墮天使]Dark Angel 2 환타지
2. 젠장 수호천사라닛!
그 다음 날 아침 해가 떠오르는 순간 바란치 마을의 가장 큰 집 중 하나인 프라인가의
저택을 미약한 마나의 파장이 한순간 전부 덮었다가 사라졌다.
실은 평소와는 달리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평소라면 이때 깨어났다 하
더라도 침대에 누워 뒹굴거려야 했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으으응.. 오줌 마려.."
그러나 우리가 기대했던 것처럼 무슨 대단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소변이 급했던
것이다. 침대에서 내려와 방 한쪽 구석에 있는 유명한 장인이 만들었다는 우아하게 생
긴 요강뚜껑을 열고는 속치마를 허리 위로 젖힌 다음에 팬티를 내리고 요강에 오줌을
쌌다. 쪼르르 오줌줄기가 귀여운 소리를 내며 요강 안으로 떨어진다. 강하던 오줌줄기
도 차츰 차츰 가늘어지더니 찔끔찔끔 방울방울 떨어지다가 멈추었다. 어머니인 에리나
를 닮은 붉은 색 보지 털에 오줌이 방울져 남아있다. 옆에 알맞은 크기로 놓여져 있는
부드러운 천들 중 하나를 집어 한번 접어서 두겹으로 만든 후 오른쪽 손바닥 위에 곱
게 피고는 다리 사이로 가져가 뒤에서부터 조심스럽게 닦았다. 쾌감이라고는 할 수는
없는 야릇한 만족감이 느껴졌다. 팬티를 치켜올리고 일어서서 속치마를 단정히 하고는
요강 뚜껑을 닫기 전에 방안에 떠도는 자신의 오줌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다가 얼굴을
찌푸리고 뚜껑을 닫았다. 이따가 아니샤가 방을 청소하면서 요강을 비울 것이다.
다시 부시시한 눈을 비비며 침대로 들어가려던 실은 창문에 커튼 사이로 스며든 햇살
이 눈에 부심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잠도 달아나 버렸다.
"우이씨이."
팔을 머리위로 쭉 뻗으며 불평인지 기지개인지 모를 탄성을 내뱉은 실은 창가로 가서
커텐을 접고 창문을 열었다. 기분 좋은 새의 지저귐이 들리고 아침의 상쾌한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며 실은 약간의 불쾌감도 씻은 듯이 사라졌다.
"좋아. 일찍 일어났다고 자랑하러 돌아다녀야지!"
주먹을 꼬옥 쥐며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결심하던 실은 스스로 웃음을 터트렸다.
"아 내가 생각해도 좀 유치하네. 어쨌든 좋아 밖으로 나가자."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며 실은 덜컹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흐음 좋아. 어디부터 가볼까.."
실은 일부러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하는 흉내를 내다가 또다시 혼자서
웃고 만다.
"좋아. 아직 엄마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깨우러 가야지. 분명 엄마도 놀랄 꺼야."
발걸음도 가볍게 실은 에리나의 방으로 향했다.
"....... 으.. 응.. 아..."
"응? 무슨 소리?"
어디선가 미세한 신음소리가 들려와 실은 머리를 갸우뚱했다.
"누가 아픈가?"
실은 최대한 귀를 기울였다.
"설마 아니샤나 라미가 어디 청소를 하다가 꽃병을 깨트려서는 그걸 밟고 발을 다쳐서
아파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혼자서 제멋대로 상상을 하면서 실은 벽에 바짝 귀를 붙히다시피 하며 소리가 좀 더
크게 들리는 곳을 찾으려 했다.
"아앙.......하앗."
"여기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은 실은 순간 또다시 머리를 갸우뚱했다.
"여긴 손님방이잖아. 누가 있을 리가? 여기는 라미도 이렇게 일찍은 청소를 안 할텐데
.."
실은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려봤다. 다행히도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정확히 확인을
하기 위해 조금 문을 여니 신음소리는 확실하게 밖으로 새어나왔다.
"아하학.. 아앙.. 나... 어떻게..
"하앙.. 으흐흑.."
아니샤의 목소리였다.
울음이 섞인 듯한 느낌의 신음소리. 덜컥 아니샤가 뭔가 잘 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
각이 들었다. 실은 걱정스런 마음에 문을 활짝 열어제치고 외쳤다.
"아니샤 괜찮아?"
그리고 실은 이상한 것을 보고 말았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소년이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 소년은 어떤 유명한 조각가
라도 깎아 내지 못할 듯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소년이었다. 소년은 손님용 잠옷만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상의는 풀어 헤쳐져있고 바지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 있다. 문
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아니샤가 소년의 무릎 위에 앉아 있다.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손으로는 소년의 머리를 감싸고 두 다리는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소년
의 허리를 감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아니샤는 벌거벗은 채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다. 실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어깨선과 등의 부드러운 굴
곡과 포동포동해 보이는 귀여운 엉덩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
한 것은 그 예뻐 보이는 엉덩이를 아니샤가 들썩일 때마다 그 사이로 붉게 달아오른
이상한 물건, 그러니까 아름다운 소년의 얼굴과는 묘한 부조화를 일으키는 것 같은 10
인치 정도의 굵고 긴 막대기가 소년의 몸에서 돋아 나와 조금 끈적거리는 듯한 액체를
뒤집어 쓴 채 아니샤의 엉덩이 사이를 들락날락 하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실도 여자
의 몸이기에 소년의 막대기가 아니샤의 어떤 부분을 쑤시고 있는 지는 어렵게 생각하
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을 확인한 순간 실은 시간이 멎은 듯 주위 환경은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고 주
마등같은 기억들이 하나둘씩 스쳐지나갔다.
일곱 살 때 처음 만난 아니샤 어떤 가난한 집에서 팔려오듯 하녀로 들어와 실의 시중
을 들기 시작했지만 실에게는 흔치않은 같은 나이또래의 만남이었기에 주인과 종의 관
계라기 보다는 친한 친구처럼 지내왔었다. 오래 전 겨울 실이 열병에 걸렸을 때 단 한
시간도 옆에서 떠나지 않고 울면서 간호해주었고 다 나았을 때는 어머니인 에리나보다
더 기뻐하는 것 같았던 좋은 친구로서의 아니샤였다.
"하아앙 좋아요...... 그.. 그렇게..."
"아항 좀 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회상은 아니샤의 교성으로 인해 끊겼다. 잠시 동안의 몽
환적 환상에 빠져있던 실에게 아니샤의 신음은 달콤한 잠을 깨우는 듯한 괴로운 소리
였다.
다시 조금씩 주위가 눈에 들어오면서 실은 아니샤의 엉덩이 사이를 드나드는 막대기에
묻은 선혈 때문에 놀랐고 자신을 신경쓰지 않는 듯 자신들의 행위를 계속하는 것 때
문에 놀랐다.
"아니샤! 뭐하는 거야"
실은 울음을 담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나 아니샤는 고개를 돌려 실을 바라보면서
도 들썩이는 엉덩이를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실에게는 지금의 아니샤는 예전의 그
아니샤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백치처럼 풀려있는 눈동자,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한번도 본 적 없는 음란한 그렇기에 위험해 보이는 미소를 입가에 띠고 아니샤는 말했
다.
"하앙.. 아가씨 조금만 더..... 이제 조금 후면 끝나니까..."
스스로 느끼는 쾌락에 빠져 온몸에 힘이 빠져버렸지만 자신의 보지를 드나드는 기둥이
그 굳건함을 잃어버릴 때까지 아니샤는 움직임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쾌락 때문에
새하얀 백지처럼 변해버린 정신은 자신의 주인아가씨가 왔음에도 제대로 될 것같지가
않았고 몸 안에서 감질나는 그 무엇이 터져 버릴 때까지 기대하면서 아니샤는 모든 힘
을 허리에 집중했다. 드디어 기대하던 폭탄 같은 그것이 머리에서 터져 쾌락의 하얀
열기로 자기 자신을 어디론가 날려버리는 것을 느꼈다. 그와 함께 하체 깊숙한 곳에서
터지는 뜨거운 분수. 그 분수는 단 한순간을 위하여 폭죽처럼 치솟아 올라 그녀의 자
궁벽을 몇 번씩이나 때리다가 멈추었다.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보지가 그
안에 가득한 사내의 불기둥을 연체동물처럼 조이는 것을 느끼며 나른한 환상 속으로
서서히 침전되어갔다. 그와 함께 실도 어두컴컴한 절망 속으로 가라앉았다.
2. 젠장 수호천사라닛!
실은 무언가가 자신을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게 하지 않으려는 것을 느꼈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홍수 속에 실은 뒤로 물러나더니 뛰쳐나갔다.
레그나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자신의 마력에 걸려들지 않은 사람이
이 집안에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 붉은 머리소녀에게서는 아침에 방출했던 오라
의 효과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조금의 분노와 함께 많은 호기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 장난끼까지도.....
"어떻게 하지.. 누군가.. 누군가에게 말해야해....."
실은 무작정 복도를 뛰었다. 아까의 상황을 생각하자.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흘러나왔
다.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는 거야!"
아니샤의 소중한 곳을 드나드는 흉물...... 그 어렴풋한 공포까지 느껴지는 아니샤의
피가 묻은 그것.. 그녀는 머리속이 산란해 생각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자리에 멈춰섰다. 거칠어진 숨을 고르고 주위를 살폈다. 손님방에서 한참은 떨어
진 곳이었다. 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벽에 기대어 흐느꼈다. 아니샤에 대한 배반
감이 솟아났다. 그때문엔지 눈물은 멈출 것 같지가 않았다.
"아아앙 하앙.... 하이잇."
갑자기 이상한 신음소리가 실의 귀에 들렸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느껴
졌다.
"서.. 설마.. 이건 아닐 꺼야."
가슴속에 솟아나는 의심 때문에 몸을 떨면서도 실은 그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점점 소
리의 근원지로 다가갔다. 실의 의심은 사실이 되었다.
방금 전까지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닦고 있었는지 라미의 옆에는 걸레와 걸레를 빠
는 물통이 놓여 있었다. 그 곁에서 라미는 지금 벽에 손을 집고 엉덩이를 하늘로 쳐든
채 연신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것은 뒤에서 그녀의 엉덩이를 양손에 쥐고 보지를 찌
르고 있는 딱딱한 사내의 기둥 때문이었다.
치마는 허리까지 올라가 있고 팬티는 발목 아래로 내려가 있다. 보지에서 나온 맑은
애액이 라미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언뜻 보인다. 실은 더 이상 그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모두 이상해. 엄마한테.. 말해야 겠어!"
실은 에리나의 침실을 향해 다시 뛰었다.
라미의 보지를 공략하던 레그나는 실이 다른 곳으로 가는 소리를 듣고 라미에게서 자
신의 실체를 빼냈다.
"하앙.. 빼지 말아요. 제발.. 더.."
"쿡쿡.. 이거 생각보다 재밌을 것 같은데...."
레그나는 고개를 뒤로 돌리고는 자신을 요구하는 라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아항. 제발 넣어줘요 어서.."
뒤로 쳐든 엉덩이를 흔들면서 애걸하는 라미를 흘낏 바라 본 레그나는 그녀의 엉덩이
를 한 대 때려주고는 연기처럼 푸스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제길.. 우리 집이 이렇게 컸던 거야?"
실은 에리나의 방으로 뛰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이 크다는 것을 원망했다.
"좋아.. 그렇게.. 하아 못 참겠어.."
복도를 뛰어가는 실의 귀를 듣고 싶지 않은 소리가 또 다시 화살처럼 찌른다.
"아아아. 이런 ... 으응."
익숙한 목소리.. 이 목소리가 이렇듯 농염한 빛을 띠었던 적은 없었다. 여러 가지 일
때문에 바쁜 엄마대신에 자신을 친 엄마처럼 보살펴 주던 목소리... 하녀장 시엘린의
목소리였다. 실은 귀를 양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러나 그 소리는 그녀의 머리 속에서
울려 퍼지는 느낌인 것이다.
"흐음. 갔나 보네?"
레그나는 입가에 묻은 애액을 혀로 핥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번에도 이쪽으로 와서 구경을 해줬으면 더 좋았을텐데.."
카페트 위에 널브러져 그 완숙한 육체를 대기 위에 드러낸 채로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보지를 레그나의 입술 아래 맡기고 하얀 육체를 푸들푸들 떨며 신음하던 시엘린은 그
곳에서 레그나의 얼굴이 떨어져 나가자 몸을 비비꼬았다.
그것을 잠깐 내려다 본 레그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훗. 좀더 만족 시켜 주고 싶지만.. 이 장난은 시간이 좀 없거든.."
그리고는 또 다시 사라졌다. 레그나가 사라져버린 자리에서 시엘린은 자신의 손으로
그 비궁을 어루만지며 뜨거운 육체를 식히기 위해 몸부림 쳤다.
에리나의 침실에 도착해서 문을 열려던 실은 불길한 생각에 손을 움츠렸다.
'설마 엄마까지 그러고 있으면 어떡하지. 아닐 꺼야.. 일단 아무 소리도 안 들리잖아.
'
주체할 수 없는 불길함을 스스로 타이르며 실은 방문을 열었다.
에리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런데 그 누워 있는 자세가 이상하고 그 위에 남자가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에리나는 누워서 양다리를 허리까지 굽히고 그것을 사내의 어
깨에 걸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골반은 천장을 향해 있고 그 사이로는 사내의 흉
물이 여지없이 꿰뚫고 있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은 에리나가 이불을 입안에
넣고 그것을 꽉 깨물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싫어어어어어엇!"
실은 그렇게 소리치고는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 레그나에게 깔려서 열락에 신음하던
에리나는 순간 몸이 식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루시페르님... 제.. 딸이....."
"흐음.. 뭐야. 갑자기 굳어버리다니.. 나한테 지배받고 있음에도 이런 건. 역시 인간
들의 모성애라는 건가?"
에리나의 몸에서 떨어지면서 레그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끝난 거 아닌가? 아직 저 아이를 지탱하는 사람이 더 있는 건가.... 제길.."
레그나는 또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실은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벽에 기대어 쓰러져 버렸다.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느낌
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내가 미친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 모두가 미쳐버린 걸까? 이젠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몸에서 힘이 빠져 더 이상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 레이나인은...... 그래 레이나인만은..'
이제 별반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이지적이고 냉철한 레이나인은 그런 짓을 하
고 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레이나인은 지금쯤 1층에서 정산을 하고 있을 것
이다. 다른 때와는 달리 느릿느릿 힘없는 걸음으로 실은 1층으로 내려갔다.
레이나인이 있는 방문 앞에서 실은 그 문을 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볍게 문
을 두드렸다.
"똑똑똑"
"레이나인 안에 있어요?"
"어머 실이에요? 무슨 일이에요"
안에서 즉각 응답이 나왔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온 레이나인의 모습은 단정
했기에 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 안으로 들어가도 되죠. 할 이야기가 있어요."
"아니.. 그. 그건.."
안으로 들어가려는 실을 이상스레 황급히 레이나인은 막으려고 했댜. 그러나 실은 별
생각 없이 문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실은 또 보았다.
방안에 앉아 있는 소년의 모습. 그것은 아니샤를, 라미를, 실의 엄마를 능욕하던 그
모습이었다. 바지 사이로 그 사나운 흉물이 드러나 있고 어떤 액체 때문인지 반짝거리
는 그 모습.
"실.. 이건.."
실의 앞을 가로막는 레이나인.. 실은 자신도 알 수 없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레이나
인을 불렀다.
"레이나인....."
"실....."
"레이나인이 저 걸 빨고 있었나요?"
"............."
레이나인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훗. 입가에 하얀 게 묻어 있네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실은 깊은 혼돈을 향해 빨려들며 정신을 잃었다.
"실!"
옆으로 픽 쓰러져 버리는 실을 레이나인이 받았다. 그때 뒤에 앉아 있던 레그나가 옷
을 정리하고 일어나 다가왔다.
"넌 네 할 일을 다했다. 쓰러져라."
레그나의 한 마디에 레이나인도 정신을 잃어버렸다. 두명의 여성은 똑같이 바닥에 쓰
러졌다. 레그나는 실의 옆에 무릎을 굽혀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훗. 인간이란 유리잔 같아. 너무나 깨지기 쉬운 유리잔.. 간단한 마법에도 충격에도
단련되지 않은 인성은 쉽게 파괴되어버리고 말지... 내 오라가 먹히지 않았다고 해도
충격을 주면 이렇게 쉽게 부서져 버린단 말야. 그래서 인간을 가지고 노는 건 재미있
지만 말야. 그런데 신은 왜 이런 존재를 아끼는 것일까.."
"그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내 힘을 견뎌낸 거지. 평범한 소녀가..?"
레그나는 의문을 풀기 위해 오라를 실의 몸에 넣어 스캔했다.
"별로 특별한 점은 없는데....... 어 이 느낌은?"
실의 내부를 파악하던 레그나의 얼굴빛이 이상하게 변했다.
"순수한 영혼에게만 주어진다는..... 이 징표........."
"잘 못 건드렸다. 젠장. 수호천사라닛!"
실은 어둠 속에서 울고 있었다. 어릴 때의 모습으로.. 그녀의 눈물은 그칠 것 같지가
않았다. 계속 무언가를 찾고 있지만 그것은 보이지 않았다. 쾌락에 몸부림치는 더러운
교성이 그녀의 정신을 파괴하고 있었다.
얼믐과도 같이 차가운 그 암흑에 따스한 빛이 실에게 다가왔다. 실은 눈물 흘리는 눈
을 들어 그 빛을 보았다. 눈부시지 않은 아름다운 순백의 빛. 그 가운데 어떤 존재가
있다.
「당신은 누구죠?」
실이 물었다. 그 질문에 빛이 미소를 짓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편안한 느낌에 실은
모든 것을 털어놓고 그 안에 안기고 싶었다.
「엄마가. 레이나인이 아니샤가 모두.....」
「나도 알고 있어요. 당신에게 가해진 충격. 그 사악한 어둠의 힘」
부드러운 파장처럼 실을 감싸는 그 목소리에 실의 혼란스러웠던 생각들은 천천히 제자
리를 찾아갔다.
「사악하다라.... 칭찬을 해줘서 고맙군. 혹시나 해서 정신에 싱크로를 해봤더니 역시
나였군. 네 녀석이 이 아이의 수호천사인가? 정신체를 통해 접근해서 영적 치료를 하
려하다니 약아 빠졌어.」
갑자기 들려온 어둠의 목소리에 실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고 빛 역시도 그에 위축
되는 것 같았다.
「이 아이를 괴롭힌 악마가 당신? 레그나! 분명 천계에는 샤테이엘님과 함께 소멸된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후훗. 내가 그렇게 쉽게 죽어줄 걸로 생각했다니 천계의 웃대가리들은 여전히 멍청
하단 말야.」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요.」
「그런데 넌 누구지? 나를 알아보았으니 자신의 이름도 밝히는게 예의 아닌가?」
「나는 프린시펄리티즈(權天使). 신에게서 부여받은 이름은 칼리엘. 이 어린 영혼을
수호하는 이가 바로 나에요.」
빛에 감싸여 있는 이가 자신을 밝히자 어둠의 오라로 몸을 가리고 있는 레그나가 순간
움찔했다.
「프린시펄리티즈라고? 이 여자아이가 커서 이 근방 영주라도 되려는 모양이지」
「당신이 신경쓸 바 아니에요.」
「그런가..」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것 같은 레그나. 칼리엘은 더 기가 살았다.
「당신을 발견한 이상 즉시 천계로 돌아가 알리겠어요. 지상계에 내려와 인간을 괴롭
히다니 결코 용서할 수 없어요!」
「글세..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네가 천계로 가서 상급자에게까지 보고가 갈
때까지의 걸릴 시간은 나에겐 충분하단 말야.. 큭큭큭」
「그런.」
레그나가 무엇을 말하는지 눈치챈 칼리엘은 당황했다.
「지금 돌아가서 다시 본체로 지상계로 내려오는 데까지 인간계의 시간으로 30초. 조
금이라도 늦는다면 이 인간의 영혼과 육체는 내가 가지겠다.」
「그렇게는 안돼요!」
「안 되는 건 없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레그나는 사라졌다. 그 속에서는...........
칼리엘은 자신을 생각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실을 향해 미소지었다.
"나의 의무에 따라 당신을 지킵니다. "
칼리엘은 실에게 다가와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순백의 따스함이 실을 감쌌고 그녀
는 빛의 방울에 사로잡혀 고요히 잠들었다.
공허한 고통으로 가득 했던 칙칙한 공간도 그 주인이 잠들자 빠르게 사라졌고 끝이 보
이지 않는 투명함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칼리엘은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아나엘님. 사라져 버린 자 에 대한 닿지 않는 기도보다는 하나의 깨끗한 영혼이 바
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더 옳은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