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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사냥꾼과 고블린과 (2) (59/447)



〈 59화 〉사냥꾼과 고블린과 (2)

그렇게 둘을 업기도 하고 안기도 하면서 가다가 적당한 시점에 내려주었다. 더 있으면 내 쥬지가 터질  같았으니까.

이제 다시 던전으로 가야한다. 심적으로 피곤하지만 흰수염이 고블린을 내보낸 지금이 기회였다. 또 무슨 짓을 저지르기 전에 처리해야 했다.


“응?”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유리.


“잠, 잠깐만 쉬자...”

“그래.”

체력 문제는 아니다.  모두 레니의 큐어를 받았으니까.


그래도 아직 전투의 피로가 남아있겠지. 아니, 전투의 후유증도 후유증이지만, 오늘은 짧은 시간 동안 충격받을 일이 많았다. 특히 유리가.

하프 고블린을 보고, 첫 경험을 하고, 혼자서 고블린 팩을 유인했다. 지금까지 버틴게 대단한 것이다.

...

인벤에서 담요를 꺼내서 깔은 다음 앉는다. 간단한 식량을 꺼냈지만 둘은 손도 대지 않았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이 고스란히 얼굴에 묻어나온다. 문득 입을 여는 유리.

“다시...던전에 간다고 했지? 가서 어떻게 할 거야? 저런 걸 만들 수 있는...마법사? 그, 그런  상대하는건... 위험하지 않을까?”

마법사?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유리의 말대로였다. 그 놈하고 마주치는건 위험하다. 리버브릿지에서는 내가 공략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었지만  흰수염은 어떻게 나올지  수 없다. 그렇다면...

“생각해둔게 있어. 아까 내가 계속 집어넣는거 봤지?”

“응.”

“직접 상대할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

어떻게 할지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자, 둘은 그제서야 한숨 놓은 표정으로 음식을 조금씩 입에 넣었다.

가지고 있던 식량은 치즈와 말린 과일, 건빵 비슷한 비스킷 등등. 가디언스 포트에서 사둔 것들이다.


따뜻한 음식을 미리 챙겨두는 것도 좋겠어. 인벤에 넣으면 그대로 시간이 정지되니까, 굳이 모험가 스타일의 식량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겠지.

뭐, 둘은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둘이서 오물거리는 모습을 보니까 차원 상점으로 먹을 걸 사주고 싶었지만...지금은 때가 아니다. 모든게 끝나고 돌아가서 해도 늦지 않아.


-고륵. 고르륵.


두어발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경계를 세워둔 마지막 사역마 고블린이 있었다. 이 녀석도 나름대로 지쳐보여서 먹을  던져주니  받아먹는다. 역시 그랬군.

고블린이 먹는 모습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유리.

“신기하네. 던전의 몬스터가  먹는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 녀석은 교잡종이라 그럴걸?”


“그게 무슨 말이야?”

던전을 탐사할 때부터 의심하고 있었던 게 있었지. 이제 확신할 수 있다.

“던전의 몬스터가  먹는걸 못봤다고 했지?”


“응.”

“아마 던전의 평범한 몬스터는...글쎄. 뭐, 던전의 마력을 먹는다던가, 그런 식으로 사는 걸 꺼야. 하지만 이놈들은 사람피가 섞였잖아.”


“그래서?”

“먹을 게 필요하단 소리지. 동굴 안에 박쥐는 커녕 벌레 한마리 없던거 기억나지? 그리고 근처 야생동물들도 사라졌다고 했고? 이놈들이 다 잡아 먹었을거야.”

“그, 그렇구나...그러면...”

“그래. 이놈들은 결국 마을에 쳐들어갈 수 밖에 없었어. 식량 때문에. 아마 겨울이 오기전에 쳐들어갔을걸?”


“그럼 내가 괜히 들쑤셔서 그런게 아니라...”

“그래. 유리 네가 던전을 조사하자고 해서 빠르게 막을  있었던 거야. 잘했어.”

그 말을 듣자 유리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이걸로 마음의 짐을 덜었겠지.


“응....”


“...”


레니는 아까부터 말이 없었다. 돌아보니 비맞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이렇게 안쓰러울까...

“레니도 잘했어. 레니의 신성 마법이 없었다면 우린 아무것도 못했을 거야.”

“...”

쑥스럽다는 듯이 조금 얼굴을 붉히는 레니.

“그리고 레니는 내 옆을 계속 지켰잖아? 나도 고블린 그렇게 몰려드는건 무서웠는데. 레니가 옆에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거야.”

아무리 좁은 길목을 막았다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는데 레니는 몸을 떨면서도 어떻게든 내 옆을 지키려고 들었다.

 말을 듣자 헤실거리며 웃는 레니.


“그..그런...유, 유진씨 덕분이에요...유진씨가 힘을 많이 주셔서...”

“응.“

“예전의 저라면...”


그렇게 헤실거리며 웃던 레니의 표정이 갑자기 무너졌다.


“예, 예전의 저라면 그, 그런거...흐윽...”


이런.


“이쪽으로 와.”

레니에게 팔을 둘러 주니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조금 떨리는 몸.


그 모습을 본 유리는 살짝 서운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 너도 처음이었지. 챙겨줘야 했는데.


“너도 올래?”

“아, 아니...어...니요?”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피식 웃어버리니까 눈꼬리를 치켜세우다가, 헛기침을 한다.


“킁. 그, 그런데 말이야?”

“응?”


“오빠의  섹...그....”


유리는 우물쭈물 하더니 얼굴이 조금씩 상기되었다.

“섹? 그 뭐?”

나는 킬킬거리면서 유리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처음 만났을 때는 묘하게 색기를 뿌려댔지만 알고보니 그건 컨셉이었고, 심지어 막상 할 때는 무서워서 덜덜 떨어댔지. 그렇게 부들부들 거린 주제에 야한 속옷에 제모까지 하고 왔던, 할 생각이 가득이었던 유리.

뻔뻔하고 발랑 까진  같으면서도 섹스란 말도 못한다. 하는 짓이 여러모로 귀엽다.

“아무튼!”


홍당무처럼 빨간 얼굴로 소리를 빼액 지른다.  녀석, 나중에 부끄러운 말을 해야하는 플레이를 시켜보고 싶어지는데.


“아무튼! 그 능력이 진짜 대단하긴 하더라. 그거 한번만 해도 계속 그렇게...되는거야?”


“아니. 얼마 뒤면 원래대로 돌아가.”

“어어? 그럼 어떻게 해?!”


나는 자세를 바로 잡고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괜찮아. 그렇게 빨리 사라지는 건 아니야. 이틀 정도는 이 상태 그대로니까, 던전을 전부 처리할 때까지는 문제 없어.”

“...그래? 그럼 다행이긴 한데...그, 그 상태...뭐라고 했더라?”

“증폭. 버프.”


“그, 그래. 맞아. 증폭? 그 증폭이라는 거...그, 그걸로 끝이야?”

애매하게 우물쭈물 거리는 유리.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대충 알 것 같다. 그러고보니 케이트가 비슷한 질문을 했었다. 케이트한테는 레니를 돌려보내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했지만...얘한테는 굳이 그럴 필요 없겠지.


“전부 사라지는 건 아니야. 오늘은 안그랬지만, 원래대로라면 조금씩 잠재력이 늘어야해.”

“그래? 그럼?”

“많이 하다보면 능력이 계속 쌓이게 될거야.”

“헤에...그렇구나.”

유리는 그 얘기를 듣더니 차분한 얼굴이 되었다. 활시위를 당길 때 보여줬던 표정이다. 사냥감을 노리는...늑대의 눈길! 어, 어쩐지 소름이 돋는데.

“?!”


지금 저거 입맛 다신거 맞지?!

“오빠 왜 그래?”


“아, 아니...”


오빠 소리가 너무 무서워!!! 그, 그러고보니 이 녀석 아까 목줄이 어쩌고 하지 않았나?!


“근데 오늘은...안늘어났다고?”

“으, 응...”

유리는 그렇게 나를 보다가 갑자기 얼굴이 펑하고 붉어졌다.

“세, 세 번이나 했는데...”

아니 그걸 다 세고 있었어?!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잊었는데 갑자기 레니가 고개를 휙하고 쳐들었다. 충격받았다는 듯이 휘둥그레 해진 눈동자.

“유, 유진씨...”

“응?”


“유진씨... 저, 정말로 세번 하셨어요?”

“으...응?”

“읏...!”


갑자기 나를 노려보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다.

“저, 저하고 할 때는...하, 한번 할 때마다...그렇게 오래 하셨으면서...제가 기절할 정도로...!”


“아, 아니...”

“유리씨랑은 그 짧은 시간에...세 번이나...!”


그건 조루 스킬을 써서 그래! 절대 좋은게 아니야!  그런거에 화를 내는 거냐고!

레니의 표정은 뭐라고 말하기 힘든...질투? 앙탈? 서러움? 아무튼 엉망진창이었다.

대체 왜? 레니가 이러는 이유는...잠깐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윽.


나는 재빨리 레니를 끌어당기고 귓가에 속삭였다.

“다, 다음엔 쟤보다 빠르게 해줄 테니까! 열번! 같은 시간에 열번!”

“....읏...!”


레니는 그 말을 듣자 익숙한 토마토가 되었다. 후. 간신히 한숨 돌렸네. 저 색깔이 이렇게 안심될 줄은 몰랐어.


“...한 번 할 때마다 기절할 정도라고?”

의아하다는 듯한 유리의 목소리. 얼굴을 보니 대단히 미묘하다는 표정이다.


“그건 아닌거 같은데...오히려 생각보다...아니, 엄청 빠르던데...”


“...!”

이,  계집애가 나를 조루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플 것 같아서 빨리 싸줬더니! 나를 조루라고! 지는 무서워서 벌벌 떨어대던 주제에!

-고륵.


큰 소리가 나자 이쪽을 돌아보는 사역마 고블린. 그래, 네가 시간을 알려주는구나.


“...이제 슬슬 가자.”

“응.” “네...”





#


그래도 조금 먹고 쉬어서 그런지, 아까보다는 분위기가 훨씬 풀렸다. 다시 재잘거리기 시작한 유리. 궁금한게 많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그 저 고블린이 우리편이 된거. 그건 어떻게 한거야?”

“...그냥. 여신이 주신 능력중에 그런게 있어.”

 정액을 주입했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적당히 얼버무려야지.

가만. 혹시 나는... 고블린박이가 된걸까? 간접적이긴 하지만?


...돌겠네.

유리는 내가 속으로 머리를 쥐어뜯건 말건 신기하고 대단한 것을 봤다는 어투였다.

“근데 저거 엄청...대단한 능력 아니야? 고블린을...그...”


“사역마.”

“그래. 사역마로 만든거. 그런 능력만 있다면...”


“있다면 뭐 어디에 쓰려고? 고블린 데리고 마을에 갈 수는 없잖아?”

“아...그렇네...그럼 저건 어떻게 하지...저...”


“윌슨. 윌슨이라고 하자.”

 고블린 녀석, 어쩐지 무인도 영화에 나오는 배구공 처럼 멍청하게 생겼으니까.


내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유리.

“그 사이에 이름도 지어줬어?”

“방금 지었어.”

레니가 어쩐지 불안한 눈초리로 나를 빤히 보았다.


“윌슨...이라구요? 여관 주인 분 아니신가요? 그 소문이 안좋은...”


...소문 안좋았냐! 어쩐지 마차에서 그 이름 들을 때 식겁하더라니!


“그 분 이름을 왜 붙이신건가요?”

“응? 아니 그냥...”

무인도하고 배구공의 이야기를 언제 다 설명하고 있어? 그러고보니 이세계에는 영화가 있나?

“유진씨...?”


갑자기 절박한 표정을 짓는 레니.


“유진씨! 그 분하고 무슨 일이 있으셨던건가요?!”

“아, 아니 아무일도 없었는데.”

나는 순간적으로 생각난게 있어서 레니의 눈을 피해버렸다.  놈이  손을 잡고 입맛을 다시던 것 하며, 엉덩이를 스팽킹하려고 들려고 한 것 하며.


...사실 엄청 위험한 상황 이었나?!

“그건  무슨 소리에요?”

유리의 질문에 레니는 스스로에게 설명하듯이 옛날 일을 되뇌이기 시작했다.


“유, 유진씨가 항상 고집하시던 여관이 있는데...”

“아, 아니! 내가 언제! 내가 언제 고집했어!”

“그, 그치만...가디언스 포트로 돌아가시자마자 거, 거기에 가셨잖아요!”


“그건 맥주사러 간거고!”

“그 전부터 계속 거기에 머무셨잖아요!”

그, 그건 맞지만!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고!


“아, 아니...그때는 돈이 없었으니까...”


“유진씨...설마?!“

이,  사제님 점차 안색이 파리해지고 있어.  놈의 망상증! 나를 노예나 거지로 보는건 웃어넘길  있지만, 그런 식으로 오해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레니! 정신 차려!”

“악! 아으르르르르르르르르...우웁!”


나는 레니가 멀미를 할때까지 어깨를 흔들어서 넋을 쏙 빼버렸다. 그렇게 레니를 제정신이 아니게 만든 다음에 마구잡이로 말을 쑤셔넣는다.
“자, 레니. 내가 그럴리 없잖아? 그럴 거면 남자, 그 여관주인한테 붙어먹고 살았겠지? 그치? 착하지?”


“하아...하아...네...저 착해요오...”

정신이 빠져버릴 것 같은 표정의 레니. 레니에게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경향이 있어서 다행이야. 어쩐지 이 것 때문에 나중에 무슨일이 생길 것 같기도 했지만, 그때는 그때고.

그렇게 레니의 등을 쓰다듬어주고 있는데 옆구리를 잡아당기는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유리가 얼굴을 붉히고 있다.

“오빠...남, 남자끼리라니...하, 하지만 나는 그런 것도 괜찮아!”


이 녀석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궁금해서 그러는건데....나중에 하는거 보여주면 안돼?”


이,  녀석 대체 무슨 헛소리를...!

[ 유리 포그스와이트의 특성 「호기심(A)」이 확인되었습니다. ]

“!!!”

그래! 하긴 호기심이 있어야 이런 산골에 있는 던전도 둘러보고 그랬겠지! 그런데 그런 종류의 호기심도 있었던 거냐!

내가 말을 잇지 못하자 유리가 새빨간 얼굴로 덧붙였다.

“...뭐, 뭐뭐, 왜, 뭐, 왜? 오빠도 기절할 때까지 하는 변태라면서?“


너도 네가 변태인건 알고 있구나...

“...아니야...그만하고 가자..레니도 일어서..”

“응...” “네...”


살짝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고륵

윌슨이 미묘한 얼굴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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