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화
투계의 말로 (2)
주인은 구두 굽으로 새로 도착한 장난감의 허벅지를 짓눌렀다.
“끄으윽…….”
영웅은 그녀를 스카라고 불렀던가.
기절했던 스카는 레이피어로 찔리는 고통에 의해 의식이 억지로 각성했다.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힘겹게 들어 올린 스카는 다시금 그녀를 마주한다.
“운드……?”
“젠장…….”
훔바바에게 얽매인 운드는 고개를 떨군 채 흐느꼈다.
스카를 살리기 위해 영웅의 목숨을 희생했건만, 결국 그녀는 동굴에서 도망치지 못했다.
운드는 그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는 것이다.
“네가 왜… 여기는… 동굴? 나는 분명 도망쳤을 텐데? …이건 악몽이야. 그렇지 운드? 제발 악몽이라고 해줘, 죄책감이 만든 비참한 꿈이라고 해줘.”
횡설수설하는 스카.
아직 잠기운이 남아 있던 건지, 현실을 악몽이라 치부하고 싶었던 건지 의도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간에 비참한 현실은 바뀌지 않았으니, 허공에 헤엄치는 피비린내를 맡자 스카의 얼굴에 공포가 내려앉았다.
“그럴 리 없어…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나는… 도망쳤어! 도망쳤다고!!!”
“꿈이라도 꾼 거 아니야?”
자신을 조롱하는 주인을 보고 스카는 금세 울상이 된다.
“그 반대구나, 아직도 꿈을 꾸고 있네.”
“누구야? …넌 뭐냐고!”
“네가 벗어나지 못한 악몽.”
주인은 스카에게 손을 펼쳤고,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미세한 촉수가 그녀에게 달라붙는다.
“싫어! 살려줘! 살려줘, 운드! 살려줘!”
갑옷 틈으로 스며들고 피부로 침투하는 가느다란 촉수가 스카의 혈관과 장기를 헤집어 놓는다.
비명을 지르며 엉겨 붙은 떼어내려 하지만, 오히려 반항할수록 촉수의 움직임을 재촉할 뿐이었다.
“그만둬… 내 심장으로 충분하잖아. 영웅의 힘과 명예를 취하는 걸로 족하잖아…! 그러니까 제발 멈춰줘… 제발…….”
지옥 속에서 발버둥 치는 스카를 보며 운드는 눈물과 함께 호소했다.
하지만 영웅의 절규를 희극이라도 보듯 주인은 그녀들을 비웃었다.
그건 진정한 마녀의 소름 끼치는 조소였다.
“이제야 주제에 맞게 꼬리를 내리는구나.”
눈물 한 방울이 운드의 뺨을 타고 내려가면서 먼지 스며들었고, 주인은 그걸 받아마셨다.
“그런데 한 가지 틀린 게 있어. 나는 영웅의 심장, 힘, 명예는 물론이고, 운명까지 거머쥐었어. 모두 내 거라고.”
“그걸로는 만족 못 하는 거냐?!”
“내가 욕심이 좀 많은 편이야.”
환하게 미소 지은 주인은 스카의 머리채를 잡고 건져 올린다.
“엄살 그만 피우고 이제 일어나.”
“히이익,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한번만 살려주세요!”
“걱정 마. 아직은 죽일 생각 없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탁.
주인이 손가락을 튕겨서 땅바닥을 굴러다니던 내 시선을 끌어당겼다.
“우리 남타르가 나설 차례야.”
검지를 까딱거리면서 내게 오라고 손짓한다.
그러자 두려움에 떨고 있던 스카의 눈동자가 나를 보고 한층 더 거세게 격동했다.
“분이 풀릴 때까지 가지고 놀아.”
“시, 싫어!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내장을 빼내서 줄넘기하든, 손가락을 하나씩 꺾으면서 비명을 감상하든 뭘 해도 상관없어.”
“싫어, 싫어, 싫어! 싫다고! 싫어!”
“아니면… 그래, 영웅의 사랑하는 연인을 범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싫어!!!”
스카가 눈물과 타액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절규하는 그 모습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거, 검을 휘둘러서 그래? 아니면 욕해서? 내가 미안해! 아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기사단의 부단장, 이 스카가 당신의 육신에 해를 가한 것에 사죄드립니다! 그러니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내게 여러 차례 검을 휘두르고 갖은 모욕을 뱉었으니, 그에 대한 보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르다.
나는 살점이 다져질 정도로 검에 베여도 마땅하고, 면전 앞에서 침 튀기며 욕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만큼 나는 용서받을 수 없는 괴물이다.
그러나.
너희는 참모를 죽였다.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될 그 녀석을 너희는 무참하게 도살했다.
절명하는 그 순간까지 너희는 그녀에게 용납될 수 없는 고통을 심었다.
그러니, 참모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복수해야 한다.
너희에게도 똑같이 끔찍한 고통을 내려줘야 한다.
“스카! 도망쳐! 도망치라고!”
“으윽…! 몸이 안 움직여!”
스카는 목에 혈관이 도드라지고 얼굴이 새빨갛게 질만큼 도망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대장간에 전시된 갑옷 마네킹처럼 그 자리에서 꼿꼿하게 고정됐다.
게다가 갑옷 사이로 얼핏 보이던 상처와 파랗게 올라온 멍 자국이 사라졌다.
주인은 촉수를 심어 신체의 자유를 빼앗고, 쉽사리 죽지 않도록 재생력도 넘겨준 것 같다.
평소라면 쓸데없는 선의라고 테지만, 이번만큼은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뭐, 절대 안 할 거지만.
까드득.
상체 갑옷을 두 손으로 찢어서 벗기자, 연결돼 있던 어깨와 하의 갑옷이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 마! 하지 마!!!”
기껏 쇠 갑옷을 벗겼더니, 이번엔 가죽 갑옷이 겹겹이 쌓여 그녀의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한 벌씩 찢기에는 시간이 소요된다.
“구해줘! 구해줘, 운드!!!”
어차피 쌍방이 즐기는 게 목적이 아닌, 폭력과 고통만이 존재해야 하는 행위다.
나는 그녀의 음부가 노출되도록 하의만 찢어발겼다.
“개자식아, 하지 말라는 말 안 들려?! 스카의 비명이 안 들리냐고……!”
“한참 재밌어지려고 하잖아. 방해 좀 그만해.”
“우구븝……! 흐급, 흐그그극! 으븝브븝!”
공중에서 천박한 교성과 물소리가 혼합되어 들린다.
머리맡에서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든 상관없다.
나는 간신히 형태만 유지하고 있던 하의를 벗었고, 흉물을 꺼냈다.
턱.
비대한 흉물이 그녀의 아랫배에 떨어지면서 중량이 느껴지는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히익……!”
흉물을 본 스카는 심장이 멎은 듯 숨을 삼켰다.
아무리 동성애자라도 남성의 물건 처음 보는 것은 아닐 터, 분명 흉물의 길이와 두께에 놀란 것이다.
“그런 거… 절대 안 들어가요… 무리라고요…….”
“그거야 네가 하기 나름이야.”
고개를 가로젓는 스카의 뺨을 주인의 양손으로 살며시 맞대어 잡는다.
“하지만, 아랫입이 이대로 메말라 있으면 살점이 찢어져서 정말로 죽을 걸?”
“…찢어져서 죽어?”
“미안미안, 잘못 말했어. 죽지는 못하지. 질이 갈가리 찢기고 자궁이 송두리째 뽑혀 나가도, 네 몸은 계속해서 재생할 거야. 고통이 영원히 반복되는 거지.”
상상한 것만으로도 그 고통이 짐작됐는지 스카는 공포에 눈물을 흘렸다.
“너도 그런 고통을 겪는 건 싫지?”
친절함이 느껴지는 질문은 혹시 구원이 아닐까, 그녀는 주인을 향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도와줄게. 아픔도, 고통도 전부 없애줄게. 하늘을 날아다닐 때처럼 뇌를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대신 네가 직접 부탁해야 해.”
“어떻게 부탁하면… 되나요?”
“그야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
주인은 스카의 손목을 잡고, 그녀의 음문에 올려두었다.
“먼저 자신의 존재를 남타르에게 알려주는 거야. 제가 이렇게 천박하고, 더러운 창녀입니다, 라고 아랫입으로 어필하는 거지.”
주인이 손을 조금 움직여주자, 머지않아 그녀 스스로 음문을 달래기 시작했다.
“이, 이거 기분 좋아……. 왜,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거야…….”
“그야, 네가 창부에 재능이 있어서야.”
“네…? 제가 창녀요……?”
“그래. 이것 봐봐, 가볍게 문지른 것뿐인데 벌서 아랫입이 끈적끈적하게 젖었잖아? 진즉에 기사단을 때려치우고 사창가에서 허리를 흔들었으면 떼돈을 벌었을 텐데, 정말 아깝게 됐어.”
말도 잘하는군.
스카에게 촉수를 심어둘 때, 소량의 미약을 주입했던 게 분명하다.
“아랫입은 준비가 끝났으니까, 이제 윗입으로 직접 말해봐.”
“뭐라고 해야 하는지…….”
“네 밤자리 상대가 말했던 그 추잡하기 짝이 없는 단어, 문장을 떠올려봐.”
어느덧 한손이 아닌 양손으로, 음문을 넘어 질을 자극하는 스카.
“나, 남타르… 님이라고 하셨죠…? 부디, 저를 범해주세요.”
“좀 더 천박하게.”
“…짐승보다 못한 저를, 창녀의 육질을 맛봐주세요……!”
“겨우 그 정도로 되겠어? 더 추잡하게.”
“쓰레기 같은 창부 계집이 주제도 모르고 남타르님에게 검을 휘둘렀습니다! 부디 저를 강간하시고 노여움을 풀어주세요!”
짝.
주인이 스카의 엉덩이를 때렸다.
그러자 가랑이를 크게 벌리고 허공에 허리를 흔들었다.
“발정난 개처럼 날 강간해! 애액을 흘리는 구멍에 처쑤시란 말이야! 눈앞에 맛있는 구멍이 차려져 있잖아! 빨리 따먹으라고, 개자식아!”
아직 삽입하지도 않았는데 스카는 벌써부터 절정을 반복하고, 애액과 타액을 바닥에 흩뿌린다.
이로써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사전 준비가 끝났다.
주인이 고개를 끄덕인 걸 확인하고, 뿌리를 잡고 흉물의 끝을 스카의 음문에 맞댔다.
“찌릿찌릿해! 닿은 것만으로 벌써 찌릿찌릿해!!”
허리를 앞뒤로 흔들며 스카는 자위하듯 음문을 귀두에 문지른다.
음순이 마찰하며 주는 자극은 나쁘지 않았으나, 괜한 잔 동작이 삽입을 힘들게 하고 있다.
엉뚱한 곳에 삽입하지 않도록 그녀의 관자놀이를 양손으로 붙잡아 몸을 고정했다.
그러자 손가락에 금발이 엉키고, 타락한 표정이 더욱 천박해졌다.
“온다! 온다아앗! 으그윽… 오극……!”
선 채로 마주 보며 귀두를 삽입했다.
그리고.
단번에 허리를 치켜 들어서 흉물을 끝까지 밀어 넣는다.
“오그으르르륵! 르르르륵 으르륵……!”
스카의 신음은 사람도 짐승도 아닌, 절정에 타락한 괴물의 울음소리였다.
나는 그녀의 추한 몰골을 두 눈에 새겼다.
제법 잘 어울린다.
그대로 인생을 부숴주마.
“오흑, 오흐그윽, 우극, 우국, 우구국…….”
발에 밟혀 내장이 찌그러진 두꺼비마냥 신음을 뱉어낸다.
그 추잡한 음색을 만끽하며 그녀를 범했다.
폭우에 범람한 애액, 하지만 용암처럼 뜨거운 질.
매끄러운 삽입감, 그러나 달라붙는 점막.
그녀의 것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흉물을 즐겁게 해줬다.
“바로 그거야, 남타르. 자궁뿐만 아니라, 내장이 찌그러질 정도로 세게 처박아.”
잔 근육이 붙은 허리를 잡고 내려찍는다.
“모든 걸 잊고, 네 앞에 있는 장난감을 무참하게 범하고, 강간하고, 타락시켜.”
죽을 걱정 없으니 목을 붙잡고 내려찍는다.
“영웅이 가장 사랑하던 연인을 임신시킬 생각만 해.”
이미 파손된 생식기를 흉물을 향해 내려찍는다.
“네가 그토록 존경하던 그 영웅 앞에서 괴물이 되는 거야!”
악마의 속삭임에 이끌려 그녀를 연달아 내려찍었다.
흉물의 뿌리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사정의 쾌락.
지체할 것 없이 허리와 스카를 더 거세게 흔들어 사정을 앞당겼다.
“우국… 그으윽, 온다, 그르르륵, 오고 있어, 우그륵, 온다!!!”
질과 자궁에 남은 공간이 없게끔 흉물을 들이밀고 정액을 게워낸다.
“오그그극! 으극… 흐그으으윽……!!”
구멍이 흉물로 가득 찼으니, 진흙 덩어리 같은 정액이 스카의 다리를 타고 땅바닥에 떨어진다.
사정의 쾌감을 충족한 나는 정액이 고인 땅바닥으로 스카를 내팽개쳤다.
“으극!”
충격에 의해 스카는 땅바닥과 정액 속에서 발작했다.
벼락에 맞은 새를 연상케 하는 그 모습이 꽤 우스꽝스러워서 볼 맛이 났다.
“재밌었어. 너도 볼만했지, 영웅?”
스카를 범하는데 열중하던 나는 주인의 목소리에 이끌려 운드를 본다.
그녀는 음문, 항문, 구강 모두 훔바바의 촉수에 범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많이 쏟아낸 액체는 애액도, 타액도 아니었다.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