 명심해.”
“네? 그.. 그 정도에요?”
“응. 그러니까 무조건 기획실 계획대로 움직여. 그래서 내가 장성전자 사장은 라경씨 사람으로 안 바꾸고 장건호 회장이 세운 사람으로 그대로 놔둔 거니까 그 사장 움직이는 대로 따라줘.”
홍라경 여사는 성진이 모든 것이 미리 계획해 놓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놀랍다는 얼굴로 성진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째 눈빛이 당장에라도 성진에게 달려들 그런 눈빛이다.
“그러면 아마 내년쯤 반도체 시장에 치킨게임이 시작될 거야. 그러면..”
“응? 치킨게임?”
장소진이 뚱딴지같이 의문을 제기해 왔다.
“아.. 치킨게임 모르겠구나.”
성진은 아차했다.
이 당시에는 ‘치킨게임’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치킨게임은 치킨집들이 너무 많이 생겨서 경쟁을 하다 보면 결국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결국 대부분의 치킨가게 망하게 된다는 ‘게임이론’ 중 하나로 2000년대 중반 이후에 치킨 자영업자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면서 생긴 단어이기 때문이다.
“아.. 그냥 잊어버려.. D램 반도체를 생산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만 있는 게 아니잖아. 일본도 있고, 미국도 있고, 대만도 있고, 유럽에도 큰 회사들이 있잖아. 지금은 그렇게 반도체 시장이 엄청난 경쟁상태에 들어가 있어.
그리고 그런 회사들은 물건을 만들었으면 모두 제값 받고 팔고 싶지 헐값에 팔고 싶지는 않을 거고..
그런데 그중에 누군가가 갑자기 가격을 낮추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당연히 싸게 물건을 파는 그 회사로 주문이 몰릴 거고,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회사들은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따라서 낮출 수밖에 없어.
그런데 거기서 한 회사가 또 가격을 낮추면 어떻게 될까? 같은 일이 반복되겠지?
그렇게 계속 가격을 낮추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아마도 보유하고 있는 자금이 많은 회사는 간신히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는 결국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하고 망하게 될 거야.
그렇게 다른 회사들 다 떨어져 나갈 때까지만 버티면 결국 살아남은 회사가 모든 시장을 먹게 되는 거지.
그러면 그때부터 가격을 올려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게 되는 거지.”
“아하.. 이해했어. 자기야.”
“그러니까 장성전자는 지금부터 현금을 잔뜩 들고 있어야 해. 그리고 이번 기회에 비자금과 함께 그 자금을 만드는 거지.”
성진이 장소진에게 설명을 했는데, 조용히 듣고 있던 홍라경 여사가 드디어 기획실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얼굴이 확 밝아졌다.
기획실에서 사장단만 모아 놓고 비밀 브리핑을 했을 때는 긴가민가한 생각도 들었고, 그 자금 마련 방안도 없었기 때문에 확신이 들지 않았지만, 지금 성진이 쉽게 얘기를 해주고, 자금 만들 방법까지 알려주자 홍라경 여사는 확실히 이해가 되었다.
“알겠어요. 서방님. 내일 당장 기획실에 얘기해서 세부 계획 수립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조만간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호호..”
홍라경 여사가 이번 기회에 지분도 확충하고 비자금도 늘릴 수 있게 되었다며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응.. 그래. 일단.. 내가 오늘 하고 싶었던 얘기는 끝났어. 그러니까.. 이제 놀자. 크크..”
성진의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홍라경 여사와 장소진이 소리를 지르며 득달같이 성진에게 달려들었다.
참으로 귀여운 여인들이다.
“잠.. 잠깐.”
어느새 성진의 양옆에 찰싹 달라붙어 성진의 볼에 키스를 해대고 있는 두 여인에게 성진이 급하게 말렸다.
“왜? 나 지금 몸이 달아올랐단 말이야.”
장소진이 아까부터 성진의 설명을 들으며 흥분했는지, 벌써부터 거칠어진 호흡으로 말을 하더니 냅다 성진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앗.. 이런 늦었다.”
홍라경 여사가 그런 장소진의 모습을 보며 분하다는 듯 주먹을 쥐더니 성진의 와이셔츠를 단추를 푸는 것이 아니라 바지에서 밑단을 빼 걷어 올리며 손으로 가슴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지금 홍라경 여사와 장소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매우 지적이고, 계략적인 성진의 모습에 완전히 반해버린 상태였다.
기존에는 무식하게 큰 자지로 여자를 복종시키는 강한 수컷 같은 성진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이건 머리까지 거의 천재적인 수준이 아닌가?
“아.. 진짜. 둘 다 잠깐만.”
너무나 격하게 달려드는 두 모녀를 성진이 다급하게 떼어냈다.
그러자 두 여인은 왜 그러냐는 듯 성진을 바라보았다.
“아니 오늘 둘 다 발정 났어? 왜 이렇게 급하게 덤비는 거야? 오늘은 내가 접대 받는 거 아니었어? 그러니까 지금부터 둘 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알았지?”
성진이 다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몸에서 떼어낸 후 일으켜 세웠다.
“자.. 일단 두 사람 여기 테이블 위로 올라가서 서 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모녀는 서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고는 성진의 말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대리석 테이블 위로 올라가서 섰다.
성진이 느긋하게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으며 두 사람에게 명령을 내렸다.
“내가 여기서 보고 있을 거니까 두 사람 천천히 옷 벗어.”
“아잉.. 서방님. 우리가 무슨 술집 여자들도 아니고.. 하지만 서방님께서 시키시니까 따라야겠죠? 얘 소진아 우리 서방님께서 옷 벗으시란다. 호호..”
“네.. 엄마.”
이제는 죽이 척척 맞는 홍라경, 장소진 모녀였다.
두 여자가 성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살랑거리면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둘 다 회사에 있다가 온 것이라 정장차림으로 의상이 비슷했다.
홍라경 여사는 목에 크게 리본으로 묶는 베이지색 블라우스에 타이트한 정장 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장소진은 평범한 흰색 블라우스에 무릎까지 오는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두 여자가 동시에 목 부근에 양손을 올리고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장소진은 젊은 아가씨같이 수줍은 몸짓이었고, 홍라경 여사는 성진의 눈을 뚫어지라 바라보며 몸을 살짝 흔들면서 중년의 요염함을 한껏 드러내는 몸짓이었다.
블라우스의 단추가 하나씩 풀어지면서 살짝 앞섬이 벌어졌다.
홍라경 여사는 진한 파란색 브래지어였고, 뜻밖에 장소진은 진한 붉은색 브래지어였다.
두 사람 다 살결이 백옥처럼 하얗다 보니 진한 색깔이 너무나도 도드라져 보였다.
블라우스 손목의 단추까지 푼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블라우스를 어깨에서 벗겨 냈다.
그러자 브래지어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그런데 그런 모녀의 모습을 본 성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홍라경 여사의 진한 파란색 브래지어에는 하늘색으로 컵 전체에 자수가 들어가 있었고, 장소진의 진한 붉은색 브래지어에는 핑크색으로 전체에 자수가 들어가 있었다.
척 봐도 브래지어가 엄청나게 고급스러워 보였고, 꽤나 대담하고 야한 브래지어였다.
그런데 두 여인의 브래지어는 색깔만 다를 뿐 자수 모양까지 똑 같은 브래지어였다.
“어? 뭐야? 브래지어가 색깔만 틀리네?”
성진이 약간 어두운 조명에 눈을 가늘게 뜨고 자수 모양은 다른 것인 가 확인해 봤는데, 꽃과 꽃잎이 수놓아져 있는 자수 모양과 위치까지 똑같았다.
성진의 놀라는 모습에 두 여인은 서로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아무래도 여기 오기 전에 홍라경 여사와 장소진이 뭔가 합의를 본 모양이다.
두 여인은 성진이 더 놀라라는 듯이 빠르게 치마를 벗었다.
옆구리에 있는 지퍼를 내리더니 치마를 밑으로 툭 떨궜다.
그러자 브래지어와 같은 색깔에 같은 자수가 들어가 있는 옆구리 부분이 끈보다 조금 더 넓은 아주아주 야한 팬티가 나타났다.
그리고 허벅지까지 오는 검정색 밴드스타킹으로 아주 성진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추천, 코멘트, 쿠폰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아!!! 이런 김정일하고 김정은을 헤깔렸네요. ㅋㅋㅋ
오타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