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님말고 어머님R-156화 (156/178)

〈 156화 〉 155화. 침공(3)

* * *

“…♬”

돌아오셨다.

돌아오셨다!

비록 미천한 신분이라, 백작님도 아가씨도 있는 그 자리에 나갈 수는 없었지만. 성 내에서 누구보다 소식이 빠른 것들이 그녀의 아랫것들이었다. 주방장이 아직 퇴근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성에 도착한 변태 경이 식당으로 향할 것 같다는 말을 듣자 마자, 다리야는 당직으로 힘겨워하던 하녀와 작업을 교대했다. 그러니까, 비번과 야간 당직을 말이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변태 경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물론 백작님과 함께였기에 그녀를 신경쓰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다리야가 그 정도로 제 분수를 모르지는 않았다. 귀족에게 봉사하는 일개 평민이 먼저 나설 수는 없는 법. 다리야가 이 곳에서 시중을 드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었다.

“아, 따뜻하니 좋네.”

“많이 먹어, 여보.”

“추워 죽는 줄 알았어.”

요 며칠간 날카로워져 있던 백작님이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백작님의 날카로움을, 변태 경의 몸에 새로 추가된 몇 개의 상처들이 빨아들인 것만 같았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결혼 직전의 모습과 비슷했었는데. 아가씨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그 따님을 존경하는 다리야로서는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렇게 식기를 나르고, 물을 따르고. 벙어리가 된 기분으로 묵묵히 식사 시중을 들던 다리야가, 드디어 기다리던 이야기가 나왔다. 식기를 쥐지 않은 에드워드 경의 왼팔을, 백작님이 은근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며칠간 안 해서 되게, 되게 힘들…겠네?”

“…그래봤자 사흘인데 뭐.”

하루 거리에 있는 메리나 남작령까지. 갔다, 싸웠다, 왔다 하는 데 사흘이 걸리니까. 그래도 전투의 피로 때문인지, 추위 때문인지, 식욕 때문인지. 변태 경은 생각보다 침착했다. 그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백작님이 계속 은근하게 물었다.

“사흘이면… 우리 기사님한테는 억겁과도 같은 시간 아닌가?”

“…씻고 갈게.”

다리야의 귀가 움찔거렸다.

“…방에서 안 씻고?”

“좀 피곤해서 여유롭게 씻고싶기도 하고, 사흘동안 못 씻어서 찝찝해서. 깨끗하게, 빨리 씻고 갈게.”

“흐음…. 알았어.”

흠잡을 데 없는 이유에, 백작님이 순순히 납득했다. 대신, 붉어진 얼굴로도 한 마디를 더 남겼지만.

“…빨리 와야돼?”

불끈­

“알았어.”

순간적으로 변태 경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저런 걸 좋아하시는 건가? 다리야가 머릿속에 에드워드가 좋아하는 대사와 다음에 씻으러 간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 사이 몸이 달았는지 백작님은 먼저 식당을 나섰고, 곧이어 변태 경도 그 뒤를 따랐다. 다른 시녀나, 주방장이 없었으면 여기서 바로 한 판 했을 텐데. 아쉬움을 달래며, 뒷처리를 다른 메이드에게 맡기고 다리야도 식당을 나섰다.

에드워드 경이 그가 말한 대로 욕실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빠르게 챙겨둔 것들을 챙기고 옷을 갈아입은 후. 다리야가 그 욕실로 향했다. 좀 거리가 있는 편이긴 하지만, 설마 그 사이에 다른 사람­주로 백작님­이 같이 들어갔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불이 켜진 욕실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 다리야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누구냐.”

“다리야입니다.”

안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녀의 몸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이제는 목소리만 들어도 이렇게 되다니. 물론 그 변화를 최대한 티내지 않으면서, 평온한 목소리를 유지한 채였다. 혹시나 다른 사람이 있을까 봐, 위에 걸치고 온 청소복 겉옷을 벗어 옆에 치워 놓았다.

“무슨 일이지?”

“…욕실 청소, 입니다.”

“사용 중이니, 내가 나가면 청소하도록.”

…여기서 얌전히 물러나? 직접 그런 명령까지 들었으니, 당연히 그러는 게 맞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기 싫었다. 그녀도 ‘쌓여’ 있었다. 욱신거리는 엉덩이가, 애타는 안쪽이 위험을 감수할 것을 요구했다.

‘…에드워드 경도 서 있으셨으니까.’

이 옷을 입고 들어가면, 화는 내지 않지 않을까. 혼나더라도, 평소처럼 자지로 혼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다리야를 집어삼켰다. 잔뜩 달아오른 몸 덕에, 겉으로 보기에는 오히려 평온해 보이는 모습으로. 다리야가 문을 열었다.

드르륵­

“아니, 나 씻고 있다니까….”

저벅, 저벅.

“씻으시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바닥에 청소용품이 담긴 바구니를 내려놓고. 허락을 받은 다리야가 청소를 시작했다. 에드워드 경이 들어앉아 있는 욕탕을 등지고, 쪼그리고 앉아서.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사실은 닦는 둥 마는 둥, 뒤쪽에 있는 남자만 신경 쓰고 있는 다리야였지만.

몇 분이나 그러고 있었을까. 별 효과가 없는 건지, 괜히 입었나. 아니, 애초에 백작님이랑 밤으로 보내러 갈 게 분명한데, 그녀가 눈치 없이 찾아온 건가. 그냥 아까 그 청소복 입고 있을걸. 속으로 온갖 생각을 할 때 쯤, 에드워드가 입을 열었다..

“…요새는 청소할 때 그런 걸 입고 하나?”

꿀꺽­

계속 엉덩이에 꽂히는 시선이 느껴졌는데, 이제야 물어보네. 그래도 추위와 부끄러움을 참고 입은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살을 가리는 곳이 거의 없어서, 뜨거운 증기가 나오는 욕실이 아니라면, 절대로 겨울에는 입을 수 없는 옷이니까 말이다. 하긴, 이렇게 대놓고 유혹하는데 넘어오지 않으면 여자에게 문제가 있는거겠지만.

“욕실 청소용으로, 따로 있는 복장입니다.”

“…욕실 청소할 때, 누구나, 항상?”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에 황급히 다리야가 설명을 덧붙였다. 혹시나 다른 메이드를 붙잡고 이 옷을 왜 입지 않냐고 물어보면 안되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물이 튀면, 어차피 일반적인 옷은 젖으니까….”

이런 변태 같은 옷을 입을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그녀도 엄청난 성욕과 용기가 필요했다. 속옷만 입고 일을 하다니, 변태라는 말을 듣기에 딱 좋은 짓 아닌가. 이미 에드워드 앞에서 그녀가 변태라는 사실을 인정해버린 다리야지만, 그 변태의 종류가 늘어나 영역이 확장되는 건 여전히 부끄러웠다.

‘어차피 젖으니까’라는 이유로 속옷만 입었다기에는, 속옷도 꽤나 공격적이었다. 다리야가 착실히 모은 얼마되지 않는 봉급을 전부 털어, 후에 혹시나 시집가게 되면 입으려고 샀던, 평소보다 예쁘고 작은 속옷. 물론 가리는 면적 뿐만 아니라, 사이즈도 살짝 작아서 다리야의 가슴을 터질 듯 압박했다. …누가 만져대서 가슴이 커져서 그런 것 같지만.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 딱히 먼저 행동을 하거나, 그녀를 뒤에서 덮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결국 다리야가 먼저 한 발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욕탕도, 잠시 청소를 하겠습니다….”

청소를 핑계로, 에드워드가 들어가 있는 탕에 같이 들어간다. 그 앞에 수면을 뚫고 튀어나와 있는 무언가를 보고 살짝 당황한 다리야였지만, 이내 그것이 그녀가 원하던, 우람한 자지라는 걸 깨닫고 슬금슬금 그쪽으로 이동했다.

“…못 보던 자지가 있네요. 이것 역시 청소를….”

오랜만에 맛보는 자지. 물 때문에 냄새가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았다. 처음부터 향기가 강렬했다면, 그녀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테니까. 전장에서의 며칠 때문에 더욱 진해진 남성의 향기가 느껴진다.

쯔웁, 쯔웁.

욕탕 속 물의 일부가 된 것처럼, 본래 자지를 감싸던 물 대신 다리야의 입과 가슴이 에드워드의 아래를 감쌌다. 욕조 한쪽, 수면 아래 턱에 걸터앉은 에드워드의 자지가 수면 밖으로 나올 정도로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는 에드워드. 그녀의 머리를 기특하다는 듯 쓰다듬으며. 일부러 소리를 쭙 쭙 내가며, 다리야가 열심히 귀두를 핥았다.

“여보?”

갑자기 백작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살짝 당황하는 에드워드와 관계없이, 다리야는 제 역할에 충실했다. 소리만 덜 낼 뿐.

“어, 어? 왜?”

그 충실함이 에드워드의 목소리를 떨리게 했지만.

“좀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 한 번 와봤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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