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아누비스
* * *
시아는 찬란하게 물결치는 황금빛이 가득했다.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손의 감촉과 몸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형체 없는 몸은 중력에 법칙에 아래로 내려가듯 황금빛에 떠밀려갔다.
저건…….
한참을 떠밀려가자 익숙한 모습이 시아에 들어왔다. 황금빛 아누비스가 석상이 좌우에 서 있었다. 앞으로 움직이자 석상들이 나를 인도하듯 계속 펼처졌다.
몇 십개의 아누비스를 지나고 나니 저 끝에 거대한 황금색 문이 보였다. 문은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열렸다. 문에서 찬란한 금빛 물결이 가득했다. 나는 그 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듯 들어간다.
황금 기운에 떠밀려 도착한 장소는 한 번 본 기억이 있는 장소다. 쇠창으로 이뤄진 거대한 감옥의 모습과 안에 보이는 존재는 익숙했다. 나에게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황금을 쥐어 주고 밖으로 돌려보낸 존재.
“아누비스..?”
아누비스는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반갑네~”
아누비스는 골드바에 적힌 그림처럼 당당한 시선을 보내며 들어올 수 있게 공간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의식이 빨려가듯 안으로 자리 잡는다. 아누비스는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머리를 장난스럽게 건드렸다.
“어..?”
아누비스가 건드리자 팔과 몸이 황금빛이 나면서 돌아왔다. 조금 전 유체 이탈처럼 부유하던 감각과 원래의 감각에 혼동되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방은 아니야..'
성녀에게 잡아먹혀 죽었으면 평소에 보았을 천장을 봐야 했다. 하지만 막상 죽고 나서 보이는 것은 아누비스의 앞이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용사가 말했던 고대의 힘이다. 용사는 얻지 못했던 힘을 나는 얻었다. 만약에 아누비스가 신이라면 간섭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혼란스러운 머릿속에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누비스를 쳐다보았다.
“나를 데려온 이유가 뭐야?”
“간단하네~ 여도 게임에 참여하려고 한다네~ 자네의 상황도 여가 개입을 안하면 끝이니 어쩔 수 없다네.”
“끝이라고..? 나는 죽어도...”
“여가 있던 장소랑 똑같은 맥락이라 생각하면 된다네~ 죽어도 그 장소에 영혼이 귀속된다네~”
피라미드가 있는 장소에 보인 수십 개의 미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실패한 자들이 무덤처럼 있던 단검들....
“거기서 죽으면 나도 미라...?”
“그게 석상으로 바뀌는 거다만 비슷하다네~”
“내가 석상이 될 뻔한 걸 네가, 아니 아누비스님이 살려주신 건가요?”
“엣헴. 그렇다고 볼 수 있네~”
아누비스가 당당하게 가슴을 피면서 생글생글 미소를 지었다. 칭찬하라듯 우쭐거리는 표정에 나는 악마에 비해 다소 품위 없다는 생각하면서도 은인임을 알기에 고개를 숙였다. 악마가 보여 준 죽음의 부활의 흐름을 끊은 이상 아누비스가 대단한 존재라는 것은 틀림없다.
“감사합니다. 아누비스님.”
“엣헴. 좀 더 감사해도 좋다네~ 그러면 계약을 할까 한다만. 조금만 상황을 알려주겠네~”
“감사합니다. 악마와 다르게 자비가 넘치시는군요.”
“우후후. 당연하다! 여는 품위 넘치는 아누비스라네! 흠흠.”
아누비스는 흥분을 가라앉히듯 목을 가다듬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아누비스의 찬란한 황금색 눈동자가 내 육체를 넘어 영혼까지 꿰뚫어 보는 느낌이 들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여에게 그대의 상황은 게임이네~ 여가 게임에 참여한다 정도만 알면 된다네~”
“게임.. 확실히 위에 존재한텐 그러겠네요.”
“그러면 선택지를 주겠네~ 아차차. 그 전에 이것부터~”
“뭐를..?”
허공에 황금빛 기류가 뿜어져 나와 티비처럼 색을 이뤘다. 용사와 성녀가 격렬하게 사랑을 나눈 것인지 홍조가 뛴 얼굴로 이야기를 나눴다. 소리가 내가 있는 장소까지 생생하게 들려왔다.
“하아.. 하아.. 잘 들어요..”
“네..”
“저희 둘 다 살아남을 방법이 있습니다..”
“모두가 살아나갈 방법이 있다고요..?”
“모두는 아니지만 저희 둘은 가능해요.”
성녀의 목소리에 용사는 표정을 찡그리며 다소 매섭게 노려보았다. 사랑을 나누던 둘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성녀는 시선을 받으면서도 담담하게 말했다.
“원래는 이 장소는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남녀가 쌍으로 이룬 경우만 들어올 수 있어요. 그러니. 하나가 사라져야 나갈 수 있죠. 하지만 저분이 들어오면서 달라졌어요. 여기에 들어오며 사용된 구슬이 2개니 나갈 수 있는 사람도 둘입니다.”
성녀의 설명을 들은 용사는 믿기지 않는 다는 듯 흔들리는 눈동자로 성녀를 바라보았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용사고 성녀님은 성녀예요. 정신을 차려 주세요..! 저분은 저희를 구했던 분이라고요!”
용사의 목소리는 감정이 격해졌는지 달아올랐다. 언성이 높아지자 성녀는 시선을 피라며 말했다.
“지금의 전 마물이예요. 그리고 지금도 전 지크와 저 분 중 하나를 잡아먹고 싶어요. 그건 제가 억누를 수가 없어요. 둘 다 먹힐 바에는 차라리 하나만...”
“성녀님..”
“지크 이건 신이내린 기회예요. 그리고 잊고 있나 보군요. 지크 너는 힘을 잃은 용사야. 네 마음이 어떤 상태든 내 마음대로 진행할 거야. 만약 내 방식이 싫다면 나를 이겨봐.”
“...... 알았어요. 제가 이길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러면 내 흥분을 없애줘. 그래야 둘을 죽이지 않을 수 있어.. 미안..”
그 장면을 끝으로 화면이 사라졌다. 아누비스가 특유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내밀었다. 내가 어떤 반응하는지 빠짐없이 관찰하듯. 나는 시선을 피하듯 황금 물결을 바라보며 씁쓸함과 분노가 뒤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내가 죽은 이유가 저거야?”
내 반응에 아누비스가 갸우뚱했다.
“여는 조금 더 흥분하고 분해할 줄 알았네만?”
“너라면 사랑하는 존재와 살아남을래? 아니면 잘 모르는 남자와 살아남래? 나라면 전자를 선택할거야.”
“흐음 뭐, 싱겁지만 상관없네~"
"뭐가?"
아누비스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양 손을 펼쳤다.
"그러면 이제 선택지를 주겠네~”
지잉. 지잉. 지잉.
각기 다른 모습이 나타난 포탈이 3개가 나타났다. 포탈의 색깔은 각기 다른 색깔이였다. 검은색, 황금색, 하얀색이로 이뤄졌다. 아누비스는 설명해주듯 검은 포탈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여가 개입하지 않은 길이네~”
왼쪽에 나타난 포탈에선 석상에 영원히 봉인되어 세월을 날리는 모습이다. 명상에 잠기듯 석상에 봉인되어 시련을 지키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평생 끝나지 않는 석상이란 감옥에 빠져서.
“돌멩이 엔딩이라니 끔직하네..”
“이건 해피 엔딩이네~”
찬란하게 빛나는 포탈은 아누비스의 시중을 들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내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아누비스에게 복종하는 모습이라. 별로 유쾌한 기분을 주진 않았다.
“이건 좀...”
“어차피 언젠가 와야할 거라네~”
아누비스는 생글방글 웃으며 마지막 하얀 포탈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 죽어서 살아나가는 내가 계속 나아가고 죽거나를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정확히는 내가 여태까지 오면서 있던 일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3개의 포탈은 3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검은 포탈.
절망적인 상황. 모험의 끝.
황금색 포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누비스에게 예쁨을 받기. 남에게 맡긴 모험의 끝.
하얀 포탈.
내가 이어온 모험을 다시 이어가는 것이다. 끝이 정해지지 않은 모험.
선택지는 하나 뿐이었다.
“살아남아 내 삶을 찾을거야."
“좋은 말이네~ 다만 죽음에 따라잡히지 않게 노력해야 할 거 다네~”
“죽음..? 그건 또 무슨 의미야?”
“책을 보면 알 거라네~ 숫자가 모은 친구들보다 많아지면 그대의 영혼은 여에게 온다네~ 그게 이번에 여가 도와주며 거는 조건이네~”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조건이지만 이미 죽어버린 이상 내가 거부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살려 준 거에 감사할게.”
“응응~ 좋다네~ 그대의 영혼은 여가 찜했으니 이젠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네~ 다만 이런 경우의 죽음은 조심해야 한다네~ 죽음에 금방 따라잡힌다네~”
“알았어..”
“그럼 행운을 빌겠네~ 쪼잔한 녀석과 다르게 여는 응원한다네~ 빨리 후다닥 100개 채우고 오는 거다네~”
아누비스가 하얀 포탈로 가라는 듯 손짓 했다. 나는 걸음을 옳기려다가 호기심에 고개를 다시 한번 돌렸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봐도 돼?”
“물어보라네~”
“너는 정말 신이야? 그러면 나를 괴롭히는 악마도 알고 있는 거야?”
“하나 말해 준다면 여와 그녀는 내기를 하고 있네~ 완성하느냐~ 아니면 누가 올지 정도를 내기에 하고 있다네~”
내가 말한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였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이였다.
“그게 무슨 의미야?”
“대답해 주고 싶다만. 시간이 없다네. 서두르는 것이 좋네~ 영혼이 붕괴하기 전에 말이네~”
“붕괴? 그게 무슨...어? 몸이 투명해..?”
흐릿해지는 몸에 감각에 손을 바라보자 육체가 흔들리듯 반투명해졌다. 아누비스는당황하는 나에게 생글생글 웃으며 이유를 말해줬다.
“육체 없는 영혼은 금세 부서진다네~ 그릇이 없으면 물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말이네~.”
“알았어.."
궁금증 때문에 어렵게 얻은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 먹을 수 없었다. 영혼이 투명해져 사라지기 전에 하얀 포탈을 향해 몸을 밀어 넣었다.
“힘내라네~”
방정맞은 아누비스의 미소를 끝으로 시아가 뒤바뀐다. 하얀빛이 몸을 휘감자 주마등처럼 모든 순간순간들이 시아를 가득 채운다. 비디오를 배 속하는 것처럼 내가 여기에 도달하고 이어진 일들이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모든 장면이 끝나자 나는 그때 죽기 전 상황을 이어가듯 숲에 서 있었다.
“여기서 시작..? 옷도 없네..”
맨몸을 가리듯 나뭇잎으로 중요 부위를 가리며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막상 생각하니 그다지 마음이 좋진 않았다.
성녀를 만나기 전에는 호감을 품었지만 지금은 씁쓸했다. 성녀는 살기 위해서라곤 할지라도 나를 죽였기 때문인지. 이성과 다르게 마음은 거부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나. 성녀 때문에 내 인생을 끝장날 뻔했으니까. 실제로도 날 죽였으니 뭐, 당연한건가..”
온갖 미사여구를 부친다고 할지라도 성녀는 나를 죽였다. 그 사실은 변치 않는다. 다음에 성녀를 만나면 전처럼 대하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적이라고 생각하고 싸울지도 모르겠다.
머리와 다르게 마음은 불처럼 불타올라 성녀를 적이라 인식하고 있었다.
“또 만나면 좋지 않은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네.”
성녀와 용사는 이미 구슬을 이용해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하니 머릿속에 분노가 자리잡는다. 한탄을 하듯 허망한 말이 밖으로 흘러나온다.
"기여코.. 죽였어야 했냐..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었잖아.."
찌지직..
“..?”
갑자기 눈앞에 나무가 디지털게임 픽셀이 나가듯 일그러진다. 조금 일그러진 공간은 바이러스가 침식하듯 부서져나갔다. 나는 부서져가는 세상속에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건 또 뭐야?!”
살아나자마자 허무하게 죽는 엔딩을 피하고자 서둘러 발을 놀렸지만 세상이 무너지는 속도는 너무 빨랐다. 달려 나가던 땅이 픽셀이 무너지듯 사라진다. 밟히는 것이 사라지자 몸이 아래로 떨어진다.
“설마 또 뒤지냐..?”
허공에 뜬 상태로 말하는 순간.
지지지직! 파앗!
무너진 세상에 잔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파스스.
주변엔 에메랄드 빛깔로 화려하게 뿜어져 나왔다. 에메랄드 빛이 찬란하게 넘치는 장소에서 화려한 빛들이 뭉치니 익숙한 책이 나타났다.
영혼의 시련.
들어올 때 보아온 책이 허공에 나타나 나에게 다가왔다.
"이건.. 어?"
손을 앞으로 뻗으니 책은 몸에 스며들듯 몸 안으로 들어왔다. 책이 몸에 들어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졌지만 그 뒤에 상황에 생각이 멈춰버린다.
샤아아아아아!
몸속으로 무수한 에메랄드빛깔이 들어왔다. 빛이 전신에 들어오자 송곳으로 몸을 찌르는 듯한 강렬한 통증과 터질 듯이 힘줄이 꿈틀거렸다. 몸이 기름에 불타는 것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정신이 압사당하는 감각에서 몸부림쳤다.
“으아아아아! 까득! 꺼져어어!”
무엇을 원하지?
살기위해 발버둥치듯 소리치던 와중에 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와 별개로 강렬한 기운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지만 주먹을 강하게 쥐며 눈을 크게 떴다. 대답하지 못하면 죽어버릴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힘.! 강해질 수 있는 힘..!”
여태까지 아무리 노력해도 죽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라 거칠게 소리쳤다. 힘이 있었다면 지금과 다른 상황들이 펼쳐졌을 것이다. 강압적인 죽음도 은혜를 갚는 것도 전부 가능 했다.
힘이 있었다면...
죽음이 널 강하게 해 줄 것이다.
몸을 환하게 비추던 에메랄드 빛깔이 점차 안정되었다. 빛을 흡수한 몹이 터질 듯 강렬한 감각과 고통은 차츰 줄어들었다. 고통이 사라지자 전능감까지 들 정도로 넘쳐나는 힘이 몸속에서 느껴졌다.
파사삭.
빛이 사라지자 세상은 세계가 유지할 수 있는 힘을 다 써버린 것처럼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세상 속에서 보이는 것은 시련에 들어오기 전에 보았던 장소였다. 정신차려보니 주변은 희미한 에메랄드 빛깔의 기류가 감돌아 유적의 안을 밝히고 있었다.
시선을 돌려보니 벽에 있던 책이 힘을 다한 것처럼 무색으로 바뀌었다.
“이게 내 몸에 들어왔지?”
파사삭.
의문을 느끼며 손을 뻗어 만지니 책이 오래된 세월을 견디지 못한 것처럼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책이 사라져 이젠 다시는 영혼의 시험을 할 수 없는걸로 보였다. 그것은 성녀처럼 희생자가 안 나오는 것을 의미했다.
다만 의문이 안 드는 것은 아니었다.
“성녀를 죽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나온 거지?”
성녀에게 들은 바로는 영혼의 시험은 둘 중 하나를 끝장나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세상이 무너져 끝나버렸다. 아누비스가 힘을 쓴 걸까? 아니면 무슨 계기가..
“아..”
계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성녀를 적이라 마음이 인식한 순간 세상이 부서졌다. 머릿속에 한 가지의 가정이 떠오른다.
“이거 성녀가 잘못 안거 아냐..?”
서큐버스라 불리는 존재는 에너지 드레인으로 용사를 착정해 힘을 빼앗을 수 있다.
성녀가 서큐버스는 아니지만 슬라임의 몸으로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것은 동일했다. 어쩌면 성녀는 서큐버스처럼 모든 힘을 빼앗고 보상을 받았다고 착각한 것이 아닐까?
보상도 놀라울 정도로 사기적이니 의심하기도 쉽지 않다. 용사의 힘 그것보다 좋은 보상이 어디에 있겠는가.
용사가 죽으면서 시련이 끝났으니 자신이 시련의 승자로 인식하는 것도 납득된다. 엄청난 힘까지 가진다고 생각한다면 시련의 성공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쩌면 이 시련은 아주 간단한 걸지도 모른다.
호감을 품은 존재를 적으로 마음잡는 순간.
말은 쉽지만 직접 실천하기는 나름 어려운 조건이다.
“그럼 내가 진짜 보상을 얻은 건가..?”
성녀가 나왔을 경우엔 책이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나온 순간엔 책이 사라졌다. 무슨 힘이 나에게 들어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성녀와 용사조차 해내지 못한 시험의 보상을 내가 얻었다. 최소한 조금은 강해졌으리라.
“무슨 힘인지 알아봐야겠네.그 전에 일단 돌아갈까.”
나를 기다리듯 부서진 입구 대신에 익숙한 문이 커다란 버전으로 떡하니 있었다. 아누비스와 합의 하에 이루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끝났다. 총도 칼도 다 잃은 알몸이지만 다시 돌아올 거다.
“가자.”
문을 열면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기운에 몸을 맡겼다. 언제나 느껴지는 포근함에 눈을 살며시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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