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화 〉 148화. 봉사(6)
* * *
“흡, 흐으응….”
백작님은 그녀가 항상 말했던 것처럼, 그녀의 남편 위에 올라타 있었다. 다만 그게 평소에 말했던, 혹은 행동으로 보여줬던 ‘남편을 휘어잡아 내가 올라타겠다’ 라는 주도적인 느낌은 아니었고…. 의자에 앉은 남편의 허벅지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마치 아버지의 품에 앉은 딸아이처럼. 딸아이가 저렇게 다리를 활짝 벌리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누가 볼 거 같아….”
“딴 소리도 하고. 이제 좀 여유가 생겼나보네?”
“으흣, 아니이….”
부끄럽지도 않은 건지, 문 쪽을 향해 다리를 활짝 벌리고. 치마는 변태 경의 손에 붙들려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아, 결합부와 그 위쪽이 훤히 보였다. 분위기나 동작 같은 것만 볼 수 있었던 그녀에게 자지가 보지에 들어간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일 수밖에. 그 두껍고 굵은 물건이, 마법처럼 백작님의 몸속으로 사라진다.
“읏, 이, 이래서 여기서는 안 하려고 했는데….”
“흐읍….”
반사적으로 엉덩이가 움찔거리며, 그에 맞춰 안쪽으로 파고든 기둥을 조였다. 저 거대한 물건이 보지에 들어가면, 여자의 몸이 저렇게 되는구나…. 마법 같은 행위였지만, 존재감이 엄청난 자지는 백작님의 몸 안에서도 윤곽을 통해 충분히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뱃가죽을 들어올리고, 자지가 들어간 통로를 따라 배가 부풀어 오른다. 혹시 그녀의 엉덩이에 넣었을 때도 저랬을까. 아니, 저건 보지니까 좀 다른가. 그렇다면 아가씨도….
“흐으읏….”
고귀한 여성들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상상하자, 그녀의 몸도 같이 흐트러졌다. 다리에 힘이 조금씩 빠져서, 자연스레 벽에 몸을 조금 더 기댔다.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그녀의 아래 속옷이 보지에서 나온 액체로 축축하게 젖어 드는 게 느껴졌다.
말도 하고 그녀의 남편에게 요구도 하던 백작님은, 변태 경이 결합부 위쪽, 자지로 인해 볼록 솟아오른 부분을 강하게 압박하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몸이 허물어졌다. 남편이 등받이가 된 것처럼 그 위에 완전히 누운 백작님은, 배가 눌릴 때마다 몸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찌걱
부드러운 속살이 자지에 달라붙어 살짝 딸려 나오는 게 보인다. 목욕이라도 한 것처럼 촉촉히 젖은 자지가 빠져나오며, 들어가지 않았던 부분과 들어간 부분의 대비가 선명해진다. 백작님도 물건을 전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컸던 듯 싶다. 팔 하나로 백작님의 몸을 어디까지 들어올리는 건지, 거의 귀두가 보이겠다 싶을 때까지 올라갔다가… 가장 위에서 멈췄다.
그에 맞춰서 되는 곳까지 고리를 잡아당겨, 몸을 긴장하고 신호를 기다린다. 정신없이 헐떡이던 백작님의 눈에 초점이 돌아오고, 자신이 어떤 자세를 하고 있는지 파악한 듯, 의문스러운 소리를 낼 때.
“어?”
“간다.”
파악
쿵 소리와 함께, 귀두만 들어갔던 자지가 한계까지 쳐박혔다. 잠시 빛을 되찾았던 백작님의 눈동자는 다시 초점이 흐려져, 혀까지 내밀고 침을 흘리며 정말 문자 그대로 꽂혀 있었다. ‘간다’는 그 중저음의 목소리에 맞춰 끝까지 기둥을 집어넣은 다리야도, 안쪽을 강하게 때리는 자극을
받지 못했다.
왜? 어째서? 분명 뒷구멍을 쑤시는 자기 위로는 기분이 좋긴 했지만, 딱 그 정도였다. 애타게 그녀가 기억하는 그 쾌감을 찾으려 기둥을 움직여봐도, 딱 ‘기분이 좋은’ 정도에서 끝난다. 그녀의 기억속에, 머리가 번쩍이게 했던. 지금 저 백작이었던 암컷의 얼굴처럼. 혀를 내밀고 눈물과 침을 내보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는 그 쾌락은 전혀 아니었다.
그런 애타는 그녀의 심정도 모르는지, 아니 당연히 모르겠지만. 백작 부부는 힘차게 섹스를 이어갔다. 굵은 자지가 뿌걱 뿌걱 안쪽을 긁어내며, 물이 튀는 게 보일 정도로. 그들 앞에 놓인 서류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읽을 수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그게 다리야에게는, 굶주린 사람 앞에서 냄새가 엄청나게 풍기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 속도에 맞춰 빠르게 손을 흔들어봐도, 쾌감은 그다지 전해지지 않는다. 자연스레 다리야는 뒤쪽이 아니라,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자지에 집중하게 됐다. 저 자지라면, 이렇게 아쉽지 않을 텐데. 저 울퉁불퉁하고 굵은 혈관이 도드라진, 아기씨를 주입하는 데 특화된 뜨거운 물건을 넣는다면, 그녀의 안쪽을 저 보지처럼 긁어줄 텐데.
보면 볼수록, 그녀가 꽂고 있는 이 물건이 아쉬워졌다. 이 매끈매끈한 유선형의 기둥은, 저것보다 나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 원래 모조품이라고는 하지만, 비슷한 구석이 하나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처음에는 넣기 쉽다고 좋아했는데. 크기도, 굵기도, 뜨거운 열기도. 조였을 때 도드라지는 굵은 혈관도, 살짝 들어가면서도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감각도… 그리고 빠지려고 할 때마다 붙잡아주는, 굵은 귀두도 없었다.
맨날 입으로 핥는 게 아니라, 엉덩이에 넣을 수 있다면. 욱신거리는 안쪽을 긁으려 기둥을 움직였지만, 뭉툭한 끝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 싸지 않아도 좋으니까, 넣었다 빼기만 해도 좋으니까. 그녀의 엉덩이 안쪽을 한 번만 긁어줄 수 있다면. 그녀 스스로도 놀랄 생각을 하며, 다리야가 애타게 에드워드의 물건을 바랐다.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흰 빵을 먹고 싶다 해도, 굶주렸다면 묽은 보리죽이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나마 이 모조품이 저 진짜에 비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장점이라면, 이건 그녀가 가지고 있고 저건 가지지 못했다는 점이었으니. 그녀 나름대로, 그녀가 익숙한 방식으로 ‘허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더 격하게. 지금까지는 자제했지만, 고리까지 집어넣을 기세로. 완전히 안쪽까지 밀어넣자 그나마 욕구가 좀 달래지는 것 같았다. 가지고 있는 것에 부족함이 있다면, 그걸 더 활용하면 된다.
“흐흡….”
안쪽을 살짝 건드리는 게 마음에 들었다. 눈으로도, 귀로도 자극은 충분하니까. 그녀의 안쪽이 좀 채워지니, 그나마 만족스럽게 스스로를 달랠 수 있었다. 아예 거슬리는 속옷은 무릎 언저리까지 내려 놓고, 다리야가 열심히 안쪽을 달랬다.
“여, 여보오… 나, 날아갈 것 같아….”
“꽉 붙잡고 있어.”
“흐으응, 흐윽.”
부르르 몸을 떠는 백작님의 모습에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기계적인 허리 운동을 이어나가는 에드워드. 가지지 못할 걸 계속 봐 봤자 더 아쉬워질 뿐이라고, 스스로 되뇌이며 다리야가 눈을 감았다.
점 점 뭔가 올라온다. 그녀의 안에, 지난 며칠 동안 계속 쌓여 있었던, 농축된 욕구가. 매일 밤 조금씩 스스로 달래는 것으로 꾹 꾹 눌러두다, 오늘 눈 앞에 마주한 광경 때문에 튀어나온. 거대한 성욕의 덩어리가 가슴 속을 가득 채우는 게 느껴진다. 점 점 숨이 가빠지고, 눈을 감지 않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좁아졌다. 저번처럼 갑자기는 아니지만, 서서히 머릿속이 하얘진다.
“가, 갈, 갈 거,”
“나도 곧, 그럴 거 같네.”
애타게 찾던 그 감각이 돌아온다. 다리야는 몸을 웅크려, 그 감각을 느끼는 데 온전히 집중했다. 세상에 그녀와 그녀의 모조품밖에 없는 것처럼. 쑤걱 쑤걱, 열심히 움직이면서. 백작 부부의 곧 간다는 말에 맞춰.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 숨을 참았다가. 다리야가 생각하는 ‘곧’ 만큼의 시간이 지나, 그 열망을 토해냈다.
울컥, 울컥. 그녀의 몸 속에 이렇게나 많은 물이 있었나. 실례를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애액이 흘렀다. 차곡차곡 쌓여 있던 게 전부 그 물을 따라 흘러 내려간 듯, 실로 엄청난 양이었다. 자연스레 온 몸에 힘이 풀리면서 몸은 부드러워지고, 다리가 경직되어 절정을 느끼는 그 자세 그대로 다리가 굳었다. 든든하게 벽에 기대고 있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라면 중심을 잃었을 거다.
문제라면, 그 벽이 그녀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일까. 아니, 애초에 벽이 아니었다. 다리야는 문 틈으로 안쪽을 훔쳐보고 있었고, 자연스레 문짝에 몸을 기대고 있었으니까. 그나마 바깥쪽으로 열리게 해 둔 덕에 사람 한 명 정도는 기대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안쪽으로 열리지 않게 괴어둔 돌이 그녀가 몸을 기대서 밀려난 건지, 아니면 누가 빼둔 건지. 다리야의 무게를 더 이상 받아주지 못한 것이다.
쿠당탕
“으, 흐에?”
엄청난 소리에 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린 모니카. 그 자극에 에드워드가 참지 못하고 질내사정을 했고, 뜨거운 정액이 자궁을 때리는 감각에 모니카는 다른 건 신경쓸 채도 없이 다시 절정해 버렸다. 다리야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무릎께에 걸쳐둔 팬티 덕에 다리가 꼬인 다리야는, 계속 일어나려 했지만 방금 절정한 다리로 그게 쉬울 리가 없었다. 뻣뻣하게 굳은 다리에 한층 더 당황한 다리야가 일어나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렇게 다리야가 일어나는 동안, 에드워드는 별 반응 없이 그녀를 내려다 보고만 있었다. 다리야는 차마 얼굴을 들어 그를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고개도 들지 못하고, 속옷을 올린 다리야가 황급히 자리를 떴다.
“죄송합니다!”
무표정으로 단련된 다리야도 버틸 수 없을 만큼 부끄러웠다. 이렇게 격한 감정에 연속해서 휘둘린 날이 얼마만일까.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에 도망치듯 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물웅덩이 하나와 그 속에서 빛을 반사하는 쇠 기둥 하나만이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