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8화 〉57화. 의심(3) (58/178)



〈 58화 〉57화. 의심(3)

휙휙-

에드워드의 눈 앞에 손을 흔든다.

“으음…”

“흡.”

뒤척이며 자신에게 등을 보이는 에드워드. 모니카는 행여나 에드워드가 깰까봐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이걸 확인하기 위해 허벅지도 꼬집어 가며 잠들지 않고 버티지 않았는가. 다행히 에드워드는 피로 때문인지뒤척이기만  뿐 눈을 뜨지는 않았다. 무언가 불편한 듯 촛불에 비친 얼굴이 계속 인상을 찌푸리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행히 장인을 불러 맞춘 최고급 침대는, 바로 옆에서 움직이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 있었다. 얇은 여름 이불과 여름 잠옷도  값을 했다. 자신도 같은 걸 입어야 한다는  살짝 부끄러웠지만,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으니까.

달빛도 비추지 않는 어두운 밤, 침실용 촛불의 희미한 빛에 의존해 에드워드를 바라봤다. 아까 곁눈질로 봤던 얼핏 봤던 크기가 생각났다. 민망한 마음에 바로 고개를 돌려 버려서, 크기를 가늠을 못했다. 어차피 실제로 한번은 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잠옷 소매를 살짝 쥐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같이 밤을 보낸  몇번인데, 자신은 한 번도 에드워드의 알몸을  적이 없었다. 몇 번이고 기절하듯 끝나 버려서 그랬다고 하기에도 이상할 정도로… 결국 에드워드가 여행을 떠났던 보름 동안 고민했지만, 결론은 직접 확인하고 난 후에 내리기로 했다.

“헉!”

하의 없이 가운 형태의 잠옷을 쥐고, 다리 사이를 확인한 모니카는 살짝 숨을 멈출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피로가 쌓인 잠자리였는데도 눈이 새벽같이 번쩍 떠졌다. 익숙하지 않은 느낌의 침대에 잠이 깨는 걸 느끼며, 조심조심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모니카가 깨기라도 했다가는 괜히 아침부터 짜증만 들을 게 뻔했다. 다행히 곤히 잠들어 있는 모니카를 뒤로하고, 검을 휘두르러 나왔다. 며칠간 쉬어서 그런지 온몸이 굳은 것 같았다.

“후…”

위니가 챙겨준 약을 먹고, 검을 쥐었다. 액체 형태로 먹을 때도 썼는데, 그걸 말려서 뭉쳐놓은 것은 훨씬 썼다. 몸에서 힘이 솟아나는  같은 기분을 느끼며 검을 휘둘렀다. 수련을  때면, 머릿속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 상황을 정리하기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일어난 가장 큰 일은, 아무래도 배다른 형인 헨리를 만났던 것이다. 그냥 만난 것도 아니고 더러운 짓을 하는 걸 봐버려서, 화가 나서 밀어 버렸더니 그대로 쓰러졌었지. 직후에는 당황해서 바로 자리를 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의미없는 짓이었다. 내가 기습을 한 것도 아니고, 그 자식이 내 얼굴을 봤을 테니 말이다.

붕-

답답한 마음에 크게 검을 휘둘렀다. 거기서 대답하지 말고 그냥 밀어버릴걸. 아니면 아예 깔끔하게… 죽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로는 만들어야 했다… 생각해보니  놈도 글을 쓸 줄 안다. 이 정도면 내가 범인이라는 걸 들키는 건 시간문제인 듯 했다. 백작가 간의 분쟁이 되면 곤란해진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근시일 내로 마운트베른 쪽에서 접촉을 해올 테니,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정 안되면 헨리 그놈이 거기서 뭐 하고 있었는지 밝혀 버리면 되겠지. 잡생각을 정리하고, 검을 휘두르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흠, 흠.”

그렇게 검을 휘두르고 있으니, 베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흰색 원피스에 챙이 넓은 모자를 쓴 그녀가 공터 한쪽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는 항상 보던 메이드가 바구니를 든 채로 시립해 있었다.

“언제 왔어요?”

“방금. 아침부터 열심이네.”

그렇게 말하는 베라의 옷에는 먼지가 꽤 묻어 있었다. 아침부터 나를 찾느라 이곳저곳 돌아다닌 듯 했다. 미안한 마음에 빨리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하던 거 계속 해도되는데. 내가 방해됐니…?”

“아뇨, 누나 안 왔어도 그만하려고 했어요.”

“그래? 그러면 다행이네.”

베라가 손짓하자,메이드가 바구니에서 돗자리를 꺼내 바닥에 깔았다. 베라는 그 위에 앉고서는, 옆에 앉으라는 듯 바닥을 탁탁 두드린다.

“저 안 씻었는데…”

“아냐, 괜찮아. 배고프지 않아?”

천이 덮인 바구니 안에는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다. 안그래도 아침도 안 먹고 운동하고 있었는데. 땀냄새가 신경쓰였지만, 배가 고파서 결국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베라는 신경도 쓰지 않는듯, 조금 떨어져서 앉은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냠.”

베라의 좋은 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온다. 결국 나란히 앉아같이 아침을 먹었다.

“우리 둘만 먹어도 되는 거예요?”

“늦잠 자는 아이들은 주방장이 따로 챙겨 줄거야. 다리야… 너도 하나 먹어.”

뭐, 상관없겠지. 저 메이드도 계속 보다 보니, 이 정도는 베라와 단 둘이 하는 식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순식간에 하나를 해치우고, 다음 조각을 꺼내들었다. 식사량을 내게 맞춰서 많이 챙겨온 것 같았다.

“에드, 잠깐만.”

갑자기 베라가 내게 어깨가 붙을 듯 다가왔다.  입가를 검지로 한번  훑어, 자기 입으로 가져간다. 쪽 소리가 나게 붉은 입술로 손가락을 핥는다.

“애도 아니고,  이렇게 묻히고 먹어.”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샌드위치 소스도 마요네즈를 넣었는지 흰색이었다. 끈적이는 흰색 소스를 빨아먹는 베라의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야한 생각이 들었다.

‘…정액 묻은 입에 키스하는 건 좀 그래.’

입을 쓰는 건 위니만 이라고 다짐했었다. 베라의 입이 더러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위니랑도 키스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베라는 그런 걸 시키기 꺼려진다는 마음이 더 컸다.

“흠, 흠. 빨리 먹어”

내가 멍하니 쳐다보는 게 쑥스러웠는지, 베라가 고개를 돌리고 자기 몫을 먹기 시작했다. 옆모습도 예뻐서 좋다. 그런데 평소의 기품 있는 모습과는 다르게 빨리 먹느라 그런지, 이곳저곳 묻히면서 먹고 있다. 입술에도, 입가에도 묻었지만,  중에서도 가장 압권인 것은…

‘저게 되네.’

가슴 위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들이었다. 가슴이 크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저 정도였나. 입가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들  일부가 바닥에 닿지 못하고, 가슴 위에 남아 있었다. 경사진 굴곡이라 담겨 있는 건 아니었지만, 툭 툭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묻는다.

“누나.”

“어, 응?”

내가 부르자 베라가 환한 얼굴로 나를 돌아본다. 밥 먹는 중에 차마 가슴을 만질 수는 없어서, 그 언저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 가슴에 좀 묻었는데…”

“가슴? 아, 응… 그렇네.”

무언가 민망한 듯한 표정으로, 베라가 손수건을 꺼내 옷을 닦았다. 살짝 실망하기도 한 것 같은  반응에, 뭐가 잘못된건지 곰곰히 생각했다. 그 정답은, 옷을 닦고도 입가는 닦지 않는 베라를 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하긴, 평소답지 않게 이곳저곳 묻히면서 먹을 때부터 알아챘어야 하는데. 어쩐지 다리야 라는 메이드도 나를 매섭게 쳐다보며 눈치를 주는 것 같았다. 항상 같은 무표정이라 잘 모르겠지만.

“누나, 이쪽 봐봐요.”

“…응?”

내가 팔을 뻗자 베라가 기대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기대하게 해놓고, 단순하게 끝낼 수는 없지. 그대로 베라를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읍!”

혀를 섞지 않고, 베라의 입 주위를 깨끗이 핥는다. 물론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다 핥은 뒤에도 끝나지는 않았지만. 키스를 이어나가며 베라의 손에 들려 있던 샌드위치를 뺏고, 원피스 너머로 가슴을 만졌다.

“하아…”

예상치 못한 키스에, 베라가 숨을 몰아쉬었다. 얼굴이 빨개져 있으면서도 기대한 것보다 좋았던 듯, 입꼬리가 실실 올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하얀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 안돼요…”

당황하면 평소처럼 존댓말이 나오는 것도 귀엽다. 앙탈부리는 듯한, 오히려 부추기는  같은 만류에 좀 더 가슴을 강하게 애무했다. 성감을 자극당한 듯 몸을 떨던 베라가 나를 한번  말렸다.

“누가 보면 어떡해요…”

“여기를 누가 온다고.”

내가 여기서  번을 수련했지만,  말고 다른 사람은 본적이 없다. 하지만 베라는 그래도 불안한지 나를 계속 말렸다.

“다리야, 다리야가 보고 있어요.”

“없는 사람 취급해도 된다면서요.”

“그래도… 흣!”

다리야는 이 쪽에서 등을 돌리고 서있었다. 흠… 살짝 괘씸한 마음에 가슴 끝을 한 번 튕겨 줬다. 이렇게까지 하기 싫어하면 뭐… 굳이 할 필요는 없겠지. 분위기가 식으니 시가가 땡겼다. 자리에서 일어나 시가를 찾자 베라가 따라 일어섰다.

“대신에, 산책 가요.”

“그럴까요…”

실망한 표정의 내가 신경쓰이는지 달래주려는 베라. 딱히 그렇게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반응하는 걸 보니 가끔은 기분 안좋은  해도 괜찮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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