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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 복수계약자-57화 (57/384)

057화

투계의 말로 (3)

딱.

주인이 손가락을 튕기자 훔바바의 촉수가 움직임을 멈췄다.

“에베엑…….”

입을 틀어막고 있던 촉수가 빠져나왔고 미약 섞인 침이 폭포처럼 떨어졌다.

“감상 소감 좀 말해줘.”

“…….”

“연인이 성처리용 고깃덩어리처럼 범해지는 느낌이 어때?”

“…….”

“사랑하던 사람이 따먹히는 걸 구경하면서 촉수에 강간당하는 느낌이 어떻냐구.”

“…스.”

“오, 말한다.”

간신히 입을 연 운드를 보자 주인은 침묵한다.

“…스카.”

애절한 목소리로 운드는 그녀를 부른다.

“듣고 있지…? 스카… 지면 안 돼.”

“푸흡.”

“말했잖아, 너라면 나와 같은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내가 인정했잖아.”

“푸흐흐흐…….”

“절대 굴복하지 마. 맞서 싸워. 너라면 할 수 있어.”

“아하하하! 이히히! 이제 못 참겠어! 하하하하하! 이히히힛!”

“일어서, 스카!”

애처롭게 부르짖지만, 스카는 묵묵부답으로 거친 신음만 토해내고 있다.

그녀들을 주인은 목 놓아 비웃으며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스카를 구두 끝으로 툭 건드렸다.

“너도 뭐라고 대답 좀 해봐.”

“몰라…….”

“응? 뭐라고?”

“나는 몰라… 그딴 것보다 빨리… 넣어줘.”

육체뿐만 아니라 혀까지 힘이 풀린 스카.

“여기, 여기가 너무 가려워! 너라면 할 수 있잖아! 빨리 나 좀 강간해줘! 그걸 넣어서 간지러움을 멈춰줘!!”

등반하듯 거친 땅 표면을 기어가며 내게 다다른다.

“그렇다는데, 남타르. 그년 소원대로 화끈하게 박아줘.”

내 발목을 붙잡고 애원하는 스카의 허리를 들어 일으켰다.

그녀의 양쪽 무릎 안을 양팔로 받히고, 몸을 앞으로 구부리게 한 뒤 뒷덜미를 잡는다.

그저 성욕을 처리하기 위한 체위였다.

스카의 내장이 뒤틀리고 찌그러졌겠지만, 이제 와서 알게 뭔가.

그대로 흉물을 삽입하려던 찰나.

“네놈은 다를 줄 알았다…….”

운드가 말을 걸어왔다.

“악에 물든 눈동자가 아닌, 인간의 눈동자로 비춘 슬픔… 나는 순간 네가 마족과는 다른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랬나.”

“그래, 그랬… 었다. 만약 착각이 아니라면… 한 가지 부탁한다.”

털썩.

훔바바의 촉수에서 떨어진 운드.

찢어진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그녀의 입속으로 들어갔고.

“스카를 죽여다오.”

다시 입을 벌리며 선혈을 토해낸다.

“나를 어찌해도 상관없으니까, 부디 더 이상 그녀의 명예를 추락시키지 말고 고통 없이 편히 보내다오.”

쿵.

이마가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바닥에 내리 박는다.

지금과 흡사한 그 날을 떠올랐다.

그들이 봤던 나도 저렇게 보였을까?

저리도, 비참하게.

그토록 존경하던 영웅이 내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광경은 즐겁지도 유쾌하지도 않다.

오히려 죄책감에 불쾌하기만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정신 차려, 남타르.”

고민하던 나를 주인이 다그친다.

“이년은 참모를 죽인 살인마야. 칼날을 비틀어 그녀의 가죽을 찢어발기고, 숨통을 틀어막은, 서늘한 고통을 줬던 살육에 미친 계집이라고.”

“…그 염소 수인에게 했던 짓을 내게 하거라. 나 하나로 복수를 끝마치면 되지 않느냐.”

“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는 부족해. 누가 나를 찔렀으면 상대의 심장을 도려내고 머리를 뜯어내야 직성이 풀려. 그것이 진정한 인과응보의 실현이며, 완벽한 보복을 손에 넣은 것이고, 꿈에 그리던 달콤한 복수야.”

주인은 스카를 보며 ‘그리고’라고 말을 이어간다.

“정작 쟤도 아직 죽기 싫다잖아.”

운드는 스카의 얼굴을 보고 절망한다.

“네가 뭔데 나를 죽이나 마냐를 따져?! 나는 죽기 싫어! 빨리 범해져서 기분 좋아지고 싶어! 온몸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은 전부 강간당해서 기분 좋아지고 싶어!”

“아니야, 스카… 그건 네가 아니야…….”

“남타르님, 저딴 패배자 계집 따위 신경 쓰지 마시고 넣어주세요! 빨리요!”

스카는 갓 잡은 생선처럼 날뛰면서 음문을 최대한 흉물에 근접하려고 애쓴다.

나는 그 추악한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는 운드에게 입을 열었다.

“되돌릴 수 없는 복수… 이건 그녀의 복수다.”

우직. 우드득. 콰득.

흉물을 삽입하자 스카의 몸 여기저기가 뒤틀렸다.

“으끼기기기긱!”

점잖고 고결하던 목소리가 쾌락에 뒤틀린다.

그 울음소리는 그녀의 질을 뽑아낼 기세로 흉물이 왕복할수록 증폭됐다.

사방으로 애액과 잔여 정액이 흩뿌려진다.

그것들은 절망에 물든 운드의 얼굴을 적시기도 했고, 충격에 떡 벌린 입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어째서.”

“으히힉! 구멍뿐만 아니라 뇌까지! 끄우우국! 범해지는 것 같아! 우그극!”

“…왜 그리도.”

“켁, 켁! 심장이 터질 정도로 숨이 막히는 거, 으꺄아앙! 기, 기분 좋아!!! 이흐히히힛!”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가, 스카.”

“이런 게 박히면, 으그그극! 행복한 게, 으긱! 당연하잖아, 오그극!”

억지로 사정감을 끌어올리고 스카의 질에 정액을 게워냈다.

그리고 그녀를 바닥에 떨어트린 후, 그녀의 항문에 흉물을 억지로 삽입했다.

“오오옥! 오오오으옥! 거기는 안 되는……!”

닥치라는 의미로 허리를 흔든다.

쾌락적 유희는 필요 없다.

그저 그녀를 범하고, 사정하는 데 의의를 두고 움직였다.

재생력에 힘입어 압도적인 조임을 주는 괄약근, 목욕물처럼 적절하게 따뜻한 직장 내벽.

기대 이상의 자극에 그녀의 허리를 잡고 도구처럼 사용했다.

그러자 스카는 힘줄이 끊긴 듯 바닥에 상체를 떨어트렸다.

“그그그극, 기기이이익, 으기기기긱, 우그그극…….”

목구멍이 뒤틀린 것 같은 짐승.

그것을 향해 운드가 다가온다.

“아이구, 불쌍해라. 그래도 안 돼.”

주인의 등을 타고 내려온 촉수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다.

하지만 통각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잊은 것일까.

그럼에도 운드는 팔을 휘적거리며 스카에게 다가가려 했다.

“으히히히힉! 터지든, 찌그러지든, 뽑히든 상관없어! 으그극, 좀 더 나를 죽여줘! 쾌락으로 나를 죽여줘!!”

그게 소원이라면 내가 이뤄주마.

“우국, 우구국…….”

그녀의 목숨이 아닌, 인생을 죽이기 위해 직장에 정액을 게워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흙과 먼지로 뒤덮인 금발을 잡아 끌어당기고 다시 흉물을 움직였다.

마치 액체가 든 병을 잡고 흔드는 것처럼, 직장과 위장이 정액으로 넘실거리는 그녀를 사용했다.

“…욱 …으욱 …우윽.”

어느덧 스카는 경련과 실신을 반복하는 인형으로 전락했다.

그런 가축보다 못한 처지의 스카에게 운드는 여전히 다가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결국 주인이 나뭇가지 부러트리듯 발목을 비틀고 놔주었다.

거센 파도를 뚫고 헤엄친 것처럼 운드는 거친 숨을 토하며 스카에게 도착했다.

“…스카.”

스카의 손에 깍지를 끼고 잡는 운드.

눈물을 흘리고, 이름을 중얼거리고, 뺨을 어루만지는 둥 애절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고 봐주거나 하진 않았다.

신경이 고장 난 듯 손끝이 피부에 접촉한 것만으로도 경련하며 절정 하는 스카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리고 운드가 올려다보는 바로 앞에서 다시금 그녀의 직장에 사정했다.

그 어느 때보다 기나긴 사정 시간, 그만큼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액을 내장에 쏟아냈다.

“우에에엑…….”

채 담지 못한 정액이 직장을 타고, 위장을 거슬러, 식도로 올라가, 목구멍으로 분출된다.

철퍽. 철퍽.

그 정액은 고스란히 운드의 신체에 떨어졌고,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더럽혔다.

사랑하는 연인이 범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운드는 흐느꼈다.

그것이 마족에게 검을 휘두른 그녀들의 처참한 말로였다.

뒷덜미를 잡고 있던 손을 놓자 스카는 운드의 앞으로 곤두박질쳤다.

시체처럼 버려진 그녀는 죽은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으나,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재생력을 증명하듯 미약한 숨결을 뱉고 있었다.

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주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걸로 충분합니까?”

“우리 남타르가 만족했다면 그쯤 해둘까.”

“…감사합니다.”

주인의 허락이 떨어졌다.

주변에 떨어져 있던 부러진 검날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존경심과 함께 검날을 운드 앞으로 떨어트렸다.

“…고맙다.”

운드는 검날을 손에 쥐었다.

“…정말로 고맙다.”

그것을 높게 치켜들었고.

“그건 착각이 아니었어.”

콰득.

스카의 두개골을 부쉈다.

콰득. 콰직.

금발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선혈이 허공에 줄을 그으며 운드를 적신다.

머리가 두 동강 나고 뇌가 반으로 잘리면, 아무리 뛰어난 재생력을 가졌다 한들 죽음을 면치 못한다.

콰드득. 퍽. 퍽.

그러나 피에 젖은 두개골이 가루가 되고, 뇌수로 범벅이 된 뇌가 으깨질 때까지 검날을 내려쳤다.

운드는 시체의 사후 경직마저 용납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달그락.

검날을 놓은 운드는 피폐한 눈동자에 스카를 담았다.

그리고 끌어안았다.

절대 해소될 수 없는 여한이 사라질 때까지 품에 안았다.

“영원히 사랑하게, 스카.”

나는 참모의 복수를 이뤘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은, 역겹기 짝이 없었다.

이것이 복수일까.

영웅의 뒷일은 주인에게 맡기고, 나는 새로 부여받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동굴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길목마다 비참한 기사단의 시체와 처절했던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사이를 걸어서 생존한 마왕군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서른 명이 넘던 마왕군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머릿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그나마 다행하게도 불구가 된 녀석은 없어 보인다.

그 격전 속에서 사지가 멀쩡히 붙어 있는 건 행운이라 여길 수 있다.

그들에게 위로는 될 수 없겠지만,

나는 상처를 치료하고 시체를 수습하는 마왕군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자 등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내 손목을 잡았다.

“나, 남타르님, 잠깐 기다리세요!”

호수 지형에서 마주쳤던 한쪽 귀가 반절 정도 찢어진 토끼 수인이다.

다급하게 나를 멈춰 세울 만큼 급한 용건이라도 있는 걸까, 나는 그녀가 말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일단, 그,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혹시 무슨 연유로 찾아오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참모와 마녀들의 시체를 가지러 왔다.”

“…예? 왜 시체를…….”

“그녀들의 시체는 어딨지?”

“…마녀분들은 전사한 마왕군과 함께 눕혀뒀고, 참모님은… 인안나님이 수습하고 있어요.”

“알겠다. 그럼 마녀들의 시체를 주인의 방으로 옮겨줄 수 있겠나? 지금 당장 부탁한다.”

찝찝했는지 토끼는 얼굴을 찌푸렸다.

하기야 마녀들의 시체에 집착하는 나를 이상하게 여길 만하다.

하지만 잠깐의 고민 끝에 토끼는 고개를 숙였다.

“부탁이 아니라, 명령으로 받들게요.”

“상관없다.”

“하지만 참모님의 시체는 인안나님한테…….”

“그건 걱정 마라. 내가 처리… 수습하겠다.”

“네… 앗, 잠깐만요!”

발을 떼려 하자 토끼가 다시 붙잡았다.

“그, 이, 일단 옷부터 입어주겠어요? 아니, 입어주시면 안 되나요?”

망각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직 나체 상태였다.

동굴 조금 깊은 곳에 여벌의 옷을 모아두긴 했다.

지금이라도 그곳에 가서 옷을 챙겨 입어야 할까.

그러나 명령을 수행하는데 지체된다.

주인은 시체가 싱싱할 때 가져오라고 했다.

고민하고 있자, 토끼가 동물을 조련하듯 양손을 펼치며 나를 진정시키려 한다.

“여기 잠깐만 계세요! 아, 아니, 아니, 잠깐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알겠다.”

“고맙습니다! 빨리 다녀올게요!”

토끼는 기사단의 시체 더미를 향해 한쪽 귀가 바람에 휘날릴 정도로 달려갔다.

그리고 시체가 입고 있던 옷 중에서 피가 가장 덜 묻고, 덜 찢어진 것을 추려서 내게 가져왔다.

그리 급하게 뛰어다니지 않아도 그 정도는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비 오듯 땀을 흘리고 숨이 멎을 듯 상체를 들썩이는 그녀의 노력에 딴지를 걸 수 없었다.

“고맙다.”

그녀의 노고에 감사하며 옷을 입었다.

“…저기, 남타르님.”

“뭐가 더 남았나.”

“아뇨. 그건 아니에요. 그저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뭔가?”

“…이제 끝난 건가요?”

내가 멀쩡히 돌아왔다는 건 나와 주인, 동굴의 괴물이 기사단에게 승리했다는 걸 증명했다.

이를 어렴풋이 눈치챈 토끼가 구태여 승전을 확인하는 이유는, 안도하고 싶기 때문이리라.

영웅은 사라졌고 마왕군은 안전하다, 그녀는 이 사실을 확실시하고 싶은 것이다.

“일단은 마무리됐다.”

그래, 일단은.

그 말만 남기고 나는 인안나를 찾아 나섰다.

홀로 덩그러니 남은 토끼는 일렬로 정리된 마왕군의 시체를 보고 두 손 모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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