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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화 〉마법사의 이야기 (5) (98/447)



〈 98화 〉마법사의 이야기 (5)

“동료?”


“네.”


“좋다.”

“...네?”

뭐라고? 뭐가 뭔지 얘기도 안하고 바로 받아들인단 말이야? 이렇게 나오니까 오히려 당황스러운데.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지 주변에 순간적인 정적이 흘렀다.

잠깐. 정적? 주위를 둘러보자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이 고개를 휙휙 돌리는 마법사들. 우리 얘기 다 듣고 있었냐?!


“그것 뿐인가?”

아리엘은 갑자기 몸을 움츠리더니 낮게 물었다.

“아니, 뭐 더 궁금한 거 없습니까?”

“그런건 차차 알아가면 된다.”

엄청 쿨하네. 나한테 한눈에 반하기라도 했나? 물론 내 매력수치가 좀 높기는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관계는 조금 부담스러운데. 애들한테는 뭐라고 해야하지? 당황해서 머리가  안돌아간다.

“고개를 숙이고 이쪽으로 와라.”


...이 엘프는 말로만 그러는게 아니었다. 아리엘은 고개를 숙이더니 나를 끌고 기둥 뒤쪽으로 가서 몸을 내게 바짝 붙였다. 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이렇게 화끈하게 구는 거지? 무뚝뚝한 표정을 짓는 주제에 그 안에는 정열적인 불꽃이 도사리기라도 한건가?!


“아, 저, 저기.”


“이 쪽으로 와서  몸을 가려라. 저 놈들한테 들키지 않도록.”


저 놈들?


아리엘이 슬쩍 시선을 준 곳에는 검은 망토에 혜성 문양을 그린 사람들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숨으려고 그랬던 거였군.

“저 사람들은 누굽니까?”

“....개인 사정이다.”

“근데 숨고 싶으면 그 눈에 띠는 회색 모자부터 숨기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대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엘프 녀석 이상한 말투를 고집할 생각인가? 혹시 나이가 많아서?


“실례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아리엘은 쓸데없는  묻지 말라는 듯이 눈을 부라렸다.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 구나. 계속 무표정이라 어디 고장난 줄 알았지.


아리엘은 그렇게 기둥 뒤에서서 눈치를 살피다가 검은 망토들이 전부 사라지자 그제서야 한숨을 놓았다.

“...일단 자리를 옮겼으면 좋겠군. 여기는 이야기하기 좋은 곳이 아니라서.”


엘프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탑을 나섰다. 그리고 그 앞에는

“기다리고 있었다오, 나의 사랑스러운 약혼자여.”


....

입구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검은 망토.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금발 콧수염의 돼지가 한 마리 있었다.  얼굴을  아리엘의 기색이 마치 뭐 씹은 것처럼 바뀌었다. 딱 봐도 적대적이고 탐탁치 않은 분위기. 그런데 약혼자라고?


“부디 나를 용서하...”


“여긴 어쩐일이지.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연락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인내심의 미덕이 부족한 자는 지긋지긋하다고 몇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물론 약혼자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는 없었오. 하지만 이 몸은 한 자루의 날카로운 검! 응당 검집을 찾아아야하지 않겠소? 그렇지 않으면 그 칼날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 누구도 모를 터.”

....  개소리야? 자기 딴에는 그럴듯한 비유라고 생각하는 건가? 검이라기보다는 야구빠따...아니 돼지 통구이에 꼬챙이를 꼽아놓은 게 어울리는 모습인데.


하지만 아리엘은 뭔가 짚이는 바라도 있는건지 이를 악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미소를 짓는 수염돼지.

“...일이 없다면 비켜라. 나는 이 자와 볼일이 있다.”

“호오...그 분은?”

“동료다.”

“동료!”


...이 엘프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를 동료로 받아들인게 아닌가 싶은데. 아니, 오히려  나를 동료로 맞이하고 싶다는 것처럼 강조하는 기분이 든다.


돼지는 나를 훑어보더니 소름끼치는 기름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상태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무시하고는 계속 아리엘에게 말을 건다.

“물론 아무 이유없이 나의 약혼자를 찾아다닌 것은 아니오. 새로운 비약을 발견했기에 여기까지 발걸음을 옮겼지. 하지만 정인을 만나는 일에 이렇게 하나하나 이유를 붙여야한다니, 아, 이것은 비극이라!”


“....”


돼지의 배경에 장미꽃이 휘날렸다. 수사법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뒤에 있던 하인이 바구니에서 장미 꽃잎을 꺼내 뿌린 것이다! 이거 제대로 미친 놈이네.

“하여, 그대를 저택으로 초대하는 영광을 허락하시겠소?”

아리엘은 돼지의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미안하군. 내가 다시 연락하도록 하지.”

“아니, 그러실 필요 없소. 나는 나보코프 시브터! 약혼자의 동료라면 나에게도 귀인일터!  한잔 대접하는 것이 응당 도리 아니겠소? 부디 거절하지 마시오!”

“...”

이 놈의 이름이 시브터라고. 그렇다면 미래 시점에서 아리엘은 이놈과 결혼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아리엘 아이오니아는 아리엘 시브터가 되는군.

“어떻게 하시겠소?”

나를 보면서 느끼한 미소를 짓는 돼지. 아무 관계없는 나를 초대하는 데에는 분명 불순한 의도가 있을 것이다. 아리엘은 척 봐도 이 돼지한테 적대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하지만 조금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뭐, 그러죠.”






#


“아리엘...잠깐...”

“건드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

돼지 놈은 마차 맞은 편에 나를 앉혀놓고 아리엘과의 애정 행위를 과시하려고 했지만, 아리엘이 번번히 쳐냈다. 그럴 때일 수록 놈의  눈에 욕망이 번들거리는게...여러모로 구역질이 나는 모습이네. 혹시 나도 저런 눈을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불편한 시간을 보내면서 도착한 돼지의 거대한 저택.

소설에서  대로 여러 줄의 묘사로 때울 수 있는 휘황찬란한 저택이다. 하지만 중요한건 저택이 아니라  내용물이었다

나는 일렬로 서 있는 메이드들의 모습에 기함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메이드들...

“어서오세여! 쭈인님!”

하나 같이 어린애들이잖아!


그런 애들이 어깨가 드러나는 메이드복과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프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게다가 허벅지에는 캣가터까지!

의상 센스는 좋지만...나, 나는 불가능.  불가능. 이건 건드리면 빼박 범죄다.


아리엘이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에서 조금 아슬아슬하게 가능 쪽에 서있었다면, 이 메이드들은 하나같이 불가능이다!


내가 입을 떡 벌리고 있자 돼지 놈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헤벌쭉 웃으면서 내게 자랑을 했다. 나는 감탄하는게 아니라 기겁하는 거라고!


“어떻소이까? 저의 자랑, 4피트 10인치의 메이드들이외다!  아이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제가 쓴 돈을 생각한다면 발레리의 대저택을 능히 하나는 살  있을 것이오!”


...그렇게 말해도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알아 듣겠는데. 그리고 그런 돼지가 혐오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아리엘.


“자, 나의 검집이여, 이 쪽으로. 비약은 따로 보관해두었소. 그리고 우리 정인의 동료분은 응접실로. 여러모로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다오.”

“...”

 돼지의 느끼한 말투는 여러모로 감당이 안된다.

“손님. 이쪽으로 오세여.”


“아, 네.”

혀짧은 소리를 내는 메이드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응접실.


나는 숨을 집어 삼켰다.


응접실은 그림과 대리석상으로 가득했다. 문제는,

“이 새끼 진짜 페도네...”

“네?”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악취미의 발로!


돈 많은 놈이 피규어질을 하는데, 그게 전부 미발달한 애송이들의 신체가 아름답다고 외치는 듯한 작품들로 가득차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온다.

나는 2d를 아청법으로 쳐넣는 것에 대해 결코 찬성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나마저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하게 만드는 그림과 석상들. 물론 행위를 대놓고 묘사하거나 아예 벗기거나 하지는 않았지만...그래도 의도라는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잠깐. 설마?! 재빨리 메이드의 팔다리를 훑어보았다. 혹시 범죄의 흔적이...

“멀 그렇게 보시는 건가여?”

“크흠!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딱히 구타나 아동 학대의 흔적은 없는  같은데. 내가 저 돼지를 오해한 것일까? 나는 머쓱해져서 괜히 응접실을 마저 둘러보았다.

응접실은 마치 벼룩시장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잡스러웠지만, 그래도 개중에 눈에 띄는게 하나 있었다. 마석으로 만든 등신대 피규...석상

아리엘을 한 5살 정도 어리게 만들면 이것과 비슷한 모습이 될 것 같은데. 어쩐지 이걸 보고 있자니 조금 속이 메스꺼운 느낌이 든다.


“그게 마음에 드시오?”

기껍다는 듯한 돼지의 목소리.


“눈썰미가 좋으시군! 그것은 말리온에게 거금을 주고 의뢰한 물건이라오!  약혼자의 가장 아름다울 적 모습을 본따 만들었지!”

“...그, 그렇습니까.”


“내 컬렉션이 어떠하신가? 


“예, 뭐...퀄리티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눈이 있으시군! 미성숙한 육체는 그 자체로 인류의 우월성을 뜻하는 것이지!”

돼지놈은 그 순간을 기점으로 페도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 새끼 진짜 미친놈이다.

하지만 그 놈의 장광설을 듣자


“허미 씨벌.”


내 하반신이 반응했다.


#




“아니.”


‘씹.’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닙니다.”

‘씨벌.’


대체 왜?! 메이드를 보고 반응한 것도 아니고,  페도 피규어를 보고 반응한 것도 아니다! 이 돼지 놈의 개소리를 듣기 시작하고 나서야 반응했어!

도저히 이유를  수가 없다. 설마 이번에도 「취향 존중」이 나를 엿먹이는 건가?  진짜로 여신이 나를 정신 오염 시켜버렸나?!


차라리 페도 피규어를 보고 반응했다면 그려러니 했을 것이다. 그런데  돼지놈의 헛소리에 반응한다고?!

“그 자는 왜 그러고 서있나?”

문가에서 아리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리엘의 시점에선 내가 벽에 고개를 쳐박고 있는 걸로 보이겠지. 나는 거시기가 반응하자마자 벽을 보고 끙끙거렸으니까.


“허허. 아무래도 동료분께서 나의 예찬에 감동이 벅차신 모양이오!”


이 미친 새끼가...!


하지만 지금 이대로 돌아서면 나는 페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게 분명했다. 내 거시기는 성전사 버프를 받아서 한번 일어나면 바지를 뚫을 것처럼 팽창해버리니까!

죽여야...죽여야해...어떻게....

...

그래! 「현자타임」!

나는 즉시 셀프 현자타임을 걸었고, 간신히 쥬지의 분노를 가라앉혔다.

살짝 나른한 감각과 조금 맑아지는 머리. 그러자 이전에 있었던 일이 기억났다.


그 고블린이랑 떡치는 할배를 봤을 때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쥬지가 일어났지. 그때는 유리에게 어쩌다 일어난 일이라고 변명하기는 했지만, 지금 이렇게 돼지놈의 페도 찬양을 듣고 나니까 필연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현상에 대해서는 생각해둘 필요가 있어.


“나는 이 자와 돌아가겠네. 약은 고맙게 받아가지.”


쥬지를 죽인 다음 내가 몸을 돌리자마자 아리엘이 입을 열었다.

“잠깐! 기다리시오. 아직 차를 대접하지 않지 않았소?”

“그대가 내오는 차는 하나 같이 내 취향이 아니더군.”


“그러지 마시고, 앉으시오. 저 메이드의 성의를 봐서라도. 자.”

돼지가 가리킨 곳에는 차를 들고 울상인 표정의 메이드가 서 있었다.

“쯧.”

빠져나갈 타이밍을 놓쳤다는 듯이 소파에 앉는 아리엘. 이윽고 다과가 테이블에 셋팅되었지만 그 누구다 손을 대지 않았다. 아리엘은 찻잔만 노려보고 있었고, 돼지는 살에 파묻힌 눈으로 나를 살피고 있을 뿐. 그러다가 문득 입을 연다.


“그래서. 동료라고 하셨소? 모험가 동료겠지요? 던전을 탐험하시려는건가?”

“뭐...그렇죠.”

“등급은 어떻게 되시는지?”


“...아이언 티어입니다.”

“오...아이언 티어...”

돼지는 마음에 든다는 듯이 실쭉 웃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갑작스럽고 고깝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첫 운을 이렇게 띄었지만, 미리 준비된 것처럼 매끄럽게 꺼내는 말이었다.

“부디 동료분의 실력을 확인하게 해줄 의향은 없으신가?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오 내 사랑스러운 약혼자를 위험한 곳에 보내는게 두렵지 않겠소?”


...나를 테스트 해보고 싶다는 거군. 자기 앞에서 실력을 보이라는 것이다. 어쩐지 일이 너무 쉽게 풀린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아리엘을 슬쩍 보자 이를  깨물고 있었다. 과연, 이건 평범한 테스트가 아니라 핑계다. 나를 쳐낼 핑계. 이 새끼 말하는 걸로 봐선 하루 이틀 이 짓을 한게 아니야.


“....물론.  무례한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소.  대전사를 이긴다면 은화 오십개를 드리도록 하지.”

“하죠.”


좋다. 어차피 거쳐가야할 관문이라면 빠르게 해치우는 편이 좋겠지.




#



윌리엄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버 티어의 모험가로서 시브터에게 고용된지 어언 일년.


뭐, 하는 일에 비해서 보수는 괜찮은 일이었다. 경비나 호위로 고용되었지만 치안이 좋은 도시에서 누구에게 습격받을 일이 있을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에서 부턴가 저택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멀쩡한 메이드들을 내 쫓고 어린애들을 고용하지를 않나, 희한한 검은 망토를 입히지를 않나.

그러다가 어느 날 부턴가는 자기 약혼자의 동료라는 작자들을 데려와서는 망신을  다음 쫓아내라는 희한한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남녀 노소 손속에 자비를 두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로서는 고용주가 시키는 대로 적당히 두들겨 준 다음에 내쫓으면 그만인 일이다.


조금 찝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페이는 좋았으니까. 그가 망신을 주면 줄 수록 고용주는 더욱 기꺼워하면서 보너스를 두둑히 얹어주고는 했다.

동시에 안좋은 소문도 들리기 시작했다. 어린애들과 집단으로 한다나 어쩐다나. 실제로 그런 일이 있는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날이 갈 수록 고용주의 애들에 대한 시선이 점차 탐욕에 물드는게....


‘조만간 그만둬야겠어.’

실버 티어 모험가로서 이 정도면 꽤 오래 머문 것이다. 이렇게 계속 한가한 일만 하다가는 실력이 녹슬어 버릴게 분명할 테니. 그리고 소문이 점점 안좋은 쪽으로 흘러가다가는 애인에게도 밉보일 수도 있었다.

‘오늘 상대는 저 검은 머리인가.’


검은 머리의 이방인. 생긴게 뺀질뺀질 하게 생겼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오늘도 그의 먹이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의 입으로 직접 말한 적은 없었지만, 대인(對人) 검술은 골드 티어와 맞붙어도 자신이 있었다.


“잘 부탁합니다.”

“...이쪽도.”


붙임성이 좋은 건지, 검은 머리가 씨익 웃으면서 악수를 청했다. 아이언 티어라고 했던가.

그런  치고는 자세는 제대로 잡혀있군. 어디서 배웠는지 몰라도 흔들림이 없고 안정되어있다. 어차피  쓰러질 테지만.

“그럼, 시작하겠소.”

윌리엄은  말을 끝으로 땅을 박차고 검을 내질렀다.

...

...

...

수십번의  이후에 뒤로 물러난 윌리엄.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그의 예상대로 눈앞의 검은 머리는 그렇게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검은 머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윌리엄 자신 이었다.


...마치 누군가 다리를 붙잡고 끌어내리는 것처럼 다리가 무거웠다. 그리고 가끔은 팔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검이 느려지기도 했고.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는데.

심지어는 저 검은 머리를 볼 때마다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이...

“...”


“...뭐라고?”

상대가 뭐라고 중얼거렸다. 입술 모양을 봐서는...미안하다고? 뭐가?

다시 한 차례의 검격후에 검은 머리는 멀찍히 뒤로 물러나고는, 시브터를 향해 크게 외쳤다.

“시브터! 약속이 틀리잖습니까!!!!!!!! 실력을  뿐이라며!!!!!!”

무슨 소리지?


“이, 이 자가 나를 강간하려고 하잖아!!!!!!!!!”


“뭣이?!”

이게 무슨...!

검은 머리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윌리엄의 고간을 가르키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저, 저새끼 날 보고 흥분했잖아! 이런건 이야기에 없었잖아!!!!!!!!”

검은 머리의 손가락 끝에는,


바지를 입었음에도 훤히 알  정도로

윌리엄의 고간이 부풀어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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